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에 있다. 바로 옆에는 서울 공항이 있어 비행기 소리에 단련이 되기전 까지는 조금 소음을 느겼지만 평상시에는 비행장이 옆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몇가지 장점이 있어 즐겁기도 하다. 오늘은 그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집을 나서면 바로 앞뒤로 조그만 야산이 보인다. 우선 편리한대로 앞산과 뒷산으로 멋대로 이름지어 놓고 부르고 있다. 뒷산은 글자 그대로 우리집 마당에서 부터 시작하여 약수터를 거쳐 정상까지 왕복 40분 정도 걸리는 조그만 동산이다. 앞산은 큰 길 하나를 건너 10분 정도 걸으면 이렇게 멋있는 입구가 있는 등산로가 나온다.
이산은 원래는 청계산과 연결되어 있는 산인데 지금은 옛골에서 큰 길로 끊어져 있고, 가끔 현역 군인들이 훈련을 하는 산으로 일반인들은 잘 다니지 않는 이름없는 조용한 야산이다.
어느산이나 봄에는 많은 꽃들이 기지개를 켜지만 이곳도 많은 야생화가 자리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 봄 꽃이 우리를 반긴다. 애기똥풀이다. 노란 잎이 피어있는 줄기를 꺾으면 나오는 노란 액이 애기 똥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 한다. 비슷한 노란 꽃들이 많지만, 이꽃은 꽃 한가운데 초록색의 안테나 같은 것이 우뚝 솟아 있어 쉽게 알 수있다.
애기똥풀
몇 걸음 걷지 않아 제비꽃이 보인다. 제비꽃은 많은 종류가 있다. 남산 제비꽃, 서울, 태백, 미국 제비꽃같이 지역 이름이 붙은 것도 있고 색깔이 다른 노랑 제비꽃, 흰 제비꽃이 있는가하면, 섬 제비꽃, 알록 제비꽃, 호 제비꽃등 수많은 제비꽃이 있지만 그런 복잡한 것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그냥 뭉뚱그려 제비꽃이라고 하자.
제비꽃
이건 보라색의 제비꽃이다. 이름 앞에 아무것도 붙지 않는 대표다. 제비꽃은 색깔도 흰색, 노랑, 보라, 빨강등 여러가지가 있다. 오늘은 흰 제비꽃도 보았다. 졸방 제비꽃도 보았는데 이것들은 꽃이 너무 작아 내 사진기로는 촬영이 힘들고, 찍어도 초점이 안 맞아 보기가 힘들다.
흰제비꽃
올라가는 계단 밑에는 노란 양지꽃이 피어있다. 이른 봄부터 흔히 볼 수있는 꽃이다. 어디에서나 볼수있지만 바위틈새에 조그만 노란 꽃이 외롭게 피어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꽃이다. 잎이 딸기 잎과 비슷한 톱날 처럼생겨서 잘 알수있다.
양지꽃
양지꽃 옆으로 수줍게 숨어있는 주름잎도 보인다. 고추풀이라고도 불리운다.
주름잎
조금 더 올라가면 체력 단련장이 있다. 이곳에서 운동하고 있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으나 철봉등 운동기구들이 잘 관리되어 있는 것을 봐선, 아침 일찍 운동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이곳에서부터는 철망을 끼고 조그만 오솔길을 걸어가야한다. 이 철조망 안에는 지금은 세종 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옛날 일해 재단이다. 즉 이 산은 일해 재단 뒷산이다. 철조망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경고문이 위압감을 준다.
오솔길 옆으로 애기나리 군락이 펼쳐있다. 뿌리가 줄기로 되어있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애기나리, 둥굴레, 은방울꽃이 다 봄에 피는 백합과 식물이고 줄기 뿌리이며, 뿌리는 약용으로 쓰인다.
애기나리
비슷하게 생겼지만 좀 더 덩치가 큰게 둥굴레다. 꽃 잎 밑으로 초롱같이 생긴 꽃들이 숨겨져 피어있다. 보통 3~5개가 줄줄이 사탕으로 달려있다.
산둥굴레
각시 둥굴레도 있다. 둥굴레와 같이 생겼으나 꽃이 2개씩 한 쌍으로 붙어 있어 산둥굴레보다 더 폼이 난다.
각시둥굴레
은방울 꽃은 잎이 훨씬 넓고 크며 두 장으로 되어있다. 꽃은 둥굴레보다 더 짧고 방울처럼 생겨서 멋있으나 잎에 가려져 잘 찾아 보아야 한다.
은방울꽃
철조망 오솔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걷다보니, 5월이 왔음을 알리는 새소리가 들린다. 산을 알아가던 무렵 5월 5일 어린이날 이었다. 처음 듣는 독특한 4박자의 울음소리에 무조건 네박자새라고 이름짓고, 해마다 5월이 되면 은근히 기다렸고 네박자새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그 네박자새가 울고 있는 것이다. 그 새의 정식 이름은 검은등 뻐꾸기 이다.
오솔길 옆으로 우산 나물이 보인다. 나물이란 단어가 붙으면 식용식물이다. 이 우산나물도 군락을 이루어 살고 있다.
우산나물
검은등 뻐구기 울음 소리사이로 따르륵하는 딱다구리 소리와, 청아한 소리를 자랑하는 청딱다구리 소리도 들린다.
우리가 흔히 맹감 나무라고 부르는 청미래 덩굴이 철조망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이 나뭇잎으로 망개떡을 싸기도 해서 망개 나무라고도 부른다.
청미래 덩굴
산 정상에서 잠시 쉬다 다시 청계산 옛골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각시붓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그냥 붓꽃은 크기가 훨씬 크고 진한 보라색이다. 노랑 붓꽃도 있다.
각시붓꽃
거의 내려왔나보다. 청계산 등산객들이 옛골에 주차한 자동차들이 대로변에 줄줄이 늘어선 것이 보인다. 여기까지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이제 옆으로 난 산길을 타고 다시 올라가야한다.
오르는 중에 산철쭉 한 그루가 외롭게 피어있다. 산철쭉은 철쭉과는 달리 일찍 핀다. 보통 우리가 정원이나 길가에서 흔히 보는 원예용 철쭉은 산철쭉을 개량한 것이고, 지리산 철쭉제니, 소백산 철쭉제니 하는 철쭉꽃은 잎이 계란형으로 5개가 붙어있고, 진달래와는 반대로 잎이 먼저 나며 나중에 꽃이 핀다.
산철쭉
오르는 길에 산딸기 꽃이 나뭇잎 사이로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어느 해인가 6월 6일 현충일에 원주 백운산에 가서 산딸기를 따다 술을 담근 기억이 새롭다. 산에 다니다 보면 어떤 특정한 날이 그날의 산행과 겹쳐 기억되곤한다. 5월5일 어린이날은 네박자 새, 현충일하면 백운산 산 딸기, 또 소백산의 찔레꽃 향기, 그런 식이다.
산딸기
평소에는 세 시간이면 충분하던 산행이 봄 꽃에 취하니 네시간이 훌쩍 넘어섰다. 등산로 입구의 조경원 정원에서 야생에서는 보기드문 매발톱 꽃이 피어있다. 꽃 받침이 매의 발톱같이 매섭게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요샌 야생화를 키우는 곳에서 가끔 보인다.
매발톱꽃
5월의 우리집 앞산 봄꽃 산행을 마치고 나니 약간 허기가 진다. 도보로 10분 거리 안에 맛있는 옻닭집, 오리 로스구이 집, 그리고 삽겹살 집이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장점이다. 그리고 우리집엔 아직도 삼년 묵은 설악산 대청봉산 마가목 주가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첫댓글 역시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한 것을 실제 사진과 부연 설명까지 곁들이니 이해가 한결 잘 된다. 일단 고맙다. 수철아 자주 야생화 및 각종 나무들까지 곁들여 설명을 부탁한다. 좋은 정보 잘 사용 하겠다.
일요일, 저녁을 먹고" 68 금동회에 들어가보니 이수철 아저씨의 자기집 앞산 뒷산 자랑 이 안창이네 "애기똥풀" "제비꽃" "양지꽃" "애기나리" "둥굴레" "은방울꽃" 등등------ 나는 복슝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밖에 모르는데 ? 세종연구소 서울공항을 언급하는걸 보면 우리집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것 같은데 --- "중략 " 자연 사랑의 발로인가? 술을 사랑 한다는것과 관련 하여 이태백 할아버지가 연상 되네요!!!!!!!!
자연사랑하다보면 사람도 그리워 지는법, 술도있고 좋은 앞 뒷산 다 있으니 친구들이여 다 모 여라 이소리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