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가슴을 저며 오는 꽃이 있다. 그 꽃은 억새꽃이다. 경기 서울에서 억새꽃을 으악새라 부른다. 학명은 억새꽃이지만 옛부터 경기일원에서는 으악새라 불렀다. 가을바람이 소슬하게 불면 억새풀잎이 부딪기며 내는 소리를 으악 으악으로 듣은 것이다. 가을 바람이 불고 달빛이 고운날 억새밭에 나가 조용히 귀를 호론 나발통처럼 열어 놓고 듣고 있으면 억새잎 비비는 소리가 으악으악하고 들린다. 고요하면 고요할 수록 바람이 부는대로 추임새를 맞추며 다정하게 들린다. 내가 거주하는 곳에서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강을 끼고 있는 개활지을 찾아갈 수 있다. 10월 초순부터 중순까지 여러번 찾는데 특히 보름달이 휘엉청 하는 날 찾으면 달빛과 어울려 흔들리는 으악새 꽃이 멋지다. 그러나 정작 멋지게 보려면 강뚝에 올라 서서 보는 것이 더 좋다. 봉평에 살던 효석은 메밀꽃 필 무렵에서 이런 표현을 쓴 적이있다. 나귀를 몰고 대하 장으로 가기위하여 자신의 아들인 동이와 메밀밭 근처를 걸어가면서 달빛이 떨어진 메밀꽃 모습을 소금을 뿌려 놓은 것 같다. 하였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참으로 토속적인 효석다운 표현이라 하였다. 으악새꽃 역시 달빛 아래에서 보는 정경이 소금 뿌려 놓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나는 다른 표현을 마음 안에서 사용하곤 한다. 으악새 밭에 함박눈이 내린 겨울밤 달빛 정경이 곱다라는 표현이다. 단풍과 더불어 으악새 꽃에는 일관되게 가을이 강렬하게 걸려 있어 그 모습을 보면서 가을의 즐거움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결이 곱고 낮에는 은빛 머리를 채질하며 바람의 친구가 되는 멋진 으악새 꽃이지만 달빛이 고요하게 퍼지는 가을밤 모습은 소금을 뿌리거나 함박눈이 내린 모습으로 변하는 멋진 꽃이다. 나는 이 곳을 찾는 방법은 걸어서 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간다. 가을에는 강물도 거의 유속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강심으로 숨는다.잔잔한 호수로 변한 강물을 보면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버드나무 발목에 자전거를 묶은 후 걸어 으악새 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으며 으악새 소리를 듣다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
그리고 잠시 걷던 길을 멈추고 짝사랑이라는 노랫말을 외우고 천천히 불러 본다. 어머니가 부르신 것처럼......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 출렁 목이 맵니다
아아 뜸북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잊어진 그 사랑이 나를 울립니다
그 당시 어머니가 사셨던 시기에 가사노동은 극심하게 열악하였다. 한옥이란 가옥 구조와 식생활, 의복, 침구 등등과 관려된 가사노동의 질은 지금과 비교하면 너무 형편없었다. 모든 것을 어머니의 체력만으로 해결하셔야만 하셨다. 새벽 일찍 일어나셔서 가족들을 위하여 아침밥을 짓고 상을 차려 들게 한 후 설겆이를 마치시면 집안 대청소와 빨래 등등을 하신 후 저녁준비를..... 손이 마르실 겨룰이 없으셨다. 열 한명의 대가족 살림을 참 씩씩하게 해나가셨다. 대청마루를 딱으시다. 힘이 드시면 혼자 부르시던 노래가 바로 짝 사랑과 목포의 눈물이셨다. 구성지게 부르시던 노래는 바로 어머니 그 자체셨다. 지금도 그 목소리가 쟁쟁하다. 그리고 그립다. 뵙고 싶다. 사진이라도 찍어 드리려 하면 아들아! 찍지 마라 여자가 얼굴을 막 드러내면 안된다 하시며 물리치셨던 어머니 참 아들에게 위대하신 분이셨다. 아니 모든 어머님들은 위대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그렇다. 어머니는 위대하시다.
당신의 피와 살을 나눠 자식들에게 나눠 생명을 주시고 그 생명이 사멸되지 않도록 온갖 정성을 다해 젖은 자리 미른자리를 구별해 가시며 조심 조심 키워 주신다. 무엇하나 자식에게 해가 되는 일은 전혀 하지 않으시며 온전한 사랑만 주시는 분이 바로 어머님이시다. 누가 나를 이토록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어머님의 은혜는 끝 없이 되돌려 드려야 하는데, 현실은 너무 어머님을 홀대 한다.
그러나 위대한 어머님도 자식에게 단 한가지 잘못하시는 일이 있다. 그것은 이 험한 세상(어머님의 기준으로 보셨을 때)에 자식을 혼자 놔두고 이 세상을 떠나시는 일 이다. 이것은 바로 자연의 순리지만 어머님 입장에서는 자식들에게 큰 죄를 짓는다 생각하시며 생을 마감하신단다.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 출렁 목이 맵니다
아아 뜸북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잊어진 그 사랑이 나를 울립니다
나는 다시 으악새 숲에서 이 노래를 마음로 부르며 위대하신 어머님을 사무치게 그리워 하고 서 있었다. 송추 근처에 있는 아버님과 함께 계신 곳에 성묘를 다녀와야 겠다하며 으악새 숲을 걸어 나왔다. 어머님의 은빛 머리카락이 바람결에 흔들리시는 모습같아 으악새꽃을 클로즙업하여 찍어 보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어머니 뵙고 싶군요 자식들 일에는 거침 없으셨던 어머니가 참 그립습니다. 당신께서는 저에게 정말 위대하셨습니다. 일관 찾아 뵙겠습니다. 제가 어머님을 사랑한다는 사실 잊지 않으셨지요. 지금도 어머님으로부터 삶의 용기와 경우를 배우고 있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디에 계시던 어머니를 향한 사랑은 변함 없습니다. 사랑합니다.
.....
발 등에 물이 떨어졌다. 그리움의 눈물방울이 떨어진 것이다. 요즈음은 왜 눈가를 글썽이면 눈이 아린지 모르겠다. 잘 쓰지 않던 손수건을 뒤 주머니에서 꺼내 딱았다. 보고픔은 끝내 눈물로 변하나 보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눈물겹다. 미리 미리 많이 챙길 것을.... 참 나는 어리석다. 슬프고 눈물겹도록....
첫댓글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저의 친정 엄마가 더욱 보고싶은 하루가 될것 같네요
가을이면 정말 바람결에 살랑이는 억새의 멋진풍광을 보여주기도하죠 억새가 많이 피어있는 명성산을 가고싶어요
명성산 산정호수까지 가지 않으셔도 편하게 걸으며 넓은 코스모스밭과 광활한 억새밭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몇년전 그 길을 걸었더니 다들 좋아 하셨습니다. 벙개 계획이 있습니다. 어머님에 대한 회상 공감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아주 근사한 평화의 날로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왜 저를 울리시나요?? 왜 그때는 몰랐던가요.....떠나신 뒤에 그리움이 이토록 사무칠줄을....
마니 우셨어요. 누구나 어머님에게 자유롭지 못하죠. 어머님의 위대함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10월 억새밭을 걷고 온 후 그 밭에서 듣던 바람소리가 가시지 않아 불현듯 어머니 생각이 눈물짓게 하였습니다. 지금도, 아직까지도 흑흑흑~~ 평화를 빕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1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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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어머님 생각에 멍 하니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보고싶고 그립고 인자하신 모습이,
눈에 발혀.,,,,,속으로 외쳐봅니다,,,엄마 사랑해요,,고마워요 ..
훌쩍 훌쩍 간신히 진정시켜 놓은 슬픔, 또 슬픈 회상의 늪으로 이끄셨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어머니 사랑해요라는 말을 한번 더 할 기회가 생겼으니..... 엉엉엉 엄마야 보고 싶다. 평화를 빕니다.
저는 우악새 노래를 즐겨 부르시던 아버지와 어머님 생각이 한꺼번에~~~
뵐 수 없기에 가까이 할 수 없기에 더 더욱 그리움이 사무치나봅니다.
부모님 세대에 명곡이었던 이 노래는 부모님들의 여가용 노래셨습니다. 고복수, 황금심 선생의 노래는 부모님의 입을 통하여 듣게된 자식들, 그 자식들은 그 노래를 통하여 그리움을 얻습니다. 잠시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회상의 늪을 건너 보겠습니다.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