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퇴직하고 나니 별 달라진것 없습니다만, 그 전까지만해도 미래의 설계랄까, 별의별 생각에 때로 망상에 빠지곤 했죠. 에라~ 퇴직하면 영화제에 캠핑카 - 경제사정이 별로다보니 인터넷에 게시된 10만원으로 만드는 자작 캠핑카 - 몰고가서 영화나 실컫 보는건 어떨까, 하는 식으로 말이죠. 언젠가 아내에게 이런 말을 꺼냈더니 속사포처럼 대꾸하더군요.
" 대체 당신이라는 사람은 심판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 누가 들음 정신 나갔다고 하겠수"
'밥 보다 영화' 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한때 영화에 엄청 빠진적이 있습니다. 뭐 지금도 크게 달라진건 없습니다만, 그 바쁜 와중에 연가내고 부산, 광주, 전주로 영화제를 찾아다닐정도 였으니 말이죠. 오래전, 아마 부산국제영화제였을 겁니다. 상영관이 남포동에서 막 해운대쪽으로 넘어가던 첫 해에 이 영화를 봤던 것 같은데, 좌석이 하필 맨 앞자리여서 얼굴을 치켜들고 보느라 어찌나 목이 뻐근하던지...^^
왕가위는 비교적 국내 팬이 많은 편이고, <화영연화>외에도 <열혈남아> <중경삼림> <동사서독> 등 여러 작품이 있습니다. 왕가위표 전매특허는 '스탭프린팅' - 일종의 슬로 모션 효과로써 인물이 느릿느릿 움직이게 하는 기법. 인물들이 부유하듯 거친 느낌을 주는 것은 이런 움직임 때문이다. 늘어난 시간속에서 인물들의 불안감이 확대됨 - 이랄 수 있겠는데, 저는 예술성이나 의미의 내장성 면에서 <동서서독>을 가장 좋아합니다. 반면에 <화양연화>는 잘 그린 한 폭의 수채화 같다고나할까, 아마 여러분께서도 그러지싶은데 뭐니뭐니해도 마이클 갈라소의 페이소스 넘치는 테마음악과 냇킹콜이 부르는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가 맨먼저 떠오르는군요.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은 시대와 장소 등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남녀간의 소외와 단절, 그래서 공허하고 허무할 수밖에 없는 쓸쓸한 사랑 이야기가 주조를 이룹니다. 그중에서 <화양연화>는 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남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비가를 서정적으로 그려낸 영화이지요.
"그가 다가왔을 때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수줍어했다. 그러나 여자에게 가까이 다가기에 남자는 너무 소심했고, 그만 여자는 떠나가고 말았다."
어떻습니까. 올해는 초가을 날씨가 좀 이상하지요? 푸른 창공을 보면 가을이 틀림없는데, 한낮 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리니 말이죠. 하지만 저녁이 되면 풀벌레 소리에 스산산 바람까지.....자, 오늘은 기분좋은 휴일, 냇킹콜의 <키사스 키사스>를 함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혹 여유있으신 분은 커피도 한 잔 기울이면서.....
****************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은 시대와 장소 등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남녀간의 소외와 단절, 그래서 공허하고 허무할 수밖에 없는 쓸쓸한 사랑 이야기가 주조를 이룬다.《화양연화》는 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남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비가(悲歌)를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가 다가왔을 때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수줍어했다. 그러나 여자에게 가까이 다가기에 남자는 너무 소심했고, 그만 여자는 떠나가고 말았다"
오프닝 자막과 함께 스토리는 60년대의 홍콩의 한 평범하고 비좁은 연립주택에서 시작된다. 30대 중반, 소심한 성격의 신문기자이자 작가인 차우 모완(양조위)과 다리 끝에서 목까지 차 오르는 중국 고유의 치파오 차림으로 직장과 가정을 오가는 수 리첸(장만옥).
그들은 우연케 같은 날 한 아파트의 이웃으로 세 들어 살게 되는데, 차우의 아내와 리첸의 남편은 예전부터 불륜관계였다. 어느 날 우연히 그들은 자신의 아내와 남편사이가 심상치 않음을 알게되지만 각자 부부사이가 소원했기 때문인지 쉽게 단념한다. 그런 와중에 차우와 리첸의 애틋한 만남이 시작되고 영화는 본격적으로 이들의 관계를 영상에 풀어간다.
차우와 리첸은 왜 자신들의 아내와 남편이 그렇게 되었을까, 라고 궁금해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되지 말자고' 서로 다짐 하지만 그들 역시 서로 사랑하는 관계로 점점 발전하게되고, 급기야 소심한 차우는 리첸에게 헤어지자고 넌즈시 말을 꺼낸다. 처음엔 안 그랬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사랑에 빠져드니 이래선 안 되겠다며 애써 조심하자고 한다.
결국 그들은《화양연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이미자 풍으로 노래한 가요 - 를 들으며 각자의 길로 간다. 몇 년인가 세월이 흐르고 다시 그 아파트를 우연케 찾은 리첸. 그녀는 한 때 차우가 살던 곳을 바라보며 소리없이 한 줄기 눈물을 흘린다.
아마 60년대 우리사회의 남녀관계가 그랬을 것이다. 뒷골목의 낡은 담벽, 우중충한 건물의 비좁은 복도와 창틀. 그리고 화려한 꽃무늬로 목 위까지 타이트하게 감싼 중국 고유의 의상 치파오. 유난히 굽이 높아 보이는 리첸의 하이힐(카메라는 반복적으로 그녀의 실내화와 하이힐을 프레임에 담는다).
클로즈 업으로 포착한 담배 연기의 아름다움. 또 그들이 만날 때마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빗줄기. 이렇게 적절하게 선택되고 배치된 미장센은 두 사람의 절제된 감정들을 전하는데 한 치의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마이클 갈라소의 페이소스 넘치는 테마음악과 감미로운 음성의 냇킹콜의《키사스 키사스 키사스》는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하는데 한 몫 거든다.
게다가 좁은 아파트 복도로 국수 통을 들고,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흔들리는 마음을 겨우 추스르며 걸어가는 리첸의 뒷 모습을 느린화면으로 잡아내는 왕가위의 감각적인 영상은 한마디로 압권이다. 한 편의 멜로를 만들어도 왕가위는 역시 노련한 감독답게 절제된 영상미학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관계는 어째 불륜이라기보다 애틋한 사랑, 혹은 사랑의 비가로 보이는 것이. (*)
첫댓글 Quiz?s, Quiz?s, Quiz?s"
Siempre que te pregunto
Que, cu?ndo, c?mo y d?nde
T? siempre me respondes
Quiz?s, quiz?s, quiz?s
Y as? pasan los d?as
Y yo, desesperando
Y t?, t? contestando
Quiz?s, quiz?s, quiz?s
Est?s perdiendo el tiempo
Pensando, pensando
Por lo que m?s t? quieras
¿Hasta cu?ndo?
¿Hasta cu?ndo?
Y as? pasan los d?as
Y yo, desesperando
Y t?, t? contestando
Quiz?s, quiz?s, quiz?s
Est?s perdiendo el tiempo
Pensando, pensando
Por lo que m?s t? quieras
¿Hasta cu?ndo?
¿Hasta cu?ndo?
Y as? pasan los d?as
Y yo, desesperando
Y t?, t? contestando
Quiz?s, quiz?s, quiz?s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늘 네게 묻네
언제? 어떻게? 어디서?
늘 내게 말하지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이렇게 날은 지나가고
나는 절망하는데
너는, 너는 늘 대답이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제일 좋은 것만
따지며 따지며
시간을 날리네
언제까지?
언제까지?
이렇게 날은 지나가고
나는 절망하는데
너는, 너는 늘 대답이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제일 좋은 것만
따지며 따지며
시간을 날리네
언제까지?
언제까지?
이렇게 날은 지나가고
나는 절망하는데
너는, 너는 늘 대답이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가사 내용이 꼭 저에게 하는 말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