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타리 안치고 비닐 안 씌우고 그대로 맨땅에 풀부터 맨다.
경운기로 물장치 안하고 물조리개로 너른밭의 고추를 즐겁게 심는다.
풀을 담아 기다리는 토끼도 갖다주고 오리도 풀을 참 좋아한다.
거름도 만들어 그대로 밭에 돌려 준다.
등겨를 뿌린다. 바보같이 깎아버린 쌀의 가장 좋은 영양소를 밭에 뿌려
일년 동안 작물을 키워줄 고마운 땅에게 보답한다. |
땅의 양식 퇴비이다. 산에서 얻어온 부엽토와 낙엽 더미 + 온갖 풀 썰은 것 + 농사 부산물 +
음식 찌꺼기 + 한약 찌꺼기 + 깻묵 + 등겨 + 왕겨 + 톱밥과 재를 가득 묻힌 똥 + 개똥 + 오줌 +
음식 썩은물 + 사료를 먹이지 않은 오리장 닭장에서 긁어 모은 양질의 거름 + 살아있는 밭흙을
골고루 섞어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1년이상 두세번 뒤집어 묵혀둔 최상의 퇴비이다.
내년에 쓸 퇴비더미도 보인다.
활발한 미생물의 작용으로 온갖 세균을 잡아먹고 지렁이의 먹이가 되어 부드럽게 땅을 살린다.
좋은 퇴비는 좋은 땅을 만들고 좋은 농사를 만든다.
기뻐하는 땅의 모습에 아내의 손길에 힘이 간다. 으랏차차차 ! ! !
|
큰애가 소가 되어 부드러운 땅을 손쟁기로 갈아 거름을 섞이게 한다.
갈때마다 돌이 나온다. 아무리 커도 힘들여 파내면 땅을 얻은 기분이 든다.
한번 더 왔다갔다 하며 높을 곳을 갈아주면 평탄작업이 된다.
비닐을 씌우지 않으니 참 편하다. 그대로 고추 심을 골을 탄다.
큰애와 5년을 씨름한 손쟁기이다. 날은 닳아 빠지고 떨어져 끝이 나가 있다.
바퀴는 덜렁덜렁 구부러져 있다. 아내는 새걸로 바꾸라고 성화다.
|
잘 자라준 건강한 고추모다. 모든 작물에 있어서 모종의 튼튼함은 실로 중요하다.
온갖 해충의 온상 상토흙 따위 필요없이 그대로 땅에 직파하여 건강하게 길렀다.
일차 하우스에 옮겨 심고 남은 고추모의 모습이다. 성장이 어리고 약한 고추모는 나물이 맛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쁜 고추모를 본밭에 부지런히 나른다.
고추심을 구멍을 뚫어준다.
간격도 알 수 있도록 서툰 솜씨로 낙엽송을 깎아 만들어 쓴다.
큰애가 뒤따라 오며 물을 충분히 줄 수 있도록 호미로 구멍을 넓힌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찍어본 풀천지 가족의 보기좋은 작업 모습이다.
작은애가 물조리개로 부지런히 물을 대면 심는 걸 좋아하는 아내가
아래 떡잎이 묻히지 않도록 얕게 살짝살짝 심어 나간다.
밭옆을 흐르는 풀천지 개울이다. 물이 좋기로 유명한 이곳이다.
고추가 본밭에 와 맑고 아름다운 물부터 먹는다.
즐거운 새참시간이다. 열심히 고추를 심느라 애를 쓴 아들들을 위하여 대구 매운탕에
바닷가에서 얻어온 모든회를 살짝 익혀 샤브샤브식으로 즐겼다.
애들은 달콤한 포도주 어른은 향긋한 오가피주.
기특한 작은애가 일 거들랴 사진찍으랴 심부름하랴 바쁜 와중에 딸기꽃도 찍어본다.
딸기꽃이 저리 예뻤었나?
씨를 받기 위해 남겨둔 열무꽃 하나 본밭으로 시집가는 고추모를 부러워한다.
풀천지 지킴이 삽살이 곰의 귀여운(?) 모습이다.
5년을 같이 살다보니 귀신이 다되어 수십가지 목소리로 우리가 어디에 있건 누가 왔는지 알려준다.
털갈이 하는 이쁜이의 의연한 모습이다.
밭 주변 산옆을 지키며 산짐승으로부터 밭을 보호한다. 어쩔 땐 밤새도록 짖기도 한다.
올해도 마늘이 잘 커주었다. 풀천지 마늘은 해마다 칭송이 자자하다. |
첫댓글 디카 위력이 대단합니다. 아님 재홍군의 사진 솜씨가 대단한 것인지. 참으로 마음에 감동을 주는 사진들입니다.
처음 디카를 받아보니 비싼값을 하려는지 안에 작은 컴퓨터가 하나 들어 있더군요. 며칠 재홍이가 작은 책 한권 분량의 설명서를 꼼꼼히 보고 특유의 순발력으로 찍기 시작하여 금방 재미를 붙이더니 지금은 곧잘 찍네요. 아빠는 슬슬 노인이 되어갑니다.
재홍이가 보내준 풀천지 가족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에 고맙습니다. 재현이 재홍이의 모습을 시시 때때로 이렇게 볼 수 있게 되어 그저 기쁠 뿐입니다. 디카로 재현이의 그림 솜씨도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조금 바쁜 일이 끝나면 스케치북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를 보내도록 하지요. 재현이, 재홍이 고맙네.
그림과 글로 보는 고추이야기를 읽으니 제가 옆에서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그림 하나하나에 가족들의 땀과 수고가 보이네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실감나네요. 많이 배웠습니다. 거름이 너무 좋아보이고요 소부쟁기가 쑥 들어가는 땅이 인상적이고 물도 정말 좋습니다. 풀이 너무 없네요? 풀천지 맞나?
고추모가 좋아 보입니다. 특히 잎이 넓고 큰데 비결이라도....? 고추모를 심는데 평이랑의 골부분에 바싹 붙여서 심으셨는데 수분을 최대한 섭취시키기 위한 고추에 대한 배려인가요? 저도 무비닐의 경우 수분문제가 가장 염려가 되었는데 그게 답인지....???그 방식으로 하면 가뭄시 수분부족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지요
조형의 늘 고마운 배려 덕분에 오늘의 풀천지가 가능했습니다. 고난한 마음의 짐을 훨훨 벗게 되시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두메살이 아우님 고추잎이 넓고 큰 이유는 종자 때문이기도 하고 직파를 하여 땅에 충분한 영양공급으로 맘껏 크기 시작하기 때문인가 하네. 하지만 모종은 작게 기르란 말이 있네. 그리해야 본밭에서 건강히 마음껏 잘 자라도록 말일세.
골부분에 바짝 붙여서 심어 놓으면 어린 모가 심한 바람에 한쪽을 의지하게 되고 나중 북돋아 주기 용이하도록 대체로 웬만한 작물들은 그렇게 심는 법인데 비닐이 나오면서 한가운데 심게 된 것 같네. 수분문제는 가뭄에 애가 타면서 같이 느껴보기로 하세.
저렇게 가족이 한 곳에 모여 땀 흘려 같이 일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 요즘 보기드문 행복이군요. 늘 들에서 김을 매고 일을 하시며 콧노래를 부르시던 엄마를 보고 자란탓에 농사일이 아닌데도 설겆이나 빨래 청소를 하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습관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