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가족과 함께 한 먹방여행(속초, 고성)!
나들이개요
ㅇ 언 제 : 2020. 8. 17(월) - 8. 19(수) / 2박 3일
ㅇ 누 가 : '영서'네랑(6명)
ㅇ 어 디 : 소노캄 펠리체 / 강원 고성군 토성면 소재
ㅇ 날 씨 : 맑음
ㅇ 여 정 : - 1일차 : 큰지붕막국수(춘천), 소노캄 펠리체
- 2일차 : 백촌막국수(고성), 청초수 물회(속초)
- 3일차 : 동일식당(양양)
나들이여정(앨범)
출발
딸내미가족 하계휴가에 강제(^^) 차출되었습니다.
내키진 않지만, 못 이기는 척 따라갑니다.
그런데 시무룩하던 짝지가 막상 떠난다니 설레는 모양입니다.
구경보다도 손녀들과의 재회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저것 준비한 먹거리들로 가마 트렁크가 꽉 찼습니다.
그러나 이번 나들이는 2박 3일 호캉스[Hotel vacance]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들뜬 마음은 별로입니다. ㅎ
모처럼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립니다.
호남지선, 중부, 영동, 중앙고속도로를 통해 강원북도까지 올라갑니다.
쉬엄쉬엄~ 오다보니 어느덧 '춘천(春川)'이네요.
오찬(큰 지붕 닭갈비)
점심식사 겸 미팅장소로 찜한 춘천 '큰 지붕 닭갈비'식당입니다.
딸내미가족과 반갑게 만나, 춘천의 으뜸메뉴인 닭갈비를 마주합니다.
냄비에 육수와 닭요리를 넣은 닭갈비는 원래 홍천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데, 숯불과 연탄을 거쳐 70년대 초부터는 무쇠를 사용한 '춘천닭갈비'가 탄생했다죠.
닭갈비의 양배추가 숨을 죽이는 동안 애피타이저(Appetizer)로 애기삼이 나오고, 이어 등장하는 감자전은 고추장아찌가 곁들여 천상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닭갈비 꿀 팁은 '상추 + 쌈무 + 닭갈비 + 오이고추절임 + 특제소스'랍니다.
시원한 막국수의 감칠맛에 감탄합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대망의 볶은 밥 -.
콩나물이랑 상추가 식감을 높여주는데요, 치즈까지 뿌려주니 애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배꼽 벌어짐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ㅎ
소노캄 델피노
오랜만에 미시령을 넘습니다.
이름도 요상한(^^) '소노캄 델피노(SONO Calm DEL PINO)'에 도착했습니다.
2017년 원암온천지구로 지정된 후 온천리조트로서 대명콘도가 한걸음 도약했답니다.
외설악과 동해바다의 풍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설악의 기운을 몽땅 담아냈다고 자랑해대는 곳입니다.
우리가 2박 3일 동안 묵을 곳은 '소노 펠리체(Sono Felice)' -.
방 3개가 딸린 럭셔리(Luxury)한 실버스위트룸인데요, 사위가 시무하는 교회 교인께서 소개해준 곳이랍니다.
방마다 더블침대에, 거실까지 엄청 넓었습니다.
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빼어나다는 울산바위가 손에 잡힐 듯합니다.
옛날 금강산으로 가다가 한 폭의 그림 같은 설악절경에 취해 그만 터를 잡았다는 울산바위의 전설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콘도는 조형미가 느껴지는 건축의 아름다움에 설악산의 기(氣)까지 더해졌습니다.
모처럼 몸의 피로는 물론 스트레스도 날리고, 묵는 동안 한껏 Healing할 것 같습니다. ㅎ
점심을 워낙 거나하게 먹어서인지 저녁은 대충 싸온 걸로 먹자네요.
도란도란~, 폭염 속에서도 시원하게 꿀잠에 빠집니다.
둘째 날(8. 18/화)
산책/조찬
아침 일찍 일어나 '델피노(DEL PINO)' 곳곳을 거닙니다.
산책코스를 걷노라니 수려하고 장대한 설악의 기운을 느껴집니다.
마치 한편의 동화를 읽는 것처럼 잔잔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더니..., 참 좋네요.
고대 상징물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스톤헨지(Stonehenge)'광장도 있습니다.
인간의 힘만으론 도저히 구현할 수 없던 시대의 구조물이기에 더욱 신비스럽습니다.
먼 옛날 '견우'와 '직녀'가 만나 애틋한 사랑을 속삭였을 오작교(烏鵲橋) 분수도 보입니다.
단지 휴식을 즐기는 것을 넘어 순수했던 동심을 되찾고, 잊었던 옛 시절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는 휴양지입니다.
간단하게 아침식사 후 고민에 빠집니다.
앙탈을 부려대는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적으로 난리이기 때문입니다.
기저질환(基底疾患)이 있는 짝지까지 대동했으니 제한요소가 많습니다.
아쉽지만 과감하게 투어는 생략키로 결정하고, 떠날 때 예측대로 호캉스를 즐깁니다. ㅋ
오찬(백촌 막국수)
그래도 맛 집은 들려야죠. ㅎ
주말이면 2시간 웨이팅(Waiting)은 기본이라는 강원 고성에 소문난 '백촌' 막 국수집을 찾아 나섭니다.
비수기에 주중인 점을 믿었건만, 웬걸 입구에서부터 밀리기 시작합니다.
간신히 파킹 후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2시간 이상 기다려야 된답니다.
고민 끝에 기껏해야 막국수지 지가 별 거 있겠냐며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옆에 있는 '교암'막국수 집을 택합니다.
열무김치, 백김치, 새우젓, 명태식혜무침과 함께 비계와 살코기가 적당히 조화를 이루면서 육즙을 가득 품고 있는 편육이 나왔습니다.
백김치 + 편육 + 명태식혜의 환상콤비에 취할 즈음 대망의 막국수가 등장하네요.
김 가루, 깨, 계란만 올라있는 국수에 국물을 자작하게 붓고는 식초, 겨자, 들기름을 넣어 비벼 식해와 편육을 얹어 한입 오물대며 씹습니다.
그리곤 동치미국물을 부담 없이 벌컥벌컥 마셔댔는데, 깊은 산속 옹달샘보다 더 맑은 순수한 맛이었습니다.
와~ 진짜 인생 막국수였습니다.
얇은 면과 들기름의 고소함, 그리고 동치미국물의 새콤함이 어우러져서 완벽한 맛을 냈습니다.
'백촌'은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도 담백하고 깔끔한 최고의 막국수였는데요, 마법같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모처럼 맛없는 음식 맛에 식상해있던 식도(食道)를 쉴 새 없이 정화시켰습니다.
땡볕 더위에 2시간 줄서는 것 보다 헐 나았습니다.
시원한 숙소로 돌아와 모처럼 낮잠 한번 늘어지게 잤네요. ㅎ
만찬(청초수물회)
만찬은 속초시 조양동 엑스포장 인근에 있는 '청초수' 물 회 전문점입니다.
예전엔 속초에서 물 회하면 봉포 '머구리'집만 생각했는데, 요즘 한참 뜨는 집구석이라니 구미가 당기네요.
물 회로 건물을 세웠을 정도라는데, 역시 사람이 많아 대기표 뽑고 기다려야합니다.
개인적으로 음식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게 딱 질색이지만, 요즘 맛 집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다니 기다려봅니다.
건물전체가 통유리로 되어있어, 잘록한 항아리모양의 청초호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기실 물 회는 해산물을 잘게 썰어 파, 마늘, 양파 등 갖은 채소로 매콤하게 양념하여 시원하게 찬물을 부어 먹는 회로 바쁘고 고된 어부들이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고추장이나 된장에 무친 회를 물에 부어 마시듯 먹던 데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60년대부터 상품화되면서 지역마다 특색 있는 별미로 자리 잡았습니다.
해전물회(2인 42,000원), 전복죽(15,000), 오징어순대(11,000) -.
와~ 엄청 큰 식당내부를 로봇이 돌며 서빙을 도와주는데요, Decoration도 맘에 듭니다.
종패수준의 전복에, 해삼대신 들어와 있는 멍게 서너 조각만으로 서걱서걱~~ 비벼 덥석 한입 쑤셔 넣습니다.
"우와 맛있다!"
진하게 우려낸 사골국물에 전통고추장 등을 배합한 후 일주일간 숙성하여 육수로 쓴다더니 새콤달콤한 게 감칠 맛 났습니다.
해파랑 트레킹하면서 곳곳에서 많이도 먹어본 물 회였기에, 우습게 생각했다가 어퍼컷(Uppercut)을 제대로 한방 맞았네요. ㅎ
삼고초려 끝에 상견례가 이뤄진다지만, 웨이팅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벽면에는 어김없이 유명인사와 연예인들의 사인이 빈틈없이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실버스위트룸의 호화로움을 만끽하며 또다시 상류층(^^) 흉내를 내봅니다.
그렇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에 허전함이 가시질 않네요.
셋째 날(8. 19/수)
산책/조찬
설악 해맞이공원으로 가서 해맞이를 할까하다가 혼자라서 포기했습니다.
간단하게 아침식사 후 '소노캄 델피노(SONO Calm DEL PINO)'를 한 바퀴 돌아봅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에 새삼 놀라는데요, 이런 곳에는 코로나도 얼씬 못할 것 같습니다.
손녀들의 재롱에 더위도 잊습니다. ㅎ
볼 때마다 엄청 커있는 손녀들의 모습에 새삼 놀라는데요, 볼수록 예쁩니다.
이런 게 가족 사랑이란 걸까요?
사위의 성화에 못 이겨, 내년에 남매들과 다시 한 번 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짝지가 고희(古稀)를 맞이하거든요.
빠짐없이 챙기는 정성이 너무 고마워 거절할 수도 없습니다.
체크아웃하고 2박 3일 동안 편안하게 묵었던 '펠리체(Felice)'를 나섭니다.
오찬(양양 동일식당)
이번 여행은 애들 하자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복귀하면서 양양에 들려 점심식사를 합니다.
'동일'식당 -.
원래 맛 집은 가게가 많이 있는 골목에 살짝 숨어있습니다.
이집 주 메뉴는 '곰치'국에 생선구이 전문점입니다.
'곰치'철이 아닌데도 이곳은 생물을 쓴다고 하네요.
특이하게도 국이 아니라 찌개로 나왔습니다.
간이 약간 세지만 맛은 일품이었는데요, 그야말로 밥도둑입니다.
동해안에서 탐했던 삼치('곰치', '장치', '망치')생각이 절로 납니다.
손녀들도 생선구이를 잘 먹네요.
딸내미가족의 휴가는 '횡성'에 들려 2박을 더해야 끝납니다.
자꾸 한우고기를 내세워 꼬드기는 유혹을 애써 뿌리치고, 예서 헤어지기로 합니다.
아무래도 짝지의 건강상태가 염려되었기 때문입니다.
헤어지기 힘든 손녀들과의 작별의식이 깁니다.
"횡성에서 잘들 쉬다가 안전하게 복귀해라"
복귀
["내 집에서는 오라고 고사를 지내도 안 오던 잠이, 네 집에만 오면 왜 이리 달콤하게 쏟아지는지 모르겠다!"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던 엄마에게 방에 들어가 편히 주무시라고 깨울 때 듣던 말입니다.
늙어가는 부모님한테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노인네는 혼자 계시게 해선 안 될 존재라는 걸 서글프게도
조금씩 느끼게 마련입니다.
자식에게 부담주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 여유를 즐기려던 노인들도, 어느 시점엔 혼자 사는 것에 진절머리를 내며
혈육의 온기를 그리워합니다.
그러나 늙은 부모를 혼자 둬선 안 된다는 슬픈 깨달음에도, 어느 자식하나 부모를 길 끝까지 동행해주지
못합니다.
꼿꼿하고 깔끔하던 때에는 모시는 일이 두렵지 않지만, 무게중심을 잃으며 허물어지듯 기대오면 점점 자신이
없어집니다.
모르는 척, 바쁜 척, 없는 척... 자꾸 딴청을 피우게 됩니다.
해결책도 없이 독촉장 받고 찾아가 혼자 사는 부모님의 아파트를 바라봅니다.
여전히 환한 불빛이지만, 그 빛은 혼자 사는 노인네의 외로운 불빛입니다.
이 모든 건 뇌혈관과 전두엽이 일으키는 오류일 뿐 그 누구의 탓도, 책임도 아니라고 우기지만 왠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이렇게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너무 싫습니다] (펌)
여행을 다녀와서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들까요?
서로 의지하며 살다가 정말 잘 마무리해야 합니다.
에필로그
세월이 하 수상합니다.
코로나, 장마와 폭염 등 여러 가지로 힘든 시절입니다.
단출했지만, 행복을 느꼈던 가족여행이었습니다.
[외모에 자신이 없거나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이 땅의 아버지들이 사진 속에 없는 건 아니다.
가족을 위해 늘 사진 밖에서 계셨던 아버지 -.
아버지~, 당신이 행복입니다]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자식의 이름으로 사는 게 엄마의 행복이 거다.
어머니 -, 당신이 행복입니다]
SK광고에 실렸던 카피(Copy)입니다.
한줄 광고문장을 통해 부모님의 사랑이 가슴 깊숙이까지 강렬하게 파고듭니다.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마음을...
목욜(8. 28) 아침에 갯바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