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족만들기 - 한부모 가정, 이혜옥씨와 경선이를 만나다
어린이집에 아빠도 필요해요! 보육교사 조용범(26) 씨는 “집에서는 엄마 아빠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보육시설에는 여선생님만 있다”며 “아이들은 남성 여성 모두에게서 보살핌과 교육을 받을 때 가장 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남자영유아교사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남자보육교사는 100여 명. 정확한 통계가 없을 정도로 관심 밖의 대상이며 학부모들은 아직까지 남자보육교사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남자보육교사들은 이러한 편견을 깨고 자신들의 위치를 굳건히 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 특히 한부모 가정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어린이집은 아빠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글·신민섭 _ 사진·안홍범
| |
|
"얘야, 네가 있어 엄마는 언제나 봄날 같단다"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애기 곰은 너무 귀여워~’ 엄마 이혜선(42) 씨의 얼굴을 마주한 경선이(4)가 옹알이를 하듯 노래부른다. 태어나 한 번도 아빠를 보지 못한 경선이는 노래 속에서 흐르는 아빠의 존재를 알고 있을까? 울타리 밖의 많은 사람들은 아빠의 빈자리를 찾는 시선을 던지지만, 두 모녀는 서로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 |
|
아빠를 찾는 것은 아이의 당연한 권리, 나는 든든한 서포터 | |
| |
|
전주시 인후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입구부터 화려하다. 경선이 눈 높이에 맞춰 하얀 벽돌을 잔뜩 쌓아올린 것이 마치 네모난 이글루(igloo)에 들어 온 것 같다. 가만 보니 벽돌마다 까만 글씨가 또박또박 채워져 있다. ‘월요일’ ‘화요일’에서부터 ‘엄마’ ‘아빠’ ‘호랑이’ ‘도깨비’ ‘젓가락’ ‘숟가락’까지. 모두 경선이 한글공부를 위해 이혜옥 씨가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거실은 동화책으로 빼곡하다. 우리 꼬마아가씨 경선이가 과연 이 책을 언제 다 볼 수 있을까 의아했지만 벌써 절반 이상은 읽었단다. 물론 엄마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아이가 책과 친하게 지내게 해주고 싶어요. 또래 친구들을 만나 좋은 점을 배우기도 하지만 아직 경선이는 혼자이기 때문에 책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 |
| |
|
또 틈틈이 자연을 벗삼아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아이가 자연을 통해 풍부한 감성을 기르고 작은 풀꽃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크게 해주기 위해서다. 게다가 그녀는 전주시청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하루의 절반 가까이는 이웃 아주머니 댁에 경선이를 맡기고 있어 아이와 함께 하는 동안 만큼은 남다른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이혼으로 인해 부재중인 아빠의 역할모습은 가족을 동반한 여직원과의 가족 나들이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훗날 경선이가 아빠의 존재를 찾을 때쯤이면 엄마가 왜 이혼하게 되었는지 사실대로 말해줄 것이다. 단, 자신이 가진 불필요한 감정은 섞지 않을 생각이다. 그저 아이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도록 맡길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 가족을 찾는 프로그램을 봤어요. 그토록 원망하던 부모였음에도 불구하고 핏줄 때문에 용서가 되고 그리워하더라고요. 그걸 보며 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결국, 아빠를 찾는 것은 아이의 권리인 것 같아요. 부부의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부녀의 관계까지 끊어진 것은 아니니까요. 대신 저는 아이가 세상을 강하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사랑을 듬뿍듬뿍 퍼줄 거예요.” 그래서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 쓰인다. “만약 몸이 아프면 나야 며칠 앓고 나면 그만이지만 아이에게 사랑이라는 먹거리를 주지 못하는 그 시간이 더 힘들거든요.”
'한부모 공동체' 만들어 서로의 버팀목이 되고 싶어
사실 한부모 입장에 놓인 많은 이들은 정신적, 물질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혼자 키우기 때문에 남보다 더 잘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또 하나의 고통으로 추가됩니다. 내가 가진 능력 안에서 아이를 보살펴야 해요. 내가 힘들 때는 양보도 해야지, 원하는 거 다해주겠다 욕심 부리면 내가 먼저 지쳐버리거든요.” 그래서 그녀는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이들과 함께 ‘한부모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실제로 한부모가 되고 보니 도움장치의 필요성이 요구되었고, 한부모가정연구소(소장 황은숙) 한부모 모임인 한울타리회에 참석하다 보니 이곳저곳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았다. 만일 필요충분관계의 사람들끼리 뭉친다면 지금 보다 더 윤택한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이혜옥 씨는 사회복지, 그 중에서도 아동복지를 공부하고 싶다. 실질적인 공부를 통해 어려워하는 이들의 깊숙한 고민까지 들어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얼마 전 인근에 있는 벽성대학 사회복지과 수시모집에 원서를 냈는데 합격하면 내년부터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
하루에 네 시간씩 일주일에 세 번 수업이라 지금보다 시간을 더 쪼개야 하지만 무엇보다 경선이에게 뚜렷한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당당한 엄마의 모습으로 비쳐진다면 더 바랄 것도 없을 것 같다. 여기에 한 가지 바람을 더 보탠다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한부모들에게는 고충을 토로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모자가정 책정기준에 맞지 않아 지원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대책마련과, 비상사태가 생겼을 경우 아이를 24시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전문 보육기관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 |
|
|
|
끔 주위에서 재혼에 대해 묻거나 권유하지만 대답은 ‘NO∼’다. 정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풍경도 많지만 그 이면의 상황에서 경선이가 겪어야 할 아픔은 현재 자신이 겪는 어려움보다 몇 배나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어쩌면 아이의 고통은 가슴에 굵은 상처로 남아 인생을 살아가는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것이 조심스럽다.
| |
| |
|
“아이가 스스로 앞가림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길 나이가 될 때까지 지켜줄 거예요. 만약 상상했던 일이 벌어진다면 시쳇말로 저와 아이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잠결에 엄마를 찾는 아이의 손길이 느껴질 때면 아이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 순간 아이로 인해 자신은 살아가야 할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 [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경선이를 이웃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출근하는데 아이가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안하더란다. 알고 보니 엄마에게 인사를 안했다며 이혜옥 씨를 꼬옥 껴안아 주더니 그제야 ‘바이 바이’ 손짓 인사를 건넸다고. 이날처럼 아이가 한없는 행복을 가져다 줄 때면 혜옥 씨는 아이의 귓가에 끊임없이 속삭인다. ‘네가 있어 엄마는 너무 행복하단다’라고
잠결에 엄마를 찾는 아이의 손길이 느껴질 때면 아이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 순간 아이로 인해 자신은 살아가야 할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