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부터 나의 70회생일 위하여 우리며느리 김수정과 딸아이 최승혜는 무슨 이벤트 행사를 계획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이판으로 가족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다. 수정이네 부부와 준우 윤서 윤미 등 아아들 3명, 승헤네 부부와 보민이녀석 하나 그리고 우리 부부 모두 10명이다. 대략 1천여 만 원이 들어간다고 나는 아이들에게 좀 부담스러운 행사이니 나중에 하자고 하니 사위인 지혁이가 말이 나왔을 때 일을 저질러야 한다며 막 무가내 한다. 내가 나중에 알고 거북스러워하니까 사위가 예약까지 해 놨으니까 우리부부는 아무소리 말고 지네들 따라만 오란다.
12월14일, 내일이면 한미리식당에서 가까운 친인척끼리 점심식사도 해야 하고 오후 비행기를 타고 사이판으로 떠나야하기 때문에 괴산 산골에 있는 수정이네 식구들 대구에 있는 승혜네 식구들이 오늘 중에 모두 올라 와야 하는데 승혜네가 사는 대구 달성군에서 20중 충돌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기상이 나빠졌다. 전국에 걸쳐 눈이 오고 기온이 많이 내려간 때문이다.
준우와 윤서는 학교를 갔다 산골 집으로 오는데 준우 외할머니 가 승용차를 가지고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가 길이 미끄러워 승용차를 산길에 세워 놓고 말았다. 수정이 엄마는 수정이에게 모래를 한 부대만 가지고 오라고 전화를 했는데 모래부대를 가지고 내려 오다가 그만 얼음판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래서 준우 외할머니는 차를 길에 세워 놓고는 그대로 집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대구의 승혜네 3식구는 승용차로 서울로 오고 있고, 광주의 중우 아빠는 비행기를 탈려고 광주 공항에 가서 대기하고 있는데 저녁6시에 출발한다는 비행기가 8시가 되어서 결항이라고 안내하더라는 것이다. 준우 아빠는 고속버스를 타고 오려고 동서울고속버스표를 샀단다. 괴산 준우네는 내일 아침 버스로 올라오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사위 지혁이가 서울 에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괴산의 준우네가 내일 승용차로 서울로 올라오는 것은 어쩌면 더 어려울 것 같더라는 것이다. 기온은 새벽이나 아침에 더 낮아지므로 길이 더 미끄러워질 수 있기뚠이란다.
지혁이가 서울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8시경이 되었고 날씨가 많이 푹해져 큰길은 눈이나 얼음이 다 녹아 차가 다니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 괴산으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지혁이는 준우아빠에게 전화해서 서울로 오지 말고 버스를 타고 청주로 오라고 전화를 한다. 준우 아빠가 버스를 타고 청주로 오면 10시까지 도착가능하고 지혁이가 서울에서 곧바로 청주로 내려가서 성열이를 픽업해서 괴산 시골집에 가기로 한 것이다. 다행이 시골길도 눈과 얼음이 대부분 녹아 차가 움직이는 데는 아무런 불편이 없다. 새벽 1시쯤 준우 윤서 윤미 수정이 그리고 여행용 짐보따리와 함께 성열이를 태운 지혁이 차는 서울로 달렸다. 새벽 3시가 되어서 지혁이는 구의동 우리 집에 도착했다. 그사이 우리부부는 아이들이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도하다가 잠이 들었다. 3시가 넘어 윤미의 울음소리에 깨어보니 준우는 건너 방 침대에서 준우아빠와 윤서는 마루에서 뒹굴며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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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70회 생일 맞이하여 아들 내외와 딸 내외가 예약한 세종로 동아 일보 건너편의 한식당 한미리에서 아이들 친가와 외가식구들 50여명이 식사를 함께하고 나서 우리나의 직계 식구 들은 바로 인천공항으로 갔다. 아들내외와 13개월 된 윤미, 7살 된 윤서, 9살의 준우 그리고 딸 승혜내외와 그녀의 3살 된 아들 보민이, 이렇게 모두 10명이 사이판 4박 5일 여행을 다녀 오기위하여 며칠전 준비를 한 터였다.
저녁 8시비행기를 4시간 정도 타고 사이판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현지시간으로 새벽 1시가 넘었다. 우리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PIC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8시쯤 기상하여 호텔내의 마젤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9시부터 관광이 시작된다.
사이판 섬은 미국령의 북 마리아나 섬 중 제일 큰 섬인데 길이가 22킬로 넓이가 8.8킬로 정도의 섬,서울면적의 6분지1정도 섬으로 그중 서쪽으로만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동쪽으로는 가옥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도로주변에 대포 박격포 등 2차 대전에 사용했던 전쟁무기들이 녹슨 채로 여기저기 눈에 뛴다. 전투에 패한 일본 군인들이 자기네 나라를 위하여 만세를 부르면서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만세 절벽도 있다.
일본 압제 하에 강제로 이곳까지 끌려와서 희생된 한국 징용 군인들의 위령기념비도 보인다. 간간이 늙은 인본 관광객들이 그들의 조상들에게 묵념하고 기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이판의 서쪽바다는 파도가 크지 않다고 하는데 이유는 해안에서 3-5킬로 떨어져 산호초로 이루어진 자연 방파제가 있고 자연방파제 밖으로는 40-50미터 절벽이고 그 안쪽으로는 불과 수 미터 수심 밖에 안 되어있기 때문에 큰 파도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해안 가까이에는 해수욕장이 발달되어 있다. 산호초 자연방파제 밖에는 미 해군함정이 고정으로 떠있어 자기네 나라를 지키고 있다.
호텔 바로 옆이 바닷가라서 우리는 물놀이를 한다. 아이들은 스노쿨링도 하고 카누도 탄다. 나는 준우 아빠와 같이 카누를 타다가 거꾸로 물에 빠지기도 했다. 준우는 어찌나 물놀이를 좋아하는지 물에서 나오지를 않으려 한다.
윤미는 해안가 맑은 모래밭에서 나름대로 잘도 논다.
모든 식사는 PIC호텔 내의 마젤란이란 식당에서 해결 한다.마젤란은 한번에 300-400명이동시에 식사를 할수 있는 큰 부페식당이다. 점심을 먹고는 호텔 내의 수영장시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식사후 PIC에서 북쪽으로 10킬로 쯤 떨어져 있는 하야트 호텔에 있는 공연장에서 미국 백인들이 펼치는 마술쇼를 구경하였다. 국내 텔레비죤이나 인터넷에서 보는 좁은 상자에 미녀들이 들어가고 상자의 뚜껑을 닫은 후에 긴 칼을 상자 내로 찔러 댄다. 그리고 나서 상자 뚜껑을 열면 조금 전에 상자내로 들어갔던 미녀가 웃으면서 나오는 그런 흔한 쇼도 있고 늙은 커다란 호랑이가 나오는 쇼, 수건 안에서 비들기가 나오는 그런 쇼도 보여준다. 매직 쇼를 끝으로 첫날 관광은 끝난다.
둘째날은 아침식사를 하자마자 바로 사이판 북서쪽에 있는 마나가하라는 작은 섬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서 스노쿨링이라는 놀이를 하러간다. 바닷가에서 마나가하 섬으로 들어갈 때 준우 윤서 준우 엄마 아빠 그리고 우리부부 이렇게 6명은 보트가 끌어주는 패러글라이딩용 낙하산을 5-10분씩 타는데 낙하산 줄에 사람 몸울 매달고 낙하산이 바다위에 20미터쯤 공중에 뜨도록 하여 보트가 달린다. 윤서는 모험을 즐기는 애라서 아빠하고 타고 또 다시 할머니하고도 탄다. 승혜는 무릎수수를 하고 아직 완치가 안 된 상태고 지혁이는 전에 비슷한 놀이를 여러 번 해서 싫다고 한다.
보민이와 윤미는 너무 나이가 어려 이런 낙하산 놀이는 할 수가 없다.
마나가하 섬에 들어가서 사이판에서 빌려온 물속에서 숨 쉴 수 있도록 대롱이 달린 수경을 쓰고 수면에서 천천히 수영을 하면서 바다 속의 물고기를 관찰하는 스노쿨링 놀이를 한다. 이것은 준우가 베테랑급이다. 윤서도 잘한다. 그런데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내가 서툴러서 그런지 물고기들이 많지도 않고 열대어가 다양하지 않아서 그런지 나는 별로 재미를 못 느켜 잠시 동안만 하고 나왔다. 또 귀에서 고름이 나오는 중이서 바닷물이 귀에 많이 들어가면 좋지 않을 것 같아 오래 할 수도 없었다.
오후에는 호텔 내의 수영장 시설에서 아이들은 수영을 하고 우리 내외는 탁구도 치고 양궁도 했다.
셋째날은 우리내외는 사이판 섬 중앙에 있는 473미터 높이의 산에 올라가는 정글 탐험을 하였다. 다른 가족 3명과 우리부부를 태운 짚 차의 가이드는 중국연변에서 이곳으로 17년 전에 온 중국동포라는 데 친절하고 믿음직스럽게 생겼다. 산길은 비포장이라서 짚 차가 많이 흔들리는데 미리 설명을 들어서 그런지 그런대로 즐길만하다.
산길 옆에 가끔씩 아담하고 깨끗한 집들이 눈에 띈다. 그런집들은 대개 일본인들의 별장이거나 이곳 원주민들 중 부유층이 사는 집이라고 한다. 이곳 원주민은 1만5천명살고 있는데 아이들은 고등학교까지 무상 교육이라고 한다. 어른이 되어도 원주민들은 1인당 매월 1천불가량 생활비가 나와 그것으로 먹고 사는데 충분하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필립핀 사람들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은 2천명정도가 여행가이드, 소규모 마트운영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보면 우리가 처음보는 꽃이나 식물들이 보이면 가이드는 설명을 열심히 해준다. 건드리면 움직이는 식물도 있고 생전 보지 못했던 신기한 꽃들도 보인다.
산꼭대기 정상에는 예수님의 상이 세워져 있다. 정상에서는 동서남북 이 다 보인다. 서쪽에는 산호초의 자연방파제로 인하여 그리고 수심관계로 바닷 색깔이 확연히 구분된다. 북서쪽에는 어제 다녀온 마나가하 섬도 보인다. 남쪽에는 비행장 활주로가 보인다. 활주로 길이가 아주 짧아 가이드 말로는 세계에서 제일 짧을 거라고 한다. 관광객이 이 꽤나 붐빈다. 대부분이 중국 사람들이다.
산중턱에는 성당이 하나 있는데 너무 초라하다. 물론 이 산 중에 사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러니 미사를 드리러 오는 신도들이 없으니 재정도 없어 잘 꾸밀 수 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은 기념품가게가 하나 있기는 한데 사고 싶은 것들은 눈을 씻고 봐도 없는 것 같다.
내려오다가 원주민이 운영하는 허름한 가게가 하나있는데 거기서 야자수 물을 마셨다. 그리고 다른 과일도 조금 맛을 보여주는 데 맛은 별로다. 야자수 내부에 있는 흰 속껍질을 생선회처럼 얇게 썰어 고추장과 함께 준다. 야자수 속껍질의 맛이 삶은 오징어 같아서 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PIC 리조트에 도착하여 아이들 물놀이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잠이 스르르 온다.
오늘이 보민이 녀석의 생일이라서 저녁식사는 리조트내의 바닷가 그릴식당에서 하기로 한다. 기본식사비에서 1인당 15불씩 더 주고 특식을 주문하여 먹었다. 보민이 생일 케익을 식당에서 준비하여 줘서 파티를 했다.
달빛 비치는 바닷가 리조트에서의 분위기 끝내준다. 오늘밤 12시에 한국으로 돌아가려니 며칠 더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당초 일정대로 비행기를 탔다. (2012.12.19 대통령선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