2011년 5월 문경 둔덕산 십자가 사망 사건 방송서 재조명
당시 취재 매일신문 고도현 기자 출연 사건 전말 상세히 설명
경찰, 국과수 자살로 결론났지만…예수 모방 사망은 불가능
22일 SBS 예능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12년 전 '문경 십자가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문경 십자가 사건'이 12년 만에 방송에서 재조명됐다. 당시 현장을 조사한 경찰과 언론 등은 지금까지도 그 사건의 전말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22일 SBS 예능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 이 사건이 다뤄졌다. 프로그램 이야기꾼으로는 장도연, 장성규, 장현성이 출연했고 듣는 사람으로는 그룹 더보이즈 현재, 배우 오나라·정만식이 출연했다.
이 사건을 당시 취재한 매일신문 문경 담당 고도현 기자가 직접 등장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2일 SBS 예능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이야기꾼으로 출연한 장성규가 '문경 십자가 사건'을 설명하면서 당시 취재 기자였던 매일신문 고도현 기자에 대해 말하는 장면. 방송 캡쳐
2011년 5월 경상북도 문경의 한 작은 마을에 아주 흉흉한 소문이 돌았는데 소문은 곧 고 기자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 소문의 내용은 '문경 둔덕산 꼭대기에서 철사에 묶인 시신이 나왔다'는 끔찍한 괴담이었다.
문경 둔덕산은 해발 980m 정도의 높이로 지역에서도 변두리에 자리하고 있어서 인적이 매우 드문 곳이다. 그런데 이곳 정상에서 철사에 묶인 시체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고 기자는 바로 문경경찰서를 찾아 담당 형사에서 사건에 관해 물으니 난감한 표정으로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고 기자는 1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사진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사진을 본 순간 머리가 쭈뼛 섰던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그가 받아든 사진 속에는 양손과 발이 십자가에 못 박힌 채 묶여있는 변사체였고 그게 발견된 곳이 과거 채석장이었던 기괴한 돌산이어서 더욱 섬뜩했다는 것이었다. 이 동네에서는 속칭 '고모치 광산'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사건 당시로 돌아가 보면 2011년 5월 1일 오후 6시쯤 이 산에서 경남 창원시에 사는 김모(58) 씨가 나무 십자가에 못 박힌 채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됐다.
양봉업자였던 주민은 당시 "산에 올라가던 중 예수가 처형당한 모습처럼 십자가 형태의 나무틀 위에 매달린 채 숨져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김 씨의 양손과 양발에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대못이 박혀 있고 옆구리는 흉기에 찔린 10㎝ 이상의 상처가 확인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각목으로 만들어진 높이 187㎝, 가로 180㎝ 크기의 십자가에 길이 14.5㎝의 못 4개가 양손과 양발을 관통해 박혀 있었으며 우측 옆구리가 흉기에 찔려 피가 굳은 상태로 발견됐으나 시신은 부패하지 않은 상태였다.
김 씨는 사각팬티만 입은 채 예수의 형상처럼 머리 위에는 가시 면류관이 씌어 있었고 다리와 목은 십자가에 줄로 묶여있었다.
바로 앞에는 김 씨가 매달린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거울이 있었으며, 주변에는 청테이프를 찢어 만든 채찍 모양의 도구도 발견됐다.
또 사건 현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김 씨의 차량에서는 김 씨가 산 것으로 파악되는 텐트, 망치, 핸드드릴, 칼, 철사, 톱, 초코파이 20개, 물통, 십자가 제작 설계도, 십자가 메는 방법을 메모한 A4용지 2매 등이 발견됐다. 그러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지에 박힌 못이 양쪽 모두 뾰족한 날이 있는 점을 중시, 김 씨 스스로 십자가를 드릴로 뚫어 못을 먼저 박은 뒤 자신의 손과 발에도 역시 드릴로 구멍을 내고 못에 각각 끼워 넣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십자가에 박히도록 도와준 사람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김 씨는 지난 1995년 아내와 이혼한 채 혼자 살고 있으며 1년 전 택시기사를 그만둔 뒤의 거주지와 접촉한 사람들이 불분명했다.
하지만 사망 직전에 신형 갤로퍼 차량을 형제와 함께 구매했으며, 교회에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씨가 평소 유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교회에 다닐 것을 권유하고 천국을 동경해 왔으며, 심지어 유체 이탈설 등에 심취해 왔다는 증언 등으로 미뤄 부활절인 4월 24일을 3일 앞둔 21일쯤 예수의 부활을 모방하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2일 SBS 예능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매일신문 고도현 기자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사건을 6차례 연속 보도한 고 기자는 "만약 사람 손등과 발등에 스탬플러로 침을 박았다고 하면 아마도 아파서 펄쩍 뛰고 더는 박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물며 대못을 손등과 발등에 박는다면 수십 배의 고통이 따른다. 누가 붙잡고 강제로 한다고 해도 불가능할 것인데 스스로 했다면 고통을 느낄 수 없는 터미네이터(로봇)나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외과 의사가 마취하지 않고 손과 발에 구멍을 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부터 지금까지 사건을 의심하면서 "분명 골고타 언덕에서 예수가 십자가에 못이 박힐 때 로마 병사 역할을 한 조력자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경찰과 국과수가 자살로 결론이 났다. 믿지 못할 기이한 사건이지만 타살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 기자는 "12년 만에 다시 사건이 재조명되고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지만 저는 지금도 죽은 김 씨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많다"며 "예수의 삶을 동경했다면 타인을 사랑하고 베푸는 삶을 닮아야 했었는데 그의 죽음을 모방만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동일시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