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화원 곰배령
4월부터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들꽃은 9월에 그 절정을 이룬다. 여름의 끝자락을 아쉬워하는 듯 여름들꽃 10여 종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있지만 조금씩 가을의 야생화에 자리를 내주는 듯하다. 사실 곰배령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오지나 다름없었다. 인제의 현리에서도 약 1시간 가량을 더 들어가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알려지면서 지금은 많은 탐방객이 찾는 관광단지가 되어 버렸다. 곰배령의 매력은 웅장하지도, 그렇다고 화려하지도 않은 소박한 아름다움. 누군가의 말처럼 화장하지 않은 젊은 처자의 수더분하고 맑은 모습 그대로다. 깊은 산 속에서나 발견되는 금강초롱이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아무렇게나 우거진 나무들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오솔길이 군데군데 뻗어나 있다. 곰배령 트레킹의 시작은 단목령과 곰배령 길이 갈라지는 작은 삼거리 . 길 주변에 피어있는 희귀 야생화들을 보며 쉬엄쉬엄 걸어 2시간 정 도를 올라가면 정상에 이르게 되는데 탁 트인 전경이 가슴을 시원하 게 파고든다. 곰배령은 한여름에도 긴팔옷을 껴입어야 할 만큼 쌀쌀 하니 두터운 옷 하나쯤은 꼭 챙겨가는 것이 좋다.
▶ 곰배령은 강원도 인제군 귀둔리 곰배골에서 기린면 진동리 설피밭 마을 위 삼거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산초원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점봉산 남쪽에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며 형성된 이 고개는 수천 평의 초원이 연출하는 시원한 경관이 일품으로 온갖 고산화초들이 자생하는 곳이다. 취나물의 자생지로 알려지면서 등산인들이 많이 찾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이곳으로 연결된 도로사정이 좋아지며 진입이 한결 쉬워졌다. 곰배령으로 오르는 길은 진동리쪽이 유순하고 쉽다. 진동리 산행기점은 진동라 하늘찻집 부근의 삼거리다. 양양 양수발전소 상부댐 공사현장 앞 삼거리에서 직진해 진동분교를 지나 계속 직진해 들어가면 삼거리를 지나 하늘찻집으로 이어진다. 하늘찻집 직전의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강선리 계곡으로 연결되는 호젓한 길이 나타난다. 산중 마을인 강선리까지는 경운기 한 대 다닐 정도의 걷기 편한 길이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40분 정도 들어서면 산골마을 강선리가 나타난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 자그마한 마을을 지나며 시작된다. 강선리에서 곰배령까지는 1시간30분 가량 걸린다. 마지막 30분 거리가 약간 가파를 뿐 전체적으로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곰배령에서는 여러 방향으로 산행을 이을 수 있으나, 다시 진동리로 원점회귀하려면 점봉산을 오른 뒤 단목령까지 백두대간 마루금을 밟는 길이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구간은 6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먼 거리로 초심자나 노약자의 경우에는 무리다. 준비가 되지 않은 자신이 없는 팀은 올라온 길로 다시 돌아가는 좋다.
점봉산을 오를 사람들은 고산초원인 곰배령의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곰배령에서 작은점봉산까지 넓은 초지와 경관 좋은 능선이 이어진다. 작은점봉산을 오르는 막바지 구간이 약간 가파르긴 하지만 크게 힘들 정도는 아니다.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 철쭉철에는 더욱 화사한 능선이 된다. 곰배령에서 점봉산 정상까지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점봉산 정상에서 단목령쪽(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급경사 내리막을 따라 한참을 내려선다. 40분 정도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희미한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길 갈림길이 나타난다. 단목령으로 가려면 계속해 직진해 내려간다. 약간 평탄한 능선을 지나 다시 나타나는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면 이정표가 나타난다. 오색 갈림길은 이 이정표에서 15분 거리에 있다. 대간 능선에는 표지기가 계속 달려 있으므로 시야가 나쁜 경우만 아니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단목령까지는 2시간 이상을 빼곡한 숲길을 통과해야 한다. 수풀을 헤치기를 즐기는 분들에게는 진동리 삼거리 위쪽의 합수점으로 이어지는 가는골 코스도 좋다. 정상 아래 오색으로 떨어지는 갈림길에서 남동쪽의 산죽밭을 헤치고 계곡으로 내려선다. 처음에는 가파른 듯하지만 물을 만나며 경사가 완만해진다. 길은 이어지고 끊어짐을 반복하지만 계곡을 벗어나 능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발빠른 사람은 갈림길에서 2시간 정도면 충분히 삼거리까지 내려설 수 있다.
그밖에도 곰배령에서 곰배골을 거쳐 귀둔리로, 점봉산을 거쳐 용수골로, 호랑이코빼기(1,219m)를 거쳐 오작골로 하산할 수도 있다. 곰배령은 큰 어려움이 없으나, 점봉산을 거치는 코스가 길고 용수골로 내려서는 지점을 놓치기 쉬우므로 경험자를 동반하는 것이 안전하다. 호랑이코빼기를 경유하는 것은 초보자가 끼거나 여유로운 산행을 원하는 팀에 적합하다. 곰배령에서 남동쪽 능선을 타고 오른 후 줄곧 능선만 따라 1시간 가량 가면 정상이 뚜렷치 않은 호랑이코빼기를 지나 오작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이 일대는 온갖 취와 참나물 등이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는 챗목이라는 곳이다. 진동리쪽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우선 곰배골과 오작골을 가르는 능선을 타고 내려서야 한다. 15분 정도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면 능선의 갈림길에 닿는다.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오작골이고,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곰배골 상단이다.
♣ 강원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그 중에서도 야생화의 명소인 곰배령과 길조차 없는 계곡, 아침가리가 대상이다. 과거에는 꼭꼭 숨어있는 땅이었지만 이제는 살아있는 생태계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자연 전시장이 됐다. 자연 속에서의 여행법은 오직 걷는 것, 트레킹이다. 준비 오지이기 때문에 호텔이나 여관 등의 숙박시설이 없다. 민박을 해야 한다 . 하지만 진동리의 민박 시설은 거의 펜션급이다. 대부분의 민가에서 민박 을 치고 50% 정도는 취사도구와 바비큐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심이 좋다 . 주인과 마음이 맞으면 호텔 이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휴양림 야영 시설도 있다. 약 40개 정도의 텐트를 칠 수 있다. 취사시설이 되어 있다. 휴양림 인근에도 민박 시설이 많다. 주로 걷는 여행이다. 등산화는 필수. 물에 빠질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벌의 옷과 양말도 필수이다. 밥을 직접 지어먹는 경우가 많다. 양념한 고기를 넣을 아이스박스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쌀을 씻어 안치고 고기를 구워 먹다 보면 밥이 익는다. 진동리는 큰 건 물이나 위락시설이 없기 때문에 밤이면 어둡다. 대신 하늘이 밝다. 별이 쏟아질 듯 떠 있다.
진동리의 첫날 곰배령 트레킹의 날이다. 곰배령은 옛날 양양과 인제를 잇던 길이다. 설악 산의 최남단 봉우리인 점봉산을 넘는다. 원시림이 살아있고,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다. 양양쪽으로 15㎞ 정도 더 들어가야 한다. 포장과 비포장이 반복된다. 곰배령에 오르는 길은 설피마을 기린초등학교 진동분교 근처에서 시작된다 . 버스를 돌릴만한 공터도 있고, 차를 50대 정도 세울 수 있는 주차장도 있다. 곰배령 정상까지는 6㎞. 완만한 언덕길이다.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하 다. 아이들도 쉽게 오른다. 정상은 넓은 초원이다. 그냥 풀이 아니라 모두 꽃풀이다. 이미 봄꽃이 만개했다. 아침을 지을 때 도시락을 싼다. 정상 초원에서 까먹는 도시락 맛이 일품이 다. 곰배령에서 내려오면 한가한 오후를 보낸다. 진동리 앞을 흐르는 방대천의 물이 맑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물가에서 햇살을 즐긴다. 견지낚시를 할 수도 있다.
둘째날 아침가리를 트레킹한다. 길이 없는 계곡이다. 진동산채가 정면으로 입구가 있다. 겉에서는 알 수 없다. 일단 방대천을 건너면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보인다. 곰배령길과는 종류가 다르다. 거의 절반은 물 속을 걷는다. 봄의 물 속 바위는 새로 낀 이끼 때문에 무척 미끄럽다. 반드시 어른이 먼저 디 뎌보고 아이들을 이끌어야 한다. 아침가리 계곡 트레킹은 왕복 8시간이 넘게 걸린다. 완전히 주파하는 것 은 욕심이다. 1시간 정도 오르면 커다란 너럭바위와 수영장만한 소(沼)가 나온다. 이 곳을 반환점으로 하는 것이 좋다. 바위 위에 앉아 쉬기 좋다. 아침가리에서 낮 12시 이전에 내려와야 한다. 교통체증이 심하기 때문이다. 갔던 길로 되돌아 온다. 이 길은 풍광이 아름답다. 길 옆으로 강원도에서도 내로라 하는 아름다운 물길, 내린천이 흐른다. 래프팅 시즌이 시작됐다. 늦게 도착하는 것을 각오한다면 온가족이 내린천의 물길을 타는 것도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 참고 클릭 ■☞ 곰배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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