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2012) 초파일 천진스님 이야기입니다.>
천진스님
나하고 동무삼기로 한 천진스님이 날 알아보고 해맑게 웃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은 전보다 나아 보이는데.. 혈색은 여전히 백짓장입니다. 목소리에 힘이 덜해진 것도 같고.. 초파일 인지라 힘에 부치는 "사천보살 산청보살 서울보살 마산보살 대구보살 부산보살 진주보살"을 말해야 하고, "부처님 감사합니다. 보살님 감사합니다"고 계속해서... 그래도 애기웃음은 여전합니다.
청용사 동네 절간입니다. 들판 한가운데 자리잡은... 정확히 말해 우리집과 6km거리의 산청군 단성면 저호리가 호적인 그냥 절간입니다.
일주문도 없고, 밖에서 보기에는 그냥 기와로 지은 주택처럼 보입니다. 무슨 거창하게 대한불교 조계종, 태고종 이런 간판도 없습니다. 중요치 않은 일을 궂이 할 필요는 없지요. 그저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와서 부처님께 무릎 꿇고 앉아 자기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는 그런 절입니다. 그러면서 다시 일어나 자기 있는 곳으로 묵묵히 돌아가는 그런 절입니다.
천진스님 얼굴 한번 보고 스님 건강 걱정해주고, 기도해주며 그에게서 나오는 순진무구를 가져가는 참 행복한 절이지요. 더 이상 그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福이 필요합니까? 그러면 내가 福을 지으면 되지요.. 편액이 밖으로 걸려있지 아니하고 안쪽으로 걸려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유가 있을테지...
초파일이라 절 경내에는 붉은 등이 줄을 섰다. 나도 등을 단다. 내 동무 천진도 묵고 살아야지... 약도 사 묵고... 전에 하고 달리 시주를 하고, 보시를 하시는 보살님들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저기 정자는 내동무 천진의 놀이터인데.. 오늘은 밥무보살님들이... 여긴 마당 가운데 큰 놀이터. 여기도 보살님들이 밥 먹는다. 밥퍼보살과 밥무보살이 다를바 없다.
울 식구가 모두 초파일에 이 절에 가는 이유는 전에 얘기했듯이 밥무로 간다. 부처님밥이 이리도 좋아서야.. 애초 부처님은 탁발한 발우공양 성긴 음식을 드셨는데... 허기사 부처님께서 "오늘 만큼은 만사람들을 더 잘멕이라"고 일렀을테니. 나는 밥이 탐이 나서 이 곳 청용사에 온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2009년부터 4년째이다. 1식 14찬이면?? 거기다가 떡하고 과일 커피까지 더하면 무려 20여가지이니... 묵도리인 나에게는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었으니~~~
위 아래가 나의 올해 부처님 밥상이다. 식반 공간이 작아 여러가지가 겹쳤다. 내년에는 최소 10찬을 담게 식반을 바꿔야 되겠다..ㅋㅋ
95년도부터 초파일이면 실상사 법요식에 참석했었다. 도법스님 수경스님 뵈러 가던 절이기에... 내 마음자리를 매어 둔 절이기에... 10여년 넘게 초파일 법요식은 온 가족이 멀리 실상사 법요식에 참석한 것이다. 그러던 중 너무 멀기도 하고... 불심도 작아졌는지??... 가까운 절을 찾기 시작한게 바로 청용사이다. 밥을 젤 맛나게 해주는 절을 골랐다고나 할까! 그래서 초파일이면 동네 절, 마음자리가 참 편해지는 여기로 오는 것이다. 실상사에는 다른 날 가고... 밥푸는 보살님들의 표정이 엄숙하다.. 미역튀각도 보이고.. 오이냉국도 있네.. 밥무보살님들은 열씨미 지몫을 챙긴다. 줄도 늘어지고.. 여기도 밥무보살님들..
설거지보살님들.. 成佛하이소!!! 수박보살님.. 成佛하이소!!!
나무관세음보살마하살
사실 나는 부처님을 알고 난 이후에도 절에 열심히 다닌 편은 아니었다. 산에 가다보니 절이 있고, 먹을 물이 있기에 들려 법당 밖에서 불상 한번 둘러보는게 전부였다. 절을 하며 경배를 드리는 일도 지극정성은 아니다. 나를 낮춤(下心)의 절과, 108배 1000배를 하는 이유도 절머무름(템플스테이)과정에서 착한 아이가 되고, 운동을 겸한다고 보면 적당할 듯... 그러다가 아버지가 가시고 나서 아버지가 보고싶고, 자책하는 괴론 마음을 달래려고 혼자서 절공부를 하기에 이르른다. 입문부터 경전에 이르기까지.. 물론 그 이후로도 절에 가는 회수는 이전이나 똑 같다. 절에 자주 가야할 별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매이면 구속이요, 속박이기에...
사실 오늘 절에 오기 전 집에서 무션 마눌에게 두들겨 맞았습니다. 내가 참 좋아하는 빠-알간 티와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끌고 나오다가... 나는 '된다'쿠고, 마눌은 '안된다'쿠고... 그래서 흠씬 맞고.. 딸내미와 어머니가 마눌 편을 드는 바람에 긴바지와 다른 티와 신발까지... 나는 좋은데 와 안된다 쿠지요???
여기부처나 저기부처나 앉은부처나 선부처나...................... 법당에서 밥도 못 묵고 힘겨이 행사주관하는 천진.. 천진을 만나면서 자주 가는 편이다. 물이 시원해서 물 뜨러 가기도 하지만... 천진을 잠시 만나 같이 놀다보면 내가 더 편해지기에. 천진은 내가 졸라 동무삼기로 했다. 세수나이로 38살 아기와 57살 할배가 동무하기로.. 앞으로는 더 자주 청용사로 동무 찾아 갈 것이다. 천진이가 건강을 찾게 해 달라고 부처님께 기도도 하고~~~
내 동무 천진이 나왔다. 폴딱폴딱 뛰며...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바나나를 가슴에 한아름 안고.. 여기저기 나눠주기 바쁘다. 아이들이 1번, 2번은 여자다. 남자인 나는 안 준다. 지 동무인데...
이 자-알 생긴 가사장삼이 내 동무 '천진'입니다.
여기가 어디게요? 산청 백곡에 있는 청용사에 가 보면 압니다. (가기가 힘이 들면 사진클릭=큰사진보기 하면 앱니다.)
부처님 생일날은 온 사부대중이 즐거워야 되지요. 저번처럼 '돼지봉알송'은 없더라도... 천진의 표정에서 보는 천진불이... 해맑은 아이처럼 즐거워야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온 누리에 내리겠지요.
그래. 因緣이지요...
2012/05/28 참 좋은 부처님 오신날 청용사에서 천진과 ....
|
첫댓글 빠~알간 티와 반바지, 그리고 슬리퍼..
어디 동해안으로 바캉스가나?
당근, 안 되지..
맞아도 싸다. 싸..!! ..ㅉㅉ
'天眞스님'..
몽이의 동무..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데..
나는 세수나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