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보는 걸까, 읽는 걸까. 오래 된 명작일수록 눈으로만 봐 넘기기엔 뭔가 아쉽다. 아는 만큼 보이니, 배경지식을 갖춰 그림을 볼수록 더 많은 상징과 비유와 숨은 뜻이 읽힌다.
아이의 미술사 관심, 바라보는데 그치지 말고 작품의 진면모를 탐독하게 하자. ‘그림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한다.
담당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미술작품은 본다기보다 읽는 것
오래 된 미술작품 일수록 신화와 종교 철학 역사 문화 예술은 물론 인간의 삶까지 녹아있다. 미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것이야말로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
파리1대학에서 역사학과 정치사를 공부한 인문학자 안현배가 미술 감상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예술의 도시 파리의 심장부, 루브르 박물관의 전시 작품을 주로 다룬다. 지은이는 미술작품 속의 신화와 종교, 역사 문학 음악은 물론 인간의 삶까지 포착해낸다. 특히 작품을 통해 본 역사에 대한 성찰이 흥미롭다.
예를 들면 역사화가 들라로슈의 ‘에드워드 4세의 아이들’이라는 작품에서 15세기 영국 왕실에서 벌인 치열한 왕권 찬탈의 현장을 안내하는 식이다.
푸셀리의 ‘몽유병에 걸린 맥베스 부인’에서는 마치 ‘문학을 읽어주는 회화’처럼 미술을 통해 셰익스피어 희곡 감상의 묘미를 선사한다.
고전과 신화, 역사에 이르기까지 인문학의 향유
부셰와 앵그르가 그린 ‘오달리스크’에선 동양에 대한 서양의 왜곡된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오달리스크’는 이슬람 지도자 술탄의 여인이라는 뜻.
그림 속 여성의 퇴폐적인 모습은 아랍 세계의 문화가 퇴폐적이라는 당대의 의식이 뒷받침됐다는 설명이다. 티치아노의 ‘전원 합주곡’에 등장하는 누드와 200년 뒤 마네가 그린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비교하며 예술과 외설을 가르는 기준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진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이 도슨트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행복한 착각에 빠져든다. 지은이는 미술도 영화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미술작품을 보는 데 머무르지 말고 곳곳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야 한다는 것. 문학 작품과 신화, 종교의 일화 등을 회화와 조각으로 옮긴 미술 작품도 소개한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인문학을 친근하게 향유하도록 이끈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