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써봅니다. (1)을 쓸때도 시험기간이었는데 (2)도 시험기간에 쓰게 되는군요.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일이 풀립니다. 다른 분들은 이러지 마세요. 그동안 안쓰고 버티던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1)처럼 주절댈 일대기가 부족하다는게 아주 절실하죠. 가볍게 쓰겠습니다. 어차피 보는 사람은 한정되어있으니 상관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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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고3이 가장 놀기 좋은 시기다.'에 공감한다. 실제로 내가 고등학생동안 본 만화책, 소설책 분량가운데 3학년동안 본게 1, 2학년 동안 본거 합쳐도 더 많았다. 누누이 말하지만 학교에 앉아있다고 공부하는거 아니다. 자고, 만화책보고, 소설책보고, 음악듣는 등의 여러가지 응용이 가능하다. 본론으로 돌아오자. (1)에서 소개한 CD들만 가지고 대략 1년은 버틴 것 같다. 다만 학교에서 CDP를 분실하는 사고때문에 같이 들어있던 SFAM(DT 5집)을 다시 사야만 했다. 지금도 기가막힌게 자습 마치고 가방 싸면서 다른데 보고 있다가 책상을 보니 CDP가 없어졌더라. 훔쳐간놈은 되는 거 없이 고생했으면 좋겠다. 수준이야 어쨌건 교내에서 제법 머리 돌아간다는 놈들 모아놓은 교실에서 절도행각이라니 기가막힌다.
수능을 마치고 감정의 양극단을 체험하던 2000년 12월경. 길거리를 배회하다 레코드점을 발견하고 시간을 떼우러 들어갔다. 개인적인 습관인데 레코드점에 들어가면 그 가게에 진열된 CD들을 다 훑어보곤 한다. 동네 레코드점 뒤져보는 건 간단하다고 해도 교보같은 대형매점에서도 그러는 걸 보면 나도 참 어처구니 없는 놈이다. 그래도 그 짓을 그만두지 못했던게 그런식으로 건진 휘귀판들이 제법 있었다. 당시는 인터넷으로 음반을 구매한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어있지 않던 시기다. Queensryche(이하 QR)처럼 제법 네임벨류는 있었지만 정작 판을 구하기 힘든 밴드들은 그런 삽질을 감행하지 않고 구하기 힘들었다.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MP3으로 긁어버리니 간단하지만, 그런 삽질끝에 구한 CD를 처음 재생하는 순간의 설레임같은건 느끼기 힘든 것 같다.
그렇게 레코드점을 전전하다 발견한 CD들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재수생활동안 활력소로 작용했다. 생각해보면 Pink Floyd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pt:1'의 'We don't need no education'나 QR의 'Why am I here, and for how long?'같은 가사를 들으면서 재수학원에 앉아있는 것도 나름대로 코메디다. 물론 저런 선동적인 메세지를 담은 음악만 듣고 있지는 않았지만. 때로는 단순한게 좋은거다. 'Painkiller'같은 곡은 가사해석을 읽고 박장대소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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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탐구
1. Judas Priest 'Painkiller'
한 단어로 표현하면 '회춘'이다. 80년대 전성기보다 더 날선 금속성을 들려주는 헬포드 옹과 이전보다 더 화려해진 팁튼 옹&다우닝 옹의 기타연주, 새로 투입된 Racer X 출신의 스캇 트레비스가 밟아대는 트윈페달은 80년대 이상의 활력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가사는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메탈만세' 대충 이정도면 정리될 듯 싶다. 본인의 JP 입문작이며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으로 JP를 듣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이상으로 헤비메탈이라는 본능에 충실한 앨범들이 있을까 싶지만, 이후 JP는 롭 옹의 탈퇴와 함께 10여년간 나락으로 떨어져버린다. 이 앨범을 마냥 즐겁게 듣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추천곡은 Painkiller, Between the hammer & the anvil, A touch of evil 여담이지만 Painkiller는 Angra와 Death에서 트리뷰트형식으로 연주했는데 3곡을 비교해보면서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Angra버전이 원곡에 충실하다면 Death버전은 진짜 깬다. 원곡보다 과격한 연주에 척 슐디너의 살쾡이 보컬이 결합되어 원곡을 능가하는 포스를 보여준다.
2. Queensryche 'Operation:Mindcrime & Queensryche'
셀프타이틀 데뷔 EP와 'Operation:Mindcrime'을 묶어팔던 특이한 케이스였다. 'Operation:Mindcrime'은 컨셉앨범으로 최고급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음반이다. 스토리야 볼 거 없지만 음악과 스토리의 일체감은 굉장하다. 더불어 QR이 가사읽는 재미가 쏠쏠한 그룹이기도 하다. 크게 보면 별 볼일 없는 이야기가 세부를 파보면 공감가게 잘 쓰여져있다. 세간에는 이때문에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음악만 놓고보면 시원한 정통메탈에 가깝다. 데뷔EP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QR의 전 앨범가운데 가장 속시원한 내용물들로 가득하다. 초창기 앨범이니 정말 압도적인 고음을 들려준다. 하지만 제프 테이트의 진가는 고음이 전부가 아니다. 이 앨범에서 추천곡은 의미가 없다. 한번 듣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풀타임 재생만 있을뿐.
3. Queensryche 'Empire'
개인적으로 QR의 앨범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본다. 'Operation:Mindcrime'의 구성력은 압도적이지만, 그 유기적인 구조때문에 따로따로 들으면 약간 부족하게 들릴때도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은 전 곡을 싱글로 내놔도 먹힐거라고 생각한다. 이전처럼 시원한 고음은 이 앨범에서 들을 수 없다(그때문에 일부 골수들은 Empire부터 QR을 별로 안좋아한다더라) 그래도 노래는 정말 잘 부른다. 오히려 고음을 빼놓으니 더 세심하게 부른다는 생각이 든다. 작곡실력도 극에 달해서 이전처럼 벨런스가 맞지 않는 곡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앨범 이후에 나온 'Building Empire'라는 비디오(지금은 DVD)에서 Empire까지 뮤직비디오, 공연실황, 인터뷰 등을 보여주는데 'Empire'시절과 그 이전을 비교하면 웃음밖에 안나온다. Empire의 세련되고 중후한 모습만 보다가 옛날의 촌스러운 모습을 보면 정말...;; 개인적인 애청곡은 The thin line, Jet city woman, Empire.
4. Queensrych 'Promised land'
'Empire'와 비슷한 컨셉으로 나가지만 분위기가 묘하게 어둡고 힘을 뺀 것 같다. 이것때문에 이 앨범을 싫어하는 사람도 제법 있는 것 같지만, 본인은 Empire보다 본작을 더 선호한다. 벨런스가 안맞아도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고 할까? 하지만 이는 차기작에서 얼터로 변신하는 전주일지도 모른다. Jet city woman과 비슷한 느낌의 베이스 인트로를 들려주면서 좀더 심각한 느낌의 Damaged, 듣고있다보면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발라드 Out of mind, 사막 한가운데에서 헤메는 이미지를 들려주는 동명 타이틀곡 Promised land가 추천곡이다.
5. Pink Floyd 'Is there anybody out there?:The wall live'
The wall은 역사에 남을만한 명반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시 로저 워터스를 중심으로 유명 뮤지션들이 모여 The wall을 연주한 실황은 음반과 영상으로 남아있다. 아쉽게도 장벽 붕괴 당시 PF의 본래 멤버들은 참여하지 않았다(멤버간의 불화로 인한 탈퇴의 후유증일듯) The wall이 담고있는 의미는 인터넷 뒤져보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곳이 많이 나오니 그쪽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 앨범은 The wall 발표직후 이루어진 라이브 투어의 실황이다. 나는 The wall을 이 라이브로 먼저 듣고 나중에 앨범을 들어보았는데 오히려 앨범쪽이 더 부족하게 들렸다. 영화에 실려있지만 앨범에서 빠져있는 2곡의 부재가 크다. 본작을 감상한 후에 실황영상을 보길 추천한다. 최후에 벽이 무너질때 느끼는 감정은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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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가사 찾으로 QR 홈페이지 가보니 Thin Lizzy와 공동 투어한다는 뉴스가 올라와 있었다. Thin Lizzy도 명밴드였지만 뭐랄까, 옛날에 혼자서도 잘 나가던 QR을 생각하면 안구에 습기가 찬다 -_-;
첫댓글 핑크플로이드 더 월은 영화가 참 기억에 남는다는 ; 다는 못 봤지만 ㅎ ㅎ 갠적으로 소름끼치게 봤는데 ㅎㅎ 노래 어나더 브릭~ 뮤비도 무섭게 보고;;
악~ 촌빨 날리는 음악들이당ㅋㅋ 아아, 물론 그냥 하는 소리구요. 아, 여기서 보니까 또 새롭네. 간만에 퀸슬 노래나 한번 들어야겠다ㅋ 'Empire' 좋은 앨범이죠~ 주다스의 페인킬러도 '메탈'의 정의를 들려주는 듯한 명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