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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리풀사진방 원문보기 글쓴이: 임윤식
천수만의 보물섬 죽도
전망대 3개, 둘레길 경관 수려
트레킹 거리 약 7km, 3시간 내외 소요
2019년 2월 28일, 충남 천수만에 위치한 조그만 섬 죽도를 찾았다. 죽도는 홍성군의 하나뿐인 유인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죽도라는 이름의 섬은 유인도의 경우 총 9개, 무인도는 50여 개나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죽도가 대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겠지만 필자가 그동안 울릉 죽도, 고흥 죽도, 보령 죽도, 맹골 죽도 등 '죽도'라는 이름을 가진 몇개 섬들을 돌아본 경험으로는 이곳 홍성군 죽도만큼 대나무가 많은 섬은 보지못했다. 섬 둘레길 및 구릉이 온통 시누대숲으로 덮혀 있다.
죽도는 남당항에서 불과 2.7km 거리. 여객선을 타면 10분 남짓 밖에 걸리지않는 가까운 섬이다. 가고파호 정원은 98명. 09시부터 하루 5회 운항한다. 필자는 몸담고 있는 4050서울산악회 산우들과 함께 죽도 섬 트레킹에 나서게 됐다.
서울 사당역에서 약 2시간 반 정도 걸려 남당항에 도착, 11시 출항 배에 몸을 실었다. 남당항에서는 마침 어느 절에서 왔는지 스님과 수십명의 불자들이 방생법회를 열고 있다. 이 절에서는 매년 음력 1월 중에 이곳에서 방생법회를 연다고 한다. 남당항 앞바다에는 멀리 죽도가 보인다.
배를 타자마자 바다풍경을 즐길 겨를도 없이 불과 10분 남짓 걸려 죽도에 도착했다. 선착장은 긴 방파제 끝이다. 정면에 아담한 섬마을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돌출된 베레모 모양의 구릉이 날개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방파제 시멘트벽의 예쁜 그림들이 방문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방파제와 마을이 이어지는 코너에는 '죽도 둘레길'이라고 쓰여진 안내판이 있고 바로 데크계단으로 이어진다. 일주일 전에도 죽도 트레킹을 이끈 적이 있는 산행대장(닉네임: 루비스)이 간단히 코스를 안내한다. 제1조망대-해안둘레길-제2조망대-신재생에너지(태양광)발전소-홍보관 및 야영장-제3조망대-아랫마을(벽화마을)-윗마을-선착장 코스로 약 2시간 반 정도 소요. 제1조망대가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편이며,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가 없으니 제1조망대 이후에는 각자 자유롭게 둘레길을 돌아본 후 2시 여객선을 타기 위해 2시 이전까지 선착장에 도착하면 된다고 말한다.
죽도둘레길 표지판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후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했다. 데크계단을 오르자 아기자기한 소나무숲길을 만나고 곧 작은 모래해변에 이른다.
해변 앞바다에는 크고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늘어서 그림같은 경관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날 하필 홍성, 보령 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이 내려졌다. 중국이 가까워서인가? 날씨는 좋은 데 하늘이 마치 안개 낀 것 같이 뿌옇다. 청정 섬이라 해도 초미세먼지는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뭉게구름 몇 점 흘러가는 파란 하늘이면 얼마나 멋진 풍광일까? 죽도 트레킹 내내 사진에 나온 하늘이 모두 칙칙해서 무척 아쉬웠지만 미세먼지 태풍 한가운데로 들어가 있는 셈이니 어쩌랴.
모래해변을 지나면 가파른 대나무숲터널 비탈이 이어진다. 죽도, 즉 ‘대섬’이라는 이름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비탈 중간 쯤에 우측으로 둘레길이 보이고 직진하면 능선에 이른다. 어느 쪽으로 가든 제1조망대로 연결되는 데 둘레길 전체를 돌아보기 위해서는 우측으로 가보는 게 좋다.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둘레길을 돌면 조망쉼터로 오르는 갈림길을 만난다.
‘죽도의 얼굴’이라고 이름붙여진 제1조망대는 일명 ‘옹팡섬조망대’라고도 부른다. 조망쉼터 2층에 오르면 대나무섬 답게 반달곰 인형 조형물이 보이고 한용운 스님 캐릭터 모형도 세워져 있다. 각 조망쉼터에는 홍성군이 자랑하는 한용운 스님, 최영 장군, 김좌진 장군 등의 캐릭터 모형이 세워져 있는 게 이채롭다.
조망쉼터 2층을 오르면 사방이 열리면서 일망무제의 바다풍경이 펼쳐진다.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진다. 죽도에는 유인도인 본섬 이외에도 무려 11개의 작은 무인도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본섬의 서쪽에는 큰달섬과 작은달섬, 충태섬이 내려다보이고, 북쪽 방향으로 띠섬(모도), 멍대기(명덕도), 오가리(큰오가도와 작은오가도), 전재기(전도) 등이 늘어서 있다. 또, 남쪽 끝섬으로는 지마녀, 움마녀, 제일 북쪽 섬으로 꼬장마녀 등이 있다. 마녀의 뜻은 만조시간이 긴 섬이라는 의미이며, 꼬장은 ‘끝장’ 즉, 제일 북쪽의 끝이라는 의미라 한다.
해가 질 무렵이면 이곳 조망대에서 바라보는 일몰 경관 역시 환상적이다. 수평선 아래로 붉은 여운을 남기면서 가라앉는 석양을 바라보노라면 무아지경에 이르고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본섬과 부속섬들 사이 바다 위에는 힌색의 돔이 있는 바지선 모양의 인공섬도 보인다. 낚시체험을 위해 만든 ‘바다낚시공원’이다.
천수만은 수심이 깊지않고 간만의 차이가 심해 에전부터 연안어업과 수산양식장의 적지로 알려져 있다. 넓게 발달된 갯벌에서는 새조개, 주꾸미, 낙지 등을 비롯한 갑각류와 조개류가 대량으로 서식하고 있으며, 바다낙시공원에서는 숭어, 주꾸미, 갑오징어, 우럭 등이 잘 잡힌다. 바다낚시공원 이용료는 1인당 4만원이며 3명 이상이 되어야 배 운항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곳 바다낚시공원에서 낚시를 할 수 있는 최대 수용인원은 70명이라 한다.
제일조망대에서 섬 전체 조망을 즐긴 후 풍력발전기가 보이는 능선숲길 쪽으로 방향을 잡아본다. 능선숲길 역시 좌우에는 시누대숲이 빽빽하다. 풍력발전기에서 우측 바닷가로 내려서면 해안둘레길을 만난다.
오솔길 형태의 해안둘레길도 아기자기하기 이를 데 없다. 우측으로 큰달섬과 작은달섬도 지척으로 보인다. 둘레길 바닥은 대부분 야자매트를 깔아 걷기에 아주 편안하다.
이 두섬은 만조시에는 별개의 섬이지만 간조시에는 모세의 기적처럼 본섬과 두 섬이 이어져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큰달섬은 죽도의 부속섬 중 유일하게 대나무 대신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본섬과 큰달섬 사이에는 썰물 때도 물이 빠지지않는 지름 20m 정도의 물구덩이가 있는데 이 물구덩이를 죽도 주민들은 용이 승천하다가 떨어져 생겨난 것이라 하여 ‘용난둠벙’이라 부른다. 배를 타고 부속섬들을 돌아보면 그 가운데 모래사장이 세 군데나 있고 섬 모양도 아기자기하다. 조그만 모래사장 언덕에 비치파라솔을 치고 그 아래에서 쉬는 순간 섬은 곧바로 개인전용 해수욕장으로 변모하게 된다. 소위 ‘비밀의 해변’이 되는 셈이다.
해안둘레길을 약 30분 정도 걸으면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이어진다. 마을초입에는 독살체험안내판도 보인다. 주민의 말에 의하면 현재는 효용도가 적어 독살이 폐쇄되어 있다고 한다. 독살이란 자연적으로 물을 많이 가둘 수 있는 지형에 크고작은 돌을 일열로 쌓아 밀물에 물고기가 올라왔다가 썰물에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가 독살 안에 갇치게 되는데 이때 쪽대나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어로방식이다. 독살의 높이는 지형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은 1m 정도로 돌을 쌓으며 길이는 약 100m 정도가 된다고 한다.
제2조망대는 윗마을 끝단, 햇살민박 옆 목제데크계단길로 오른다. 계단길을 오르자마자 직진길과 우회길이 있는데 바로 오르지말고 우측 둘레길로 한바퀴 돌아 정상 전망대에 오를 것을 권한다. 이 길 역시 대나무숲이 울창한 탐방로이다. 둘레길을 돌면서 계속 바다풍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바지조망대’라고도 부르는 제2조망쉼터는 ‘죽도갤러리’라고 쓰여져 있다.
이곳에는 홍성 출신 최영장군 캐릭터 모형과 함께 용봉산, 오서산 등 홍성군 유명산 및 한용운 생가, 김좌진 생가 등 문화유적지들을 소개한 글과 사진이 걸려 있다.
제2조망대에서 내려와 신재생에너지(태양광)발전소 쪽으로 향했다. 중간에 그물을 수선하는 주민부부를 만났다. 무슨 그물이야고 물으니 꽃게그물이라고 한다. 꽃게 철에 대비, 벌써부터 그물손질을 하는 중이다. 죽도의 특산물은 봄에는 바지락, 여름은 꽃게, 가을은 대하, 겨울에는 새조개라고 소개한다. 꽃게의 경우 봄에는 암꽃게, 8월 중순 이후부터는 숫꽃게가 잡히는데 천수만의 경우에는 숫꽃게잡이가 주를 이룬다고 한다.
홍보관 좌측 길 해안가 또는 아랫마을로 가면 제3조망대로 이어진다. 죽도 본섬에는 네 개의 모래해안이 있다. 북쪽 선착장에서 제1조망대로 가는 해안이 첫 번째, 북쪽 윗마을과 남쪽 아랫마을 사이 개미허리 동서에도 활시위 모양으로 아담하게 모래해안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홍보관 뒤 섬 제일 남쪽 끝 역시 모래해안이 동서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150여m는 됨직한 긴 해안에는 굵은 모래와 조개껍질 파편들이 뒤섞여 은빛 모래밭을 이루고 있다.
제3조망쉼터 1층에는 윤동주의 ‘서시’, 김광섭의 ‘저녁에’, 서정주의 ‘신록’ 등의 시판도 세워져 있다. 유명 시인들의 시판은 이곳 뿐 아니라 제1, 제2조망쉼터에도 각각 세워져 있어 관광객들의 서정을 자극한다.
조망쉼터에서 내려오면 이곳 역시 아기자기한 대나무숲길이 트레커의 감성을 포근하고 싱그럽게 해준다. 야트막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적절하게 이어지는 죽도 둘레길은 지루하거나 피곤할 틈을 주지않는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대나무가 흔들거리며 바스락바스락 경쾌한 소리를 낸다. 어디에서도 듣기 힘든 자연의 화음에 마음이 한층 싱그럽고 풍요로워진다.
제3조망쉼터에서 조금 내려가면 좌측으로 또 하나의 예쁜 쉼터를 만난다. 물방울 같은 영롱한 입체조형물이 있는 쉼터. 프레임 안으로 큰달섬이 그림같이 들어온다. 벤치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잠시 여유로움을 느껴본다. 왜 섬에 오면 마음이 설레고 누군가 그리워지는 것일까? 까닭없는 상념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에게 묻기도 한다.
제3조망쉼터에서 내려오면 아랫마을이다. 마을이 올망졸망 아름답다. 집집 마다 단원 김홍도의 민속화같은 벽화들이 예쁘게 그려져 있다. 2012년 죽도가 행안부의 '찾아가고싶은 섬 가꾸기 사업' 대상으로 선정됨에 따라 그 일환으로 벽화가 그려진 것이라 한다.
벽화는 보통 외벽에 그려지기 마련인데 어느 집은 마루 안벽에도 그려져 있다. 죽도는 섬 전체가 갤러리같다.
교회 건물도 보인다. 기독교 대한성결교회 죽도교회. 모영선,홍순응,허주희 공저 <죽도>라는 책 210쪽을 보면 이윤학 시집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에 수록된 ‘죽도’ 시에서 ‘죽도에는 학교와 교회가 있었다./학교는 오래 전에 폐교되고/교회에는 전도사 한 분이/할머니 한 분을 앉혀놓고/성경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바닷바람이 육지 쪽으로 부는 일요일/죽도 교회 종소리가 바다를 건너왔다’라고 쓰고 있다. 이 시는 언제 쓰여진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43명의 주민 중 신도가 몇이나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윗마을은 선착장 가는 길이다. 마을 앞 해안에 배와 어구들이 가득하다. 마을 중간에 마을회관과 여객선 매표소도 보인다. 마을회관 옥상의 조형물이 재미있다. 낚시하는 가족이다. 조형물의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불과 2시간 반 정도의 트레킹인데 죽도의 매력에 푹 빠진 것 같다.
*죽도 가는 방법은...
홍성군 남당항에서 홍주해운(041-631-0103) ‘가고파호’가 09시부터 하루 5회 운항한다(09:00,11:00,13:30,14:30,16:00). 단, 매주 화요일은 휴항한다(국가공휴일과 겹칠시 정상운항). 남당항과 죽도간 거리는 2.7km, 남당항에서 10분 남짓이면 간다. 요금 대인 5천원. 경로 4천원, 소아2천5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