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스님 : 구법(求法)의 동반자, 반야심경
당나라 현장법사는 629년(당 태종3년, 신라 진평왕51년, 고구려 영류왕12년, 백제 무왕30년)에
오랫동안 꿈꾸었던 천축국(天竺國: 예전에 중국에서 인도를 일컫던 말)을 향해 구법(求法)의 길에 올랐다.
익주 공혜사에 이르렀을 때 한 병든 노스님을 만났는데,
그는 험난한 천축 길에 만나게 될 갖은 시련을 알려주면서
"삼세제불법문이 여기 있으니 이것을 늘 기억하여 외면 온갖 악귀를 물리치고 안전히 다녀올 수 있으리라" 했다.
그 노스님이 가르쳐준 것은 범어(梵語)로 된 「반야심경」이었다.
천축을 가는 길은 황량하고 험난해서 나는 새나 짐승도 없고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곳이 며칠씩 계속되기도 했다.
자기 그림자를 벗 삼아 고난의 길을 가는 현장스님에겐 끊임없이 무서움과 괴로움, 편안함을 유혹하는 악귀들이 덮쳐오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경우도 무수히 많았다.
그때마다 현장스님은 이 반야심경을 지심(至心)으로 독송했는데,
그때마다 악귀들은 물러나고 길이 저절로 열리면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나타나곤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현장스님은 천신만고 끝에 무사히 천축 마가다국 나란타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거기에서 자신에게 「반야심경」을 가르쳐준 병든 노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현장스님을 본 그 노스님은 흔연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대가 이곳에 무사히 도착한 것은 삼세제불(三世諸佛: 과거·현재·미래에 나타나는 모든 부처)의 심요(心要) 법문을
수지 독송한 덕이니라. 내가 바로 관음보살이다."
그러고는 표연히 떠올라 하늘 높이 사라져버렸다.
그 뒤 현장법사는 귀국하자마자 관음보살이 친히 교수한 「반야심경」을 번역하여 유포했는데,
수지(受持)하여 지심으로 독송하는 사람마다 「반야심경」의 영험함을 경험했다고 한다.
● 부처님 경전들은 대부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묻고 어떻게 대답하였다’하는 기본 골격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어떤 경전이든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如是我聞]’는 아난존자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부처님의 모든경전은 그 경전이 설해진 동기를 기록한 서분(序分),
핵심적인 가르침이 기술된 본론에 해당하는 정종분(正宗分),
끝으로 경전의 유포에 관한 기록인 유통분(流通分) 등 세 가지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대승 불교 경전에는 600권의 《대반야바라밀경》을 포함해서 800여권의 반야부 경전이 있다.
《반야심경》은 이렇게 많은 반야부 경전 중의 하나이다.
반야부 경전 중 대표적인 경전이 《금강경》과 《반야심경》으로서,
《금강경》은 반야부의 앞부분에, 《반야심경》은 뒷부분에 속해 있다.
《반야심경》은 광본(廣本)과 약본(略本)의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다른 경전들처럼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如是我聞)"로 시작되는 서분(序分)과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歡喜奉行)"로 끝나는 유통분(流通分)이 있는 광본(廣本)이고,
다른 하나는 이 앞뒤가 없이 다만 정종분(正宗分)만 있는 약본(略本)이다.
우리가 흔히 독경하는 260자 《반야심경》은 약본이다.
이 경은 중국 당나라 현종때삼장법사 현장이 인도에서 가져온 경전을 한문으로 번역한 것으로
원래는 《반야바라밀다심경》이다. 그러나 그 후 전해 내려오면서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으로 부르게 되었다.
《반야심경》 약본은 ‘여시아문’이 없어 서분과 유통분이 생략되고 정종분만편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반야심경》의 광본을 보면 저간의 사정이 분명해진다.
《반야심경》의 전체 뜻을 헤아려 보기 위해 광본의 뜻을 잠깐 훑어보면 다음과같다.
『부처님께서 왕사성 근처의 영산에 계실 때 어느 날 사리자를 비롯한 많은 대중들이 있었다.
부처님께서 삼매에 드셔서 미간 백호의 찬란한 광명을 놓아 온세상을 밝게 비추셨을 때
사리자에게 부처님의 위신력이 전달되었다.
안목이 열리게 된 사리자의 시야에 관자재보살이 오온이 공함을 비추어 보시는 모습이 보였다.
사리자는 부처님의 위신력을 빌어 삼매 광명 속에 나타난 관자재보살에게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보살의 행할 바를 묻는다.
관자재보살은 그에대한 답변으로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부터 마지막 진언까지 설법을 하신다.
답변이 끝났을 때 부처님께서 관자재보살님의 공덕을 찬탄하시며그 답변이 진리임을 증명하신다.』
만일 광본이 없었다면 이 같은 세부적인 내용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반야심경》은 대자대비하신 관자재보살님과 부처님의 십대 제자 중 지혜 제일로 꼽히는
사리불과의 문답(問答)으로 시작된다.
약본으로만 보면 경(經)의 설주(說主)를 보통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광본을 통해서 관세음보살님이 설주가 되며, 그 배경이 어떻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 반야심경은 흔히 인도의 우수한 학승들이 반야계 경전뿐만 아니라 팔만대장경의 8만 4천 법문을 260자 안에 요약한,
전무후무한 경전이라고 일컫는다.
그만큼 군더더기 하나 없이 불교사상의 정수를 오롯이 담아내었다는 말인데,
음미할수록 한자 한자가 놀라운 짜임새로 구성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선 공(空)사상의 핵심을 정교하게 변증하는 앞 단계가 있고,
이어서 바라밀의 경지를 웅장한 톤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그 결론으로 진언(眞言, 참된 말. 불타의 말. 법신의 말, 呪文)의 내용이 풍부한 울림으로 마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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