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의 관문에 자리잡은 논산.
군사적인 기능을 하는 곳으로 유명세를 탄 곳이지만,
논산은 예로부터 넓은 논산평야의 각종 곡식과 청과물, 강경의 수산물이 모여드는 집산지였다.
호남권에서 서울로 올라가려면 반드시 논산을 거쳐야 했기에,
수많은 유동인구로 한 시도 조용할 날이 없던 고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강경의 기능이 쇠퇴하고 논산평야의 농업도 예전만큼 영향력을 끼치진 못한다.
오히려 대규모의 군사시설이 위치한 군사도시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논산시내, 논산터미널에선 적어도 그런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방문했던 시기가 입대날과 맞물리지 않아서 그랬던 것일수도 있겠지만,
내가 봤던 논산시내는 그저 다른 도시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도시의 모습이었다.
논산시외터미널도 마찬가지로, 여타 도시의 시외버스터미널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아니, 오히려 주변이 어느 정도 정비되었기 때문에 더욱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인다.
규모면에서는 공주에 밀릴지 몰라도 훨씬 안정적으로 영업이 되고 있고,
유흥업소로 판을 치는 여타 터미널과 달리 제대로 된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논산시외버스터미널과 논산고속버스터미널은 논산오거리를 축으로 정확히 대비되는 위치에 있다.
고속터미널이 도로 서북방(강경방면)의 철길변에 있다면,
시외터미널은 도로 남동방(연산방면)의 철길 반대편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시외터미널로는 강경행 시내버스가 들어가지 않고,
고속터미널로는 연산행 시내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꽤 재밌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논산시외버스터미널은 간이정류장을 연상케 하는 고속터미널과는 달리 무척 크고 넓다.
비록 사진에조차 한 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한 공주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되지만,
논산 또한 대로변에 자리잡은 무척 큰 규모의 터미널이다.
터미널 앞의 큰 도로는 수없이 지나다니는 차량들로 정신없는 모습이다.
시외터미널 앞의 인도가 무척 깔끔하여 마치 공원의 길을 연상시킬 정도다.
조금은 독특한 형식의 보도블록에 길도 꽤나 넓어 걸어다니는 느낌이 꽤 좋다.
터미널 주변 지역이 상권이 무척 발달해있어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상당한데,
그 중에서도 터미널 주변은 젊은 층이 유독 많이 지나다닌다.
시외터미널 건물은 뒤죽박죽 간판들로 정신없이 너질러져 있다.
건물은 큼직하지만 정작 터미널로 들어가는 입구는 무척 좁고 협소하여,
이 건물이 터미널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터미널에 대한 안내보다는 상업시설 유치에 정신을 쏟는 세태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최근에 지은 터미널뿐 아니라 90년대 무렵에 건축된 터미널에서도 그런 폐해가 속속 나타나는데,
천안, 아산, 공주, 논산, 예산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이전되었지만
상업시설로 인한 폐해는 유독 논산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다.
'대합실 입구'가 붙여진 문을 지난다고 바로 터미널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좁은 복도를 따라 조금 들어가야 하는데, 약간의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저 앞의 계단만 내려가면 터미널 구실을 하는 공간이 나타난다.
내부는 꽤 넓직하고 깔끔하지만 조명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다소 어둡기도 하다.
천정 또한 굉장히 낮아 실제 넓이보다 비좁게 느껴지기도 한다.
상업시설에 치중한 나머지 터미널 공간을 미처 꾸며놓지 못한 것 같다.
외관은 그렇게까지 오래되어 보이진 않지만,
내부로 들어오면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서 속속들이 느껴진다.
칠이 다 벗겨진 봉, 작고 조밀하게 이어진 창틀...
위의 세련된 간판들로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했으나 오래된 듯한 묘한 느낌은 전혀 지워지지 않는다.
강경, 은진, 연무, 노성만 기본요금에 해당되고, 연산과 상월은 구간요금을 받는다.
고속도로망이 훤칠하게 뚫려있음에도 국도를 경유하는 노선이 많아 대체적으로 요금은 비싼 편이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노선 중에서도 지나치게 비싼 경우도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
역시나 서울(11,000원)-성남(12,300원)의 관계처럼 상대적으로 가까운데도 더 비싼 요금이 나오는 경우도 몇몇 있다.
논산시외버스터미널의 운행시각표는 매표소에 걸려있는 것이 아니라,
매표소 오른편 구석에 조그맣게 전시되어 있다.
나름대로 간단명료하게 보이려고 표를 만들어 놓았지만,
그 것 때문에 오히려 더욱 알아보기 힘겨운 면도 있다.
논산 역시도 같은 호남선권에선 철도가 우세한 편이다.
전주행의 경우는 연무, 여산, 금마, 삼례를 경유하는 완행버스가 전부로 직행조차 운행되지 않고 있고,
더욱이 하루 9회의 들쑥날쑥한 배차간격으로 이용하기도 불편하다.
논산이 전주와 거의 맞닿아있어 교류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인데,
버스가 강세인 지역으로의 연계마저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면 확실히 철도가 우위라는 점을 보여준다.
논산이 실질적으로 소속되는 생활권인 대전의 경우,
철도보다는 버스 수요가 압도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종착지가 동대전과 서대전으로 각각 나뉘고 중간 경유지도 연무와 연산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단순히 논산-대전간 유동수요 뿐만 아니라 구간 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고양, 안양, 청주, 천안, 성남 등 북으로 빠지는 노선 대부분이 공주를 경유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거리임에도 천안, 조치원, 청주 등의 요금이 상당한 편이다.
논산도 공주와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수도권과 일부 충청권 연결노선을 제외하면 연계망이 무척 열약하다.
게다가 충남의 남쪽 끝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충남 서부권과의 연계도 부여, 서천을 제외하면 전무하다.
어찌 보면 오히려 공주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호남권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상 전주, 군산과 연결되는 버스 편이 있기는 하지만,
그나마도 하루 10회 미만으로 굉장히 열약하게 연계된다.
호남과의 교류가 적어서 연결망이 적다기 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는데,
광주와의 연결노선조차 없는 걸로 봐서는 토종업체의 텃세가 있기도 하고,
논산-강경-함열-익산 노선의 폐선으로 보아서는 철도의 영향으로 인한 수요 문제도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호남권 뿐만 아니라 영남권쪽에서도 이어져,
지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호남권과는 달리 영남으로 뻗는 연결노선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논산에서 광주, 인천으로 가려면 철도 이용을,
논산에서 부산, 대구로 가려면 대전에서 버스 환승을 하여야만 한다.
논산오거리에 입지한 최강의 위치적 강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등 주요 지역 연결노선조차 없는 부족한 인프라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
생각하면 할수록 공주와 비슷한 입장인 것 같다.
최강의 입지, 부족한 인프라, 특정 지역만의 교통망 의존.
이웃한 공주와 논산이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이다.
논산터미널에서 가기 편한 곳은 대전, 공주, 부여뿐이라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같은 충남권과의 연계도 특정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바로 남쪽에 철썩같이 붙어있는 호남권과 그리 멀지도 않은 충북권과의 연계도 매우 열약하다.
영남권으로 뚫려있는 노선은 아무것도 없으며, 심지어 인천과 수원으로 가는 노선조차도 없다.
모든 것을 갖춘 남부러울게 없는 곳이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연계망은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첫댓글 예전에 광주-서대전 직행 노선이 있었다고 합니다. 논산을 경유했지요. 옆 동네인 부여는 부여발 공주경유로 인천, 수원행 노선이 존재하는 반면 논산은 열차가 있어서 그런지 수도권 노선도 잘 안 뚫리더군요. 최근에 KD에서 개통한 안양, 고양이 전부고 서울, 성남, 원주는 차령 넘기 전까지는 중간정류장 정차하는 직행입니다. 논산에 노선이 없는 건 토종회사의 방해보다는 수요가 없다고 정답일 듯 하군요.
글에서는 단순히 '철도의 영향'이라고만 표기를 했었습니다만은, '철도의 영향'에는 수요가 없다라는 의미도 함축하였습니다. 사실 수요가 적은 이유도 크게 작용하였겠지만, 단순히 수요 측면에서만 살펴보기엔 인천, 부산, 수원과 같은 노선조차 한 편도 없다는 면에선 의문점을 갖게 합니다.
충남지역이 대전을 제외하면 경부선 쪽으로 버스 수요가 없습니다. 천안-경주.포항/마산-창원도 최근에 생겼죠. 마산-창원은 장사가 잘 된다고 하는데 경주-포항은 그럭저럭이라고 들었구요. 충남회사들이 남부지방 노선 개설에 소극적인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철도의 틈새 수요를 노릴만큼 충분한 수요가 안 나오는 영향이 훨씬 크더라구요.
따져보면 충남권과 영남권의 교류가 많지 않은 이유도 있군요. 대전, 천안이야 워낙 철도가 잘 발달해 있으니 버스쪽에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부족하고, 나머지 지역은 배후인구가 상당히 저조하니...
수원이나 부산은 버스 개통해도 수요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논산-수원직통이면 몰라도 국도경유는 운임, 시간 모두 철도에 밀릴 것 같습니다. 부산은 수요자체가 없다고 봐야되구요. 안양이나 고양처럼 공주경유 인천행 버스가 생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명색이 시(市) 터미널인데 터미널 주차장이 썰렁한게 이상했습니다. 강경까지 가서 그런지 종점차량이 몇대 없는듯 싶었습니다.
물론 중간 경유차량이 더 많긴 하지만 종점차량도 상당한 편입니다.
논산에서 서대전방면 차량이 가장 횟수가 많긴한데 서대전발 차량이 논산종착이 아닌 최소한 부여이상 운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논산터미널에 박차된 차량이 적어 보이죠. 공주나 동대전 방면에 비해 서대전(부여)행 차량이 압도적으로 운행횟수가 많습니다.
논산에서 전주를 가려면 차라리 기차를 타는게 낫겠어요... 경유지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래서요...ㅜㅜ
제가 한때 그렇게 다녔죠. 논산에서 전주가는 버스가 워낙 일찍 끊기다 보니.
그리고 논산에서 충남 서해안권(태/서/당)으로 가려면 동대전이나 천안으로 가야겟어요....
공주로 가야하나 차가 드물게 다니니 기다리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동대전이 젤 빠르겠네요...
올해 1월 큰아들 입대시 논산에서 1박하면서 둘러본 기억이 있읍니다.
논산,,, 입영할때 '거쳐가는' 도시로만 여겨졌지 논산 자체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은 처음인것 같습니다. 좋은 여행기 잘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