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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계 12월 모임-
후기 갈무리: 우경숙http://phillia0424.blog.me/80148903828
때: 2011.12.23. 금. 늦은 3시~9시
곳: 서울영문초 4-1교실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오신 분들: 모두 모아 열여덟분, 김슬옹 교수님, 연미, 용진, 다운-제천 간디학교, 미순, 영철, 택주, 기숙,
(금영, 성욱, 박유빈-초6, 박순빈-초4), (조선, 방소정-중2, 방세혁-초6),(경숙, 손슬기-초6), 김지호-초6,
함께 읽는 책: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 김슬옹, 아이세움
택주- 훈민정음, 대한민국 르네상스 원점
금영- 내가 처음 글자를 읽을 수 있었을 때
성욱- 창작자 세종의 치열한 고민으로부터 배우다
유빈- 자연을 본따 만든 글자, 훈민정음
순빈-한자로는 꼬꼬댁을 표현하지 못한다 http://phillia0424.blog.me/80148908871
1부: 쪽글 나누기(경숙, 순빈, 유빈, 성욱, 금영, 피터, 택주)
2부: 김슬옹 교수님 강의
3부: 늦은 저녁식사. 그리고 남은 이야기 나누기
먼저 온 사람들
오늘 오후 1시, 갓 방학식을 맞은 학교는 오후가 되어도 부산스럽다. 모임 시작은 3시이지만 이미 어제 방학을 맞은 슬기와 지호는 두 시간 일찍 왔다. 둘이서 나란히 앉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세종- 문종실록>과 <실록 밖으로 나온 세종의 비밀일기>를 펼쳐 읽고 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는 바로 어제, 훈민정음을 반포하는 순간 세종의 결연한 얼굴을 우리에게 남기고 맺었다. 이정명 소설에서는 무휼의 최후가 비장하고 여운이 남았다. 그런데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는 잇단 주요 등장인물의 최후 릴레이로 조금은 지리한 감을 준다. 하지만 석규 세종이 연기한 이도는 기존의 <대왕 세종>에서 전형적인 인물상을 뛰어넘어 창조자로서 고뇌하는 인간미를 전해준다.
모두 열 여덟
귤, 떡, 커피, 핫초코, 메밀 과자 등 간단한 간식을 준비했다. 케냐 커피를 내리니 유난히 쌉쌀하다. 자리 배치를 만들다보니 ㅁ자 모양이 되었다. 부랴부랴 내 쪽글 마무리 하랴, 전화 받으랴 정신이 없다. 다른 쌤들이 마련해온 쪽글을 슬기와 지호편에 교무실로 가서 복사해오라고 했다. 멀리 울산에서 와준 연미쌤, 제천에서 출발해서 온 다운 학생, 양평에서 출발해온 금영님과 조선님 가족 등 모여주셨다. 남녀노소가 모인 자리, 익숙한 분도 있지만 처음 뵙는 분도 있다. 둘러 앉아 서로의 말에 귀기울여 배워보려한다. 모두 열여덟 명에 연령층도 지역도 다양하다. 다행히 오늘 사회는 피터샘이 맡아주셨다.
김슬옹 교수님은 4시에 도착하셨다. 오늘 이런 소박한 모임의 초대에 와주신 것만도 감사한데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에서 펴낸 <우리말 우리글>회보(2009년 12월)도 여러 권 선물로 전해주셨다. 펼쳐보니 존경하는 김수업 선생님, 이번에 초등 교단을 퇴임하시는 염시열 선생님 글도 보인다. 김슬옹 교수님 원고는 '훈민정음을 이룬 세종의 세 어울 생각'이라고 훈민정음 보편주의, 삼조화 현상에 대한 글이다.
1부. 인사 나누기+ 훈민정음 읽은 이야기(서로에게 배우기)---------------------------------------------------
경숙
책세계모임을 간단 소개(2008.4~ 지금) 드린다. 지난 달 모임 마치고 내가 다음 달엔 이도, 훈민정음을 함께 읽자고 제의했다. 그러다 주제도서 외 참고할 만한 도서목록을 구할 겸 교수님께 전화드렸다가 운 좋게 오늘 모임에 김슬옹 교수님까지 섭외하게 되었다. 읽은 책은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과 <세종대왕과 훈민정음학>이다. 우리 반은 아침공부 시간 20분동안 아침독서 하는 동안 그 시간에 나도 조금씩 조금씩 읽다보니 학년 말 바쁜 와중에도 어느새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세종대왕과 훈민정음학>은 세종의 절대음감, 위상수학으로 본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 제자해에 실린 갈무리 노래, 언어학자 소쉬르와 세종을 비교한 점, 통섭학자로서 세종의 면모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어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세종은 언어적 미감이 무척 발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말과 글의 번역과 통역에 있어 '굽고 곧은 데를 능하 전하지 못하여' 안타깝다는 표현을 보아 우리말의 다양한 표현의 발달과 그 차이에 주목했을 것이다. 훈민정음의 창제는 발달된 입말이 있는 우리 나라 환경에서 가능했다. 발달된 입말에서 가장 진화된 글말의 이치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쪽글: 이토록 조화로운 속살 (훈민정음을 들여다보니 수학적 간결미와 균형, 과학적 조화를 이룬 상태cosmos가 연상된다. 조화! 특히 기하학적인 균형과 조형원리에서 예술적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정인지 서문에서 쓴 표현- '손을 빌린 것뿐'이라는 표현을 근래 '위대한 정치인' 정봉주 전 의원이 자신의 저작 <달려라 정봉주> 집필을 스스로 그리 표현한 일이 생각나 웃음이 났다.
- 훈민정음 언해본이나 훈민정음 해례본의 문장이 모두 명문이다. 아래 아를 '탄환'에 빗대어 말하는 등 그 표현이 아주 적확한 비유라서 그 간결미에 감탄하였다. 해례본은 생각의 나무출판사에서 펴낸 <알기 쉽게 정리한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읽었는데 이 책은 디자인이 무척 마음에 든다. 절판되어 아쉽다.
-'도덕적인 정권'이라는 표현은 이명박 각하께서 친히 한 말이다. 세종이 이를 들으면 무엇이라 할까 궁금하다. 이를 두고 혹자들은 '도둑적인 정권'이라고도 하더라. 특히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논란 이후에.
-삼봉 정도전에 관심이 생겨 <불씨잡변>(정도전 저)을 읽어보았다. 불교는 종교인데 통치논리로서 성리학과 견주어 비교하는 관점이 참 이채로웠다.
연미: 바로 어제가 방학식이었다. 울산에서 오늘 책모임에 참가 차 이른 아침 출발했다. 2010년 영문초에서 책세계모임과 함께 한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 천민 석수장이의 아들 장운이가 우연히 토끼눈할아버지 세종을 만나 한글을 배우는 이야기가 어린이책<초정리편지>에 실려있다. 오늘 오면서도 김슬옹 교수님 책을 읽었다. 실은 오늘이 생일이다.
영철: 우리 말의 수수께끼. 대한교과서에서 일한 시간들. 고전에 대한 관심.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 발견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책에 각주가 없어 아쉽다. 해례본 안동본과 상주본.
금영: 한글의 아름다움. 아이들이 처음 글자를 배우던 순간을 기억한다. 쪽글-내가 처음 글자를 읽을 수 있었을 때
조선: 양평에서 금영님의 권유로 오게 되었다. 싱클레어 편집장(용진 피터)을 만나고 싶었다. 두 자녀와 함께 책 읽는 시간.
방소정: 중2. 지금까지 세종에 대한 책은 많아도 훈민정음에 대한 책은 별로 접해보지 못했다.
방세혁: 초6. 재미있게 읽었다.
기숙: 전부터 음운학에 관심이 컸다. 영어교사로서 경험.
택주: 세종은 인간에 대해 세심한 관찰을 하였다. 사람에 대한 헤아림이 있었다. 손주에게 음식을 먹이는 할아버지 그림에서 오류를 지적한 세종 일화를 들었다. 쪽글-훈민정음, 대한민국 르네상스 원점(17쪽 분량). 쪽글로 ceo를 위해 세종대왕에 대해 강의한 글을 전한다. 추천하고 싶은 책은 <10대와 통하는 우리말>(최종규).
훈민정음에 담긴 세 가지- 곧은 줏대, 어진 마음, 실용주의. 아래 아보다는 하늘 아가 더 적합한 이름이다. (모음의 천지인 원리) 그런데 1912년 조선총독부가 보통학교용 언문철자법을 만들면서 하늘아를 없애버렸다. 하늘아는 없어진 것이 아니다. 음가는 그대로 말에 살아있다.
다운: 제천 간디학교 재학 중, 현재 싱클레어출판사 인턴. 어제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을 서점에 앉아 한 권을 다 읽었다. 재미있게 읽었다.
미순: 읽으면서 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음양오행설 등
지호: 초6. 오늘 엄마가 출장 가고, 친구 슬기가 권유해서 오게 되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보려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어제밤 마지막회는 볼 수 있었다. 오늘 <세종의 비밀일기>읽었다.
용진: 쪽글-어떤 소리라도 적을 수 있는 글자. "바람 소리, 학 울음소리,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라 하더라도 모두 적을 수 있다." 어린이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기고한 고전편지이다. 세종은 어떻게 문자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문자 창제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의 창조이다. 세종은 사투리나 아이들이 쓰는 말까지 조사하여 참고하였다. 세종의 노비 출산휴가를 통해 본 복지정책에 감탄. 세종의 음악능력이 문자 창제에 도움이 되었다. 한글은 공용어가 될 수 있는가? 훈민정음-문자가 문자 자신을 이야기 하는 책. 훈민정음해례본-고전 목록에 당연히 있어야할 책.
성욱: 쪽글- 창작자 세종의 치열한 고민으로부터 배우다. 양평에서 도예작업을 하고 있다. 같은 창작자로서 창작자 세종에 동화 되어 읽다. 창작의 고통과 치열한 노력에 눈물 짓게 된다. 안상수 "세종은 최고의 디자이너이다."
디자인=멋지음.(안상수)/ 디자인=꼴맵시(길슬옹)
슬기: 초6. 엄마의 권유로 오게 되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권>, <실록 밖으로 나온 세종의 비밀일기>를 읽었다. 훈민정음 반포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순빈: 초4. 쪽글- 한자로는 꼬꼬댁을 표현하지 못한다. 경기 양평 조현초 재학중. 순빈이가 얼마나 야무지게 발표를 하는지 모두들 '훈민정음을 사랑하는 아이, 훈녀'라며 기뻐하였다.
유빈: 초6. 쪽글- 자연을 본따 만든 글자, 훈민정음. 학교에서 국어시간에 훈민정음에 대한 단원을 배울 때 어땠어요? 재미있었어요.
함께 배우기------------------------------------------------------------------------------
아래 아, 하늘 아
"아래 아는 탄환같다." 탄환은 상하좌우 공간감을 확보하게 하는 비유이다. 모음이 조화롭게 발달된 우리 말에서 아래 아가 전천후로 기본 모음을 변용하여 확장시킨다. 이는 위상수학의 원리로 보아도 대단히 뛰어난 발상이다.
자녀들이 한글을 처음 익히고 깨우치는 순간과 과정
통글자 방식과 조합 방식(모아 쓰기)이 있다. 모아쓰기 방식이 음소만 외우면 되므로 더 확장성이 크다. 자음 위주의 문자인 영어는 통글자 방식(파닉스방식)이 더 유용하지만, 우리 한글은 두 방식 모두 유용하다. 한글은 더 진화된 언어이므로 가능한 것이다.
6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에 실린 훈민정음! 그러나
'훈민정음'이나 '훈민정음 해례본' 텍스트 그 자체를 배우면 그 우수성과 독창성을 자연히 익히게 된다. 그런데 국어교과서에서는 주로 훈민정음에 대한 해외 유명 학자들의 평을 싣는데 치중하였다. 이 점이 무척 아쉽다. 실록에 의하면 훈민정음 반포에 대해 반대하는 상소는 단 한 번 올라왔다. 최만리 외 여러 신하들의 연합 상소이다.
오류1) 1443년에 세종대왕은 집현전의 여러 학사와 더불어 스물 여덟 자로 된 훈민정음을 창제하였다. (6-2 읽기125쪽) 이는 명백한 오류이다. 세종어제훈민정음世宗御製訓民正音, 세종이 친히 훈민정음을 단독 창제하였다. 학사들은 창제 이후 반포를 위한 검증 작업에 참여하였다.
오류2) '당시의 유학자 최만리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에 대하여 강하게 맞서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 '(6-2 읽기127쪽) 명백한 오류이다. 최만리 외 신하들의 상소는 창제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반포에 반대한 것'이다. 이 상소는 반포 전 훈민정음을 공고하게 검증하는데 오히려 도움을 준 결과를 가져왔다.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책에 실린 세종과 최만리의 토론은 무척 박진하다. 창제는 비밀 프로젝트로 이루어졌으므로 문자는 이미 완성된 후 반포에 대한 준비를 한 것이다.
창제일을 기념할 것인가? 반포일을 기념할 것인가?
지금 한글날이 10월 9일로 되어있다. 이것은 훈민정음 반포일을 기준으로 환산한 것이다.
창제일은 세종 25년, 1443년 계해년 음력 12월. 반포일은 세종 28년, 1446년 음력 9월 상한.
"9월 상한 반포할 것이다" 창제는 사람으로 치면 태어난 날이고, 반포는 호적에 등록한 날로 볼 수 있다.
한글날을 남한은 반포일 기준으로 기념하는 데 비해, 북한은 창제일 기준으로 기념하고 있다. 무엇을 기념할 것인가?
훈민정음 왜 고전인가?
이도가 지금 여기를 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
바로 스스로 도덕적인 정권이라 칭하는 mb정권의 무능과 비도덕성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은 선조 때, 인조 때 짓눌린 백성의 이야기보다 도덕적인 지도자, 능력 있는 지도자를 선망하게 된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강채윤은 관원 신분이고, 이도는 왕의 신분이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강채윤이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이도이다. 왜 사람들은 약자인 채윤의 입장보다 통치자 이도의 입장에 더 눈길을 둘까? 채윤이 가진 장벽도 그렇지만 창작자 이도가 가진 장벽도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게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 창작의 고통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반포의 전략
언문청 설치, 하급 관리시험 과목에 언문 신설. 용비어천가, 석보상절, 월인천강지곡, 여성들.
유포의 전략
4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는 서정오 선생님의 '이야기귀신 이야기'가 있다. 이억배의 <이야기보따리 이야기>라는 그림책으로도 나왔다. 사람이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전하지 않으면 이야기귀신에 해를 입는다는 내용이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훈민정음을 익히게 한 후 다른 사람 세 명 이상에 전하지 않으면 부스럼이 생긴다고 믿게 했다. 강채윤은 중국의 환전설을 빌어 이 아이디어를 궁녀 소이에게 부추겼다. 일명 '행운의 편지' 전략을 통해 훈민정음은 백성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외에도 유포와 반포 사이에 많은 전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도와 수학적 사고
작가 이정명의 소설 <뿌리 깊은 나무>에서 보면 세종은 어릴 때부터 방진을 무척 즐겼다. 2권 마지막에 보면 세종을 암살하러 온 무사들이 세종이 머무는 방의 모양이 방진형이라 당황하는 장면이 있다. 방진에는 수학적 사고가 담겨 있다. 실제 세종은 역법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세종은 여러 차례 수학자들을 베이징에 유학 보내기도 했다.
"김한, 김자안 등을 추천 받아 명나라 베이징에 보내 산법을 익히게 하다." <세종 13년 1431년 3월 2일, 세종 실록>
"산법이란 유독 역법에만 쓰는 것이 아니다.
만약 병력을 동원한다든가 토지를 측량하는 일이 있다면, 산법 없이는 달리 구할 방도가 없다."
2부. 김슬옹 교수님께 배우기-------------------------------------------------------------------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천지자연의 문자가 있다"는 정인지의 서문이 훈민정음의 보편원리를 대표적으로 드러낸다.
세종은 통섭학자였다. 세종의 절대음감-편경 일화, 세종의 5대 저서를 제대로 풀어서 펴내야 한다.
세종의 5대 저서: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제가역상집, 악학궤범(음악), 동국정운(음운학)
광산 김씨, 깔대기
1940년대 <훈민정음 해례본> 발견은 김응수가 이를 보관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김응수가 광산 김씨라고 한다. 이를 알아보고 거액의 사재를 털어 구입한 간송 전형필의 안목도 대단하다. 국보인 해례본은 이제 금액을 따질 수 없는 귀한 역사를 품고 있다.
어제 나는 4학년 2학기 국어 읽기 '조선의 영웅 김덕령'을 가르쳤다. 김덕령이 조선 선조 때의 의병장이며 실존인물임을 뚜렷이 하려고 아이들에게 김덕령이 광산김씨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한 아이가 자신이 광산 김씨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김슬옹 교수님은 김응수와 같이 당신도 광산 김씨라고 하시자 용진샘도 광산 김씨라며 묘한 자부심을 드러내셨다. 아마도 이 자리에는 이도(세종), 이산(정조)과 한 일가라고 내세울 수 있는 전주 이씨도 있을 법하다. 요샌 남녀노소 어딜 가나 깔대기가 대세이다.
'훈민정음 언해본' 읽어보기
우리나라 말이 중국하고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서로 말(이야기)이 통하지 않는다.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 있어도 자기의 생각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위하여 불쌍히 여겨 새로 스믈 여덟 글자는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로 써서 편안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전라도 버전) 시방 나라 말쌈지가 떼놈들 말하고 솔찬히 거시기혀서 글씨로는 이녁들끼리 통헐 수가 없응께로
요로코롬 혀갖고는 느그 거시기들이 씨부리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 뜻을 거시기 헐 수 없은께 허벌나게 깝깝허지 않것어?
그렇고롬혀서 나가 새로 스물 여덟자를 거시기했응께 느그들은 수월허니 거시기혀부러갖고 날마동 씀시롱 편하게 살어부러라
경상도 버전) 우리나라 말이 중국하고는 마이 다르다 아이가. 그래갖고 서로 이바구가 통하지 않는기라.
이래가이꼬는 몬 배운 사람들이 말 할라카는기 있씨도 지 생각을 맘대로 쏙 씨원히 말을 못해서 쏙이 터지는기라.
내가 울매나 불쌍턴지 새로 시물여덣글자를 맹글었거덩. 사람들은 맨날 함 씨 봐라. 억수로 쉬울끼라. 그래가이꼬 시상 펜하게 할라칸다아이가.
전라도버전 원어님 발화-김미순님, 경상도버전 원어민 발화-최영철님의 수고로 모두들 시원하게 웃었다.
아래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마지막회에서 석규 세종의 반포 장면이다.
우리말은 모음이 발달해
우리 말은 양과 음의 원리가 이미 그 말 안에 포함되어있다. ㅏ 소리와 ㅓ 소리 안에 이미 음양의 조화가 담겨 있어 이미 소리로 구현되고 있던 것이다. 세종은 어린이말, 지방의 말을 수집하여 그 마다의 차이에 주목하여 사람들의 삶 안에 있는 말소리를 폭넓게 이해했다. 세종은 몽골어를 비롯한 다양한 운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이와 같은 현장연구까지 거쳤다. 세종은 돌아가시기 일년전에도 중국의 음운학자 황상에 사람을 보내 여러 차례 자문을 구할 정도로 열정을 다해 훈민정음을 검증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자신이 완성한 문자에 대해 학사들과 음운학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철저한 검증을 거치려는 세종이야말로 과학적인 사람이구나 여겨진다.
창작
지난 달 우리가 함께 읽은 책이 <간디 자서전 -나의 진리실험이야기>이다. 세종의 자서전이 있었다면 <이도 자서전-나의 창작 이야기>가 어울리지 않을까? 보편진리에 대한 사유에서 나아가 세종은 왕이라는 확정적 지위 안에서 가능한 일이 많다. 우수한 인재들과 공유하고 연합할 수 있는 인적 지원을 통해 수많은 창작물을 만들어냈다. 후에 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으로서 집중 연구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큰 토대가 되었다. 우리가 알다시피 이 연구팀의 업적은 실로 화려하다. 모두 인간 삶의 문제에 기반한 쓸모와 관계 있는 것들이지만 그중 남녀노소 누구나 천년이 지나도 사용할 수 있는 문자 훈민정음을 만들어낸 것이다. 세종의 마지막 10년은 훈민정음 창제를 위해 자신을 불사른 시간들이었다.
한글의 과학성
자음은 발음기관을 상형하고, 모음은 천지자연의 원리를 따랐다. 원형문자 최소주의. 자음 5자. 자음자 확장 가능하다.
확장성이란 가장 간단한 요소만으로 최대의 말소리를 적을 수 있는 특성이다.
위상수학topology의 원리: 최소의 움직임 만으로 최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20c에 와서 발달한 첨단수학이다.
위상수학은 비 유클리트 기하학에 속한다. (각-국-걱-곡)
놀라운 과학 발전의 토대 위에서 과학적인 문자 훈민정음이 나온 것이다. 과학연구소- 흠경각을 복원하여 일반인에 개방하여햐 한다. (자격루=자동로봇 자동 제어장치에 의한 물시계, 앙부일구= 동물그림으로 시각을 표현하여 어린이와 하층민을 배려한 시계, 천평일구=휴대용 해시계)
사대부의 권력
세종은 조선 개국 26년부터 시기- 조선 전기에 꽃을 피운 인물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통치자 세종보다도 훈민정음 창제과정을 더 주목한 드라마라서 반갑다. <용비어천가>에서 '뿌리 깊은 나무'는 여러 가지 은유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선 건국의 뿌리 전주 이씨 일가를 뜻하기도 하고, 드라마에서는 한자로 '밀본'으로 풀어 고려 말 조선 건국에 주축을 이루었던 삼봉 정도전을 중심으로 한 사대부 세력, 나무는 조선이요 뿌리가 백성이라는 해석 등등.
사대부는 학문 권력으로 그 존재 기반을 공고히 하였으므로 한자는 그들의 존재의 기반이 된다. 그러나 훈민정음 반포로 사대부와 백성 사이에 학문 권력의 경계가 사라지게 된다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그러나 지금 학문 권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의 '오륀지 파동'이 여전히 생생하다. 김수업 선생님은 <말꽃 타령> 중 '남의 말로 하는 학문'에서 우리 말로 학문하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이 나라의 뿌리는 누구인가?
이도와 정기준의 토론 배틀
재상총재제를 통해 왕권보다 신권 중심의 관료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밀본의 목표이다. 밀본의 수장 정기준이 세종을 빗대어 "기껏해야 50년을 다스릴 뿐인 일개 왕 따위가" 하며 왕 개인의 통치가 갖는 시간적 유한성을 폄하했다. 그러나 세종은 문자라는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보편적인 틀을 마련하였다. 근대가 올 수 있었던 바탕도 우리말을 자유로이 부려쓸 수 있는 문자가 토대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정기준과 세종의 10분 토론 배틀'이 화제가 되었다. 그 토론의 중심축은 통치 행위가 백성을 관리하는 대상으로 볼 것인가? 통치 행위의 주체로 백성을 볼 것인가?하는 데 있었다. 세종 시대에는 조세 제도에 대해 각 지방의 백성들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등 소통정치를 펼치려 노력하였다.
"백성들이 좋지 않다면 이를 행할 수 없다."<세종실록> 세종 12년 7월 5일
개인으로 이도는 불교에 의탁하려 했다.
통치철학으로서 성리학과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는 종교로서 불교는 대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시대 지배층은 불교를 무척 배척하였다. 훈민정음 반포하던 1446년은 소헌왕후가 돌아간 해이기도 하다. 내불당은 세종 때(1448년) 왕실 사찰로 세상을 먼저 떠난 중전 소헌왕후을 위해 경복궁 문소전에 지은 것이다. 3정승 6조 판서가 모두 나서 완강한 반대를 하였으나 세자에게 양위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궐밖 임영대군(세종의 넷째아들)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50일동안 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신하들을 상대로 한 항의시위로도 볼 수 있다. '토론의 달인', '지식 경영'이라 일컬을 정도로 신하들과 정책 토론을 하던 합리적인 세종이었기에 놀라운 부분이다. '내불당 투쟁기'에서 보인 세종의 완고함에서 병색이 짙은 노년의 인간적인 일면을 보게 된다. 세종은 태종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카리스마 군주 태종의 아들이다. 또한 원칙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면모로도 볼 수 있다. 한편으론 당시 조선 관리들의 학문과 종교를 정치와 종교를 분리 않는 프레임도 답답하다.
갈무리 노래
훈민정음 해례본의 핵심인 제자해를 보자. 갈무리 노래의 보급성은 교육적 전략으로 눈여겨 볼 만하다. 이 노래에 창제의 이치가 간결하게 담겨있다.
하늘과 땅의 조화는 본디 하나의 기운이니, 음양과 오행이 서로 처음과 끝이로다.
만물이 하늘과 땅 사이에 꼴과 소리 있으되, 근본은 둘이 아니니 이치와 수로 통하도다.
정음의 글자 만듦에 모양 본뜨기를 존중하되, 소리의 세기에 따라 획을 더하였다.
소리는 어금니 혀 입술 이 목구멍에서 나니, 이것이 첫소리 열일곱 글자이다.
(288쪽, 세종-/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 갈무리 노래 1번)
훈민정음 창제가 비밀 프로젝트였던 이유?
창제가 알려주면 사대부들의 반발이 가장 클 것이므로 신하들의 빗발치는 상소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비밀 프로젝트로 창제하여, 왕이 친히 만들었으므로 반대편 논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이것은 창제자 이도가 왕이기에 가능한 바탕이다. 또한 이도의 이버지 이방원이 조선 왕조의 강력한 왕권을 확립해놓은 바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반포 이후 세종은 훈민정음을 주류 문자로 삼고자 하였으나, 지배층은 철저히 비주류문자로 묶어두었다. 경국대전에 언문시험을 시험과목으로 삼은 기록으로 공식문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은 왼손에는 책을 들고, 오른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것은 현실과 이상의 조화로 해석할 수 있다.
세계문자박물관의 꿈.
한글박물관이 올해 국립중앙박물관 한 켠에 마련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나라에 세계문자박물관을 세워 한자리에 견주어보면 우리 한글이 얼마나 우수한지를 알릴 수 있다.
*시 낭송-그대는 그런 사람 가졌는가, 함석헌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만릿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눈감을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3부: 그리고 남은 이야기------------------------------------------------------------------------------------
훈민정음은 조선시대 공식문자였다.
(2005년 김슬옹 박사논문: 조선왕조실록에서 왕실 여인인 왕후가 정승에게 언문으로 쓰고, 언문으로 받은 편지를 통해서 훈민정음이 조선시대 공식문자였음을 밝혀내었다.)
김슬옹 교수님의 아이디 '또물또'는?
슬옹(슬기롭고 옹골차다). 아이디는 또물또, 카페명도 '또물또 세종식 국어교육연구소'http://cafe.daum.net/tosagoto
또물또는 '또 묻고 또 묻는다'는 뜻에서 지었다. (유사 이름으로 '또먹또'는 어떨까요?ㅋㅋ)
철도고등학교 출신이나 고교 때 외솔 최현배 선생의 저서를 읽고 우리말 사랑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세계화시대 공용어로서 한글
지금 한글은 그 사용인구 수로 보아 세계10위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한자어 공용론 비판은 당시 한글에 대한 인식수준을 드러낸다. 박제가 주장은 영어공용론자들의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중국의 문명에 경도되어 주체를 잃은 사대주의의 소산이다. 연암 박지원도 마찬가지이다. 박지원이 그 작품들을 한글로 썼더라면 얼마나 눈부신 문장들이었을까? 조선 전기에 스스로 문자를 창제한 세종도 있는데 참 안타깝다.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이 청소년도서라면, 초등학생을 위한 훈민정음 책은 언제 나오나요? 발간준비 중
요원한 문자박물관의 꿈: 로또, 베스트셀러, 월인천강지곡
즉석공연: 피터-초승달
생일을 맞은 연미샘을 위해 피터에게 노래 한 곡 청한다. 용진 피터는 노래를 짓고 부르는 뮤지션이다. 때 맞추어 눈발도 보기 좋게 날린다. 이대로 눈을 맞으며 거리에서 들러서 듣는다. 이 멋진 장면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저마다 손전화를 꺼내어 담아본다.
돌아가는 길
저녁을 먹고 나서는 길에 눈발이 더해진다. 밤 9시 넘어 출발한 양평 팀은 눈오는 길 운전해서 어떻게 가시려나. 남은 넷은 들뜬 마음을 다독이며 차를 마시러 갔다. 찻집 창밖엔 하얀 눈발이 도로를 덮는다. 겨울밤이다. 다음 달에 온갖 상상의 보고인 '신화'를 함께 읽는 게 어떤가 싶다.
피터 페북: 훈민정음. 세미나. 남녀노소. 여러 지역에서 모인. 김슬옹 선생님과 함께. 많이 배운 날.
경숙 트윗: 울산에서~ 제천에서~ 양평에서~ 모인 사람들. 저자 김슬옹 교수님도 오셔서 울 교실엔 저녁까지 세종을 그리며...마치니 눈도 내리고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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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는 꼬꼬댁을 표현하지 못한다
박순빈(경기 조현초4)
우리 말은 모든 소리를 담을 수 있다. 한자는 내가 알기론 2천자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한자로는 꼬꼬댁을 표현하지 못한다. 우리 말인 한글로는 쌍기역인 ㄲ과 가운뎃소리인 ㅗ, 첫소리인 ㄷ과 가운뎃소리인 ㅐ, 끝소리인 ㄱ을 합쳐서 꼬꼬댁을 만든다.
우리 한글은 28자만으로 모든 소리를 담아낼 수 있다. 나는 이런 우리 한글이 자랑스럽다. 우리 반 선생님은 꼭 한글지킴이같다. 우리 반에 순우리말을 알려주시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계란을 달걀로, 중요한을 종요로움으로 바꾼다. 또 우리 가락을 알려주셨다. 나는 우리 선생님이 참 좋다. 우리 글자가 쉬워서 좋다. 한문은 많이 어렵다. 세종대왕께서 글자를 만들어주셔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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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 김슬옹, 아이세움
<세종대왕과 훈민정음학>, 김슬옹, 지식산업사
이토록 조화로운 속살
2011.12.23. 우경숙
하늘과 땅의 조화는 본디 하나의 기운이니,
음양과 오행이 서로 처음과 끝이로다.
만물이 하늘과 땅 사이에 꼴과 소리 있으되,
근본은 둘이 아니니 이치와 수로 통하도다.
정음의 글자 만듦에 모양 본뜨기를 존중하되,
소리의 세기에 따라 획을 더하였다.
소리는 어금니 혀 입술 이 목구멍에서 나니,
이것이 첫소리 열일곱 글자이다.
(288쪽, 세종-/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 갈무리 노래 1번)
훈민정음 해례본은 고전인가?
1446년 음력 9월 10일, 이는 해례본 간행날짜이고 1940년 해례본 원본 발견됨.
‘자방고전’의 의미
정인지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모양을 본떴으되 글자는 옛 전자를 닮았고”라고 밝혔다.(147쪽)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를 자방고전(字倣古篆)이라 이른다.
말소리는 자연의 수많은 소리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우리 말소리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초 중 종이라는 삼분법으로 발달되어있는 소리문자의 특수성이다. 조선 겨레는 자연의 풍부한 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말소리를 갖고 있었다.
우리 겨레의 풍부한 정감과 미감, 표현력에 기대고 있다.
몽고의 옛 문자인 파스파문자와 유사성.
세종이 일본에서 태어나 같은 여건에 있었다면 훈민정음과 같은 문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의 음절문자는 일본말의 소리 세계가 그렇게 단순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141쪽)
말맛
“대개 말이라는 것은 굽고 꺾인 데를 통변하게 하는 데에 맛도 있고 의미도 있는데, 지금의 통사 등은 대충 그 대강만을 만을 말할 뿐이고 그 굽고 꺾인 곳을 통변하지 못하니 한스러운 일이다.” (82쪽, 28자-)
언어의 근본적인 속성을 꿰뚫는 힘이 있다. 언어마다 말맛이 다르니, 그것을 제대로 옮겨야 진정한 동시통역사라는 것이다.
말이 주는 어감의 미묘한 차이는 풍부한 어휘를 발달시키고 이를 부려쓴 삶의 바탕에 우리 정서의 그 본질이 있다.
훈민정음에서 ‘음’의 의미
자가 아니라 음인 것은 인간 소리의 보편성을 뜻한다. 천지자연의 조화, 인간과 자연의 조화, 인간과 인간의 조화. 성리학은 조화를 추구한다. 소리와 문자의 조화, 문자와 기호 자체의 조화를 의미한다. 소리 본연을 드러내는 문자의 실체로서 음이다.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곧 천지자연의 문자가 있는 법이니” (집현전 대제학 정인지)
아아, 정음이 만들어짐에 천지만물의 이치가 다 갖추어지니, 참 신기한 일이구나!
이것은 거의 하늘이 성인(성왕인 세종)의 마음을 열어주시고 솜씨를 성인에게 빌려준 것이로구나!(집현전 대제학 정인지)
아래 아 글자는 하늘에 비긴 것이니
그 소리 가장 깊어 둥근 모양이라 탄환 같네.
(천지사방으로 날 수 있는 입체적인 쓰임을 총알에 비유한 것이다.
절묘한 비유를 통해 공간감이 전해온다. 146쪽, 세종-)
도덕적으로 완벽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2011.9.30. 이명박)시대를 살고 있다. 불과 600여년 전 조선왕조를 우리는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왕정시대 왕권과 도덕성에 대한 질문이 생기게 된다. 어짊으로 백성을 다스린다는 왕도정치, 성군 세종. 모든 국민이 안정된 생활과 풍부한 교양을 지니고 도덕적 질서를 지켜 나간다면 그것이 곧 왕도정치의 이상이라고 하였다. 성리학적 이상세계의 실현을 꿈꾸던 세종은 성리학자이기도 하다. 조선왕조의 핵심 정치이념은 성리학적 바탕으로 백성을 교화하는 것이다. 형이상학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성리학이지만 들여다볼수록 오묘하다. 심성론이 민본주의를, 이기론은 천지자연의 이치를 주목한다.
세종은 천지자연의 이치를 통달하여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냈다. 백성들을 통치의 객체에서 주체로 가능하게 장을 열어준 것이 바로 문자라는 도구이다. 문자는 담론이 유통되고 교류하게 되는 바탕이 된다. 문자를 통해 지배층에 포섭되거나 문자를 통해 변혁의 주체가 되거나.
아무튼 시원한 벽서가 필요한 세상이다.
언문벽서사건 (영의정 부사 하연에게)
“하정승아, 도 공사를 망령되게 하지 마라.”
훈민정음은 애초 성리학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를 쓰는 사람들은 지배계급과 다른 새로운 인식의 틀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문해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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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고전 모임....감동 물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