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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톨로지
일단, 이 종교 적잖이 희한하다. 무슨 종교가 신이 없다.
신이 많거나 유일신, 아니면 토템, 샤먼도 아니고 아예 내세우는 신이 없다.
타이틀도 사이언스와 테크놀로지의 합성어틱한데 그 본질은 응용종교철학(Appliedreligious philosophy)이란다.
그 탄생과 성장과정을 볼 거 같으면,
1950년대, 미국에서 태어났는데,
당시 미국은 자본주의, 과학기술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기 시작했고, SF소설도 완전한 장르로서 완성된 시기. SF영화계의 수많은 고전이 이 때 탄생했으니,
<지구가 멈춘 날>, <우주전쟁> 같은 명작들이 제작된 시기다
(그러고 보면 리메이크된 우주전쟁에 톰 크루즈가 출연한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또, 로스웰사건과 함께 광학기술이 발달, 2차대전 때 진일보한 전파기술을 이용한 전파천문학을 바탕으로 냉전체제 속에서, 소련과 경쟁적으로 우주개발에 열을 올리던 시점이었다.
하여간 인간의 과학에 대한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고, 과학은 모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줄 인류의 축복으로 여기던 시절로, 이로 인해 본격적으로 무신론자들이 양산되었다.
바로 이 때, 1950년. SF소설가였던
"라파예트 로널드 허바드 (Lafayette Ronald Hubbard 1911~1986)"가 사이언톨로지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다이아네틱스 - 정신건강의 현대과학> 이라는 일종의 정신과학서적을 출간한다.
다분히 SF소설 같은 이 책은, 짧은 기간에 150만부가 팔리면서 베스트셀러가 된다(당시 그의 추종자들이 대량으로 구매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세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 차이점과 유사성을 인지하는 "분석심(analytical mind)"
- 물리적인 자극에 반응하는 "반응심(reactive mind)"
- 분석심과 반응심을 바탕으로 컨트롤되며, 실제적인 행동으로 드러나는
"생활심(somatic mind)"
으로 나뉜다.
또, 모든 심신성질환, 특히 정신질환의 원인은 부정적인 자극에 의해 생성되는 "엔그램(engram)"으로, 이 엔그램은 세포에 깊이 새겨지며 "반응심" 에서 찾을 수 있단다.
세포단위에 엔그램이 새겨진다는 증거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을 보면,
"우리는 세포가 현재로서는 설명불가능한 방법에 의해 분명히 지각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만약 정자와 난자가 수정할 때 인간의 영혼이 비집고 들어간다는 것을 사실로 가정하지 않는다면, 세포가 어떻게 지각능력을 갖는지 설명할 공준(公準, postulate)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라는데...
머, 한마디로 세포가 지각능력을 가지는 것은 분명한데, 그에 대한 증거는 없다, 허나 아무튼지간에 세포엔 지각이 있다는 말쌈..
어쨌거나 이런 논리로, "E-meter" 라는 기계와 "오디터" 라는 치료사를 통해, 엔그램을 없애서 사람을 Clear상태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치료를 이들은 "오디팅(Auditing)" 이라 한다.
문제는 치료비용이다. 8단계의 오디팅을 거치는 동안, 단계를 거듭할수록 더욱 많은 비용을 지불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1991년 기준으로 8단계를 모두 거쳐 Clear상태에 이르기까지 일인당 평균 30만달러의 비용이 지불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현재 159개 국에 8백만 명의 신도를 거느린 거대 종교집단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입원인 셈이다.
책 출간 이후, 허바드씨는 자신의 과학이론(?)이 1954년, 종교로 탄생하고 큰 세력을 형성하자 좀 더 드라마틱한 교리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1960년대부터 <외계영혼론> 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아까 말한 "지금까지 증명할 수 없었던 영혼" 에 대한 증명이 된다.
이 이론의 핵심은,
인간에게는 "테탄(Thetan)" -테란 아님- 이라는 외계영혼이 붙어 있는데, 이 영혼들은 7천5백만년전 "제두(Xedu)" 라는 우주독재자를 피해서 도망쳐 온 외계인들의 영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외계영혼들이 들어가 살던 육신이 죽으면, 다시금 새로운 태아에게 들어가 새로이 태어나서 삶을 거듭한단다. 일종의 "윤회론" 이다. 여러 직업을 두루 섭렵했던 허바드씨가 화물관리인으로 일할 적, 아시아를 항해한 경험 때문인지 불교의 윤회론을 벤치마킹한 듯 하다.
그런데 불교의 그것과 결정적 차이가 있으니. 현세에서의 덕행에 비례해 다음 생이 결정되어지는, 한마디로 스스로 환생할 대상을 결정할 수 없는 불교에 비해, 사이언톨로지는 자신의 육신이 죽었음을 깨달은 순간, 테탄이 곧바로 새로운 태아를 찾아 들어 간다는 것이다.
<엔그램>까지는 그래도 괜찮은데 <제두>는 삽질 아니냐 싶은데, 이 또한 의외로 잘 먹혀, 사이언톨로지가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신도 중엔 자기는 전생에 개였네, 다른 동물이었네 하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더라.
여기서 궁금한 것 하나.
고도의 지성을 지닌 테탄은 당근, 인간의 육체를 선호할 것이다(가끔 개나 돼지를 좋아하는 독특한 취향도 있겠지만). 그래서 인간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까지는 알겠는데, 수백만 년이 지나서야 갑자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왜일까?
새로 도망온 테탄들이 있었을까? 왠지 영화 <하이랜더> 같은 걸. 하긴,
"자연에서 미물로 사는데 만족하던 테탄들이 산업화로 자연이 빠르게 파괴되자, 대거 인간의 육체로 흘러 들어왔다. 걔들 중 일부가 환경운동가들이다."
라는 정도로 설명할 수 있으려나. 여기까지 스토리를 정리하자면,
1.자본주의를 바탕으로, 과학의 유토피아가 인류미래에 펼쳐질 것만 같은 이 시기에, SF소설가에 의해 탄생된 사이언톨로지는 과학을 종교로 만들어버렸다.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다.
2.그리고 다시, 종교로서의 가오다시를 잡기 위해, 과학에 영혼과 윤회를 믹스하며 외계생명체를 끌어들였다. 혹시, 라엘리안이 있었지 않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사이언톨로지의 시작은 1954년으로 라엘리안의 1973년보다 20년 정도 빠르다.
어쨌거나 사이언톨로지에서는 세포단위에 새겨진 기억이든, 외계인의 영혼이든 모든 것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이렇듯 다분히 서구사회, 특히 미국(사이언톨로지 센터는 플로리다 클리어워터市에 있음)스러운 종교이고,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잘 안 먹히는 것 같다.
성공비결
원래 종교라는 것은 마음이 약해졌을 때 더욱 의지하게 된다. 톰 쿠르즈 역시 자신의 난독증 때문에 사이언톨로지를 찾게 되었다는 분석이 있다.
존 트라볼타도 젊은 시절, 엄청난 성공 뒤 긴긴 슬럼프에 힘들어 했다.
보통, 신흥 종교의 경우, 대놓고 상처입은 사람을 유혹하는, 효과적인 교리를 준비한다. 정통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Brand power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인데, 정통 종교에 비해 교리를 자유롭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이언톨로지에는 신이 없다, 과학이론만이 존재한다. 자연히 이 이론의 창시자가 신이 되는 시스템이다. 기가 막힌 고효율시스템이다.
사실, 가상의 신제품 神을 만들고 자신이 기껏해야 대리인 노릇을 하면서 자신도 믿고 가상의 신도 믿게 만드는 시스템은 그 과정이 얼마나 팍팍한가?
또한 기존 종교의 신을 사칭하여 내가 현세에 재림한 예수다, 부처다 하는 것은 짝퉁의심 받기 딱 좋다. 게다가 본인이 죽고 나면 세를 유지할 수 없고 모든 일에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하기 때문에 포교에 어려움이 많다.
반면 사이언톨로지는 "오디터" 만 임명하면 된다.
사이언톨로지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개발한 만큼, 수익사업에서도 뛰어난 수완을 발휘한다. 더구나 종교단체라서 세금감면 같은 혜택도 받는다. 이런 변칙적 운영 때문에 끊임없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거의 불법단체취급을 받는데, 그 배경은 이러하다.
베를린장벽 붕괴후 사이언톨로지는 통일된 독일에서 예의 그 사업수완을 발휘하여 20여 개의 기업을 설립한 후, 부동산 투자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직 자본주의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리버리한 구 동독인 세입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요구를 하여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 때, 독일상공인연합이 발표하기를,
"사이언톨로지 교단은 마피아와 같은 전투적 기업조직으로 되어 있으며, 이윤의 18%를 상납할 뿐 아니라, 배당액을 채우기 위해서 사기도 서슴지 않는다." 고 맹비난했다.
독일은 헬무트 콜 총리가 소속된 CDU(독일기독교민주동맹)를 중심으로 한 연립여당이 장기집권 할 만큼 기독교적 색채가 진한 국가다. 해서 비난에 약간의 오버가 있었을 수 있다. 게다가 이 미국 종교단체가 자기나라에서 책도 팔고 교리교육, 오디팅 따위를 해서 한 해에만 9천만 달러의 돈을 벌어 갔으니, 상공인들로서는 매우 배가 아팠을 것이다.
결국, 1997년 독일의 헌법보호기구가 1년간의 조사 끝에, '사이언톨로지가 독일의 민주주의와 경제구조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결론 내린다. 그 후 98년에는 바바리아 주정부가 사이언톨로지 신도들의 공무원 자격을 박탈하기도 했다.
급기야는 "윈도우2000" 의 독일시판을 불허하기에 이르렀다. 공식적인 이유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서" 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윈도우2000 개발에 참여한 "이그젝티브 소프트웨어" 사가 사이언톨로지 계열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일련의 사건들이 흥미로운 것은, 우리에게는 아직 어떤 실감도 없는 이 종교의 "비즈니스" 가 독일씩이나 되는 나라에서, 다른 것도 아닌 "윈도우" 프로그램을 사용 못하게 할만큼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그들의 경제활동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외에, 사이언톨로지의 성공요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타마케팅" 인데, 헐리우드 톱스타들의 다르면서도 같고자 하는 욕망을 교묘하게 파고 들었다.
"자신은 일반인과 다르다는 스타들의 우월감, 그로 인한 고독감."
많은 헐리우드 스타들이 약물이나 알콜중독 문제를 일으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물질적 풍요에 비해 고독하고, 정신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무분별한 사치나 지나친 까다로움으로 연결되고, 이로 인해 다시금 더욱 고립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마디로 자신은 우월하고 특별한 존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립되는 게 싫은 모순. 거기다 자신은 물질의 가치를 초월한 존재라는 역설적 과시 혹은 집착. 이런 스타들의 딜레마에 딱 부합하는 종교, 바로 사이언톨로지 아닌가?
"마음을 치유하고 심신을 기대고 싶지만 평범한 신은 싫다."
이 점은 요즘 헐리우드에 불고 있는 신앙의 "신비주의 트랜드"를 보더라도 확인 되는 사실이다.
일단 사이언롤로지는 "사이언톨리우드"라는 농담이 나돌 정도로 연예계에서 세를 확장하였고, 마돈나와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은 "카발라(유대교신비주의)"에 빠져 있다. 또, 리처드기어, 브래드 피트는 서구 사회에서 불교가 생소할 때부터 신자였으며, 한 때 헐리우드에 불어닥친 명상과 "젠(zen)" 열풍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사이언톨로지는 종교의 시작부터 주목적이 심리치료였으니, 정신과 상담이 필요했던 스타들에게는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사이언톨로지는 '약물중독재활프로그램'을 중요한 특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남과 다르고자 하는 욕구를 이용해 스타들의 심리를 파고 들면, 그 후의 포교는 다시 끼리끼리만 어울리고 사교하려는 욕구를 자극한다. 까다로운 그들에게도, 자기들끼리의 인간관계는 필요한 법. 이럴 때 같은 종교만큼 좋은 것은 없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마돈나가 포교한 것으로 최근, 산후우울증을 극복하는데 카발라가 많은 도움이 됐다며 브리트니가 마돈나에게 무지 고마워 했다 한다.
한편, 신인들은 톱스타와 쉽게 어울리기 위해서 포섭될 것이고, 톱스타들은 포교를 위해 신인들에게 친절할 것이고..
또한, 사이언톨로지는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우랄에서는 "미그29기"에 장착하는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만드는 공장 건물 하나를 임대하여 국가기업에 침투한 바 있다. 그리고 일설에 의하면 전 러시아 연방총리인 "세르게이 키리옌코"도 사이언톨로지 신도라고 한다.
꼬리말
예로부터 과학과 종교는 서구 사회를 구성하는 두 개의 핵심 원소였다. 물과 기름처럼 도저히 어울리기 힘들 것 같은, 이 두 개의 엘리멘트는 그러나 섞이지 않음으로써 서구사회라는 거대 입자를 지탱해 왔다.
다시 말해, 과학이 지나친 비윤리로 가는 것을 종교가 경계하였고 종교가 지나친 비이성으로 가는 것을 과학이 경계함으로써 구조를 더욱 튼튼히 한 것이다. 사이언톨로지는 이 두 원소를 과감히 섞어 버려, 현재 굉장한 성공을 이루었다.
허바드가 유명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 와의 내기에 졌기 때문에 만들어진 종교라는 설이 있을 만큼이나, 사이언톨로지는 황당스럽다.
이 종교가 서구 사회에 그렇게까지 파고드는 것을 보며,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이해는 서구 사회, 특히 미국사회를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무속신앙을 알아야 한국인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ps.1 사이언톨로지 창시자 허바드씨의 SF소설 대표작으로는
<Fear>, <Final blackout>, <Battle field>, <Mission earth>, <An alien affair> 등이 있는데 매우 뛰어난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인기작가였다고 전해진다. 이 중 <Battle field>는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사이언톨로지 신도인 존 트라볼타가 출연한, 대략, 최악의 SF영화였다.
ps.2 윤회론은 원래의 석가모니 사상은 아니고 후세의 추종자들이 귀족사회와 신분제도를 보호하기 위해 카테고리가 다른 사상에서 슬쩍 들여와 붙였다는 설이 있다. 그 주장에 따르면,
석가모니의 사상은 만민은 평등하며 그 안에서 진리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으로, 석가모니 자신도 왕자의 신분을 배설물처럼 여기고 버렸다. 그런데 후세에 그의 추종자라는 사람들이 차별의 제도를 가드해 주기 위해 교묘하게 본질을 바꾸었으니--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지금의 귀족들은 전생에 덕행을 쌓아 현세에 저런 복을 누리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너희역시 착취와 차별로 힘이 들더라도 덕을 쌓아 다음 생에 복받은 삶을 살아라. 그리고 귀족중에 꼬운 놈이 있다면 그 놈은 어차피 다음 생에 돼지같은 걸로 태어날 것이니 너무 열받을 필요없다."
가난과 착취에 한맺힌 민중의 반란을 원천봉쇄하는 편리한 지배논리이다.게다가 민중들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더욱 착하게 살려고 노력할 테니, 고통받는 민중이 분노할 자유마저 박탈당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