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구운몽 (돌베개)
저자: 서포 김만중
발제: 결락 (김명훈)
장소: 카페 오구오구 (금관대로 1180번길 57)
일시: 2023년. 7월 28일. 금요일 저녁 7시.
'멀리 어머님께 아들을 그리며 눈물 흘리실 것을 생각하니 하나는 죽어 이별이요, 하나는 생이별이라. 또 글을 지어 부쳐서 윤씨 부인의 소일거리를 삼게 하였는데, 그 글의 요지는 일체의 부귀번화가 모두 몽환이라는 것이었으니, 또한 부군의 뜻을 넓히고 슬픔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 서포연보 中에서
7월 독토는 전달 [사씨남정기]에 이은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입니다. 누구나 대강의 내용이야 짐작하겠지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성진과 양소유, 팔선녀와 2처 6첩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서사가 조선 최고의 문장가이며 이야기꾼 서포에 의해서 매끄럽고 흥미진진하게 펄쳐집니다. 잘 짜여진 플롯과 전형, 구성과 형식이 잘 쓰여진 현대소설의 작품을 능가하면 능가했지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전달의 [사씨남정기]는 정결과 간악을 넘나드는 사필귀정의 안방극이었다면, [구운몽]은 맑은 대금소리가 풍류에 이는 바람과 한데 어울려 잘 굴러가는 금장색 마차라고 할까요. 이렇게 살아야 제 맛 나지하고 제법 유쾌해집니다. 물론 사내의 관점으로 말입니다. 현 시대의 입맛에는 어울리지 않겠다는 개인적 소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17세기의 시대적 상황으로는 쓸 수도 없는 글이 거니와, 생각조차 힘 든 이야기를 만들어 낸 서포 김만중의 작가적 상상력과 필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이렇게 세련되고 기품있는 판타지 로망이라니... 당쟁에 휘말려 귀향살이에 쓰인 글이라니 믿기지 않습니다. 그것도 모친 윤씨가 심심하시지 말라고 효심으로 썻다니까요? 정말이라니까요?! 읽어 보시면 저보다 더한 과찬을 하게 되실지도. ㅎㅎ
곧 매미가 여름에 매달려 한바탕 꿈을 꾸고 가겠지요. 일장하몽의 一場夏夢의 영락榮落이요, 한 나절의필멸必滅이라. 우는 것이나 웃는 것이나 모두 한 육肉에 깃들인 실체 없음의 형상이니, 그대, 소리 내어 가시라. 살아 있었다, 나 살아 있었다, 제대로 목 틔고 가시라. 꿈이어도 깨지 말고 생시여도 꼬집지 말라. 어차피 모두 영겁의 몽환이거늘.
많은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