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증反證과 방증傍證의 차이
김우영 <소설가>
예부터 동양에서 용(龍)은 봉황, 기린, 거북과 더불어 사령(四靈)이라 불려온 상상의 동물이다.
용은 특히 물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물속에서 살며 때론 하늘에 오르고, 비, 바람, 번개, 구름 등을
일으킨다고 전해진다.
얼마 전 용오름 현상이 울릉도 해상에서 나타났다. 2001년 8월에 이어 다시 나타난 현상이다.
용오름은 거대한 적란운(積亂雲·상승하는 저기압성 뭉게구름)이 발생해 지표면이나 해수면까지
기둥이나 깔때기 모양의 구름이 드리워지면서 구름 아래에 강한 소용돌이가 생기는 현상을 일컫는다.
마치 용이 승천(昇天)하는 모습 같아서 용오름이라 불린다.
미국에서는 육지에서 발생하는 것을 토네이도(tornado) 또는 랜드스파우트(landspout),
해상에서 발생하는 것은 워터스파우트(waterspout)로 구분한다.
용이 붙은 말 중에 자주 혼동해 쓰는 표현이 있다. 바로 '용트림'과 '용틀임'인데 발음이 똑같아
표기에 혼동이 생긴다. '용트림'은 '거드름을 피우느라 일부러 크게 힘들여 하는 트림'을 말하고,
'용틀임'은 '전각(殿閣) 등에 용의 모양을 그리거나 새긴 장식' 또는 '이리저리 비틀거나 꼬면서
움직이는 모양'을 의미한다.
"비짓국 먹고 용트림한다."
"발끝을 딛고 용틀임을 하며 날아오르는 용의 모습과 하늘의 구름 등이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형상화됐다."
'용틀임'은 남사당 놀이의 연희자(演戱者)들이 하는 땅재주 동작을 뜻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문장 다듬는 훈련을 받지 않고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다시 맞춤법을 배운다.
이런 현상은 모두 학교 커리큘럼이 단순한 타성에 의해 짜여 있다는 반증이다.
"(노구치 유키오의 『학습법』에서)
여기서 '반증(反證)'은 잘못 쓰였다. 방증(傍證)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방증'은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진 않지만, 주변의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에 도움을 주는 증거'(supporting evidence)를 의미한다.
반면에 '반증'은 '어떤 사실이나 주장이 옳지 아니함을 그에 반대되는 근거를 들어 증명함(disprove).
또는 그런 증거(counterevidence)'라는 뜻이다.
①새로운 일을 입증하는 경험적 자료보다는
그것을 반증하는 경험적 자료가 있어 늘 하는 일이 수월하다.
②범인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그것을 반증할 만한 증거자료가 없었다.
①과 ②의 '반증'은 바르게 쓰였다. ①에서는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②에서는 자신이 혐의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반증'과 '방증'을 쉽게 구별하기 위해선 '반증' 은 '부정적[반대되는]증거'를,
'방증' 은 '간접적[뒷받침하는] 증거'를 대입해 보면 된다.
"누군가 의심을 받을 경우 합리적인 자료로 반증하라.
그럴 수 없다면 정확한 방증자료를 넉넉하게 확보하라."
반증反證
어떤 사실에 대한 주장에 대하여 그 주장이 옳지 않음을
그에 반대되는 증거 자료를 통하여 증명해 내는 것을 말한다.
과학이론은 그 이론에 맞는 수많은 정합 사례들이 제시되어도 참임을 인정받을 수 없으나,
반대로 단 하나의 부정합 사례만 제시되어도 그 이론은 거짓으로 확정된다는 것.
이러한 반증에 대한 입장은 반증주의라는 이름으로 과학철학자 카를 R. 포퍼에 의해 제기되었다.
반증의 의미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언명을 예로 들어보자.
이때 무한 가지의 검은 까마귀 사례를 수집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하다.
즉 검은 까마귀의 사례를 아무리 많이 제시할지라도 이 언명의 참을 인정할 수 없다.
아무리 많은 정합 사례를 제시하더라도 언제 부정합 사례가 출현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은 까마귀가 아닌 희거나 그밖의 어떤 색을 지닌 까마귀가 발견된다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단 하나의 검지 않은 까마귀 사례만으로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언명은 거짓으로 판명되어버린다.
반증은 이러한 논리를 과학이론에 적용한 것이다.
방증傍證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라 할 수는 없지만
주변상황 등을 밝혀서 사실을 증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간접적인 증거들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