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나의를 어디로 먹은 거야!
진짜 유치하게 이럴 거야?!
[7]
<나 박사 될 여자야 part 2>
"빨리 응급 처치를 해서 다행이었어."
"매번 고맙다."
"해야 할 일을 했는걸."
"지 몸은 지가 더 잘 알면서……. 에휴……."
아저씨와 함께 온 남자는 강은이의 머리를 살짝 짚어주며 말했다. 그런 그의 말에 아저씨는 고맙다는 말을 하며 잠이 들어 있는 강은이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강은이는 그런 것도 모르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난 그런 그들을 번갈아 본 후 고개를 숙인 채로 조용히 강은이의 옆을 지켰다.
아까와 달리 숨을 고르게 쉬며 잠이 들어 있는 강은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난 두 사람의 눈치를 슬쩍 보고 조용히 방에서 빠져 나왔다.
문을 닫음과 동시에 내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난 문 앞에 주저앉고 말았다. 강은이가 쓰러졌을 때는 너무 당황을 해서인지 제대로 놀라지도 못했다. 그 후유증이 이제야 온 것인지, 난 오른손을 가슴 위에 살짝 올리고 숨을 푹 내쉬었다. 심장은 아직도 진정을 못했는지 불규칙한 리듬을 타며 뛰고 있었다.
정말 이상하다. 그렇게 싫다고 하면서 도망가는 나를 따라온 이유는 뭐였을까? 자기 몸 상태를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닐 텐데……. 난 머리를 살짝 헝클어트리며 고개를 숙였다.
강은이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인 것은 저 아저씨다. 저 아저씨는 왜 나한테 그런 행동과 말을 한 것일까? 무슨 생각으로 내 마음을 그렇게 흔들어 놓은 거냔 말이야?! 난 고개를 들고 그가 감싸고 있던 내 오른 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떠난 지는 오래 됐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온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듯 했다.
"그게 뭐라고. 정신 차려 유우빈. 제발 좀."
"또 혼잣말 하냐?"
고개를 저으며 혼자 중얼거리는 내 모습에 아저씨는 내 머리를 주먹으로 살짝 쥐어박으며 말했다. 저 아저씨는 언제 나온 거야?! 난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그의 손이 닿았던 내 머리를 손으로 쓸었다.
누가 내 몸에 손대는 것이 싫다고 몇 번을 말해야 이 남자는 알아듣는 것일까? 난 살짝 눈에 힘을 주며 그를 살짝 훑어보고는 고개를 획 돌렸다. 그러자 옆에서 '큭'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난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지금 나 비웃는 거야?"
"아니? 난 그냥 웃는 건데?"
"그게 그거잖아!"
"그건 네 생각이고."
"아저씨 정말?!"
난 짜증이 섞인 말투로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아저씨는 또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아저씨가 진짜?! 내 몸에 손 좀 데지 말라고!"
"강은이 깰라. 목소리 낮춰."
내가 계속 소리를 지르자, 그는 아예 한 손으로 내 입을 막아 버렸다. 강은이가 깰 생각에 난 그에게 반박하지 못한 채로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내 반응에 아저씨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내 입을 막았던 손을 내려놓고는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저씨. 내 머리에 그 손 좀 그만 비벼대. 안 그래도 떡진머리 이제 기름이 흘러 내릴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씻고 좀 다녀."
"이! 아! 후...?!"
그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난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어떻게 말을 해도 저렇게 얄미운 말만 골라서 하는 것일까? 난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주먹을 꼭 쥐었다. 역시 여기에서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난 그를 한번 째려봐 주고는 대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아저씨는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난 그에게 잡힌 내 손목과 그를 번갈아 보며 또 다시 한숨을 쉬었다.
"뭐야?"
"어디가?"
"기숙사로 가려고."
"혼자? 이 밤에?"
"밤은 무슨? 웃기고 앉았네. 몇 분 전이 낮이었는데? 웃기는 짜장이야."
난 그를 살짝 비웃으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하지만, 그는 또 다시 내 손목을 잡아끌며 나를 가지 못하게 막았다. 아저씨. 나도 참는데 한계가 있어. 나도 사람인지라 화도 내고 사람을 때릴 수도 있어. 내 몸에 손대는 사람 더 새게 때려줄 수 있어.
"아저씨. 좋은 말로 할 때 이거 놔."
"너 길도 모르잖아."
"아저씨가 뭘 모르나 본데, 나 박사 될 여자야."
"그래서?"
"그래서라니? 나 박사 될 여자라니까?"
내 말에 아저씨는 오른쪽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반응에 난 고개를 저으며 그를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이 남자 정말 조교 맞아? 대학원생 맞야고!!
"난 박사 될 여자라서 그런 것쯤은 다 알아서 찾아 낼 수 있다고."
내 말에 아저씨는 큰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웃겼던 것일까? 난 맞는 말을 한 것뿐인데……. 그의 반응에 난 내 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의 정강이를 새게 차버렸다. 그러자 그는 웃음을 멈추고 '윽'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난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럽게 혓바닥을 살짝 내밀어 주고는 다시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그에게 잡혀있는 내 손목 때문에 난 또 다시 걸음을 멈춰야 했다. 난 또 다시 그의 손을 뿌리치기 위해 내 손목을 잡아끌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가 더 움직이고 몸을 비틀수록 내 손목을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더 가해졌다.
"아씨! 아저씨 아파! 이 손목이 얼마짜리 손목인줄 알아?!"
"내 다리는 얼마짜리 다리 인줄 알아?"
"아. 아저씨 나이를 어디로 먹은 거야! 진짜 유치하게 이럴 거야?!"
한 번도 지는 법이 없는 이 남자. 정말 목을 졸라 버리고 싶은 이 심정을 누가 알까? 난 씩씩 거리며 아저씨 옆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자 아저씨는 내 손을 잡지 않은 한 손으로 나에게 맞은 곳을 살살 문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며 누군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원아. 형 간다."
"강은이 일어나는 것 안보고 갈……. 강은이 깨면 연락 할게. 그쪽도 잘 가요. 그리고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그쪽 아니었으면 강은이 정말 큰일 날 뻔 했거든요."
아저씨와 함께 왔던 남자는 아저씨가 간다는 말에 벌써 가냐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나에게로 옮겨지더니, 그는 살짝 말을 멈추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내려는 듯 보였다. 난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아저씨도 짧게 인사를 하고는 내 손목을 잡았던 손을 살짝 놓았다.
난 '이때다'라는 생각으로 재빨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그는 내 생각을 읽고 있었는지, 내 손을 꼭 잡았다. 난 그런 그의 행동에 입술을 삐쭉 내밀은 체로 그의 뒤를 따라야만 했다. 그러자 조용했던 내 심장이 또 다시 이상한 리듬을 타며 뛰기 시작했다. 짜증나네. 이러면 안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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