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좀 이른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7. 14.-8. 30. 강의가 빽빽하게 잡혀있어서 지금 아니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7. 10. 토요일 오전 강의를 마치고 바로 통영으로 출발합니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언제 생겼나 몰라도 이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적게 걸렸습니다.
4시간만에 통영에 도착합니다.
저녁때가 되고 술 생각도 나서 이른바 통영의 "다찌"라는 곳에 가 보았습니다.
"호두나무실비"라는 곳인데 두당 기본 25,000원에 소주 세병과 다양한 해물안주가 나왔습니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하더군요.
광어, 자리돔 등 각종생선회와 참소라, 미더덕, 문어, 해삼, 멍게 등 각종 해물이 입을 즐겁게 했습니다.
게장도 양념, 간장 2종 세트로 나오고,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해물들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멸치찌개. 이번 통영 여행은 멸치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동안 건어물로만 알았던 멸치를 찌개, 회 등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거든요.
소주 1병과 맥주 2병을 추가로 시키니 맛있는 안주가 새롭게 추가됩니다. 총 소주 4명과 맥주 2병을 집사람과 마셨습니다.
너무도 흡족한 나머지 이틀 후에 호두나무실비를 한 번 더 가게 됩니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시락국이라는 것을 해장삼아 먹었습니다.
장어뼈로 만든 국으로 통영에서는 유명하다던데 김을 너무 많이 넣어서 주는 바람에 제대로 맛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제 입맛에는 맞지 않는 듯.
아침을 먹고 미륵도로 향했습니다. 그 유명한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케이블카는 왕복 15분 정도 소요되었고, 1인당 왕복 9,000원으로 생각보다는 비싸지 않았습니다.
다도해가 한 눈에 들어오고, 한쪽에는 바다와 섬이, 한쪽에는 산이 보이는 장관이었습니다.
날 좋을 때는 일본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하나, 이 날은 약간 흐려서 시야가 넓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순간 드는 생각이 "아뿔싸!!"였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키장에서도 리프트를 타 본 적이 없고 건물 난간에서도 바깥쪽을 쳐다보지 못합니다.
다도해를 볼 생각에 케이블카를 탔지만 무서워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습니다.
케이블카 내에서 사진 한장 득템한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무서워하며 내려왔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수확한 것은 케이블카 부근에서 파는 굴튀김이 맛있다는 점입니다.
작은 컵 2,000원, 큰 컵 3,000원에 파는 굴 튀김은 여느 사케집의 안주보다 맛있고 푸짐합니다.
이틀 후에 저와 집사람은 오로지 굴튀김 먹으로 그 곳으로 가서 큰 컵 2개를 사다가 편의점 앞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했죠.
오후에는 해저터널이라는 곳에 갔었는데, 이름만 보고 큰 기대를 했다가 다소 실망하고 돌아왔습니다.
바다에 큰 터널이 있어 물고기도 막 보이고 그러는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통영 본토와 미륵도를 연결하는 터널인데, 밖은 전혀 보이지 않고, 그냥 걸어서 미륵도를 갈 수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이게 동양 최초의 해양터널이랍니다. 게다가 일제시대에 만들어졌다니 다소 놀랍기는 합니다.
점심에는 "갯벌"이라는 식당에서 만원짜리 정식을 먹었습니다.
이름이 왜 갯벌인지는 모르겠으나, 멸치회와 생선회, 각종 해물 등 만원으로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음식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동피랑마을"이라는 곳에 가서 사진을 몇장 득템합니다.
동피랑마을은 티비에 몇차례 나왔던 곳인데, 통영의 달동네 마을로 정말 열악한 주거환경입니다.
그런데 마을 담장과 대문에 이쁘게 벽화를 그려놓아 관광지가 된 곳입니다.
조만간 동피랑이 철거된다는 좀 아쉽습니다.
저녁에는 "수향초밥"이라는 곳에서 생선회를 먹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사실상 관광이 아니라 해물여행이라고나 할까요?
이름만 초밥이지, 통영에서는 가장 고급스런 일식집입니다.
두당 4만원이면 서울에서는 값싼 정식인데, 통영에서는 상당히 음식이 잘 나왔습니다.
자연산 회에다 성게, 고노와다, 홍삼, 뽈락구이 등 귀한 재료들이 나와 입을 즐겁게 합니다.
다만 양이 좀 적어 아쉽던 차에 중앙시장에 들렀더니 "보리새우"라는게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는 한마리 만원 할 정도로 비싼 음식이라는데, 여기서는 5마리에 2만원에 팔더군요.
떼 써서 한 마리 더 얻어서 숙소로 가져와서는 머리를 따고 생으로 초장 찍어먹습니다.
쫄깃한 맛이 일품인데다, 먹기 힘든 음식이라는 생각에 더 맛이 좋아 보입니다.
아주 힘이 넘치는 놈이라 머리를 떼었는데도 팔딱팔딱거립니다. 좀 잔인한가요?
다음 날인 월요일에는 일어나서 "수정복집"이라는 집에서 복국을 해장삼아 먹었습니다.
졸복으로 끓이는데 저렴하고 복 맛도 쫄깃하니 괜찮습니다.
다만, 국물이 너무 짜고 밥 맛이 별로인 게 흠이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옆동네인 거제도에 다녀옵니다. 거제도 이야기는 별도로 다음 글에서 쓰겠습니다.
거제도에서 다시 통영으로 오니 이미 저녁 8시가 되었고, 위에서 말한 호두나무실비에서 기본만 먹습니다.
마지막 날인 화요일에는 다시 미륵도로 가서 도남식당이라는 곳에서 해물뚝배기를 먹습니다.
8천원짜리 치고는 해물이 상당히 실합니다. 홍합, 조개, 게, 새우 등이 들었고, 국물이 얼큰합니다.
게다가 멸치회 한접시까지 같이 나오더군요.
우리가 가고 난 이후 한 100명 정도의 단체손님이 예정되어 있어 식당은 분주했습니다.
아침먹고 굴 튀김에 맥주 두캔씩 먹은 후에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서울가기 전에 아쉬움이 한가지 남아 충무김밥 2인분을 포장해갑니다. 유명한 "한일관"이라는 곳에서.
올라오는 차 안에서 먹었는데, 호래기(오징어 새끼)와 무를 곁들인 맛이 괜찮습니다. 서울과 큰 차이는 없지만.
서울에 올라오니 날은 덥고, 퇴근시간이 되어 사람들로 붐빕니다.
다시 내려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