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꿈꾸는 친구 K원장 보게나”K원장께!이렇게 이니셜로 불러도 누구인지 다 아는 직함을 가진 K원장! 자네가 ‘100년을 여는 한의약 혁명’의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40대 회장에 당선되어 집행부를 구성한지도 벌써 100일이 다 되었네. 모든 일에 제대로 틀이 잡히려면 고비와 마디가 있듯이 100일을 기념하며 지금까지의 내치와 외교에 매듭을 짓고 새로운 다짐을 해보게나. 그간 튼튼한 체력이 여전한지 걱정도 되지만, 자네의 타고난 체력은 한의학을 위해 조상들께서 내려주신 체력이라 생각하니 오로지 한의약의 혁명을 위하여 소진하길 기대하고 있다네.K원장! 자네 선거의 찬조연설을 선뜻 받아들이고 대의원들에게 공약의 상세한 내용보다 자네의 인간미와 실천력을 소개하였음을 기억하는가? 어떠한 자리에 가더라도 10여분이 지나면 좌중을 웃게 만들면서도 자기주장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자네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빙그레 미소를 머금게 된다네. 하지만, K원장! 이제 자네의 장점이 우리 한의학의 미래에 기여하는 장점으로 발휘되어야 할 때가 되었다네. 사람들이나 세상은 어쩌면 냉정하지 않나? 기다려준 100일이 내치와 외교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지만, 더 이상 참지 않고 기다리지 않을 것이네. 잘 하게나. 잘 해야 한다네. 온통 위기와 불만이 가득한 한의계를 기회와 희망으로 바꾸기 시작하게나. 자네가 공약한 한의약 혁명의 초석을 제대로 된 위치에 제때 놓지 않으면 자네와 내가 꿈꾸는 미래는 꿈에 불과하며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없다네. 훌륭한 후배들에게 칭찬받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욕을 먹지는 않아야 되지 않겠나? 100일 기념으로 몇 가지 당부를 하니 한번 고민해 보고 협회의 임직원과 함께 실천하는 자네의 지도력을 기대한다네.K원장! 대학시절의 ‘강방’이라는 단어가 기억나는가? 학생회에서 어떠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위하여 각 학년별 강의실에 들어가서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토론을 유도하여 최종 결정에 공감대를 강화하였던 집회방식. 그렇게 활발하던 토론이 어찌 한의사만 되고 나면 꿀꿀해지는가? 협회도 지부도 분회도 모임이 활발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각각 따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든다네. 이유는 학생회가 수업을 빠져가며 강방자료를 만들고 강의시간 짬을 내어 설득하던 그런 봉사정신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전국의 권역별 유세 때처럼 권역별 ‘강방’을 실천하게나. 동시에 끼리끼리 뒷담화의 온상이 될 여지가 있는 결혼식·상가집 인사는 국회의원처럼 법으로 금지할 수는 없으나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게나. 우리 회원뿐만 아니라 대사회적 선언을 하게나. 사회적 지도자인 우리 한의사부터 축의금·부의금 기부운동을 하면 어떻겠는가? 그 사람이름으로 아프리카 난민에게 구호성금을 내던지, 그 사람의 출신대학에 장학금으로 기부하던지, 정치인이라면 후원금을 보내고 편지를 보내면 어떤가? 그래서 전국을 밤낮없이 인사 다니는 시간을 아껴 회원과 소통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게나. K원장! 민심을 읽기 위해 특별서찰을 보내도록 한 대통령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자네가 직접 전국을 다닐 수 없지만 자네 앞으로 소상한 이야기를 보내도록 미리 일선의 한의사를 지목하여 현장이야기를 듣도록 하게나. 모든 것이 공개된 세상에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편지로 의견을 받아보면 분명 느낌이 다를 것이네.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차분히 사색하는 만큼 신뢰할 만한 현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네. 연령, 대학, 국내외, 현직, 심지어 한의사가 아닌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1표가 아쉬웠던 투표 직전의 심정으로 듣게나.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나조차도 K원장이 아닌 협회의 수장인 자네에게 전화를 하기엔 조심스럽다네. 진료 중인지, 업무처리 중인지, 외부인사와 접견 중인지, 해외출장 중인지 알 수 없고 혹 방해라도 될까 선뜻 연락이 쉽지 않다네. K원장! 최근의 한의학 위기론을 근거없는 희망으로 대체할 수 없지만 희망을 만들어 보게나. 세대별 시각차이가 있겠지만, 돌이켜 보면 한의계가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였던 사건은 ‘한방의료보험실시’와 ‘한약분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네. 그리고 당시의 요구사항은 어느 한사람의 요구가 아니라 전 회원의 여망이었고, 모두가 함께 하지 않았던가? 특히, 한약분쟁 당시 ‘국한위’는 변변한 통신수단도 없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이면서 자발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던가? 관행적으로 구성되어 온 각종 위원회를 100년 한의약 혁명을 위한 ‘미래위원회’로 통합하여 ‘국한위’ 때처럼 전국의 능력있는 회원들이 신명나게 활동하며 미래의 꿈을 함께 만드는 장을 만들어 보게나. 나는 한의학 위기론의 실체는 내적 갈등과 미래비전 부재라고 본다네. 우리나라의 세대간·계층간 갈등의 원인을 ‘농경세대’, ‘산업화 세대’, ‘정보화 세대’의 삼대가 동시대에 살게 된 급속한 발전 그 자체에 있다고 분석하는 의견처럼 나는 한의계의 내적 갈등 원인도 마찬가지라고 본다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기적만큼이나 전통의학 분야에 속한 한의학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다고 본다네. 최고학부의 교육체계와 국가면허제도, 국가의료보험제도,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행정부내 독립직제와 국가출연 연구기관, 국립대학과 부속병원에 임상센터까지 생존이 절박하였던 시절에는 상상치 못할 체계를 갖추었으니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아닌가? 그리고 한의사 출신의 국회의원, 한의약정책관, 한의학연구원장, 한의학전문대학원장 등 교육 및 연구에 대한 공적 네트워크가 제대로 이루어진 원년이라 할 수 있으니 분명 기회이지 않은가? 자네의 강력한 친화력으로 절호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네.K원장!나는 미래 한의약 혁명의 가장 중요한 점이 한의학에 대한 학문적 자부심이라고 생각한다네. 그 자부심이 고루해서도 문제이지만 전통의 지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그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네. 한의사도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첨단의 객관적인 근거에 바탕하여 인류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을 때 학문적 자부심이 분명해지겠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문직으로서의 안정성이 가장 큰 활력이 되겠지만, 부의 바탕에 깔린 철학이 흔들린다면 졸부나 장사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네. 자부심은 한의학에 대한 역사의식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확고해 질 수 있으니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네. 한의대 교육에서 의철학에 바탕을 둔 인문사회의학 교육과 충분한 임상실습의 여건을 만들어야 하고, 철학과 기술이 조화된 교육이 학문적 자부심의 바탕이 되리라 본다네. 그 바탕이 있어야 대학교육에 대한 불만이 해소되고 임상경험을 얻기 위하여 졸업 이후에 전국을 밤낮없이 돌아다니는 폐단을 없앨 수 있으며, 선후배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여 존경과 배려의 문화가 만들어 질 수 있으리라고 보네. 각박한 임상현장에서 여유를 잃고 자부심마저 흔들리기 때문에 한의학을 하는 동료들과 벽을 쌓는 안타까운 모습을 간혹 본다네. 아무쪼록 학문적 자부심을 바탕으로 국민건강에 기여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다져주게나. 그리하여 자네가 임기를 마칠 무렵 우리나라 전통의학에 대한 사명감으로 불타는 후배들이 자랑스러워 보이도록 하게나. 기대하는 만큼 잘 하리라 믿고 있지만, 기념일을 핑계로 부탁을 하다보니 지원이 아니라 푸념만 남게 된 것 같아 미안하네. 일선 회원과의 소통, 다양한 인재들의 참여, 학문적 자부심, 다소 추상적이지만 자네의 공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란다네. 아무튼 100일동안 각계에 인사를 다니고 공약을 위한 출발선에 서느라 고생이 많았겠지만, 함께 뛸 주자들과 제대로 된 출발다짐식이라도 가지길 바란다네. 자네의 캐치프레이즈가 다 이루어지지는 않더라도 혁명의 초석이 든든하게 놓이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더더욱 새롭게 출발하는 시간을 가지길 기원하네. 건강 유의하며 잘 지내길 바라면서 동지로서 친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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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규 교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