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견디는 게 삶이라면…조금 늦더라도 기다리겠다"
"내 안에 쌓인 것들을 털어내기 위해 무조건 썼던 때가 있었어요. 시를 쓰면 절대고독에 빠지게 되지만, 아이들 눈높이로 가서 동시를 쓰다보면 스스로 밝아지는 게 느껴졌죠. 아이들의 까만 눈망울을 보며 저도 함께 큰 것 같아요."
동시집 「햇덩이 달덩이 빵 한덩이」로 전북아동문학회가 선정하는 '제24회 전북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아동문학가 박예분씨(44·전주시 인후동). 지난 30일 전주 호남성에서 열린 시상식은 "참고 견디는 게 삶이라면 조금 늦더라도 기다리겠다"는 박씨의 수상소감으로 숙연해졌다.
"IMF때 의류업을 하던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사모님'이 '아줌마'가 돼버렸죠. 남편은 서울에 있고 아이 셋을 혼자 키우며 내가 밥벌이를 해야할 상황에 처했어요. 애경사가 있어도 정말 차비가 없어서 못가봤는데…. 오해도 많이 받았지요."
남편에게 힘내라는 편지를 쓰고 싶어 나간 '편지쓰기 대회'를 계기로 그는 문학을 시작했다. 2000년 무렵에는 바깥 출입도 하지 않고 습작기를 보냈다. 그의 형편을 잘 알던 한 동화작가는 "백날 써봐야 돈이 되지 않는 수필 보다는 동시를 써보라"고 권유했다. 박씨는 2003년 「아동문예」 문학상을 수상하고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전북아동문학회'에서는 2003년 부터 활동해 왔다. 많은 사람들에게 밥을 얻어먹었고 또 위로를 받았다. "거기에 대한 보답을 하지 못해 늘 마음의 빚이었다"는 박씨. 그는 "사람 도리도 제대로 못하고 살았다"며 "앞으로 갚으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꽃술 '예'에 가루 '분', '예분'이란 이름을 세상에 정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꽃가루'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2007년부터 전북일보 여성객원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죽었다 생각하고 살았던 시절을 이겨내고 전주에 '박예분'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임실 출생으로 현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논술교실을 열고 있는 박씨는 한국문화예술인협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