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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미래] 초고층 도전…150층 700m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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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뭐예요?" 서울 여의도에서 63빌딩을 쳐다보던 한 아이가 묻는다.
평소 신문을 열심히 보던 부모라면 "응,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에 있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란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높이 4백52m에 88층으로 1998년에 완공됐지.
쌍둥이 빌딩인데 한 쪽을 우리나라 회사가 지었단다.
얼마 전 숀 코너리가 주연한 영화 엔트랩먼트의 배경이 됐지"라고 답할 정도라면 무척 박식한 부모일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관심을 갖지 않으면 매년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무엇으로 바뀌었는지 정답을 맞추기 힘들어질 것 같다.
우리나라를 비롯, 상하이.홍콩.도쿄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최고층 건물을 지으려는 경쟁이 불을 뿜고 있기 때문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초고층 건물 신축 열기가 다소 수그러든 데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경제가 활기를 띠면서 초고층 설계 등 전문인력도 동아시아로 몰려들고 있다.
대만의 타이페이에 5백2m(1백1층), 서울 상암동에 1백30층(5백30m) 빌딩건설이 계획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높이를 비밀에 부친 채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 건설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힘으로 올릴 수 있는 빌딩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
한양대 신성우(건축공학부)교수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 늘씬한 빌딩 형태의 건물을 지을 때 인간이 올라설 수 있는 높이는 1백50층에 7백m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용 중인 재료보다 강도가 세고 가벼운 재료가 나와야 1천m 이상의 초고층 빌딩 건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건축현장에서 사용되는 재료의 경우 콘크리트는 1㎠에 2백70㎏의 하중을 견딜 수 있고 철근은 4천㎏ 정도다.
캐나다의 국가 컨소시엄 가운데 하나인 콘크리트 네트워크에서 최근 1㎠에 8천㎏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재료 개발에 바짝 다가섰다는 보고가 있어, 이같은 재료가 건설 현장에 퍼진다면 최고층 경쟁이 한층 가속될 것으로 신교수는 전망했다.
빌딩 구조설계에서 국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센구조연구소 이창남 대표는 "평면의 크기에 대한 높이의 비율이 1대7을 넘어서게 되면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 장치를 설계해야 하는 등 많은 손이 간다"며 "결국 높은 빌딩의 건설은 기술 수준을 넘어서 경제적인 문제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최고층 경쟁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은 바람과 지진으로부터의 안전 보장이다.
지어 올리려는 빌딩과 주변의 지형에 대한 모형을 만들어 모의실험실에서 풍동실험을 거치며 가장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내년 완공하는 타이페이101의 경우 좌우로 흔들리는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 88~92층에 8백t 규모의 커다란 볼을 매달아 좌우로 흔들리려는 경향을 최소화했다.
기름탱크에 대형 콘크리트를 띄워 건물이 한쪽으로 휘는 것을 최대한 막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건물의 밑바닥에 수백개의 롤러를 달아 땅은 흔들려도 건물은 흔들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을 뿐 아니라 위.아래로 흔들리는 지진에 대비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강력한 스프링을 설치하기도 한다.
빌딩이 아무리 높아도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면 쓸모가 없어지는 법.
결국 엘리베이터의 혁신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는 일본 요코하마의 랜드마크 타워에 설치돼 있다.
1분에 7백m를 움직이며 운행시 귀가 느끼는 압력을 최소화하는 최첨단 기술이 도입됐다.
최근에는 미쓰비시에서 1분에 1㎞를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개발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빌딩의 높이가 올라갈수록 사람들의 동선이 커지므로 로프형 엘리베이터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수평이동도 가능한 자기부상 엘리베이터가 곧 출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높이 경쟁= 20일 현재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가장 높은 빌딩이지만 당장 내년 1월이면 1위 자리를 대만의 빌딩에 넘겨주게 된다.
수도 타이페이에 들어서는 5백2m.1백1층 규모의 타이페이101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타이페이101도 3년 천하에 그칠 듯싶다.
2007년 홍콩에 1백8층짜리 유니온 스퀘어가 들어설 예정이고, 중국 상하이 월드파이낸셜센터 또한 높이를 비밀에 부친채 세계 최고를 향해 공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고층 경쟁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부산에 2005년 완공을 목표로 1백7층.4백65m의 제2롯데월드가 공사 중이며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지역에 1백30층.5백30m의 밀레니엄 타워가 계획 중이다.
롯데는 지난해 서울 잠실에 1백12층.5백55m의 초고층 건축물 설계안을 발표했지만 인근 성남비행장의 비행고도를 문제삼는 공군 측과 마찰을 빚어 공사시행 여부가 미정이다.
이밖에 일본도 도쿄만에서 2㎞ 떨어진 해상에 8백40m 높이의 밀레니엄 타워 건설을 예정하고 있으며 2050년께 70만 인구가 들어갈 수 있는 8백층.4천m의 초대형 건축물을 짓는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