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선교 소식 15호 (2013년 11월)
1. 필리핀의 생일 문화
필리핀 사람들은 생일날이 되면 직장도 쉬고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 결석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일 년에 한번 누구나 인정하는 개인 휴일이다. 그런데 그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언니 생일이라 동생이 학교를 안가고 엄마 생일이라 아이들이 학교를 쉬며 아내 생일이라 일꾼들이 그 날에 일터에 나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생일 때문에 일 년에 결석 결근하는 날이 최소한 십 여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내가 필리핀에 와서 제일 먼저 받은 문화 충격은 바로 이 생일문화였다. 우리 센터에서 가까운 어느 집에서 밤새 음악을 틀어 놓고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기에 저게 뭐하는 것이냐? 고 물었더니 생일 축하파티란다. 그런데 이런 파티가 보통 새벽2시 정도까지 계속되는데, 노래방 기계를 빌려서 동네 사람들과 친척들이 모여 돌아가며 지치도록 노래를 부른다. 2,3일 건너 하루씩 집집마다 이런 생일파티를 하게 되니 동네가 항상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 전도사님 아이가 올해 여섯 살 생일이 되었다며 친척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참으로 기가 막혔었다. 또한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옆 사람에게 저기 저 아이가 내일 생일을 맞는다고 부모는 뿌듯한 마음으로 일러 준다. 이렇게 이들은 일 년에 한번 맞게 되는 생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것 같았다. 비록 가난하고 돈은 없어도 힘껏 생일잔치를 하고 동네신고를 해야 성이 차는가 보다. 한국에서 첫돌 잔치나 회갑 잔치 수준의 년 중 행사를 치르는 것이 이곳에서의 보통 생일 문화이다.
선교사의 생일 케익을 만들어 가지고 몰려와서 축하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아이들
나도 몇 일 전에 생일을 맞았다. 요즘은 페이스북에서 생일을 미리 홍보해 주는 덕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더군다나 이런 필리핀의 생일 문화 속에 살다보니 필리핀 사람들에게도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다. 우리 센터의 아이들은 카드와 케익을 만들어가지고 몰려와서 큰 소리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 후 자기네들이 만들어 온 케익을 남김없이 다 먹어치우고 돌아갔다. 바쁜 일상생활에 쫓겨 생일마저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비하면 참으로 마음에 여유가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하였다.
2. 한국의 전통 문화도 가르치고
아내는 한국에서 오랜 기간 워십 댄스 강사로 활동을 헸다. 특히 한국무용을 접목한 곡을 많이 가르쳐왔다. 그런데 그것이 이곳 필리핀에서 이렇게 유용하게 사용될 줄은 몰랐다. 그냥 학생들에게 악기 하나 더 가르치는 셈 치고 지도를 해 주었는데 이곳 필리핀 아이들이 얼마나 한국 북춤에 깊이 빠졌는지 매일 방과 후에 센터로 달려와 북을 두들기며 연습을 해서 이제는 모두 기계처럼 동작을 맞추고 있다. 1,2기생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다른 학생들도 부러워하며 앞으로 자신들도 무언가를 배워야겠다는 욕구들을 채워가고 있다. 또한 이런 연습 장면을 보고 간 이웃의 선교사님으로부터 자신의 선교센터 행사에 와서 공연을 해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아이들도 이제는 자신들 속에 내재해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는 것 같아 마음이 정말 뿌듯하다. 또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훌륭한 공연단으로 만들어 가는 아내도 참으로 대단하다. 앞으로 이들이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면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만들어 주는 그런 참된 예수님의 제자들이 돼 주기를 바랄 뿐이다.
3. 제자훈련 제3기생 선발을 앞두고
감사하게도 이곳 비낭오난에서의 선교활동이 하나님의 은혜가운데 잘 진행되어가고 있다. 작년 2012년 10월에 선발한 첫 번째 12명의 제자들과 올해 2013년 3월에 선발한 두 번째 그룹의 12명의 제자들이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모두 건실하게 잘 자라가고 있다. 이제 제 3기생 선발을 앞두고 다시 1,2기생들을 점검하고 미래를 재 다짐하기 위한 멤버쉽 트레이닝(M.T)을 가졌다. 그 동안에 제자 훈련을 받고 변화된 생활에 대하여 한 사람씩 발표하는 자리에서 벅찬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 보내주는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자신들이 영어공부와 악기를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의견은 모두 공통적이었다. 이제 제자훈련 3기생은 12월1일(주일)에 선발하여 역시 12주의 훈련 과정을 실시할 예정이다.
3기생 선발을 앞두고 1,2기생 전원이 참석한 멤버쉽 트레이닝
발표 도중 벅찬 감사로 눈물을 흘리는 줄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고
4. 선교사 사택 공사 마무리 단계
현재 선교사가 주택을 겸하여 사용하고 있는 선교센터 건물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그 옆에 선교사 사택만을 따로 신축하고 있다. 지난 10월9일에 시작된 본 공사는 현재 두 달 가까이 진행하고 있는데 이제 그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우기가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가 진행되어 많은 지장이 있었고 또한 지난 11월에 필리핀에 강한 태풍이 불어서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염려를 하였는데 다행히 이곳은 잠깐 전기가 끊기고 인터넷이 중단되는 작은 피해를 입은 정도였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일로 공사에 적지 않은 지장을 받았지만 그래도 사택 건축은 아무런 사고나 방해 없이 잘 진행 되어졌다.
야자수 나무 그늘과 어우러져 소박하게 지어진 사택은 선교사의 평상 생활공간 뿐 만 아니라 방문 가정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의 역할을 할 수 있게 구성되었는데 필리핀의 독특한 환경과 여건을 고려하면서 직접 설계하고 감독하여 공사를 진행하였다.
많은 해충과 함께 습한 우기를 견뎌야 하는 여건이라 주택에는 전혀 목재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오직 철 파이프와 세멘트 재료를 사용하여 건축하였다. 특히 더운 나라이기 때문에 바람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창문 구성을 하였다. 게스트 룸과 연립으로 두 주택을 만드느라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계획된 비용으로는 다 완성할 수 없어서 일단 선교사가 사용할 주택 공간만 완성하기로 하였고 앞으로 조금씩 비용이 만들어지는 대로 게스트 하우스도 마무리해 나갈 계획이다.
5. 학교 건물 건축을 위한 위원들의 방문
11월에는 주로 선교사 사택을 건축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느라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거기다가 '양평선교봉사회'가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학교 건물 설계를 추진하는 일도 적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이번 학교 건물은 '양평선교봉사회'의 회장이신 장재찬 장로님께서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나신 부인을 기념하여 건물을 세우기로 하고 비용을 기증해 주셨는데 그 자녀분들도 이에 흔쾌히 동의해 주심으로 건축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큰 건물을 건축하는 일이 그리 수월치만은 않은 일이라 여겨진다. 설계에서부터 시작해서 정부로부터 허가를 얻어내고 필리핀 워커들을 모집하여 건물을 지어내는 일은 많은 노력과 정성이 따라줘야 하며 주변 필리핀 사람들의 협력도 얻어내야만 한다. 다행이 나는 신실한 필리핀 설계사를 만나 지난 달 8월에 설계 계약을 하였고 이제 그 설계도가 모두 완성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제일 중요한 것은 정부로부터 건축허가를 얻어내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양평선교봉사회의 운영위원장이신 한종환 목사님(상심리교회)과 강하중앙교회 장창덕 목사님, 그리고 선교봉사회 총무이신 김경선 장로님(왕창교회)께서 허가문제의 원활한 해결을 위하여 이곳을 방문 하신 것이다.
나는 아직 언어도 서툴고 계통을 잘 몰라서 필리핀 정부와 무언가를 협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이 있다. 해서 그 동안 본 선교센터를 개원하는 일에 많은 도움을 주셨던 안티폴로의 고경진 선교사님께 부탁하여 계획된 시점에 공사가 이루어지도록 협조를 당부하였다. 고경진 선교사님께서도 이 문제에 대하여 자신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사를 밝혀 주셨다. 우리는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이 이곳에 머무시는 동안 깜짝 공연을 하기로 하고 악기 연습을 위해 나온 아이들에게 부탁하여 그 동안 연습한 것들을 보여 드리도록 하였다.
아이들은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였고 운영위원들은 아이들의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많은 감동이 되었다며 앞으로 이 지역 청소년들의 예술지도를 위해 힘껏 선교봉사회가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시고 한국으로 귀국하셨다.
thkimmsn@hanmail.net
김태현 홍영옥 선교사
첫댓글 아름다운 선교지 수고하시는 선교사님들 감사합니다, 선교사님들의 수고는 하늘의 상금입니다.
언제인지 몰라도 필리핀 선교현장을 방문하고싶은 소망을 꿈꾸면서 하나님께 기도하겠습니다.
사택공사가 잘 마무리 되어서 참 감사합니다.
목사님,사모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어요~~^^
두분의 보금자리가 따로 단장되니 더욱 훈훈합니다^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