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원 교수 <가톨릭의대 내과>
B형 간염 보균자 30년새 절반 감소
82년 국산 간염백신 보급 후 간염 급감
간질환 사망률 최근 10년새 30% 줄어
1980년 이전에 발표된 질병통계가 거의 없으나 1982년 경제기획원 통계국의 조사에 따르면 연 1000명 사망자 중 46명이 만성간염으로, 또한 33명이 간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만성간염과 간경변 내지는 간암의 발생률이 아프리카나 홍콩,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 지역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구나 바이러스성 간염은 급성간염을 앓고 난후 만성간염으로, 간경변에서 간암의 발생까지 연결된다는 점에서 보건의학적으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어 이의 예방과 치료가 중요한 문제가 되어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간염의 발자취를 보면 허준의 '東醫寶鑑'에 黃疸, 穀疸 등 증상으로 기록되어 있어 현재 규명되어 있는 바이러스성 간염에서 볼 수 있는 소견들을 찾아 볼 수 있다. 1950년 6?25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한국에서 유행한 황달은 소위'카타르'성 황달 이어서 그 역학적 조사가 잘된 것이 없기에 알 수 없으나, 주로 소아과에서 계절적인 유행이 관찰된 것으로 미루어 A형이 많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6 25 전쟁 이후 간침생검법이 도입되어 군진의학자들이 처음으로 실시하기 시작하였고, 그 후 각종 간질환의 병태생리 및 예후 판정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 왔다. 이 당시 전동수, 박종근, 이동환, 정환국 교수 등이 간침생검으로 초기에 많은 공헌을 하였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율 감소
1963년 Blumberg 등이 Australia 원주민의 혈청에서 현재 HBsAg으로 불리는 Australia 항원을 발견한 이래 B형 간염에 대한 감염경로, 병태생리와 진단 및 예후에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였는데 한국에서는 1971년 이에 대한 조사보고가 처음 나타나기 시작하여 한국 성인의 급 만성 간염, 간경변 및 간암은 거의가 B형 간염바이러스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1973년도부터는 A,B형 간염바이러스의 혈청 면역진단 키트의 상품이 들어오고 기타 여러 개선된 진단법이 도입되었다. 이들 방법으로 한국에서는 10세 이상의 성인에서는 급성A형 간염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B형의 정상보균자(carrier)분포가 10 15%나 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HBV 감염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찍이 1971년 Krugman 등이 MS-2 strain을 사용한 능동면역을 처음 실시하여 그 효과를 보고한 이래 미국과 프랑스에서 간염백신을 생산하여 실용화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1979년 김정룡이 정제된 HBsAg을 백신으로 사용하여 매혈자들을 대상으로 약 90%에서 항체생성을 관찰하였고, 1982년부터 국내에서 국산 백신을 생산, 시판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와 같이 HBV 감염이 만연되고 있는 고 위험지역은 모계로부터의 수직감염이 제일 문제가 되므로 출생 직후의 예방접종이 간염발생을 막는 지름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B형 간염의 역학조사에 대한 보고가 많이 있었다. 헌혈사업, 건강검진 등을 통한 역학조사와 특정 연령군, 특수 집단과 특정지역에서의 역학조사가 대부분이다. 2000년 내과학회잡지의 장 등의 최근 3년간 강원도 초 중 고등학생의 HBsAg 양성율 변화에 대한 연구에서 B형 간염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이후 출생자 1만2220명에서 HBsAg 양성률이 2.5% 이었고, B형 간염표면항체(anti-HBs) 양성률이 47.4%이었으며, 피검자가 어릴수록, 또 검시시기가 늦은 경우 HBsAg 양성률이 더 낮았으며, 예방사업의 결과로 강원도 초등학교 학생에서 주목할 만한 HBsAg 양성률 감소가 있었다.
1970년대 HBsAg 보유율이 10-15%나 되는 것으로 보고 되었지만, 최근의 보고에서는 6% 미만이었다. 1995-1997년에 서울의 한 건강검진센터 수검자에서 10대 2.5%, 20대 5.4%, 30대 6.8%로서 연령이 증가할수록 HBsAg 양성률은 증가하였다. 1993년에 서울 및 서울근교의 학동에서 HBsAg 양성률이 2.6%이었고, 1995년의 학동기전 서울 정상아동에서 HBsAg 양성률이 0.9%이었다.
서울의 산모들에서 1980년대 초에는 HBsAg 양성률이 9.2%이었는데 1990년대 초의 보고에서는 3.0-5.7%이었다. 같은 시기 학동들에서의 HBsAg 양성률은 1988년 3.2%, 1989년 3.3%, 1990년 3.1%, 1991년 2.7%, 1992년 2.5%, 1993년 2.6%로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1977년 0-4세의 아동에서 보유율이 2.86%이었다가 1995년 0.9%의 보고도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1989년 인구 10만명당 34.6명에서 1998년 24.8명으로, 간암에 의한 사망률은 1989년 23.6명에서 1998년 20.0명으로 감소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간암 등 간질환의 주원인이 HBV감염인 점으로 미루어 보아 간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도 HBV보유율의 감소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HBV 감염률이 감소하는 요인으로서 공중위생의 개선, B형 간염에 대한 관심과 지식증가, B형 간염백신의 실용화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991년부터 대한소아과학회에서는 정기예방접종으로서 출생 후 조기B형 간염 백신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B형 간염 백신접종의 효과는 접종 후 anti-HBs의 양성률로 판정한다. 접종자의 연령에 관계없이 그리고 백신의 종류에 관계없이 접종 종료 직후 anti-HBs 생성률은 90%이상으로서 B형 간염백신의 효과는 우수하다.
간염의 발생빈도와 양상
1980년 홍원선 등이 보고한 우리나라 A형 간염의 항체 발현율을 보면 1970년대 후반까지 우리나라는 유행지역에 해당되어 5-6세 이후 90%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15세 이상 인구의 90-100%가 항체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어린아이들에서 A형 간염이 유행해도 소년기 이후에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 당시 항체 보유율의 변화를 보면 2-3세의 항체 보유율이 12%정도이고 4-7세가 25-50%라는 보고는 이 논문이 발표되기 5-6년부터 A형 간염의 발생이 둔화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 후 1990년, 1995년 조사보고는 15년이 지난 현재 20세 미만의 항체 보유율은 0-20%에 불과하며 모체항체까지도 현저히 감소된 것으로 보아 근래 15-20년간 우리나라에서 A형 간염의 발생은 미미하였고, 그 동안 주기적인 유행의 흔적도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1996년을 전후로 전국 각 지역에서 A형 급성간염의 유행이 발생되어 청소년과 성인에서 1천여명의 환자가 발생되었다. 현재도 성인에서의 A형 간염 환자를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건강한 성인의 HBsAg 양성률은 1970년대 10-15%, 지역에 따라 25%까지도 보고되었으나 1983년 HBV 백신 프로그램이 도입된 후 건강 공혈자에서 남자는 HBsAg 양성률이 1986년 7.3%, 1994년 3.9%이었고, 여자는 1986년 4.4%, 1994년 2.7%로 감소하였다. 각 연령군에서 HBsAg 양성률 감소는 40대 혹은 50대보다 10대 및 20대에 더 현저하였고, 특히 취학 전 아동에서 가장 현저하였다. 다시 말해서 취학 전 아동에 비하여 아동 및 성인에서의 변화가 미미하다는 것은 향후 만성적인 HBV감염의 결과로 50대 연령균에서 발생되는 원발성 간암을 HBV백신의 효과로 줄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년이상의 시간경과가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1990년 이효석의 보고는 급성바이러스성 간염의 원인으로서 A,B,C 및 D형 간염바이러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3.4%, 60.3%, 35.3% 및 0.9%이었다. 만성간질환 및 간암 환자의 60-70%가 HBsAg 양성으로 나타나 HBV가 가장 중요한 원인임을 알 수 있었고, 또한 만성간염, 간경변, 간암환자에서 anti-HCV의 빈도는 각각 27%, 20%, 17%에 이르러 C형 간염(HCV)가 만성간질환의 원인으로서 HBV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큰 변화는 없는 상태이다.
한국인 만성간질환환자 2691예를 대상으로 20년 동안의 자연경과와 생존율을 분석한 보고 (김정룡, 1994)에 의하면 B형 만성간염환자에서 간경변으로의 진행률은 5년, 10년, 15년 및 20년에 각각 9%, 23%, 36%, 48%이었다. 만성간염환자의 5년, 10년, 15년 및 20년 생존율은 각각 97%, 90%, 72%와 70%로서 비교적 경한 경과를 밟는다. 간경변증 환자의 5년, 10년, 15년 및 20년 경과후 각각 2.7%, 11%, 25%와 35%에서 간암으로 진행하였으며, 간경변에서는 5년, 10년, 15년 경과 후 각각 13%, 27%, 42%에서 간암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1990년 초부터 개발된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인터페론과 그 후 개발된 새로운 뉴크레오사이트 제제인 라미부딘, 팜싸이크로비어, 아데포비어, 로부가미어, 클레부딘 등등의 약제가 B형 간염 및 C형 간염환자에 임상응용 되어 만성간염에서 간경변으로의 진행을 억제 또는 지연시킬 수 있게 되었고, 만성간질환에서 간암의 발생을 감소 내지 지연시킴이 보고되어 있어 간염 백신의 효과와 더불어 이들 환자의 예후 개선과 생존율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인 간질환 사망률의 변화
의료보험관리공단의 피보험자 건강진단 결과에 따른 간질환 유병률을 보면, 수검자 1만명당 1980년 25.6명, 1986년 105.2명, 1990년 154.5명에서 1996년 203.3명으로 증가하였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연보(1987-96년)에서 만성간질환 및 간경변에 의한 사망률은 1987년 인구 10만명당 35.1명에서 1991년 32.3명, 1996년 27.3명으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남성에 있어서 44세 이후의 연령군에서 갑자기 2.5배로 사망률이 높아지는데, 이는 장년기의 스트레스와 음주가 관련 된 듯하다. 1995년부터는 만성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모든 연령층에서 감소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서 생각되는 것은 B형 간염 백신접종의 결과로 B형 간염양성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고, 의학 기술 발달과 항바이러스치료제의 개발에 따라 만성간질환 및 간경변 단계에서 사망에 이르던 것이 간암까지 간 후 사망했으리라고 추정된다.
강진구(1971년)에 따르면 1969년도에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4.5명이었다가(전체 암사망자의 12.7%), 1983년에 15.6명으로 1993년 23.1명으로 증가하였고, 1993년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성별, 연령별 시간에 따른 간암사망률의 변화는 남녀 모두 연령이 증가할수록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졌으며, 성별의 차이는 15세 이하에서는 거의 없다가 15세 이상에서 남자에서 월등이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이는 간암이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됨을 시사하는 것으로 빈번한 음주, 흡연 등 생활상의 차이와 B형 간염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많은 남여의 생활방식의 차이가 원인일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에 있어서 간질환의 이환 및 사망률은 당분간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보건위생상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기존 성인세대에서 간질환의 주요 위험요소인 HBsAg 양성률의 지속, 높은 음주율 및 흡연을 감안하면 간질환의 높은 사망과 발생률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앞으로 간염예방 백신의 사용과 항바이러스제제의 적용 및 간암 치료법의 개선, 간이식 등의 치료를 통해 간질환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계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국가적 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