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과 자연, 자전거가 빚어내는 해맑은 조화 사람 피해 자연으로 빠져든 100리길 (2004년 4월호)
‘설악과 오대 사이’ 르포 >> 미천골
미천(米川)골은 오대산 북쪽에 이웃한 응복산(1360m) 북쪽에 길게 패인 계곡으로 선림원의 스님들이 쌀을 씻은 물이 계곡을 따라 흘렀다는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미천골을 되짚어 현북면 면옥치리로 넘어가는 길은 휴가철 외에는 통행이 거의 없고, 넓고 완만한 임도는 쉽게 오를 수 있다. 뾰족한 돌이 많은 구간이 있으므로 펑크 장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면옥치리를 지나 하조대까지 가면 계곡과 산, 바다를 모두 맛 볼 수 있다
한동옥 기자(yoman@bicyclelife.net) |
MTB를 즐기는 이유 중 하나는 자연을 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걷는 것만큼 자세히는 아니지만 차를 타고 다니면서 놓치기 쉬운 풍경을 볼 수 있고 걷는 것보다는 넓고 멀리 볼 수 있게 된다. 그런 면에서 MTB는 자연을 감상하는데 좋은 도구인 셈이다. 모든 도구는 제 용도가 있는 법. 평소 답답한 도시에서 매연과 자동차의 위협에 짜증났다면 MTB를 타거나 싣고 강원도로 떠나보자. 강원도의 비경, ‘설악과 오대 사이’에서도 미천골은 코스 상태와 풍경, 거리 등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백미다. 미천골이라는 이름은 804년 창건된 선림원이라는 사찰에서 유래되었다. 스님들이 쌀을 씻으면 쌀뜨물이 계곡을 따라 10리밖까지 이어졌다고 해서 미천(米川)골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러나 선림원은 10세기 전후에 대홍수와 산사태로 매몰되고 현재는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건물터가 남아 있을 뿐이다.
상쾌·장쾌한 계곡길만 10km 이상 코스의 출발점은 미천골자연휴양림 매표소부터다. 여기서 800m를 달리면 왼쪽으로 선림원 터(선림원지)가 나오는데 먼 거리를 달리기 전 이곳을 들러보는 것도 좋다. 모처럼 멀리 나와 코앞의 길만 보며 줄곧 페달만 밟고 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출발 직후 취재팀은 부릴 수 있는 여유를 다 부렸다. 계곡으로 내려가 물 구경도 했고 야영장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달릴 수 있는 넓은 비포장도로는 자동차로도 갈 수 있지만 취재팀이 찾았을 때는 작년 수해로 인한 피해복구 작업으로 통행이 불가능했다. 작고 가볍다는 것은 이럴 때 편리하다. 오프로드용 SUV도 못 지나는 길은 메거나 들고 지날 수 있으니 말이다. 도중에는 길가로 시원한 폭포가 몇 개나 떨어진다. 매표소에서 약 7km 들어가면 자동차는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다는 차단막이 나타나고 본격적인 임도 주행을 시작해야 한다. 4km 정도 오르면 불바라기 약수가 나온다. 임도에서 계곡으로 280m를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 설악산 오색약수나 아침가리골의 방동약수처럼 탄산과 철을 많이 함유하고 있지만 맛은 더 순한 편이다. 오색과 방동약수를 맛보지 못했다면 불바라기 약수는 절대 지나치지 말자. 이 약수로 밥을 지으면 푸른빛이 돈다. 미천골에서 하루 묵는다면 이 또한 꼭 해봐야 할 일.
약수를 맛보며 한숨 돌렸다면 다시 페달을 밟아 정상을 향해야 한다. 계곡의 물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이 고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경치를 구경하기도 하지만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땀에 젖은 얼굴에는 날벌레들이 웽웽 달라 든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도 하면서 오르내리다 보면 마침내 능선에 도착하고, 곧 첫 번째 삼거리를 만난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로 올라야 한다(왼쪽 길은 곧 끊어짐). 조금만 더 오르면 이번 코스에서 가장 높은 지점(1000m)이다. 매표소부터 이곳까지는 18km다.
끝없이 구비를 돌아가는 22km의 다운힐 이제부터는 한숨 돌려도 된다. 산은 오르면 내려가기 마련으로 앞으로 남은 길은 중간중간 조금씩 오르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내리막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촬영과 휴식을 겸해 3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그동안 만난 사람이라고는 나물 캐는 아주머니들과 반대쪽에서 들어온 자동차 2대가 전부였다. 이처럼 미천골은 여름 휴가철만 아니라면 무척이나 한적하다. 남은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18km를 올라 22km를 내려가니 남는 장사라고 할 것이다. 노면은 등산객의 발길로 잘 다져진 싱글트랙만큼은 아니지만 시속 30km 이상으로 계속 달릴 수 있을 정도다. 다만 길 오른편으로는 절벽이 계속되어 코너에서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브레이킹 하느라 손이 아플 정도로 다운힐을 하다보면 37km 지점에서 두 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길을 택해 2.5km를 다운힐하면 면옥치학생야영장이다. 여기까지 달린 거리는 39.5km. 미천골 임도코스가 끝나는 순간이다. 취재팀은 면옥치학생야영장에서 시작되는 418번 지방도를 15km 달려 하조대해수욕장에서 투어를 마쳤다. 418번 지방도를 달리다 보면 어성전 부근이 작년 수해로 완전히 파괴된 모습이 보인다. 미처 복구가 다 되지 않은 모습인데도 부근에는 새로 지은 집과 팬션이 즐비하다. 묘한 광경이다.
이 정도의 투어가 약하다고 생각하면 두 번째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다시 업힐이 나오고 세 번째 삼거리(오른쪽은 역시 면옥치리로 내려간다)를 거쳐 네 번째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미천골 자연휴양림 5km 남짓 떨어진 56번 국도변의 서림리로 내려갈 수 있다. 오른쪽길을 택하면 면옥치리를 거치지 않고 어성전으로 이어진다. 서림리로 방향을 잡으면 원점회귀가 가능하지만 20km의 임도 다운힐을 포함해 42km의 거리를 더 가야 하므로 체력과 시간, 장비가 충분해야 한다. 이 코스는 날카로운 돌이 많으므로 펑크에 특히 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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