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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동체 느티나무공부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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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전하는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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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식구들에게
평화와 선! 이 곳에서 공부방 소식지를 보니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요. 표지에 나온 지환이 모습도 익숙하구요. 새로운 선생님들 글과 수업시간표도 있으니 더 반가웠습니다.
느티 아이들도 많이 컸나요? 새로운 선생님들과 함께 달라진 공부방에서 느티나무 식구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지네요. 이번 주말부터는 전국에 있는 지방 공동체로 체험활동을 갑니다. 성심원 나환우 마을, 노인요양시설, 장애우 보호시설 등을 다니면서 일손도 돕고 시설 보수공사도 하고 농사도 도우면서 각자 미래의 생활을 그려 볼 겁니다.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도 있지만, 한 켠 부담스럽고 힘들 거라는 걱정도 있습니다. 특히나 다음 달 중순에 있을 무전여행이 제일 부담 됩니다. 돈 한 푼 없이, 별도 계획 없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스스로 알아서 와야 하니까요. 이제 1년의 절반을 이곳에서 지낸 만큼 많이 익숙해진 생활입니다. 그만큼 갈등, 충돌, 고민도 잦아들고요. 힘든 시간도 있지만 잘 넘기고 있습니다. 여름체험을 끝나고 휴가를 가면 느티나무 식구들과 많은 이야기 나누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입니다. 건강 항상 유의하세요. 휴가 때 뵙겠습니다.
- (전)자원교사 양두승 올림
--------------------------------------- 양두승 선생님께
선생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설레입니다. 언제나 의미 있고 행복한 길을 찾아 나선 용기와 결단을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누군가에게 의미 있고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요! 양두승 선생님은 소외되고 고통 받는 서민들의 든든한 벗이자 동료가 되어 줄 거라고 믿어요. 양두승 선생님에게 주어진 환경(다른 가치관과 인생관, 다른 생활습관과 사고방식 등) 모두가 시험이자 스승입니다. 꿈과 현실, 설렘과 두려움.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는 주관적인 잣대를 벗어나 내 것을 내려 놓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며 자신을 성찰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러다가 정말 참을 수 없고 짜증이 나거든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의 복된 삶과 해방을 위해 한 길을 나섰던 그 분의 소리 없는 음성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삶! 정치! 진보! 농사! 지금도 두승샘은 느티나무와 삶, 정치, 진보, 농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단지, 생활하는 방식과 표현 양식이 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해요. 말이 아닌 삶으로, 관념이 아닌 참여로, 활발한 활동과 노동을 통해 사람농사를 짓고 있는 참 농사꾼이기도 하지요. ^^ 가난과 청빈의 삶을 살고 있는 양두승 선생님! 선생님이 그리워질 때, 또 편지하겠습니다!
- 교육공동체 느티나무공부방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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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교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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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랗고 뭉툭한 느티나무공부방
벙글(임온누리·자원교사)
어른들은 음식과 행사 준비에 분주하고, 아이들은 들뜬 표정들로 시끌벅적하게 공부방 곳곳을 누비며 다니던 느티나무 식구들과의 첫 만남, 느티나무의 열한 번째 생일잔치 날이 떠오릅니다. 처음 보는 선생님을 낯설어 하기도 불과 몇 분, 천진한 아이들은 금세 말을 붙여 오고 놀아 달라며 정을 보내 줍니다. 그날 아쉽게도 찬영이의 댄스실력을 보진 못했지만 수진이의 시 낭송도 듣고 맛있는 잡채도 먹으며 즐겁고 뜻 깊은 시간을 보냈지요.
굉장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내가 가질 수 있던 것, 누려왔던 환경들이 혜택 받은 것이라 생각하여 그것들을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헌신하는 일종의 봉사활동으로 생각하며 느티나무 문을 두드렸지요. 물론 얼마 안가서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고 스스럼없이 다가와주는 아이들의 행동에 큰 위로를 받고, 순수하게 본질을 볼 줄 아는 아이들의 생각에 적지 않은 가르침을 받고 있으며, 꾸밈없이 맑은 아이들의 눈동자에 깊은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이 아니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어쩌면 선생님인 제가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교육활동이라는 것을요. 저는 선목이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학교생활 에피소드와 선주의 야심찬 계획들(암살단을 만들겠다는 ^^ ), 희성이의 폭풍과도 같은 애교 그리고 동수의 귀여운 농구실력을 특히 좋아합니다. 아이들만이 갖고 있는 신선하고 특별한 에너지가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제게 전해져 저 또한 특별해지는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취업을 앞두고 정신을 반쯤 내어 놓고 지낸 요즈음, 생각만큼 아이들에게 많은 신경을 써주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 같아서 항상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다음 달에 아이들과 함께할 나들이가 많이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시간 되시는 느티나무 가족들도 함께 가서 재밌게 놀아요!)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이들은 오늘도 운동장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신나게 뛰어놀겠지요? 뾰족하고 네모난 사무실에 앉아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들으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니, 동그랗고 뭉툭한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아이들을 닮은 선생님들의 함박웃음이 더욱 더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열두 번째 느티나무의 생일잔치에는 찬영이의 환상적인 댄스실력을 꼭 보고 싶고, 스무 번째 느티나무의 생일잔치 때도 맛있는 잡채를 함께 먹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특별한 에너지를 가득 담아 느티나무 공부방과 느티나무 가족 여러분의 건승을 응원합니다!
* 벙글샘(임온누리)은 몸놀이와 영어수업으로 어린이·청소년을 만나고 있습니다. 학과 공부와 취업준비, 주말 아르바이트까지 눈, 코 뜰새없이 바쁜 일상에도 공부방 자원교사로 의미 있는 시간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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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지낸 이야기
❦ 여름방학 나들이 1탄 지난 7월 28일, 여름방학 나들이 1탄으로 경기도 과천에 있는 놀이동산에 다녀왔습니다. 35℃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먼 나들이지만 아이들의 얼굴은 즐거워 보입니다. 코끼리 열차를 타고 놀이동산에 들어서니 더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제법 많네요. 어린동생들과 벙글,곤지샘이 한 팀이 되고 형님들은 강도올샘과 팀이 되어 놀이동산 이곳저곳을 누볐어요. 어린나이가 무색하게 겁 없이 놀이기구를 타는 체력 좋은 아이들 때문에 벙글샘과 곤지샘은 서서히 ‘멘붕’이 찾아오고, 보기보다 겁이 많고 여린(?) 형님들은 강도올샘의 강심장에 기가 죽기도 했지요. ^^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코끼리 열차를 다시 타고 3단 탑을 쌓은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아쉬움과 무더위를 달랬습니다.

❦공부방 방학을 하루 앞둔 지난 7월 29일, 영화 ‘두개의 문’ 관람했습니다. 용산 화재참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인데, 8월 독서토론 책으로 선정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소설과 닮은꼴이라 덕분에 독서토론 이야기 거리도 풍성해졌어요. 영화를 본 호호아줌마샘은 철거지역 주민으로 살아왔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 하셨고, 젊은 자원교사들에게는 극심한 취업난과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사회문화에 가려져서 모르고 지내는 자화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눈을 뜨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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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시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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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돌아가신 장주순 할머니께
짱뚱이(이덕숙·문산마을도서관지킴이)
할머니, 그 곳에서 평안하셔요? 오늘 할머니를 뵈러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저번에 수업시간에 말씀 하였듯 아드님이 많더군요. 아드님이 네 분, 따님이 네 분. 손녀들도 부지런히 사람들에게 따뜻한 국을 대접하고 있었습니다. 저녁 7시 넘어 도서관에서 퇴근하면서 동네 어귀 한 집 앞에 붙은‘喪中’이라는 글자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2주 넘게 도서관 한글교실에 나오시지 않으시기에 할머니 옆집에 산다는 친구 분께 여쭈었지요. 넘어져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할머니께서 저희 한글교실에서 여든넷의 연세로 제일 연장자셨지요. 저는 까불대며“우리 반 왕언니, 책 좀 읽어보셔요.”그러면“그랴~ 잘 못 읽는디~” 그러셨지요. 몇 달 전에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제게 다가와 고민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러니께 말여, 내가 여기 한글교실에 오는 것을 두고 뭐라 뭐라 하는 동네 사람이 있어. 다 늙어서 무슨 공부냐고 그러더라고. 그 소리 들으니 기분이 안 좋아.” 그러시기에 힘내시라고 그런 말 하는 사람이 할머니 배우는 것을 보고 질투해서 그렇다고 하면서 손을 잡아드렸는데, 할머니 손이 따뜻했습니다. “요새 한글 배우는 재미로 살어. 일찍 못배운게 한이여~”그러시면서 노트를 받아 가실 때, 삐뚤빼뚤 글씨를 못 쓰더라도 늘 웃음 가득하셨지요. ‘소망의 나무(한글교실 교재)’1권을 받아 들고서 다들 시무룩해진 얼굴표정으로 있을 때, 3월 말 뒤늦게 한글교실에 오셨어도 차근차근 숙제도 잘 해오셨는데, 몇 주 전부터 할머니 빈자리를 볼 때마다 걱정을 하곤 했습니다. 체구가 작고 마르셨어도 휘휘 두 손을 내저으며 지팡이 없이 걸음을 옮기셨지요. 100m 정도 천천히 걸어 댁으로 가실 때에, 한글교실에 함께 다니는 친구 분과 농협에서 바나나 우유를 나누어 마시면서 이야기 하다 웃으면서 하루일과를 나누셨지요. 지나가는 저를 붙잡고 “꼭 사주고 싶어서 그려.” 말씀하시면서 단팥빵을 사주셨는데……. 한 번은 사정이 생겨 제가 한글교실에 10분 넘게 지각한 일이 있었는데, “그럴 만한 일이 있었는가부지! 땀이나 좀 닦어요. 선생님.” 그러셔서 게을러지려는 마음을 다잡아주시기도 했습니다. 10년 전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를 꼭 닮은 어르신이셨는데, 다시 뵐 수 없다 생각하니 벌써 그립습니다. 부추를 팔고 돌아오는 길, 아버지와 함께 장례식장에 음식이 차려진 자리에 앉아 국을 한 숟가락 뜨는데, 물컹한 감자떡 보며 눈이 시큰합니다. 이웃동네 누구누구 엄마로만 만났던 어르신들이었는데, 봄에 도서관에서 만나 어버이날 쑥떡도 함께 나누었지요. 감자가 나는 때, 이웃 동네 어머님이 가져오신 따끈한 감자를 나누며 졸린 오후 “가갸거겨”를 부지런히 읽으셨던 할머니. 손이 떨려 글씨가 밉게 나온다 하셨던, 쓰러지기 전까지 부지런히 집안 살림을 챙기셨던 한 집안의 어머니. 일제 강점기를 견디고, 전쟁을 겪고, 가난 속에 식구들을 돌보면서 지낸 세월. 인생의 끝자락 5개월을 당신을 위해 한글을 배우며 기쁘셨기를 바랍니다. 지난 5월, 어버이날이 지난 일주일 후, 어르신들은 한글교실에 모여서 자식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 때 장주순 할머니는 말씀하셨죠. “편지는 죽어도 못쓰겄고, 우리 이장인 큰 아들이 개국 사줘서 잘 먹었어. 고마워 아들” 그러셨습니다. 그 아드님이 우리 문산마을도서관의 관장님이시죠. 소탈하여 웃음까지 배우고 싶었던 할머니. 편히 쉬셔요. 함께 해주셔서 저는 참 기뻤습니다. 할머니 빈자리를 보며, 저를 향해 웃어 주시던 모습, 기억하겠습니다.
“단팥빵, 참 맛 났습니다.”
*이덕숙(짱뚱이)님은 느티나무 공부방 교사 대표로서 지난 5년 동안 어린이, 청소년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3년 전 봄에 서천으로 귀농하였고 지금은 ‘문산마을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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