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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
주몽 |
고귀한 혈통 |
천제자 해모수와 하백녀 유화의 아들이다. |
잉태 및 출생의 비정상성 |
해모수가 유화를 강탈해서 임신하게 했다. 유화가 햇빛을 품고 임신, 왼쪽 겨드랑이로 알을 낳았다. |
탁월한 능력 |
모습이 빼어나고, 목소리가 웅대하며, 몇 달 지나자 말을하고, 활을 쏘면 빗나가지 않았다. |
어려서 기아가 되어 죽을 고비를 만남 |
태어나기 전에 해모수가 유화를 버렸다. 난생이 상서롭지 못하다고 금와가 내다버렸다. |
구출, 양육자를 만나 죽을 고비를 벗어남 |
금와가 유화를 구출했다. 여러 말이 밟지 않고, 수많은 짐승이 보호해서 살아났다. |
자라서 다시 위기 |
금와와 그 아들들이 주몽을 천대하고 일찍 도모하지 않으면 후환이 있으리라고 했다. 강에 이르러 배가 없어 길이 막혔다. |
위기를 투쟁적으로 극복하고 승리자가 됨 |
금와의 나라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하늘에 호소하고 활로 물을 치니 고기와 자라의 무리가 다리를 놓아 강을 건너 고구려를 건국했다. |
해모수와 유화의 만남의 의미
천제의 아들 해모수와 물을 다스리는 하백의 딸 유화와의 결합은 결국 천신과 수신의 결합으로서 비정상적이며, 기본 질서에 대한 반항이 내재된 새로운 세계의 실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또 유화가 임신한 뒤 버림받았다가 구출되는 일련의 고난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하여 모체가 죽음을 체험하는 과정의 상징적 표현일 수도 있다.
주몽의 탄생과 신화성
주몽의 탄생 설화에서 햇빛이 유화의 몸을 따라가며 비춘 것은 하늘과의 연관이 지속되었음을 의미하며, 그 결과 알을 낳는데 알은 '세계'를 상징한다. 세계는 깨뜨려져서 하나의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데, 그 창조자가 바로 동명왕인 것이다. 알을 새나 짐승이 보호하는 것은 신성한 존재임을, 활과 화살은 바로 제왕의 상징이 된다. 화살은 햇살과 같은 의미로 활을 잘 쏜다는 것은 해를 통어하는 존재, 즉 왕을 의미한다.
'단군 신화·박혁거세 신화·주몽 신화·수로왕 신화'의 공통점
① 하늘을 중시하는 관념 : 國祖의 부계 혈통을 천신으로 설정. 이는 우리 민족이 하늘을 생명과 권위의 원천으로 보았음을 의미한다.
② 인간 중심적인 사고 : 국조인 단군이나 주몽, 혁거세, 수로왕 등은 모두 인간으로 태어나며, 하늘이 아니라 인간 세상을 위하여 존재한다. 현세적·낙관주의: 전세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내세 또한 관심 밖이다. 단지 현세의 삶에 집중되며 주인공의 삶은 대개 영광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주인공이 비장하게 패배한다는 전개는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작품과의 관련성
이 신화는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서사 무가(敍事巫歌)인 '당금애기'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 즉 유화가 해모수를 만나 주몽을 잉태한 과정과 그 다음의 고난을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왕충(王充)의 '논형 (論衡)'에 전하는 북이 (北夷) 탁리국 출신의 동명의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한편 서정주는 이 신화를 소재로 '북부여 풍류남아 해모수 가로되','왕 금와의 사주팔자',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 주몽의 사주팔자'라는 시를 발표하였다.
소재의 상징성
이 신화에 등장하는 소재 중에 우리가 주목하여야 할 것은 말[馬]이다. 일반적으로 말은 제왕 출현의 징표로서 태양과 관련되어 있다. 서양에서는 말이 태양을 이끈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특히 흰말은 순결과 광명을 나타냄으로써 신성함, 위대함, 길함 등의 관념을 지니고 있다. 신화에서 나타난 말은 위인의 탄생을 예고하기도 하며, 위업을 달성하거나 출세를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주인에게 절대적 충성을 바치거나 영혼의 운반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 속신으로 믿는 사주책에는 말띠해에 태어난 사람은 웅변력과 추진력이 강하며, 매사에 적극적이라고 하였다. 이런 말은 후대에 오면서 차차 흉조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햇빛 : 유화의 몸을 비추는 잉태한 것은 하늘과의 연관이 지속이 지속되었음을 의미하며 그 결과 알을 낳았음
알 : 세계를 상징(세계가 깨뜨려져서 하나의 새로운 질서를 세움)하고, 그 알을 새나 짐승이 보호한다는 것은 신성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제유적 표현이다.
활과 화살 :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매개체(신의 권능), 남성 상징으로 곧 왕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활은 달과 유사하게 생겼으므로 달과 같은 풍요, 강함, 생명력 등을 상징하고, 화살은 모양과 기능의 유사성으로 남성을 상징한다. 따라서, 햇빛과 알, 활은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탄생을 예고하는 상징성을 가지는 것이다.
말 : 유목민적인 일면을 보임
해모수,유화의 결합으로 주몽탄생 - 고구려왕의 전통성의 근거가 하늘님<천제>의 핏줄을 이은 천손이고, 풍요를 약속해 줄 수 있는 농업신 '하백녀'의 자손이라는 데 두고 있다.
동명왕 신화(주몽 신화)
고구려의 시조왕 동명왕에 관한 건국신화. 주인공인 동명왕의 이름을 따서 ‘주몽신화(朱蒙神話)’라고도 한다. ≪동국이상국집≫에 수록되어 있으며, 그 밖에 ≪삼국유사≫·≪삼국사기≫, 광개토왕릉비문의 서두, ≪동국여지승람≫의 평양조, ≪청장관전서 靑莊館全書≫ 등에 수록되어 있다.
≪동국이상국집≫의 〈동명왕편〉은 오언고시로서 ‘영웅서사시’라고 일컬어질 만한 특성을 갖추고 있으며, 가장 장편이어서 이 방면의 자료 가운데에서 가장 우수하다. 이 신화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몽은 하늘의 신인 해모수(解慕漱)를 아버지로, 강물의 신인 하백(河伯)의 딸 유화(柳花)를 어머니로 하여 알로 태어난다. 그 어머니가 몸을 의지하고 있던 부여왕조의 금와왕은 그 큰 알을 버리게 하였지만, 짐승과 새들이 알을 보호하였다.
왕이 직접 그것을 깨뜨리려 하였으나 깨지지 않으므로 할 수 없이 그 어머니에게 돌려주었다. 어머니가 그 알을 싸서 따뜻한 곳에 두었는데 알 속에서 한 아기가 태어났다.
그 아기는 매우 출중하고, 특히 활을 잘 쏘았으므로 사람들이 그를 활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주몽’이라고 불렀다. 금와왕의 일곱 왕자들은 주몽을 시기하여 없애려고 하였다.
주몽의 어머니는 계략을 써서 주몽이 기르고 있던 왕실의 말들 가운데에서 가장 좋은 것을 차지하게 하고, 주몽에게 몸을 피하여 큰일을 도모하게 하였다. 주몽이 도망하여 엄수(淹水 : 혹은 개사수)에 도달하였으나 왕자들의 추격이 급박하였다.
주몽은 물을 향해서 “내가 천제(天帝)의 아들이고 강의 신의 손주(외손)인데 이제 이 추격을 어찌하리오.” 하고 말하자 고기 떼와 자라들이 다리를 놓아 추격을 면하게 되었다.
주몽은 남쪽으로 달아나서 졸본(卒本)에 도착하여 작은 집을 엮어 나라의 기틀로 삼고 나라 이름을 고구려라고 하였다. 비류국(沸流國) 바로 이웃에 나라를 세웠으므로, 비류국의 송양왕과 주종 관계를 결정짓는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주몽은 활쏘기에 이기고, 계략을 써서 북과 나팔을 빼앗고 마침내 주술로 비류땅이 물에 잠기게 함으로써 송양왕의 항복을 얻게 되고 그 뒤 그의 왕국은 더욱 세력을 떨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내용의 동명왕신화는, 동명왕의 부신(父神)과 그의 아들 유리(類利)에 관해서는 생략한 것으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기록, 그리고 〈동명왕편〉의 기록을 절충한 것이다. 그러나 동명왕에 관한 문헌들의 기록에는 들고 남이 많다.
≪삼국유사≫ 북부여조에서는 북부여의 천제를 해모수라 하고 그 아들을 해부루(解扶婁)라고 한 뒤, 해부루가 상제(上帝)의 명을 따라 동부여로 옮겨가고 동명이 북부여를 이어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북부여조의 바로 다음에 실린 동부여조에서는 북부여왕, 해부루의 재상인 가관불의 꿈에 천제가 현몽해서 “장차 나의 자손으로 하여금 여기에 나라를 세우게 할 것이니 너희는 피해 가라.” 하니 이는 장차 동명왕이 일어날 징조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두 기록으로 보아, 해모수와 해부루로 이어지는 혈통과 동명왕의 혈통은 별개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해모수가 천제로 일컬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또 천제의 이름으로 해부루를 내쫓고자 하였다면 두 천제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삼국유사≫는 동부여조의 바로 다음 조항인 고구려에서 해모수를 동명왕의 부신 자리에 앉히고 있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삼국유사≫는 “단군기(檀君記)에 가로되, 단군은 서하 하백의 딸을 아내로 맞아 한 아이를 낳으니 그 이름이 부루이다.
이제 해모수가 하백의 딸을 취하여 주몽을 낳았다는 기록을 생각컨대, 부루와 주몽은 배다른 형제일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 말로 해서 오히려 엇갈림이 더해지고 있다. 배다른 형제가 씨가 다른 형제로 바뀐다고 해도 서하백과 하백이 동일한 존재임을 확인하지 않고는 논리가 합당할 수 없다.
그러나 ≪삼국사기≫에는 유화, 곧 주몽의 어머니가 동부여에서 숨지자, 금와왕이 태후의 예로 장사를 지내고 태후 신묘(神廟)를 세우매, 동명왕이 동부여에 사신을 보냈다고 하였다.
유화가 금와의 태후라면 해부루의 비(妃)가 되는 셈이고 그렇다면 해부루와 동명이 씨가 다른 형제일 수도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화가 금와왕에 의해서 태후의 대접을 받았다면 이것은 중요한 시사가 될 수 있다. 그것은 고구려왕조에 있어서도 유화는 동명왕의 태후이기 때문이다.
유화는 동부여와 고구려왕조 양쪽에 걸쳐 태후의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추정이 여기서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동명왕신화의 바닥에는 부계가 다르고 모계가 같은 존재들 사이의 갈등이 깔려 있는 셈이 된다. 말하자면, 일종의 가족 간의 갈등 내지 혈통 내의 갈등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 갈등은 가장 극적인 부분을 구성하는 서사적 원리로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가계 내의 갈등이 부여왕조에서 고구려왕조를 파생시켰다면, 같은 형제에게서 백제왕조가 형성된 사례에서 그 파생의 대응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명왕신화는 추정될 수 있는 이 같은 갈등으로 인하여 상고대 신화들 가운데서 가장 파란많은 신화로 남아 있다. 탄생에서부터 이미 장애와 난관을 겪은 한 인물이 박해를 이기는 과정이며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를 짓는 과정 끝에 드디어 한 왕조를 창건하는 줄거리로 해서 동명왕신화는 ‘영웅서사시’로 일컬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동명왕은 기마술과 궁술에 능한 무장다운 면모와 함께 이른바 ‘주술적 탈주’를 감행하고, 또 방술을 부려 비를 내리게 하는 주술사적 면모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주술사적 무장이자 왕인 동명왕에게서 상고대 왕권의 편모를 볼 수 있다.
≪참고문헌≫ 韓國說話文學硏究(張德順, 서울大學校出版部, 1978), 韓國의 神話(金烈圭, 一潮閣, 1980), 韓國人의 神話(韓相壽, 文音社, 1980), 韓國民俗大觀 6-口碑傳承·其他-(高麗大學校民族文化硏究所, 1982). 金烈圭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명왕편(東明王篇)
이규보(李奎報)
(전략)
왕[동부여의 금와왕]이 천제 아들[해모수로 북부여의 시조]의 비(妃)인 것을 알고 별궁(別宮 : 왕비나 세자빈 같이 왕실의 지체 높은 여자가 임시로 거하는 궁전)에 두었더니, 그 여자의 품 안에 해가 비치자 이어 임신하여[태양숭배사상, 광명사상] 신작(神雀) 4년 계해년 여름 4월에 주몽(朱蒙)을 낳았는데, 우는 소리가 매우 크고 골상이 영특하고 기이하였다. 처음 낳을 때에 좌편 겨드랑이로 알[난생설화적 요소] 하나를 낳았는데 크기가 닫 되[五升]들이만 하였다[신비로운 출생]. 왕이 괴이하게 여겨 말하기를,
"사람이 새알을 낳았으니 상서롭지[좋고 길한 징조가 되지] 못하다."
하고, 사람을 시켜 마구간에 두었더니 여러 말들이 밟지 않고[하늘의 보살핌], 깊은 산에 버렸더니 모든 짐승이 호위하고[좌우를 둘러싸고 보호함], 구름 끼고 음침한 날에도 알 위에 항상 햇빛이 있었다. 왕이 알을 도로 가져다가 어미에게 보내어 기르게 하였더니, 알이 마침내 갈라져서 한 사내아이를 얻었는데 낳은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서 언어가 모두 정확하였다[인물의 비범한 능력].
어머니에게,
"파리들이 눈을 빨아서 잘 수가 없으니 어머니는 나를 위하여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오."
하였다. 그 어머니가 댓가지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니 스스로 물레 위의 파리를 쏘는데 화살을 쏘는 족족 맞혔다[인물의 비범한 능력과 주인공의 이름 유래]. 부여(扶餘)에서 활 잘 쏘는 것을 주몽(朱蒙)이라고들 한다.
나이가 많아지자 재능이 다 갖추어졌다. 금와(金蛙)왕은 아들 일곱이 있는데 항상 주몽과 함께 놀며 사냥하였다. 왕의 아들과 따르는 사람 40여 인이 겨우 사슴 한 마리를 잡았는데 주몽은 사슴을 퍽 많이 쏘아 잡았다. 왕자가 시기하여[위기 발생의 원인] 주몽을 붙잡아 나무에 묶어 매고 사슴을 빼앗았는데, 주몽이 나무를 뽑아 버리고 갔다. 태자(太子) 대소(帶素)가 왕에게,
"주몽이란 자는 신통하고 용맹한 장사여서 눈초리가 비상하니 만일 일찍 도모[일을 꾸며 처리하지 않으면]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환이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왕이 주몽에게 말을 기르게 하여 그 뜻을 시험하였다. 주몽이 마음으로 한을 품고 어머니에게,
"나는 천제의 손자인데 남을 위하여 말을 기르니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합니다. 남쪽 땅에 가서 나라를 세우려 하나 어머니[내적 갈등의 원인]가 계셔서 마음대로 못합니다.[영웅의 인간적 면모]"
하였다.
그 어머니가,
"이것은 내가 밤낮으로 고심하던 일이다. 내가 들으니 장사가 먼 길을 가려면 반드시 준마가 있어야 한다. 내가 말을 고를 수 있다."
하고, 드디어 목마장으로 가서 긴 채찍으로 어지럽게 때리니 여러 말이 모두 놀라 달아나는데 한 마리 붉은 말이 두 길이나 되는 난간을 뛰어넘었다. 주몽은 이 말이 준마임을 알고 가만히 혀 밑에 바늘을 꽂아 놓았다. 그 말은 혀가 아파서 물과 풀을 먹지 못하여 심히 야위었다. 왕이 목마장을 순시하며 여러 말이 모두 살찐 것을 보고 크게 기뻐서 야윈 말을 주몽에게 주었다. 주몽이 이 말을 얻고 나서 그 바늘을 뽑고 도로 먹였다 한다.
가만히 세 어진 벗[오이, 마리, 현부]을 맺으니 그 사람들은 모두 지혜가 많았다. 남쪽으로 행하여 엄체수[압록강 동북쪽에 있는 강]에 이르러 건너려 하나 배는 없고[주인공의 위기] 쫓는 군사가 곧 이를 것을 두려워 하여 채찍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개연히 탄식하기를,
"나는 천제의 손자요 하백[물의 신]의 외손[주몽신화는 부계는 천상계, 모계는 지상계를 대표하는 천부지모형 신화이다.]인데 지금 난을 피하여 여기에 이르렀으니 황천(皇天)과 후토(后土)는 나 고자(孤子)[아비 없는 외로운 아이]를 불쌍히 여기시어 속히 배와 다리를 주소서."
하고, 말을 마치고 활로 물을 치니 고기와 자라가 나와 다리를 이루어[천우신조] 주몽이 건넜는데 한참 뒤에 쫓는 군사가 이르렀다.
쫓는 군사가 하수에 이르니 고기와 자라가 이룬 다리가 곧 허물어져 이미 다리에 오른 자는 모두 빠져 죽었다.
주몽이 이별할 때 차마 떠나지 못하니 어머니가 말하기를,
"너는 어미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
하고 오곡 종자를 싸주어 보내었다. 주몽이 살아서 이별하는 마음이 애절하여 보리 종자를 잊어버리고 왔다. 주몽이 큰 나무 밑에서 쉬는데 비둘기 한 쌍이 날아왔다. 주몽이,
"아마도 신모(神母)께서 보리 종자를 보내신 것이리라."
하고, 활을 쏘아 한 화살에 모두 떨어뜨려 목구멍을 벌려 보리 종자를 얻고 나서 물을 뿜으니 비둘기가 다시 소생하여 날아갔다고 한다.
왕(주몽)은 스스로 띠자리 위에 앉아서 임금과 신하의 위계를 정했다.
비류왕(沸流王) 송양(松讓)이 사냥을 나왔다가 왕의 용모가 비상함을 보고 불러서 자리를 주고 말하되 "바닷가에 편벽되게 있어서 일찌기 군자를 본 일이 없더니 오늘날 만나 보니 얼마나 다행이냐. 그대는 어떤 사람이며 어디에서 왔는가?" 하니 왕이 말하되
"과인은 천제의 손으로 서국의 왕이거니와 감히 묻겠는데 군왕은 누구를 계승한 왕이냐?" 하자 송양은
"나는 선인(仙人)의 후예로서 여러 대(代) 왕노릇을 했는데 이제 지방이 아주 작아서 두 왕으로 나누는 것은 불가하니 그대가 나라를 세운 지가 얼마 안 되었으니 나에게 부용(附庸)함이 옳지 않겠느냐?" 하니 왕이 말하되
"과인은 천제를 계승했고 이제 당신은 신(神)의 자손이 아니면서 억지로 왕이라고 하니 만약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하늘이 반드시 죽일 것이다."라고 했다. 송양은 왕이 여러 번 천손(天孫)이라고 일컫자 속으로 의심을 품고 그 재주를 시험코자 하여 말하되 "왕으로 더불어 활쏘기를 하자."고 하였다. 사슴을 그려서 백보 안에 놓고 쏘았는데 그 화살이 사슴의 배꼽에 들어가지 못했는데도 힘에 겨워 하였다. 왕은 사람을 시켜서 옥지환(玉指環)을 백보 밖에 걸고 이를 쏘니 기와 깨지듯 부서졌다. 송양이 크게 놀랐다. 왕이 말하되 "나라의 창업을 새로 해서 아직 고각(鼓角)의 위의(威儀)가 없어서 비류국의 사자가 왕래하되 내가 능히 왕례로써 영송(迎送)하지 못하니 이것이 나를 가볍게 보는 까닭이다." 하였다. 종신 부분노(扶芬奴)가 나와 말하되 "신이 대왕을 위하여 비류국의 북을 취해 오겠습니다." 하니 왕이 말하되 "타국의 감춘 물건을 네가 어떻게 가져 오겠느냐?" 하니 대답하되 "이것은 하늘이 준 물건인데 어째서 취하지 못하겠습니까? 대왕이 부여(扶餘)에서 곤(困)할 때 누가 대왕이 여기에 이를 줄 알았겠습니까? 이제 대왕이 만번 죽을 위태로움에서 몸을 빼내어 요수 왼쪽[遼左]에서 이름을 드날리니 이것은 천제가 명해서 된 것인데 무슨 일이든지 이루지 못할 것이 있겠습니까?" 하였다. 이에 부분노 등 세 사람이 비류국에 가서 고각을 가져왔다. 비류왕은 사자를 보내 고했으나 왕은 고각을 와서 볼까 겁내서 색을 어둡게 칠해서 오래된 것처럼 하였더니 송양은 감히 다투지 못하고 돌아갔다. 송양은 도읍을 세운 선후(先後)를 따져 부용(附庸)시키고자 하므로 왕은 궁실을 짓되 썩은 나무로 기둥을 하니 오래됨이 천년이 된 것 같았다. 송양이 와서 보고 마침내 감히 도읍 세운 것의 선후(先後)를 다투지 못했다.
왕이 서쪽으로 사냥을 가서 흰 사슴을 잡아 이것을 해원(蟹原)에 거꾸로 매달고 주술을 행해 말하되 "하늘이 만약 비를 내려서 비류의 왕도(王都)를 표몰(漂沒)시키지 않으면 나는 너를 놓아 주지 않을 것이다. 이 난관을 면하려면 네가 능히 하늘에 호소하라." 하니 그 사슴이 슬피 울어 그 소리가 하늘에 사무쳤다. 장마비가 칠일이나 와서 송양의 도읍이 떠내려가 버렸다. 왕이 갈대 새끼줄을 가로질러 늘이고 압마(鴨馬)를 타니 백성이 모두 그 줄을 잡았다. 주몽이 채찍으로 물을 그으니 물이 줄어 들었다. 6월에 송양은 나라를 들어 와서 항복하였다.
7월에 검은 구름이 골령( 嶺)을 덮어 사람은 그 산을 볼 수 없고 오직 수천 명의 사람 소리만 들리며 나무 베는 소리만 들렸다. 왕이 말하기를 "하늘이 나를 위해 성을 쌓는다."고 하더니 칠일 만에 구름과 안개가 스스로 걷히고 성곽과 궁대(宮臺)가 스스로 이루어졌다. 왕은 하늘에 절하고 나아가 살았다.
추구월(秋九月)에 왕은 하늘로 올라가고 다시 내려오지 않으니 그 때 나이가 사십이었다. 태자(太子)는 왕이 남긴 옥편(玉鞭)으로써 용산(龍山)에 장사를 지냈다.
유리(類利)는 어려서부터 기절(奇節)이 있었다. 어렸을 때 새를 쏘아 잡는 것으로 업을 삼더니 한 부인이 인 물동이를 보고 쏘아 꺠뜨렸다. 그 여자는 노해서 욕하기를 "아비도 없는 아이가 내 동이를 쏘아 꺴다."고 했다. 유리는 크게 부끄러워 진흙 탄환으로 동이를 쏘아 구멍을 막아 옛것같이 하고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나의 아버지는 누구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유리가 나이가 어리므로 희롱해서 말하되 너에게는 정해진 아버지가 없다고 하였다. 유리는 울면서, "사람이 정해진 아버지가 없다면 장차 무슨 면목으로 다른 사람을 보리오?" 하고 드디어 자결하려고 하였다. 어머니는 크게 놀라 이를 말리며 말하기를 "앞의 말은 희롱이다. 너의 아버지는 바로 천제의 손자이고 하백의 외손자이며 부여의 신하됨을 원망하고 남쪽 땅으로 도망가서 처음으로 국가를 세웠으니 너는 가서 뵈옵지 않겠느냐?"고 하니 대답하기를 "아버지는 다른 사람의 임금이 되었는데 아들은 다른 사람의 신하가 되니 제가 비록 재주는 없으나 어찌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하였다. 어머니가 말하되 "너의 아버지가 떠날 떄 말을 남긴 것이 있으니 '내가 일곱 고개 일곱 골짜기 돌 위 소나무에 물건을 감춘 것이 있으니 이것을 얻은 자라야 나의 아들이라' 하였다."고 했다. 유리는 스스로 산골짜기로 다니면서 찾았으나 얻지 못하고 지치고 피로해서 돌아왔다. 유리는 집 기둥에서 슬픈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보니 그 기둥은 돌 위에 소나무였고 나무의 몸은 일곱모였다. 유리는 스스로 이를 해석하되 일곱 고개 일곱 골은 일곱모요 돌 위에 소나무는 곧 기둥이라 하고 일어나서 가 보니 기둥 위에 구멍이 있어서 부러진 칼 한 조각을 얻고 매우 기뻐했다. 전한(前漢) 홍가(鴻嘉) 4년 하사월(夏四月)에 고구려로 달아나서 칼 한 조각을 왕에게 바치니 왕이 가지고 있던 칼 한 조각을 꺼내어 이를 맞추자 피를 흘리며 이어져서 하나의 칼이 되었다. 왕이 유리에게 말하되 "네가 실로 나의 아들이라면 어떤 신성함이 있는가?" 하니 유리는 소리에 응해서 몸을 들어 공중으로 솟으며 창을 타고 해에 닿아 그 신성의 기이함을 보였다. 왕은 크게 기뻐하며 세워서 태자를 삼았다. (후략) 동국이상국집, 이식 옮김
줄거리
천제의 아들인 해모수가 오룡거를 타고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부여의 왕 금와의 옛 서울을 빼앗아 나라를 세운 뒤, 낮에는 인간 세상 웅심산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저녁이면 하늘의 궁전으로 돌아간다.
하루는, 청하(지금의 압록강)에서 놀고 있는 유화, 훤화, 위화의 세 미녀를 발견하고 후계자를 얻을 뜻이 있어 심묘한 계책으로 세 여인을 말채찍으로 도술을 부려 즉시 만든 구리 궁궐에 초대하여 연희를 열었다. 세 여자가 술에 취하자 마침내 문을 잠그고 세 여인을 사로잡으려다가 결국 장녀 유화 하나만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식으로 통혼하지 않고 무단히 딸을 겁탈하는 해모수를 옳지 않게 여긴 유화의 아버지이며 물의 신인 하백은 크게 노하였다. 그는 사신을 보내 천제의 아들로서 실례를 범한 해모수를 크게 꾸짖었다. 해모수가 부끄러워 방에 들지 못하고 유화를 놓아 보내고자 하였는데, 유화가 정이 들어 차마 떠나지 못하고 해모수와 함께 하백의 나라에 갔다.
하백은 도술로써 해모수에게 시합을 신청했다. 두 영웅은 물속에서 동물로 변하여 용감히 싸운 결과, 세 번 모두 승리는 해모수에게 돌아갔다. 해모수의 신분을 확인하자, 두 영웅은 성혼을 시키기로 하고 연회를 열고 서로 마주 앉았다.
연회가 끝난 후 해모수는 술에 취하여 유화와 함께 작은 가죽부대에 넣어져 용거를 타고 하늘로 오르게 되었는데, 이는 딸을 해모수가 거두지 않을까 하혀 하백이 꾸민 일이었다. 그용거가 미쳐 수궁을 빠져 나가지 못하여 해모수는 술에서 깨게 되고 유화의 황금비녀로 가죽부대를 뚫고 그 구멍으로 혼자만 하늘로 올랐다.
크게 분노한 하백에게 가문을 더럽혔다는 질책을 받은 후, 유화는 아버지의 분노로 입술을 석 자나 늘이운 채, 우발수(태백산 남쪽에 있는 연못)에 버림을 받게 되었다. 마침 사냥 나왔던 동부여의 금와왕에게 어부가 고기를 도둑맞은 사실을 고하자 보통 그물로는 실패를 하고, 쇠그물로 유화를 잡아 올렸다. 유화의 입술이 길어 말을 못하자 입술을 세 번 잘라 말을 하게 하였다. 유화가 해모수의 비라고 하자 데려다가 별궁에 유폐 보호하였다.
별궁에 갇혀 있는 유화는 햇빛을 받아 잉태하였다. 그리고는 왼쪽 옆구리에서 알을 낳았다. 금와왕은 부정스럽다고 목장에 또는 깊은 산중에 버렸더니 뭇 말이 밟지 않고 온갖 짐승이 옹의하였다. 왕은 그 신기에 감동하여 다시 유화에게 보내서 결국 주몽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주몽은 활의 명수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지었다고 한다.
현명하고 용감한 주몽은 금와왕의 일곱 아들과 사냥을 나가도 항상 더 많이 잡았다. 왕의 아들들이 질투를 하자 왕은 그에게 말을 기르도록 하였다. 유화가 주몽에게 말을 고르는 법을 가르쳐주자, 주몽은 좋은 말의 혀에 침을 박아 여위게 하였고, 금와왕은 그에게 그 말을 주었다. 결국은 아들들의 질투를 피하여 어머니를 그 땅에 두고 망명의 길에 오른다.
세 벗 오이, 마리, 협부를 데리고 압록강까지 도망했으나 강에 배가 없어서 건널 수가 없었다. 그러나 탄식하며 활로 물을 치자, 물고기와 자라 떼들이 다리를 놓아서 쉽게 건너게 되었다. 주몽은 떠나기 전에 어머니가 준 오곡종자를 급한 가운데 잊고 왔으나, 근 나무 아래에서 쉬는 유화가 보낸 비둘기 두 마리가 날아오자 활로 잡아 배속에서 종자를 꺼낸 후 물을 뿌려 새를 살려 보낸다.
졸본천에 이르러 비류수 상류에 움막을 짓고, 서울을 삼고, 자기는 왕이 되고 모든 신하의 자리를 정하여 신흥국가를 건설했으니 이것이 고구려 왕국인 것이다.
그런데, 지각이 없는 비류국의 왕인 송양이 선인의 유계임을 자랑하며 동명성왕에게 항복하기를 강요했다. 이에 두 영웅은 또 결투를 하여, 동명왕이 이겼다. 이 때 주몽은 그의 궁전에 낡은 기둥을 세움으로써 그의 왕국이 오래된 것인양 꾸며서 비류왕을 속이기도 한다.
마침내 송양은 나라를 바쳐 항복하였고, 고구려는 국가의 위엄을 상징하는 대궁궐 천인의 도움으로 7일간 산에 구름이 끼고 소리가 들린 후에 낙성하고, 동명왕은 나이 40세에 졸하여 승천하였다.
동명왕의 원자인 유리가 아비 없는 설움으로 부여에서 천대를 받다가 어머니를 홀로 두고 아버지의 유물인 부러진 칼을 가지고 고구려로 찾아왔다. 부자의 기적적인 해후로 유리는 고구려 제 2대 왕이 되었다.
요점 정리
작자 : 이규보가 26세 때
연대 : 고려 명종 23년, 1193년
형식 : 5언(五言) 282구(句)로 된 영웅 서사시
성격 : 서사적, 진취적, 교훈적, 찬양적
특징 : 영웅 일대기 형식
구성 : 서장, 본장, 종장의 3단 구성
서장 : 동명왕 탄생 이전의 계보
본장 : 동명왕의 출생과 건국 과정 묘사
종장 : 후계자 유리왕의 경력과 작가의 소감 주제 : 고구려의 건국 신화인 주몽 신화를 노래(본문에 수록된 부분은 주몽이 태어나 나라를 세우기까지의 내용)
체재 : 앞에 서문이 있고 본문 속에는 부분부분 '구삼국사(舊三國史)'에 수록되어 있다는'동명왕 본기(本記)'의 신화를 옮겨 놓고 있다. 지금은 전하지 않는 구삼국사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중요하다.
의의 : 이 작품은 주몽의 영웅적 행적과 위업을 찬미한 작품인 만큼 주몽 신화의 내용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서 그 갈등의 폭을 넓히고 주몽의 영웅적 포부·의지·지혜 등을 더욱 부각시켰다. 그리고, 고난 극복의 진취적 기상 제시를 했고,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하고 있다는 자부심 표출
동명왕편과 동명왕 신화의 내용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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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왕편 |
동명왕 신화 |
주몽의 잉태 |
해를 품고 잉태 |
해가 스스로 쫓아와 잉태함 |
금와왕의 행위 |
알을 버림 |
알을 버리고 깨뜨리려고까지 함 |
주몽의 능력 |
출생 1달 후부터 활을 잘 쏨 |
7세부터 활을 잘 쏨 |
준마의 구별 |
유화(신모)의 지혜 |
주몽의 지헤 |
동부여 탈출 |
주몽의 고뇌로 인한 유화의 권유 |
대소의 음모로 인한 유화의 직접적 권유 |
유화의 역할 |
비둘기를 통해 보리 종자를 보냄 |
언급 없음 |
동명왕편의 전체 구성
서장(주몽 탄생 이전의 계보) |
본장(주몽 탄생과 고구려 건국) |
종장(유리왕의 경력과 작가의 소감 |
천지의 개벽과 인간 역사 |
주몽의 탄생과 시련 |
장자의 유리의 승계 |
해모수 유화의 만남과 청혼 |
대소의 시기와 동부여 탈출 |
작가의 느낌과 감동 |
하백의 진노와 변신술 대결 |
비류국 송양의 위협과 극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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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모수의 배신과 유화의 추방 |
고구려의 건국과 승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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