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딱한 것아, 남편을 얻을 양이면 저런 돈 많고 저벌 높은 남편을 얻어야 한다. 저 도련님을 두고
말할 양이면 얼굴은 일색이요, 풍채는 두목지요, 문장은 이태백이요, 필법은 황희지요, 세대 충효 대가로서
장안 갑부요, 지벌은 연안이요, 외가는 청풍이다. 정신채려라, 하룻밤을 지내도 저런 서울 양반하고
지낼 일이지. 그래 너 같은 계집아이로 시골 무지렁이들에게 그 몸을 버릴 테냐? 그렇치, 산을 두고
이를지라도 서울 산세 다르고 시골 산세 다르니라. 내 이를 게 들어보아라. 경상도는 산이 순하매 사람이
나면 재조 있고, 경기도를 치더라도 수락산 뚝 떨어져 도봉이 삼겨있고, 도봉이 떨어져 종남산 삼겨 있고,
왕십리 청룔이요, 만리재 백호로다. 현장이 호수 되고 동작이 수구 막아 천부 금탕되었으니 많로 장안이
이 아닌냐? 사람이 나면 선한 자는 선하고 악한 자면 무서워라. 도령님의 외삼촌은 부원군이요.
증조부는 이조판서요, 남우녀부사께서는 바로 당신의 어른이 아니시냐? 만일 안 가면 큰일난다.
내일 아침 조사 후에 너희 모친 잡아다가 책방 단장 안에 마주거리할 양이면 네 마음인들 좋고
내 마음인들 좋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