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빅뱅의 순간에 생겨났던 전하들은 지금까지 오는 동안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 전화들은 은하를 여행하는 과저에서 없어졌다. 하지만 그 빈자리는 - 언제나 - 새롭게 탄생한 전하들이 채웠다. 예외는 없다. 우주에 존재하는 전하의 총량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아직 형태가 잡히지 않는 물컹물컹한 행성에 여명이 밝아왔다. 독창적인 방법으로 전기를 활용해 무장한 생명 분자들이 진화하고는 후손을 남겼다. 지각이 있는 신경세포들이 한데 뭉치더니 지성을 갖춘 뇌의 모양으로 발전했고, 전기력에 의해 움직이는 망막 세포들은 운동성을 확보한 생물들의 시야를 틔어주었다.
이 모든 삶 속에서, 이 모든 세월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오직 하나 있다. 그 모든 폭풍과 청산가리가 든 사과와 전보 문자들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전하 입자들의 움직임 덕분이라는 사실이다. 전하들은 때로 구리 전선 속을 흘러가기도 했다. 가끔은 사랑에 빠진 연인이나 학생들, 이성을 잃은 정치 지도자의 신경세포 속을 지나기도 했다. 그리고 아직 당도하지 않은 먼 미래에는, 우리의 태양이 붕괴하면서 그로부터 전기장과 자기장이 퍼져나와 무서운 속도로 전 은하에 뻗어나갈 것이다. 듣는 이 없는 외로운 메시지를 품고서, 끝도 없이 저 먼 곳의 별들까지 날아갈 것이다. 연약한 생명체인 우리 인간은 이 전하들이 때로 거칠게, 때로 규칙적으로, 때로 절도 있게 움직이며 구성하는 세계 속에 잠시 살고 있을 뿐이다.
우리 또한 전기가 다스리는 세상의 한 부분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