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 국회에서 민생법안들이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가 국민적 관심사인데 그 중에는 동물보호법 개정안도 있다.
1999년 동물보호법 개정을 약속했던 정부가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여 지난 4일 국회에 상정하였고, 심재철, 이계경, 주성영, 이영호, 이명규 의원 등 여러 국회의원들도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였고, 향후 추가 상정도 예상되어 동물보호법안의 풍년을 보여준다.
정부와 국회의 이런 많은 법안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살펴보면, 동물보호법이 갖추어야 할 형식과 내용이 없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세간의 “바다이야기”에 이어 또 하나의 정책적 오류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법안으로는 IT산업의 발전 등 세계10위내의 경제대국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동물학대국,” “실험동물의 천국”의 지위를 개선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정부가 마련한 동물보호법은 그 법이 갖추어야 할 형식과 내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첫째로 동물보호법에 걸맞게 최소한도의 동물복지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없다. 이를테면, 동물의 인도적 도살에 대해서 종래의 선언적 내용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실질적인 내용들은 정당한 이유도 없이 기피되어 있다.
또 실험동물 등에서도 잔인한 동물학대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도의 기본적인 내용들이 선언적으로만 포함되어 있는 것이 그러하다. 외국에서는 금지되고 있는 유기동물이나 맹도견등을 손쉽게 실험동물로 쓰더라도 이를 금지하는 법률이 없다.
그동안 민원사항이 되어온 유기동물 보호소나 반려동물등록제와 관련한 복지의 문제나 피학대동물을 상습적인 동물학대자로부터 일시적으로 격리시킬 수 있는 것과 같은 문제가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고, 단지 등록하고, 관리하거나 이른바 개똥녀 사건을 막는 데 초점을 두었다.
한편 외국의 경우, 종래의 학대방지와 최소한도의 복지보장을 넘어서 동물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실질적으로 존중하는 복지의 개념으로 한 차원 높은 동물의 복지가 보장되고 있다. 북구의 경우, 인공수정에 의한 번식도 금지되고 있는 것이 그러하다.
이런 발전된 개념은 아니더라도, 근대사회가 가진 “인도적인 원칙”만은 분명히 확보하는 동물보호법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개념이 없이 학대의 유형만 한두 가지 열거하는 것으로써 동물보호법의 내용을 채웠다.
근대과학은 최소한도 척추동물은 고통을 느낀다고 확증하고, 따라서 각국의 동물보호법의 대상을 척추동물로 규정하고 있는데, 한국은 행정편의적으로 “농림부장관이 정하는 동물”로 정하고 있다.
둘째로 동물학대나 동물복지에 대한 최소한도의 조건이 미비할 뿐 아니라, 투명성과 공정성이 부족하고 시민사회의 참여가 배제된 관료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민주사회, 참여정부의 성격에 맞지 않다.
동물윤리위원회는 황우석 사건으로 인해 기관윤리위원회(IRB)의 투명성이 쟁점이 되었는데, 이번 법에서 동물윤리위원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소홀하게 다루어져서 앞으로 제2의 황우석 사건을 빚어낼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을 보여주고 있다.
동물보호와 이용에 관해서 정책이 필요하고 이런 정책을 위해서는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책적인 기구가 필요한데 이런 내용이 배제되어 있어서 향후로도 동물과 관련한 문제들은 관료 그것도 한 사람의 사무관에 의해서 좌우될 것이다.
동물보호소의 운영이라든지 여러 가지 제도가 민주 시민사회답게 시민의 참여와 감시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도 매우 소홀하다.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방지하고, 인도주의적인 원칙을 벗어난 동물의 이용을 규제하는 내용이 부족하고, 제도의 민주성,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어서 동물에 관한 한 아직까지도 근대적인 사회윤리를 보장할 수 있는 그런 법과 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로 인해서 앞으로도 소위 선진사회의 눈으로 “야만적인” 성격의 동물학대가 일어나더라도 제도적인 미비로 인해서 막을 수 없게 된다.
동물보호법개정안의 이런 기본적인 개념과 원칙의 부재로 인해서 싱가포르나 대만법보다도 못하고, 글로벌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먼 것은 물론 근대국가가 가지는 개념과 사회윤리가 실종된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고기 식용이 국제적인 논쟁이 되고 있지만, 개고기 식용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일반 동물에 대한 사회윤리와 법제도도 선진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그런데 이런 미비한 정부안을 여당도 아닌 야당의원인 이계경 의원이 정부안과 글자 한자 틀리지 않는 법안을 제출하였는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야당의원인 만큼, 정부법안의 문제점을 교정하는 법안을 제시해줄 수는 없었는가?
심재철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은 동물보호법의 긴급한 여러 현안은 하나도 다루지 않고, 동물화장업, 장묘업, 납골업만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상정하였을까?
특히 정부안에 포함된 동물화장업, 장묘업이 법제처에서 보류된 후에 때맞추어 이것이 의원입법으로 추진되나?
또 외국의 어느 나라도 동물화장업, 장묘업을 동물보호법에서 다루지 않고, 환경부가 공해를 문제 삼는 데 대책없이 이런 법안을 낼 수가 있는지? 화장업이나 장묘업이나, 납골업을 위한 정부의 산업지원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기 전에 산 동물에 대한 복지라도 먼저 보장해주고 난 다음에 동물보호법에 포함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또 일본이나 미국 대만 등은 어떤 환경적, 법률적 체제하에 장묘업을 발전시키는지 최소한도의 조사라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사실 동물장묘업은 원래 농림부가 추진하던 안이었고, 법제처에서 제동이 걸리자, 심재철의원안에 기대를 걸거나 아니면, 반려동물관리법안등을 통해서 동물장묘업의 육성을 위한 입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림부는 구제역이나 조류독감발생시 대책없이 수백만 ,마리를 생매장하면서, 그리고 최근에 입법예고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에서 인도적인 살처분의 방식을 규정함이 없이 향후로도 함부로 살처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일부 동물에 대해서 매장이나 납골당을 추진한다면 이는 앞뒤 순서가 틀렸다.
가축을 산채로 묻고, 함부로 도살하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데 일부 동물귀족을 위한 동물납골당이 무슨 소용인가?
또 이영호의원 등은 동물복지를 위한 기금이 아니라, 동물을 애물단지정도로만 생각하면서 동물사육에 대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있다.
반려동물소유주에게 부담금을 부과하기 전에 이 땅에 있는 동물들의 학대방지와 복지를 위해서 국회가 최소한도 무슨 일을 해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반려동물의 환경오염에 대한 부담금이 아니라, 동물복지를 위한 기금마련과 사회적 지원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떻게 정부도, 국회도 그동안 만연한 동물학대를 막고 적절한 동물복지를 보장해 주는 법은 내놓지 않는 것인가?
지난해에는 머리에 대못이 박힌 고양이가 발견된 대못고양이 사건 때문에 시민들이 수서경찰서에 수없는 민원을 넣었고, 인터넷에서는 동물보호법을 강화해 달라는 서명이 며칠 사이에 일만 명이 넘어서 농림부와 청와대에 제출되었는데 이런 민원들은 다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올해도 SBS 세븐데이즈, MBC 2580등에서 인천 장수동의 동물아우슈비츠가 연일 보도되면서 제대로 된 동물호보법개정에 대한 시민의 요구를 보도하였는데 이런 민의는 다 어디로 갔는가?
길거리 서명 등을 통해서 수천 장의 엽서가 해당부서에 전달되었는데 이런 민의는 다 어디에 갔는가? 노대통령이 시인했던 “바다이야기”에서 보는 것과 같은 정책적 오류가 동물보호법의 진행과정에는 전혀 없는가?
금정원, 박창길. (생명체학대방지포럼)
참고: 정기국회에 상정된 각종 동물보호법 2006년 9월 14일 현재.
① 이명규의원등 16인. 동물보호법중 일부 개정법률안 2005. 10.21상정. 의안번호L 3017 ② 주성영의원등 20인 맹견관리법안. 2006년 1월 16일. 의안번호. 3782 ③ 이성권의원등 10인. 맹견의 사육관리 및 수입제한 등에 관한 법률. 2006년 4월 12일. 의안번호. 4238 ④ 이계경의원등 12인. 동물보호법중 일부 개정법률안. 2006년 4월 7일. 의안번호 4210 ⑤ 이영호의원등 17인. 동물보호법중 일부 개정법률안. 2006년 4월 12일. 의안번호 4245 ⑥ 심재철의원등 13인. 동물호보헙중 일부 개정법률안. 2006년 8월 17일. 의안번호 4721 ⑦ 정부안. 동물보호법중 일부 개정법률안. 2006년. 2006년 9월 8일. 의안번호 4837 ⑧ 장향숙의원등 17인. 실험동물관리에 관한 법안. 2005년 5월 16일. 의안번호 1814
참고자료: ①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동물보호법개정안에 대하여”, 녹색평론 2006년 1,2월호. pp.80-90 ② “동물윤리와 한국의 동물보호법개정,” 환경철학회, 환경철학,제4집, 2005년. pp 29-72. ③ 생명체학대방지포럼외. 실험동물보호법 제정을 위한 보고서. 2005년 8월.
④ 다음은 Wu Hung씨(대만의 동물보호법의 기틀을 마련하고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동물보호법전문가)의 의견임.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은 Wu Hung씨에게 대만의 동물화장이 동물보호법과 조그마한 연관이라도 있는지 문의하였다. 씨는 죽은 사체에 대해서 배려를 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나 취약한 아시아의 동물보호법에 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하였다. 또 비슷한 회신을 ALIVE(일본의 유수동물보호단체)로부터도 받았다.
Dear Sirs:
From management point of view : As long as the animal is dead, there is no welfare concern need to be addressed. Therefore, the business, industry or practices which related to animal cremation, cemetery, and charnel house has nothing to do with animal protection law. They are under control of business management only.
From the animal ethic(animal right) point of view: even the animal is dead, handling or processing of the body still worth our while to concern, same as that for human body. However, I doubt that any law can go thus far now, considering that welfare of live animals remains very vulnerable, in Asia.
Best regards Wu Hung
⑤ 사회단체의 동물보호법에 대한 성명서, 청원서. 1. 전국환경활동가 워크샵 참가 활동가 성명서. 이기순(환경정의시민연대)외 57인. 2005년 10월 8일
4. 국제동물호보호단체의 동물보호법 개정요구집회. 미국(IDA) 및 대만(EAST) 동물보호단체의 항의집회. 2006년 5월 3일. 오마이뉴스등 보도.
5. 1999년이래, 동물사랑실천협회, 동물보호연합, 동물학대방지연합, 동물자유연대 등 기타 동물단체들의 지속적인 시위와 성명서.
⑥ 동물학대 및 동물보호법에 대한 최근 언론의 프로그램 1. 2006년 3월 24일. SBS 생방송 세븐데이즈, “인천 장수동 개지옥사건 그후, 아직 사건을 끝나지 않았다.” 2. 2006년 3월 12일. MBC 시사매거진 2580 인천장수동의 개농장의 동물학대현실 3. 2006년 2월 28일. 한겨레21특집. “하얀 쥐의 비명: 동물실험, 300만 학살의 현장”, 페이지 34-49 4. 2006년 3월 15일. KBS 1TV. “충격보고 모피동물의 죽음” 환경스페셜 25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