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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잡이-이청준
● 감상의 포인트
이청준의 다른 소설 <줄>과 같이 이 소설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옛 것을 지켜나가는 장인 정신을 다룬 작품이다. 시류에 물들지 않고 우직하다고 할 만큼 자기의 것을 지키려는 장인(匠人) 정신의 소유자인 매잡이 '곽돌'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진정한 가치를 알고 그것을 담아 보려는 '민태준'의 소설 쓰기를 통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참된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 줄거리
주인공인 나는 민태준 형의 자살에 접하여 당황한다. 결핵을 앓고 있던 형은 지난 해 봄 갑자기 단 한 가지 유물만 남기고 세상을 떴다. 아는 이는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별로 값지지도 않는 몇 권의 대학 노트로 되어 있는 비망록이었다. 형의 생전에 나는 형으로부터 여행 비망록의 한 부분을 본 바가 있었다. 그것은 전라북도 창원에 있는 어느 지방에 살고 있는 매잡이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나에게 돈과 취재 요령을 적은 메모지를 주며 그곳을 취재해 보라고 권하였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첫 번째 '매잡이'라는 소설을 쓰게 된다. 이 작품에는 이렇게 첫 번째 '매잡이'라는 소설을 쓰게 된 경위와 내용을 소개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두 번째 '매잡이'가 된다. (사실 이는 허구이며 작자-이청준-는 첫 번째 '매잡이'라는 소설도 쓰지 않았다. 이것은 작가의 작품 창작과정을 작품 속에 수용하는 모더니즘적 기법이다.)
나는 민태준이 준 소설의 소재가 적힌 메모지를 들고 민태준이 매잡이에 대하여 취재한 마을을 찾아 벙어리인 중식이라는 소년을 찾아간다. 중식은 쉰 살짜리 매잡이인 곽돌[郭石]과 같이 '번개쇠'라는 매로 꿩 사냥을 하는 소년이다. 나는 중식과 함께 매잡이를 나서지만 허탕치고 만다. 여기에 첫 번째 매잡이 소설에 대한 내부 이야기가 소개된다.
매잡이 곽 서방은 매잡이라는 옛 관습을 지키는 최후의 사람이다. 중식이가 한 사흘을 굶긴 매를 들고 산골짜기에 가면 곽 서방이 꿩을 몬다. 그러나 이제는 꿩도 없어 매잡이가 되지 않고, 하지도 않는다. 마지막 매잡이에서는 매는 꿩을 배불리 먹고 다른 데로 날아간다. 날아간 매는 시장에서 매값과 바꾸게 되어 있다. 겨우 서영감에게서 매값을 구한 곽돌은 매를 가지고 나온 친구에게 매값을 주었으나 받지 않고 가 버린다. 곽돌은 매값으로 술을 마시고 매를 가지고 와 중식이네 닭을 먹인 후 날려보낸다. 곽돌은 그 뒤에 밥 한 숟가락 입에 넣지 않고 죽는다.
한편 날아간 매는 다시 중식의 손에 돌아오고 나는 취재 여행에서 돌아온다. 얼마 지나 세 번째의 유언에 따라 봉투를 뜯어 본 나는 깜짝 놀란다. 그것은 완벽한 '매잡이' 소설이었다. 이렇게 해서 '매잡이'란 세 편의 소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의문의 소설가인 민형은 완벽한 '매잡이'소설을 작성해 놓았던 것이다. 이제사 나는 민형의 취재 노트에서 왜 석 장이 찢겨졌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번에 또 소설을 쓰게 된 나의 관심은 아무래도 민형과 그의 소설에 대한 쪽이며, 곽서방과 소년을 포함한 매잡이의 풍속 자체의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민형에게서처럼 나에게 절실한 나의 풍속이 될 수는 없었다. 나 자신이 이미 그렇게 될 수가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 핵심정리
▶갈래 : 중편소설, 액자 소설.
▶배경 : 전라도 어느 산골
▶시점 : 내부 이야기 -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
외부 이야기 - 1인칭 관찰자 및 주인공 시점.
▶주제 : 사라져 가는 옛것을 지키려는 장인 정신과 '글 쓴다는 것'의 어려움.
▶발표 : 신동아,1968
● 구성
▶발단 : 민태준의 죽음과 '매잡이' 소설 유고를 얻게 된 경위.
▶전개 : 매를 찾아 장터로 나선 곽돌.
▶위기 : 인간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곽돌.
▶절정 : 매잡이 곽돌의 죽음.
▶결말 : 민태준의 자살과 세 편의 '매잡이' 소설이 나오게 된 경위.
● 등장인물
▶나 : 서술자. 민태준과 곽돌의 삶과 죽음을 통하여 장인 정신을 알게 되는 소설가.
▶민태준 : '나'에게 매잡이에 대한 소재를 제공하고, 매잡이에 관련된 취재 노트를 남기고 죽은 사내.
▶곽돌(곽 서방) : 시류에 따르지 않고 옛것(매잡이 전통)을 지켜나가는 장인(匠人)
▶중식 : 곽돌을 도와 매잡이를 하는 버버리(벙어리) 소년.
■ 이해와 감상1
이 작품은 사라져 가는 전통을 고집하다가 죽어 가는 매잡이 곽돌의 기이한 삶을 그리고 있는데, 액자 소설의 구성 방식을 통해서 그것을 형상화하고 있다.
여기서 작가가 액자 양식을 택한 것은 밖의 민태준과 안의 매잡이의 삶이 유사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함이다. 서술자 '나'는 민형과 곽 서방의 삶을 하나의 끈으로 엮어진 유기적 관계로 본다. 민형이 소설을 쓴다고 하면서 한 편도 못 쓰는 것처럼, 곽 서방 또한 사냥을 하지 못하는 매잡이다. 그러나 그들은 시류를 따르는, 얄팍한 기술로 돈벌이에 집착하는 세속인이 아니라, 진정한 장인의 세계를 고집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이 추구하는 바를 실현시켜 주지 못하고 마침내 그들을 죽게 만든다. 그렇다면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을 소외시키고 끝내 죽게 만드는 이 사회는 무엇인가.?
민형이 남긴 소설 '매잡이'는 단지 재능의 부족으로 소설을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즉, 그로 하여금 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시대 상황을 암시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정신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현대 사회의 모습-그의 미발표 유고인 '매잡이'는 이를 결정적으로 암시해 준다.
따라서, 이 작품은 문학 행위와 관련 지어 볼 때 '글쓰기의 어려움'을 제기하고 있다. 소설을 쓰기 위해 숱한 자료를 수집해 놓고도 뜻대로 되지 않자 목숨을 끊는 민태준. 결핵을 조금 앓을 뿐 특별히 자살을 할 이유가 없는데도 그는 '나'에게 여러 권의 자료 노트만 남기고 죽음을 택한다. 소설 쓰기의 한 속성이 '타락한 세계에서 타락한 방법으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가 보기에 이 세계에는 진정한 가치의 가능성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치유 불가능할 정도로 현실이 타락했기 때문일까? 곽 서방이 숨을 거두기 전 '나'에게 말을 하다 중단했듯이, 이 의문점 자체가 이 소설의 주제인지도 모른다. - 김태형 외 <현대 소설의 이해와 감상> 중에서
■ 이해와 감상 2
세상은 쉬지 않고 변한다. 시류에 따라 변한다. 가장 소중했던 옛것은 버리고, 눈앞의 일에만 열중한다. 그러기에 옛것을 지키려는 노력은 비현실적인 꿈이 되고 만다. 이 작품은 매잡이 사냥을 하던 곽 서방이 시류(時流)에 영합하지 않고 그것을 그대로 지키려는 처절한 삶의 모습을 산골짜기를 배경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중 화자인 '나'가 친구 민태준의 수기를 서두에 내놓고 매잡이 곽 서방을 찾아가 그의 삶의 자세를 그려낸 1 인칭 시점의 액자 소설이다.
이 소설은 창작 과정을 소설로 수용하는 모더니즘적 기법을 쓰고 있다. 이것은 작자가 창작에 이끌려 가는 과정에 독자를 동반시킴으로써 독자의 공감의 폭을 넓히려는 것이다. 이런 소설 형태를 짜는 고도의 지적 조작은, 그의 특유한 문체의 불분명함과 함께, 진실한 인간의 삶을 억압하고 강제하는 형체 없는 사회적 폭력에 대항하는 일종의 암유이다.
■ 이해와 감상 3
[매잡이]는 1968년 7월 [신동아] 48호에 발표하여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수상한 중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독백 형식이 소설적 구성과 결합하여 내밀한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매사냥이 퇴색해 가는 산업 사회에서 매잡이 곽서방과 벙어리 중식에 연결된 짙은 소외 의식과 고독감이 작품 내면에 드리워져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매잡이 곽서방의 우정과 애정을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가 매사냥에 대한 자기반성과 생명에 대한 의식의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을 극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1960년대 말 전라도 어느 산골을 배경으로 하여 사라져 가는 옛것을 소중히 여기려는 장인(匠人) 정신과 그것을 통해서 현대인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액자 소설적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내부 서사 구조는 주인공 곽서방을 작가가 관찰하는 작가 관찰자 시점이며, 외부 액자는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은 자살한 민 형의 유품으로 남겨 놓은 유일한 소설, '매잡이'를 통해 주제 의식을 심화시켜 주고 있다. 이렇게 해서 '매잡이'라는 세 편의 소설이 나오게 된다. 하나는 민 형의 취재 노트와 나의 취재 여행을 바탕으로 해서 쓴 '매잡이' 사내의 이야기이며, 다른 하나는 민태준을 만나 '매잡이'를 답사하고 곽 서방의 죽음을 정확히 예견하는 내용으로 바로 이 작품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는 민태준이 남긴 세 번째 작품 '매잡이'이다. 민 형이 소설을 쓰지 못한 것은 재능 때문이 아닌 시대 상황에서 오는 불가능이다. 타락한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으려다 한 편의 글도 못쓰고 죽은 그는 장인 정신의 소유자이다.
이 작품의 특성은 먼저 제재 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문명 속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의 전통적인 것에 대한 애정어린 향수와 수호 의식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이청준은 [매잡이]의 '매를 부리는 사람', [과녁] '활쏘는 궁사', [줄]의 '줄타는 광대', [서편제]의 '판소리 속에 사는 유봉' 등에서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제재를 다루어 삶의 다양한 탐구로서 소설 세계를 풍부하게 해 준다. 또한 작가는 장인(匠人)들의 삶이 산업 사회의 문명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쇠퇴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다음으로, 주제 면에서 다의성(多義性)을 들 수 있다. 사건들을 단순하게 전달하거나 그 뜻을 일방적으로 해설하지 않고 문제점을 제시하여 독자들과 함께 하려는 자세이다. [매잡이]에서 중요시 다루는 민 형과 곽 서방의 죽음의 동기와 그 의미가 그렇다. 민 형은 왜 그렇게 많은 자료를 취재해 놓고 정작 작품에는 손대지 못했는가? 중식의 행방은 어디로 갔는가? 이런 점들이 작가 특유의 지적인 문체로 의문과 함께 숙제로 남겨두어 작품의 무게를 더해 주고 있다. 이 작품은 진실한 인간의 삶을 억압하는 형태 없는 폭력에 대한 은유적 제시를 통해서 예술적 차원의 효과를 확인한 셈이다.
■ 이 소설의 구성(액자소설)과 주제와의 관련성 : 이 소설은 곽돌과 민태준이라는 두 인물의 유사성을 강조하기 위해 액자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곽 서방이 매잡이 사냥을 고집하면서 죽어가는 장인 정신을 지닌 인물이듯이, 민 형도 타락한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진정한 가치를 찾으려다가 한편의 소설도 쓰지 못하고 죽어가는 또 다른 장인 의식의 소유자이다. 이 두 인물의 죽음은 타락한 세계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타성에 젖지 않고 살아가려는 의지의 극단적인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민태준의 삶과 곽돌의 삶이 모두 장인 정신을 추구하는 것이었음을 나타냄과 동시에 그러한 정신을 실현시킬 수 없는 현실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