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감나무에서는 감이 열리기 전에 감꽃이 피어 여느 열매들과 다름없이 암수 꽃술이 벌의 수정을 받은 뒤 감이 열리는 열매가 맺히게 되고 감꽃은 떨어진다. 감꽃은 그리 달콤하진 않지만 간식 꺼리가 없던 시절엔 아이들 간식으로 사랑 받았다.
5월에서 유월 사이에 감꽃은 피고 떨어지곤 하는데 이때 아이들은 아침 일찍 남보다 먼저 일어나 감꽃을 주으러 간다.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줍기 위해서다. 저마다 감꽃을 길게 꿴 목걸이를 목에 걸고 하나씩 떼어먹으며 논다.
내 어릴 때의 고향 마을은 그리 감나무 많지 않은 곳이지만 집 뒤안이나 우물가 등에 더러 있었다. 마을 우물가의 감꽃은 주인이 뚜렸이 없는 것이라서 동래 아이들이 서로 먼저 주으려고 심한 경쟁을 벌렸다.
『담장 안 감꽃이
떨어질 때면
어릴 적 옛동무가 생각난다.
감꽃 목걸이 주렁주렁 목에 걸고
숙녀처럼 뻐기던
우스꽝스런 걸음
이른 아침 누구랄 것 없이
먼저 일어난 순서대로
감꽃 주우며 하루를 열던
감꽃 피는 시기』라고 노래한 어느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지금 설담원의 뒷길을 타고 오르면 오리 산길 끝에 예전에 도통골이라는 동래에 다다르게 된다. 열 세 가구가 살았다는 지금은 한 집도 살지 않는 폐허의 산촌마을 터다. 그때 사람들이 심었던 감나무에서 감꽃이 여기저기 떨어지고 있다.
지금은 아무도 줍지 않는 잊혀진 기억의 옛일이 생각나 몇 자 적어본다. 세월은 흐르고 세상은 바뀌고 살아가는 행태도 풍속도 다 변해버린 아득하기만 한 아는 사람만 아는 옛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