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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위기, 무엇이 문제인가? - 직제를 중심으로 - | ||||
(목정평 종교개혁기념토론 발제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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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정평 종교개혁기념토론 발제문(기록: 김종희 목사)
이런 현상은 교회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무조건 교회성장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풍토에서 비롯되었다 하겠다. 교회란 “기본적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의 우주적이고 만유 구원론적인 하나님 나라를 향한 운동 혹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참여”하도록 부름받은 공동체이다(몰트만). 다시 말해서 교회는 교회자체를 위한 공동체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위해 부름 받은 공동체이다. 따라서 교회의 “모든 사역은 궁극적으로 모든 민족들을 모아 한 회중으로 삼으시려는, 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 나라와 그의 통치를 증언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형기 교수는 그의 책 <하나님 나라와 교회>에서 교회사역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하나님 자신의 하나의 교역은 사회 윤리와 고통과 필요 속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돌봄과 인류 및 우주만물의 구속사역을 포함한다. 따라서 교회의 사명은 예배하는 공동체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세례 성만찬을 베풀 뿐 아니라, 사회윤리 차원의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가난한 자들과 곤궁에 처한 자들과 주변으로 밀려난 자들을 변호하고 돌봄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도록 부름을 받고 있다. 교회는 깨어진 인간관계들을 치유하고 화해시키기 위해서 부름 받는다. 교회는 또한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사람들과 연대하여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파괴를 죄악 된 것으로 정죄하면서 창조세계 보전을 위해서 힘쓰고, 창조세계와 인류 사이의 깨어진 관계들에 대한 하나님의 치유과정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는다.”
그런데 오늘 한국교회는 이런 교회의 막중한 사역을 망각한 채 오로지 교회 자체를 확장하고 세력화 하는 일에만 몰두하므로 목사도 장로도 아울러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교회의 궁극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점검해 보지 않은 채 목사는 목사대로 부임하여 교회 성장에 열을 올리고, 장로는 장로대로 관습을 따라 교회 정치에 자연스럽게 참여한다. 목사나 장로나 교회가 무엇인지를 당연히 다 알고 있다는 전제 아래 항상 새롭게 점검되어야 할 교회의 궁극의 목표를 잊어버린 채 자기 나름대로 교회를 목회하고 교회를 섬긴다고 자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위에서 지적된 대로 ‘하나님 나라와 그의 통치를 증언’하는 교회의 본질을 올바로 이해하면서 안수목회직인 목사와 평신도 사역직인 장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루터는 이런 교회론을 거부하고 교회를 ‘성도들의 회중’(congregation of the saints), ‘성도의 교제’로 이해하였다. 교회는 본질상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들, 하나님 백성의 회집이요 교제이기에 교회는 ‘신앙의 공동체’라는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회중을 배제해온 교권주의를 근본으로부터 부정하는 새로운 신학사상이었다. 여기서 그의 유명한 ‘만인 제사장론’이 제기되었다. 복음 안에서 모든 이들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제사장이요, 중보자요, 대언자라는 것이다. 이것은 안수받은 사역자(ordained minister)는 ‘신의 질서’(divine order)에 들어가 있어 되풀이 되지 않고 또 지워지지 않는 영적인 특성(the indelible spiritual character)이 수여되어 특별한 존재가 된다고 주장하는 로마교회의 전통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이런 성직자 중심의 교회론을 뒤엎고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로서의 교회론을 새로 정립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루터는 모두가 제사장이지만 모두가 설교하고 교육할 수는 없다고 보고, 설교자의 직임을 수행하도록 한 사람을 선출하고 안수하여 임명하고 그로 하여금 모든 성도들이 수행하여야 할 사역을 돕게 하였다. 그러나 구별된 안수목회는 계급이 아닌 말씀을 섬기는 ‘직능’(office)의 구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안수목회자에게는 설교와 성만찬을 집례하는 목회의 직능(function of ministry)이 있고, 평신도에게는 세속 직업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돌리는 직능이 있다고 보았다.
칼빈은 루터와 달리 목사는 하나님께서 임명한 사람들이며, 그들의 손에 교회의 치리를 위탁하였다고 보았다.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를 강조하는 칼빈은 머리되신 그리스도가 성령을 통하여 교회에 사역과 사명을 주시고, 이를 위해 목사를 임명하셨다고 이해하였다. 그의 권위는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에 있었으며 말씀의 권위를 지키는 한 그것은 그리스도의 대리적 권위이다. 루터와 칼빈의 안수목회에 대한 이해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로마교회의 교황중심, 사제중심에서 하나님 중심, 그리스도 중심, 말씀 중심으로 전환시켰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종교개혁자들의 안수목회는 철저하게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교회가 되도록 섬기는 직임으로 구분되었다.
김고광(수표교회 목사)은 그의 논문 에서 “우리의 안수목회자로서의 권위는 사도계승에 있는 것도 아니고 안수예식 때에 받는다는 ‘지워지지 않는 특성’(character indeliblilis)을 가지는 신분상의 특권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직능’이 우리에게 어떤 특권을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안수목회자로서의 권위는 오로지 사도적 사역에 충실하고 공동체 안에서 세상을 위한 하나님의 백성을 양육하는 것에 있다. 오늘도 안수사역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필요성은 그 직책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세상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역에 봉사하는데 그 필요성이 있다.”고 하였다.
결국 종교개혁자들이나 개혁교회의 안수목회의 직능은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도록 교회에 맡겨 주신 사역을 충실하게 감당하는 데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신교의 ‘안수목회’는 세례로 인하여 하나님의 백성이 된 모든 회중의 사역과의 관계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하나님과 하나님 백성 공동체를 섬기는 자리로서 이해되어 왔다는 사실을 재수용하는 일이다. 여기서 평신도 사역과 안수목회는 하나님의 백성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관계와 자리를 찾는다.” 오늘 한국교회 목사는 교회론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며, 그 교회론에 근거한 안수목회사역이 무엇인지를 올바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한국교회 강단이 새로워지며, 교회가 안고 문제들을 너머서 진정한 교회로 세워지고 올바른 목회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면서 평신도 사역은 ① 예배의 참여 곧 부름받은 공동체를 이루고, ② 디다케와 코이노니아를 통해 이룩하는 ‘세움받는 공동체’에 주체로서 참여하고, ③ 증언과 섬김을 위한 ‘흩어짐의 공동체’의 사역에 참여함을 뜻한다고 하였다. 한 마디로 하나님 나라를 위한 교회의 사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이 바로 평신도 사역이다. 특히 평신도는 세계 속에서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해야 하는 최전선에 그 자리가 있다. 평신도 사역은 안수목회에 저항하기 위한 평신도들의 교회 정치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평신도 사역은 교회 정치와 무관한 것이다.
장로는 바로 이런 평신도의 사역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장로의 직임은 교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안수목회자를 도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세계 속에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세움을 받은 직이 바로 장로이다. 장로는 누구보다도 세계 속에 펼쳐지는 하나님의 뜻을 올바로 파악하면서 그 세계 속으로 나가 그 뜻을 펼치며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에 앞장 서야할 중요한 직분이다. 그런데 장로교의 장로제도가 대의제로서 당회를 구성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당회가 단순하게 교회조직을 운영하는 대의체가 되어버렸고, 이어지는 노회와 총회 역시 조직을 운영하는 체제가 되어버려 교회의 본래 목적을 잃어버리고 주로 교권정치에 몰두하므로 교회의 위상을 추락시켜 왔다. 교회가 이런 조직을 가지고 있는 한 문제는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장로제도를 없앨 수는 없다. 더 깊은 성서연구와 올바른 교회론을 교육하고 평신도 사역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목사와 장로의 관계가 아주 좋은 교회 두 곳을 잠깐 소개하겠다. 하나는 제천명락교회(담임 이명선)이고 다른 한군데는 풍기에 있는 성내교회(담임 최갑도)이다.
제천명락교회는 예배, 선교, 교육, 봉사, 교제를 5대 목회방침으로 정하고, 각각 실천 방침을 밝히는 중 봉사 부분에서 “섬김과 나눔의 교회로 제천을 섬기며, 지역사회의 등대가 되고, 존경과 사랑 받는 교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각종 지역사회봉사와 명락복지재단, 불우이웃돕기, 장학회를 통해 섬김을 실천하겠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 방침대로 명락복지재단을 통해 ① 명락노인종합복지관 ② 명락경로대학(원) ③ 제천노인복지센터 ④ 제천재가노인지원센터 ⑤ 제천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그룹홈) ⑥ 제천성폭력 상담소 ⑦ 제천가정폭력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교회는 시무장로가 17명인데 교회 각 기관의 책임을 하나씩 맡고 있다고 한다. 정기당회는 대체로 10분 이내에 끝난다고 당회장이 확인해 주었다. 아무 문제가 없고 이들의 협력으로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크게 부각되어 그 지역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기관이 되었다고 한다.
성내교회도 사회봉사를 잘 실천하고 있는 교회로 그 지역에서 크게 사랑받는 교회인데, 그 교회 역시 시무장로 17인인데, 목사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교회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 최목사는 지금 22년 째 그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데, 교인들의 신임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명선 목사가 말하기를 목사에게 확고한 신학과 교회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분명한 비전이 있으면 교인들과 장로들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하였다. 결국 교회가 하나님께로부터 위탁받은 사역에 충실할 때 목사와 장로의 관계는 협력관계로 발전하면서 교회가 든든하게 서게 된다는 사실을 두 교회를 통해 배울 수 있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단순하게 장로제도 때문에 초래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안수사역과 평신도 사역이 다함께 검토되면서 하나님 나라를 이 역사 속에 실현시켜야 할 교회의 종말론적 사명을 올바로 인식하고 함께 고민하며 개혁을 이루어야 가야 할 것이다. /안동교회 원로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