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한영애 시디를
계속 듣고 있다.
작년에 사서 몇 번 듣다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는데, 다시 눈에 띄어서..
한영애 시디라지만, 한영애의 노래는 하나도 없다.
아니 그건 말이 안 된다.
한영애가 부르면 한영애 노래가 되는 것이지,
남의 노랠 불렀다고 한영애 노래가 아니라고 할 순 없지.
오히려 한영애의 색채가 뚜렷하므로
한영애만의 노래라고 하겠다.
그러니까,
한영애가 부른 '옛노래' 모음이다.
옛노래란 다름아닌 흘러간 옛노래.. 옛 대중가요..
트로트, 흔히 뽕짝이라고도 하지.
그걸 한영애가 다시 고쳐 부른 것.
한영애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 가운데 하나다.
언제부터 좋아하게 되었는지 딱 기억은 나지 않지만,
노래로 만나다가 처음 본 건 한 십년 전쯤으로,
그룹(이정선이 이끌던 해바라기)에 있다가
혼자 나와 노래 짓고 부르다, 단독 콘서트를
하기 시작한 때인 것 같다.
어쩌다 콘서트를 가게 되었는진 모르겠다.
성실이하고였던가, 진선이하고였던가..
기억이 잘 안 난다만, 진선이하고였던 것 같다.
여울목, 건널 수 없는 강, 마음 깊은 곳에 그대로를 같은,
잔잔하고 조용한 편인 초기 노래에서
누구없소, 루씰, 코뿔소, 조율, 말도 안돼 같은,
그만의 색깔 진하고 거침없이 불러제끼는 노래까지
함께 섞여 어우러진 무대..
그 넘치는 힘과, 그리고 끼..
그때까지 콘서트 가봐야, 좀 부드럽고 잔잔한, 그리고
약간 경쾌한 뭐 그 정도..(안치환 정도가 좀 힘이 있는)
그것도 여자가..혼자서..(내가 몰라 그랬는진 몰라도,
별로 없었던 듯..)
그 뒤에 콘서트 두 번 더 갔고(한 번은 구로공단인가
어디 있는 복지관 같은 데서 연 행사 가운데 하나로,
무대도 기계 장치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곳에서
그래도 참 열심히 프로답게 형편에 맞춰 잘 이끌어갔다.
그 공연에서 "봄날은 간다"를 듣고 뻑 갔지. 한영애가
흘러간 노래를 부르는 것도 상상 못했는데, 그 맛이란 참..)
그리고, 여럿이 하는 공연에서 한두 번 만난 듯하고..
한영애는 차림새고 몸짓이고 너무 뚜렷해서 눈에 확 들어온다.
노래 부르는 것도 보면 힘도 있지만(몸집도 작두만),
기교(?)가 두드러져 보일 때가 있다.
근데 그게 한영애만의 멋이며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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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제목은,
비하인드 타임
BEHIND TIME
1925-1955 a memory left at an alley
실린 노래는..
목포의 눈물
선창
애수의 소야곡
외로운 가로등
타향살이
굳세어라 금순아
황성옛터
사의 찬미
따오기
강남달(원제:낙화유수)
오동나무
부용산
꽃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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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부터 1955년까지 트로트가 주로 실려있지만,
민요풍의 노래와 따오기와 부용산 같은 노래도 있다.
거의 다 아는, 익히 들은 옛 대중가요지만
맛이 참 다르다.
옛노래라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난 동요 다음으로 아버지대가 부른 흘러간 노래를 좋아한다.
잘 부르진 못해도 노래방에서 부른다면 아마 가장..
예전에 한번 희망가를 불렀다가 두고두고 친구들한테
18번으로 찍혀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
나중에 장사익의 노래("국밥집에서"든가)에서 "희망가"가
노래 속의 노래로 나와 얼마나 반갑던지..^^
각설하고,
어쨌든 참 좋다.
한번 들어들 보시라..
* 혹시 사기는 그렇고, 한번 듣고는 싶은 분 있으면
말씀하세요. 제가 테이프로는 녹음해 줄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