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베끼기 설교 - 목사만의 책임인가 -
서울 내수동교회의 박희천 원로목사는 “그림책의 호랑이의 모습을 전달하는 게 표절 설교라면 직접 산에서 맞딱뜨린 호랑이의 모습을 설명하는 게 창작설교”라고 말했다.
'건강교회운동'이라는 기관에서 지난 해 363명의 목사와 신학생들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설교를 어느 정도 참고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거의 참고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22%인데 반해,
`참고한다'는 응답자는 72%나 됐고, `자주 참고한다'는 응답자도 18%로 나타났다.
이들 설교자 가운데 가장 많이 참고하는 인물로는 △곽선희(28명) △옥한흠(25명) △이동원(23명) 김동호(23명) △박영선(13명)
△김서택(9명) △이재철(8명) △김진홍(8명) 목사 순이고 또 참고하는 외국 목사로는 △로이드 존스(45명) △존 스토트(22명) △칼벵(12명) △스펄젼(12명) △칼벵(6명) 순으로 나타났다.
얼마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논문표절이 학계 전반적인 전염병으로 번지고 있다는 데 적잖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진정한 학문이 있는가 하는 의문을 들게했던 당시 사건으로 우리나라 대학교의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남의 지식을 훔치는 행위에대해 그 동안 너무도 무감각해져 있던 지식층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했고, 그런 사람들에게 학생들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 우리들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일주일에 십 여 편 설교 준비 하기 귀찮아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하나, "기도하고 올라가면 성령이 알려준다? " 둘, "남의 설교도 내가하면 내 설교"
교인들은 목사들이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때로는 성경사전을 참고하고, 주석이나 원문성경 등을 뒤지며, 예화사전에서 얘깃거리들을 찾는다.
그러나 일주일에 십 여차례의 설교를 일일이 준비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난의 길이다.
이러다보니 새벽예배에는 간단한 성경공부자료를 활용해 교인들과 하루하루를 보내고, 수요예배와 금요기도회는 부목사나 전도사에게 맡기기도 한다.
부목사와 전도사가 없는 적은 규모의 교회 목사는 혼자서 주일낮, 오후, 아동부, 학생부, 청년부, 새벽기도, 수요일, 금요일, 기관장, 구역장모임, 심방 등 '수퍼맨'이 따로 없다.
일부 목사들은 "기도하면 다 알려준다" 며 아무 원고도 없이 강단에 올라가서 속된말로 "꼴리는대로" 지껄이다가 내려온다.
이런 부류의 목사들은 도무지 성경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알지도 못할 뿐더러, 꿩잡는게 매 라는 식으로 마음대로 해석하기 일쑤다.
아무런 내용도 없고, 성경의 핵심도 모르고, 같은 본문으로 할 때마다 설교가 달라진다.
이들은 이런 현상을 "성령의 인도하심" 이라고 한다.
그러나 성령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인도하는지 본인 스스로 되짚어 봐야 할 일이다.
다음으로는 목사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 "남의 설교" 를 도용하는 것.
이미 정평이 나있는 국내 유명 설교자들의 설교를 자기가 준비한 것 처럼 하는 경우다.
과거 남포교회 박영선 목사는 자신의 수요일 설교를 시리즈로 강해하면서 자신의 설교는 로이드존스 목사의 설교집에서 발췌하여 반복하는 것이라며 고백한 일이 있었다. 그 자신또한 강해설교로 제법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이런 고백을 하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어차피 같은 성경을 가지고 해석한 내용이라면 자신의 해석보다 훨씬 알찬 내용의 다른 사람의 설교를 재생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는 판단에서 였다.
이같이 목사가 스스로 "이 설교는 과거 어느목사님이 했던 것으로, 이 본문에는 이보다 더 좋은 해석이 없다고 판단해서 하게 된 것입니다" 라며 고백한 이후에 설교를 한다면 더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오늘날의 교인들은 왠만한 목사들의 설교는 방송으로, 인터넷으로, 책으로 다 보고있다.
목사는 슈퍼맨이 아니다, 목사에게 '공부' 할 시간을 주라.
목사들이 남의 설교를 베낄 수 밖에 없는 책임은 교회에도 있다. 교인들은 목사에게 지나친 행정, 프로그램, 아이디어, 심방, 계획표, 설교, 기도회, 병문안, 각종모임 등을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목사가 설교를 알차게 준비하고, 사전이나 성경을 깊이있게 준비하도록 요구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교회는 행정과 설교를 구분해서 요구해야 한다. 목사에게 양질의 설교를 바란다면 행정은 장로나 교인들 스스로가 책임져야 하고,
행정의 달인을 원한다면 양질의 설교를 기대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목사들 스스로도 자신이 수퍼맨이 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교회 목사 중에 유독 '일 중독증 환자' 가 많다는 의료학계의 조사결과가 있었다. 교인들에게 인정을 받고 존경을 받으려다보니 자신의 능력 이상의 업적을 남기려는 유혹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