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교육방향 보고] 고교평준화 28년만에 막내리나
‘다양성·자율·경쟁’중심으로 공교육 대수술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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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자문 인적자원정책위원회(위원장 배무기)가 14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은 ‘다양성’ ‘자율’ ‘경쟁’을 키워드로 초·중·고·대학 등 공교육을 ‘대수술’하는 혁신적인 방안을 폭넓게 담고 있다. 인적자원정책위 관계자는 “형식은 자문기구의 건의이지만, 교육인적자원부·노동부 등 정부 부처와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쳤기 때문에 향후 교육정책은 이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국·공립학교의 경쟁력 강화와 사학(私學)의 완전자율화라는 두 축이다. 인적자원정책위는 보고서에서 “1969년 중학교 무시험, 1974년 고교평준화 제도로 교육의 보편화 및 기회 균등은 실현됐으나, 학생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KDI 이주호 박사는 “교육 평등을 추구했던 평준화가 오히려 경제력에 따라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평준화를 풀어 교육 소비자에게 학교선택권을 주고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립고가 재단전입금·장학금 등 일정한 요건만 충족시킬 경우 거의 자동적으로 자립형 사립고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소수의 부실 사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립고를 평준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적자원정책위는 현재 등록금 대비 20%로 돼 있는 재단전입금 비율을 5~10%로 완화하고, 교육당국의 심사도 사실상 없애거나 형식적 요건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립고교가 압도적으로 많은 서울의 경우 상당수가 자립형 사립고가 되면 사실상 평준화는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중동고 등 19개 학교가 자립형 사립고 지정을 신청했다. 인적자원정책위는 다만 영세한 사학은 점진적으로 공립학교로 흡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공립학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 국립대 부설 11개 고교의 자율학교 운영과 협약학교 운영이다. 국립대 부설 고교의 운영을 자율화해 다양하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사학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통폐합 대상의 공립학교나 정부가 인수하는 부실 사학은 법인·공공단체·산업체 등의 민간에 위탁 운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공립학교 운영이 부실할 경우 주 정부가 직접 민간에 위탁, 또는 협약학교(차터스쿨)로 전환하고 학교 경영진을 전원 교체하도록 하고 있다.
학부모·학생 입장에서는 기존의 특목고 확산 추세와 함께 자립형 사립고가 대폭 확대되고 공립 자율학교가 많아지면 학교선택권이 크게 넓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려면 적어도 2~3년은 걸릴 것으로 교육부나 인적자원정책위 관계자는 보고 있다. 추진과정에서 평준화를 선호하는 사회·교육 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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