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규의 시세계는 민중적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개인적 의미, 사회적 의미, 존재론적 의미의 세 가지 층위가 결합의 축으로 변증법을 지향한다. 각 시편은 추상적인 상상이 아닌 구체적인 현실을 드러내고 체험의 진솔성을 생동하는 언어로 묘사한다. 이러한 구체적 본질이 생존의 고통을 극복하게 하는 시의 힘으로 작용한다. 개인적인 의미의 시작품은 다음과 같다.
저자 : 서상규
저자 서상규는 서울에서 출생했다. 2002년 『동양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기독신춘문예·한국문학방송신춘문예, 전태일문학상·수주문학상·현대시문학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유심』 신인상, 화중련신인작품상 등으로 시조 창작 활동도 하고 있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이상, 현실을 읽다 통속의 소통 이승잠을 항해하다 윷놀이 박쥐 마의태자 철새의 일인칭 인력시장에서 하행선을 여는 편지 어린 왕자의 별 푸른 섬의 책 한 권 산동네의 트리 칠산바다에 뜬 달 인어의 새날 한탄강 꺽지
제2부
때죽나무의 등 빨랫줄에 뻗은 생명선 맹인의 나비눈 설악에 오르다 바닷가에 서서 어머니의 유성음 분꽃 씨앗의 땀방울 푸른 논을 보다 연필심에 뜬 섬 달빛으로 쓴 일기 압운법의 노래 술패랭이꽃 마지막 연주 어머니의 징검다리 돼지가 하늘을 보다
제3부
무궁화 열차의 석불들 빨랫줄에 그린 선율 희망의 만선 아가의 나비잠 사과나무택시 방패연 붉은 십자가 칸나의 칼 달팽이의 길 메이데이 자산어보의 이력서 달빛 곰국 목장갑 바다는 폐경이 없다 나비 날개의 휠체어
제4부
금환일식(金環日蝕) 난생을 꿈꾸는 바느질 새 길을 향하여 링반데룽 혼불의 대동제 화장한 화창 어머니의 의자 우주선의 환생 새 길을 여는 세탁소 무화과의 방 한 칸 뒤를 보시다 고추잠자리의 바느질 무당벌레의 경계색 햇살 소포를 받다 거울놀이를 하는 이상
해설 비유의 시학-맹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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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시인을 시를 만드는 사람(maker)으로 인식했다. 그와 같은 면은 “시인은 운율을 만들기보다 플롯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확인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말을 통해 시인은 작품의 플롯을 만드는 일을 운율을 만드는 일보다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시학』에서 내세운 주제는 플롯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였는데, 시인을 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 다시 말해 시의 제작자로 본 것은 주목된다.
서상규 시인의 경우에 특히 시를 만드는 면이 느껴진다. 시인은 가난한 살림을 영위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해 사회의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일용공, 청소부, 실업자, 심지어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노숙자 등을 시작품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시인의 시세계는 우리 시문학사에서 이어져온 민중시 혹은 노동시의 범주로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 형식이 기존의 민중시 혹은 노동시와는 차원이 다르기에 주목된다. 시의 형식은 행이나 연은 물론이고 어휘, 분위기, 어조, 운율, 비유, 상상력, 구두점, 문맥, 이미지 등 다양할 수 있는데, 서상규 시인의 시세계에서는 특히 비유가 관심을 끈다. 비유의 폭이 넓고도 깊어 기존의 민중시 혹은 노동시에 비해 한층 더 환기력을 띤다. 시작품으로 담은 대상들의 인간 가치를 보다 역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첫댓글 맹문재 교수님 반갑습니다
절친한 문우, 서상규 시인을 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문운이 왕성하시길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허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