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 “청년층 사상 세뇌, 정권 유지에 중요”
김정은, ‘육체노동 프로젝트로 충성심 표현하라’ 독려
김정은이 체제 유지에 큰 위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자국 청년들의 ‘사상적 이탈’을 막기 위해 수해 복구 등 육체적 노동을 강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 시간) ‘김정은은 북한 청년들을 통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는 제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WSJ은 국민들에게 ‘신’으로 여겨지며 북한 전역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고 있는 김정은이 자국 청년들의 ‘불충’(不忠)을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북한은 사회주의적 낙원’이라는 사상을 바탕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할리우드 영화나 K팝 앨범과 같은 외국 미디어가 북한으로 유입돼 내부 결속을 흔드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김정은은 북한 젊은 세대들의 ‘사상적 이탈’을 막기 위해 이런 반(反)체제 콘텐츠를 소지·배포하는 이들을 사형 등 극형에 처하고 있다.
또 미니스커트와 같은 한국 패션이나 ‘남친’(남자친구를 줄인 표현)과 같은 한국식 표현 사용을 금지했고, 국경에서는 발포 명령을 내렸고, 북한 주민들이 탈북하거나 외부 정보를 접하지 못하도록 차단벽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 10~20대 청년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라는 청년건설단체 겸 준군사조직을 만들어, 노동력을 강제 착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는 주요 건설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기 위해 일상 직장에서 끌려 나온 북한 주민들로 구성된 수십 개의 준군사 조직 중 하나다.
이 단체는 지난해 여름 홍수로 인해 초토화된 서부 국경 지역을 재건하는 데 투입됐는데, 약 4개월 동안 1만5000채의 주택과 학교, 병원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이 단체를 청년들의 ‘사상적 이탈’을 막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 김정은은 한 연설에서 이 단체 소속 청년들에게 육체노동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하라고 독려했다.
김정은은 해당 건설 작업이 “우리 청년들을 사회주의의 굳건한 수호자이자 믿음직한 건설자로 양성하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한국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연구원인 피터 워드는 “김정은은 젊은이들을 노동에 몰두하게 만들어 한국 TV를 시청하거나 국가에 대해 이단적 사상을 키우는 것을 막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단체에 모집된 이들 대부분이 강제 동원돼 가혹한 노동 환경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대한민국의 탈북자 인터뷰에 따르면, 청년돌격대원들 대다수는 강제로 모집되며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위험한 작업을 강요받고 있다.
실제로 약 2년 전, 북한 매체는 한 18세 소녀가 응급 수술 이후에도 거대 온실 건설 작업을 이어가다 사망한 사건을 “처녀 소녀 군인”이라며 영웅적으로 보도했다. 그는 김정은에게 “하루치 작업량을 채우지 못해 죄송하다”고 기록한 일기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탈북한 조충희(61)씨는 17세의 나이로 청년돌격대에 강제 동원됐던 경험을 회상하며 “건설 작업은 새벽부터 자정까지 이어졌고, 열흘 이상의 휴식은 꿈도 꿀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WSJ는 “김정은에게 북한의 가장 젊은 세대를 진정한 신봉자로 유지하는 것은 지금 해결해야 하는 장기적 과제”라며 “청년층을 사상적으로 세뇌시키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정권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반면 선전 전쟁에서 실패할 경우 국내 불안정성을 초래하거나 그의 결정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안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돌격대가 김정은 정권의 사상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은이 청년층을 체재의 충직한 지지자로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 단체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외부 사상의 침투를 막고 정권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수 북한연구소 소장은 “청년 돌격대의 목적은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체제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