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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크메르의 세계
드리프트 레이싱 : 현대문명이 선사한 또 하나의 쾌감
오늘은 새롭게 부상하는 레저 스포츠 한 가지를 소개하도록 하겠는데요, 바로 우리가 항상 주변에서 접하는 자동차를 타고 즐기는 '드리프트 레이싱'(Drift Racing) 혹은 '드리프팅'(Drifting)이라 불리는 종목입니다. 드리프트 레이싱 역시 다소 새롭다는 의미에서 어쩌면 '다문화'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상당히 쾌감을 주는 스포츠임엔 분명합니다.
드리프팅 드라이버의 기분을 쉽게 설명하자면, 통상적인 운전자들은 차량이 급가속이나 급제동을 할 때, 혹은 곡선주로를 돌아나갈 때도 대부분은 몸이 앞뒤 방향으로만 스피드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드리프팅을 할 때는, 운전자가 좌우로 미끌어져나가는 힘을 받게 되고, 마치 놀이동산의 제트스쿠터 종류에서 느낄 수 있는 기분을 만끽할 수가 있죠.
원래 '드리프트'(drift)란 말은 '표류'나 '떠내려가다'를 의미하는 명사 혹은 동사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드리프트 레이싱'이란 말 그대로 자동차를 옆으로 미끌어뜨리는 방식의 주행법을 사용하는 자동차경주를 말하는데요. 이것은 정해진 거리나 트랙(서킷)을 빨리 주행하는 데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보다 고난이도의 테크닉을 얼마나 잘 사용하는지 하는 기술적 부분과 차량의 이동이 얼마나 예술적인가 하는 미학적 부분을 심사한다는 점에서, 예술의 범주에 넣어도 될 수 있는 그런 스포츠일 것입니다.
또한 뒷바퀴가 미끌어지다 보니, 언제나 타이어가 지면과 마찰하면서 상당한 연기도 뿜어내고, 경기장 전체에 타이어 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그런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발생하는 연기의 양과 형태 역시 심사대상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요즘엔 타이어가 탈 때 형형색색의 연기가 발생하는 드리프팅 전용 타이어들도 개발됐습니다.
평소에 운전을 하다보면 눈길이나 빗길에서 차량의 바퀴가 노면과의 접지력(마찰력)을 상실하면서 미끌어지는 현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사고의 원인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드리프트를 즐기는 레이서들은 일부로 뒷바퀴를 미끌어뜨리고 앞바퀴로 방향을 콘트롤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나 각도로 차량을 콘트롤합니다. 그래서 드리프팅에 사용되는 차량은 엔진의 동력이 뒷바퀴로 전달되는 후륜구동 차량을 사용하게 됩니다. 전륜구동 차량도 핸드 브레이크를 이용하여, 1회성 스핀을 할 수는 있지만 드리프팅처럼 연타로 미끌어뜨릴 수 없기 때문에, 전륜구동으로 하는 급회전은 '슬라이딩'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에서 기원된 현대적인 드리프팅 경주
드리프팅은 원래 과거 서양 액션영화의 추격신에서 차량들이 코너를 돌아나갈 때 종종 사용되던 기술이었습니다만, 오늘날 스포츠로서 발전하게 된 것은 저가의 후륜구동 차량들을 제조했던 일본의 자동차 문화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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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일본 최고의 드리프트 레이서 3인이 고갯길에서 펼치는 Toyota jzx 100, B234r, AE86 모델들 간의 테스트 드라이빙. 운전석 및 다리의 움직임을 보여주어, 레슨용 교재의 효과가 있다. |
1970년대부터 활동한 일본의 전설적인 드라이버 타카하시 쿠니미츠(高橋 国光, Kunimitsu Takahashi: 1949-1-29일생)는 오늘날 '드리프팅의 아버지'(father of drifting)로 불리고 있습니다. 원래 경주용 오토바이 선수였던 타카하시는 1960년대 초중반에 일본인 최초로 그랑프리 우승자가 됩니다. 그리고 1977년에는 '포뮬라 원'(Formula One: F1) 레이서로 참가하면서, 자동차경주 선수로 변신합니다. 이후 '포뮬라 3000' 경주나 '르망 24시간 자동차경주'(24 Hours of Le Mans)에 자주 참가했지만 챔피언이 된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상당한 고속으로 코너의 입구로 진입해서 드리프팅을 이용해 곡선주로를 통과하는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원래 드리프팅 자체는 속도를 경쟁하는 경기에서 그다지 큰 도움이 안 되거나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타이어 마모율을 높여서 정비주기를 빨리 다가오게 만들죠. 하지만 타이어에서 연기나는 스펙타클함을 즐겼던 타카하시가 이 기술을 정교하게 발전시켰고, 이후 일본의 여러 직업적 레이서들이 따라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이제 길거리 레이서들(아마추어 매니아+폭주족+기타 등등) 역시 이러한 기법을 따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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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BMW M5의 도로 상의 드리프팅. 스릴을 즐기는 드리프트 매니아들의 특성 상, 서킷보다 오히려 실제의 도로 상에서 드리프팅 모험을 감행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실제로 일본의 드리프팅 경주 역시 길거리 레이서들로부터 저변이 확대된 것이다. |
츠치야 게이치(Tsuchiya Keiichi, 土屋圭市: 1956-1-30일생)도 타카하시 쿠니미츠의 드리프트 테크닉에 매료된 드라이버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특히 일본의 산악형 고갯길을 하강하는 레이싱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면서, 매니아들로부터 '드리프트 킹'(Drift King, 도리킹구)이란 별명까지 획득했습니다. 그는 1987년에 유명 자동차 매가진들과 공동으로 <펄스파이>(Pluspy)라는 제목의 시리즈 동영상을 제작하여, 자신의 산악도로 주행 테크닉을 보여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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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츠치야의 산악도로(특히 내리막길) 주행기술을 보여줬던 동영상 <펄스파이>.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단순해보이지만, 이 비디오는 전세계 드리프팅 스포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비디오를 촬영한 직후 츠치야는 일본에서의 운전면허를 취소당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다. |
이후 츠치야의 내리막길 레이싱은 일본의 길거리 드라이버들에게 커다란 붐을 일으켰고, 1995년부터 등장한 만화 및 만화영화 <이니셜 디>(Initial D, 카시라모지 디[頭文字D]) 시리즈는 아예 본격적인 언더그라운드 '다운 힐 레이싱'(Down Hill Racing: 고갯길 내리막 경주)을 소재로 하여 빅히트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처음에는 TV 시리즈로 나왔고, 이후 극장판도 등장했습니다.
원래 카레이싱이란 직선주로와 오르막길만 있다면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겁니다. 가령 드래그 레이싱(Drag Racing: 최초 400m 빨리가기)처럼 엔진 큰 차가 거의 승리할 것이 분명하니 말이죠. 하지만 코너나 내리막이 있을 경우엔 차의 성능보다는 드라이버의 테크닉에 의존하게 됩니다. 물론 드라이버의 기량이 동일할 때는 차량 성능이 좋을수록 유리하겠죠. 어찌되었든 그러한 이유로 인해 비록 언더 그라운드 폭주족들의 스포츠였긴 하지만, 다운힐 레이싱이야말로 드라이빙의 스릴을 최대로 만끽하게 해주는 것이고, 내리막 코너에서는 드리프팅과 같은 테크닉들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이니셜 디>는 지금도 일본에서는 시리즈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만, 한국의 TV에서는 방영불가 판정으로 인해 단 한 차례도 방영된 적이 없습니다(여성계의 반대가 있었다는 설이 존재함).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 만화가게에서 빌려주는 번역본 대본 만화로서 출간되어 대대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습니다. 저도 만화가게에서 대여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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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만화영화 <이니셜 D>의 풀버전 예고편. 이 애니메이션의 감수와 기술지도는 츠치야 게이치가 맡았고, 주인공인 후지와라 타쿠미(藤原拓海)가 모는 차량 역시 츠치야가 즐겨 탔던 토요타 자동차의 AE86 SPRINTER TRUENO이다. |
이후 유명 자동차 매가진인 <옵션>(Option, オプション)을 발행하는 '산에이 쇼보'(三栄書房)의 편집장이던 이나다 다이지로(Inada Daijiro, 稲田大二郎: 1947년생)가 1988년에 최초의 드리프팅 레이싱 대회인 'D1 그랑프리'(D1 Grand Prix)를 조직하여, '쯔쿠바 서킷'(Tsukuba Circuit)에서 열린 이 대회에 자기 자신도 함께 출전했습니다.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드리프팅 문화
이나다 다이지로와 츠치야 게이치 등은 1990년대 중반에 서방국가들에 초청을 받아 시범 주행을 하거나 하면서, 이 스포츠의 외연을 넓혀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2000년부터 정규적으로 시작된 일본의 'D1 그랑프리', 2004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포뮬라 D'(Formula D), 2007년부터 시작된 '뉴질랜드 드리프트 시리즈'(NZ Drift Series) 등 주요한 정규 대회들이 창설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유니버살 영화사가 2006년에 공개한 영화 <도쿄 드리프트>(The Fast and the Furious: Tokyo Drift)는 <이니셜 D>의 국제화 버전으로 볼 수가 있는데, 스트리트 레이싱을 주제로 한 이 영화 역시 드리프팅의 저변확대에 상당한 공헌을 했습니다.
우리가 동남아를 공부하고 있습니다만, 태국 방콕의 남부지역인 '방나'라는 곳에 가면 드리프트 전용 서킷이 존재합니다. 또한 태국의 드리프팅 레이서들 역시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제 눈으로 확인한 바 있습니다. 아마도 저가의 일제 후륜구동 자동차들이 보급되었던 영향 때문으로도 생각됩니다.
최근에는 드리프트 전용 서킷이 하나도 없는 한국에서도 매니아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원래 2000년대 초반에 청와대 뒷산의 '북악스카이웨이'에서 다운힐 레이싱을 연습하던 '싱크로 G'라는 동호회가 유명했는데, 이들은 최근에는 본격적인 자동차 경주에 참여해서 입상을 하곤 합니다.
그런가 하면 더욱 최근에는 드리프팅만을 추구하는 길거리 동호회도 존재합니다. 금년 1월에는 "유명 프로야구 선수와 장교, 의사, 대학강사, 고교생, 주부" 등이 낀 폭주족 14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는 소식도 들어왔는데, 제가 동영상을 분석해보니 단순한 폭주족들이 아니라 상당히 고도의 기량을 가진 드라이버들인데, 한국에서는 단속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도로 스포츠 환경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TV 뉴스에서 그들을 "매도"하는 데 사용했던 동영상 자료를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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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각종 보도들에 따르면, 이들은 자동차 정비업소를 운영하는 모 씨로부터 테크닉을 레슨받았다고 하는데. 한국의 모터 스포츠 현실을 고려할 때 상당한 고수가 지도했음을 알 수 있다. 일반 도로에서 연습했다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은 일이지만, 전용 서킷 하나 없는 한국의 현실에서, 언론들이 이 매니아들을 뭐 그렇게 강절도범에 버금갈 정도로 매도할 필요야 있었나 싶다. |
하여간 일본에서 시작된 드리프팅 레이싱은 전세계로 그 외연을 확장해나가고 있고, 이제는 그 분야마저도 퓨전의 양상을 보여줍니다. 막간을 이용해서 먼저 다음 동영상을 하나 보면서 휴식을 잠시 취하시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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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컨테이너 트럭들의 드리프트? : 음... 이건 이탈리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말이죠... '드리프트'라고 하기엔 좀 뭐하긴 하지만.. 하여간 황당합니다. |
위의 동영상은 잠시 농담삼아 감상한 것이고요, 요즘은 온라인 게임이나 모형자동차(RC)로도 드리프팅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각자의 장르를 개척해서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드리프팅의 종결자 : 켄 블락
드리프팅은 일본에서 출발해서 전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만, 그 종결자라고 할만한 인물이 존재합니다. 바로 저와 동갑내기인 켄 블락(Ken Block: 1967-11-21일생)이란 인물입니다.
켄 블락은 미국의 유명 스포츠 의류 브랜드인 'DC 슈즈'(DC Shoes)의 CEO로서, 장거리 랠리를 주종목으로 하는 유명 자동차 경주팀, '몬스터 월드 랠리 팀'(Monster World Rally Team)의 구단주이자 드라이버(선수)이기도 합니다. 워낙에 다재다능한 그는 2004년에 <스포츠 비지니스 저널>(Sports Business Journal)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7위에 랭크될 정도로 중요한 인사이기도 합니다.
켄 블락은 원래 스케이트 보드, 스노우 보드, 경주용 오토바이(모토 크로스) 선수로서 유명했는데, 한국 나이로 40세가 거의 다된 2005년도에야 자동차 경주로 전향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가 2005년에 최초로 참가한 대회는 눈길 주행으로 유명한 '스노 드리프트'(Sno*Drift) 대회였습니다. 그러면 먼저 켄 블락의 차에 동승하신 후 눈길을 함께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전력이 화려했던만큼, 켄 블락은 자동차 스포츠로 전향한 후에도 장거리 랠리부터 시작하여, 마치 과거 오토바이 스턴트의 영웅이었던 이블 크니블과 유사한 방식의 자동차 점프 묘기, 그리고 드리프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목들을 섭렵했습니다. 마치 모터 스포츠에서의 '학제간 연구' 시도자라고나 할까요?
오늘날 켄 블락이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게 된 것은 최근 몇년간에 발표한 짐카나 드리프팅(Gymkhana Drifting) 동영상들 때문입니다. 원래 짐카나 종목은 고깔 모양의 도로 경계 표지를 세워놓고 지그재그로 빠져나가는 경주로서, 레이싱 종목 중 가장 초보적인 종목에 속했습니다만..... 켄 블락은 이 짐카나 종목에 드리프팅을 결합시킴으로써 놀라운 스펙타클함을 보여줍니다. 이제 100만명 이상이 관람한 그의 유명한 짐카나 드리프팅 동영상을 감상해보시죠. 어찌하여 그가 드리프팅의 종결자인지를 느끼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위의 동영상만으로도 여러분은 인간의 자동차 운전이 얼마나 정교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실감하셨을 것입니다.
저도 원래는 가끔식 드리프팅을 즐기곤 했습니다만, 켄 블락의 드라이빙을 본 후로는 저의 운전실력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서 말이죠. ^ ^ 요즘은 그냥 감상하는 것으로만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럼 켄 블락의 보다 스펙타클한 드라이빙 모습 한편을 더 감상하면서 오늘의 다문화 체험을 마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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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부둣가에서 촬영된 켄 블락의 짐카나 주행 모습. 2009년에 촬영된 이 드라이빙에서는 Subaru WRX STI를 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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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눈 요기 잘하고 갑니다^^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