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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洪川) 팔봉산(八峰山:327M)을 가다.
글 쓴 이 고 학 영
4월22일, 간밤에 사~알~짝 내린비로 땅이 꼽~꼽~하게 젖어있다.
포근한 날씨에 발걸음도 가벼웁게 차에 오르니, 1년여 만에 뵙는 분들이 여러명 보인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그간의 안부를 여쭈니 옛정이 따사롭다.(37명)
연변(沿邊)의 나무들은 녹색으로 단장되어 그새 나목(裸木)의 모습들은 자취가 없구나! 달리는 차창 밖으로 다가오는 먼 산의 풍경들도 연녹(軟綠)으로 갈아입어, 상록수(常綠樹)와는 대조를 이루며... 사이 사이 군락(群落)을 이루며 피어있는 연분홍 진달래가 봄의 향기를 더해 줍니다.
군위 휴게소에서 조반(朝飯)을 드시고는 안동, 영주, 제천을 지나 원주에서 잠시 휴식한후, 홍천 IC에서 내려 5번국도를 타고 춘천방향으로 20여 분을 더 달려... 팔봉산(八峰山)의 이정표를 따라 다시 30여 분을 나아가니 저만큼 팔봉산의 비경(秘境)이 눈앞에 펼쳐진다.
여덟 개의 봉우리가 분명하게 구분지어져 있고, 막 돋아난 잎들 사이로 암봉(岩峰)의 모습들도 잘 볼수 있어 팔봉산을 감상 하는데는 제철이다.
주차장 주위의 유원지(遊園地)에는 음식점과 민박집이 즐비하고, 팔봉산은 홍천강변의 서북쪽으로 병풍처럼 가려져 있어 겨울철에 바람막이로도 안성마춤 이라는 생각이든다.
10여 분을 걸어서 홍천강을 가로지른 팔봉교(八峰橋)를 지나 출발기점에 이르니, 시계는 11시20분을 가리킨다.
제1봉을 향하여 일렬로 걸어 오르니 선두와 후미는 서로간에 보이지 않는다. 오르는 곳 곳에 봄나물을 뜯는 여인도 있어 무슨 나물인가 여쭈니... 울릉도에서 많이 나는 고비(고비과의 다년생 고등 은화식물)라고 하신다.
호기심에 네뎃 줄기를 꺾어 홍총무에게 건네드리니... 함께 오르는 회원님들이 기(旣)라 기도 하고, 아니라고도 하여... 잘못 드시면 넘어져 못일어나니 잘 알아보고 드시랫드니... 여기 저기서 폭소(爆笑)가 터져 나온다.
조용하던 계곡이 떠들썩 하니 주위 산악인들이 눈이 둥그렇다. 껄~껄~껄~ 큰소리로 웃으니 속이 다 시원하고, 사람사는 재미가 다 이런 것인가 보다.
제일 후미에서 회원님들의 진행속도에 맞춰 걸으니 1년여 만에 참석하신 장영수 소장님(설계사무소운영)이 보이고, 그 앞에 디카맨 황재덕 부회장님이 몇 몇 회원님들에게 기념촬영을 해드리고 있다.
장소장님은 그간에 사무실을 정리하고 요즈음은 산행에 열중이라며 산행실력이 년전(年前)에 비해 많이도 좋아 지셨다. 이런 저런 세상사(世上事)를 담소(談笑)하며 20여 분을 오르니 제1봉의 표석(標石)이 보인다.
주위를 조망(眺望)하니 북동쪽으로는 홍천강(洪川江)이 흰비단을 풀어 놓은듯... 유유(悠悠)히 흐르고, 둑너머 저만큼 유원지의 상가들이 한폭의 그림같다. 남동쪽으로는 넉넉한 평야를 지나 한강기맥(漢江氣脈)이 동서로 길게 꿈틀 꿈틀 용트림을 하며 흐르니 풍요로움이 넘쳐난다.
몇 몇 분들에게 간단한 기념촬영을 해 드리고 다시 제2봉으로 나아가니, 계곡의 기복(起伏)이 심하여 처음부터 다시 오르는 기분이다.
팔봉산은 높지않으나 날카롭게 발톱을 세운 날등이 많으며, 웅장하지 않으나 수려(秀麗)하여 주위의 여타한 산에 비해 그 아름다움이 빼어나다.
그럭 저럭 제2봉에 오르니 조그마한 당집과 산신각(山神閣)이 두 곳에 세워져 있다. 안내판에 당집은 3부인(三婦人:李氏, 金氏, 洪氏)신(神)을 모시며, 약400여 년전인 조선 선조23년(1590)부터 팔봉산 주변 사람들이 마을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고 액운을 예방하는 당굿을 해 오는 곳이라 하며...
당산제는 매년 음력 3월 보름과 9월 보름에 전통적인 굿과 제사를 지내면서 국태민안(國泰民安)과 관광객의 안녕을 기원 하신다.
팔봉산 굿놀이는 칠성(七星), 산신(山神), 3부인신(三婦人神)을 모시는 3마당으로 되어 있는데, 이 당굿을 보면 무병장수(無病長壽)하고 모든 소원이 성취 된다고 하시니... 산신각에는 참배객들이 놓은 새전(賽錢)이 수북하다.
악산(惡山) 일수록 소나무가 잘 자란다고 하드니... 주위에는 송림(松林)이 우거지고 마을과 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곳에 어찌 기원처소(祈願處所)가 없으리요! 우리 인간은 죽음이 두려워 하늘에 빌고, 사후(死後)에 영생(永生)과 모든 소원성취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아닐런지요?
팔봉산 굿놀이 행사는 홍천군 서면(西面) 일대의 주민들이 모여 오늘날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여 치러지고 있으며... 국민관광지에는 무대와 앞으로 일주일 후면 있을 굿놀이 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문밖에서 3배의 예(禮)를 드리고 다시 제3봉(정상)으로 향한다. 20여 분을 더 걸어 팔봉산 정상(327M)에 오르니 높이는 제2봉과 별 차이를 모르겠고, 다만 정상표석을 중심으로 주위에는 많은 바위들이 포개져 있어 경치로서는 단연 으뜸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동북쪽으로는 한강기맥상의 청량봉 부근에서 북서쪽으로 갈라져 나온 춘천지맥이 넘실 넘실 이어져 달리고, 발아래 홍천강은 푸르다 못해 검게보이며... 제8봉의 끝부분을 휘감아 태극모양으로 서면(西面)이 있는 곳으로 유장(悠長)하게 흐른다.
이곳 팔봉산은 백두대간의 오대산 부근에서 서쪽으로 계방산(1577M), 청량봉, 대학산(876M), 금물산(774M)에서 경기도 용문산(1157M)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상의 통골고개 부근에서 다시 북쪽으로 매봉산(611M), 두릉산(595M)을 거쳐 이곳 팔봉산(327M)에서 홍천강에 그 지맥을 떨구고 있으니...
아름답기로는 금강산과 설악산에 버금하고, 신령(神靈)스럽기는 백두(白頭)의 정기가 모여 있어 천하에 으뜸이로다!
청량봉 부근에서 발원한 홍천강은 서쪽으로 흘러 흘러... 내설악 일원에서 모여드는 소양강과 내금강 일원에서 모여드는 북한강에 다시 합류하여 팔당호를 거쳐 천만 서울시민들의 젖줄이 돼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아름다운 이 풍광(風光)을 필설(筆舌)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 이 평화롭고 빼어난 경치를 오늘 참석치 못한 모든님들에게 사진으로 담아 보여 드리리라! 오래 오래 머무르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니... 나만 홀로 남았구나!
제4봉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 바위굴(일명 해산굴)을 통과 하느라 일렬로 늘어서서 기다리는데... 30여 분은 더 기다렸지 싶다.
안내판에 천연바위굴로서 일명 해산굴이라 부르기도 하며, 이굴을 여러번 통과하면 할 수록 수명이 길어진다 하여 장수굴(長壽窟)로 불리워 지기도 한단다.
최대장은 먼저 통과해서 뒤에 오르는 회원님들을 한분 한분 당겨주는 수고를 하고, 뒷사람은 밀어 올리느라 수고에 수고를 더 하시니... 여느 등산에서 보다 또 다른 즐거움이 넘쳐남니다.
지상(地上)에서 천상(天上)으로 오르는 좁은문이라! 죄(罪)있는자는 통과할 수 없는 문이라 면서... 한사람 한사람 빠져 오를 때 마다 응~애~ 응~애~ 애기 울음소리에 아들이다! 딸이다! 하고 외쳐대는 함성에 폭소에 폭소를 더 하니 산천이 떠들썩 하다.
모든 회원님들이 해산굴을 통해서 새로 탄생 했으니 모두가 동갑나기요! 자기 나이에 앞으로 125년을 더 산다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해산굴을 통과한 모든 회원님들이 한층더 젊어져서 제5봉을 가는 중간쯤에서 점심을 드신다. 화창한 봄날씨에 대자연의 녹색 향기가 밥맛을 더해 주시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오늘만 같았으면 싶다.
중식후 5봉과 6봉을 지나 일부 회원님들은 하산길로 접어든다. 나머지 7봉 8봉은 가장 위험한 난코스라고 안내판에 경고되어 있다.
남은 15명은 마지막 제8봉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가져온 과일들로 에너지 충전에 바쁘시다. 제8봉의 하산길은 경사가 심하고 험하여 쉽지 않으나, 철난간대의 설치와 철발판을 암반에 잘 고정해 놓아 생각보다 쉽고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어 다행이다.
홍천강 기슭에 당도하여 우측으로 다시 팔봉교를 향하는데... 발 아래는 강물이 흐르고 그 위로 좁은 철판을 깔아 놓아 조심조심 걷는다. 머리 높이에는 암반에 철핀을 박아 놓아 손을잡고 이동한다.
여느곳에는 그물 사다리도 놓여 있고, 아슬~ 아슬~ 조심~ 조심~ 물가로 물위로 걷는 재미가 산행보다 못지않다.
마지막으로 팔봉교가 저만큼 보이는 기점에서 최대장이 홍천강을 건너서 가자는 제안을 하여 모두가 그렇게 하자고 하신다. 10여 년이 넘는 등산 경험에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신기하기도 해서 일렬로 늘어서서 도강(渡江)을 하는데...
허벅지 까지 차 오르는 물밑에 자갈은 미끈 미끈하여 중심도 잡기 어려워... 어떤이는 넘어져 물에빠진 새앙쥐 꼴이 되는분도 있고, 기우뚱 기우뚱 옷을 많이도 적신사람, 몇 몇분들은 되돌아 가시고...
정확하게 아홉명이 건넜으니... 오늘의 A코스는 강을 건넌 9명이라!
백두(白頭)의 정기가 팔봉산에 뭉쳐서
신령스러운 기운이 찬란히도 빛나네!
봉우리 봉우리 여덟폭 병풍(屛風)으로
홍천강(洪川江) 비단물결 어울어지니
빼어 난 팔봉산은 홍천의 자랑일세
아~이아름다움 신령스러움 영원하소서
단기 4340년(서기2007년)4월22일
홍천(洪川) 팔봉산(八峰山:327M)을 가다.
첫댓글 마치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듯, 동영상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고회장님의 글을 읽으며 팔봉산을 다시 한번 다녀왔읍니다. 정말 감명깊게 잘 읽었읍니다. 내 내 건강하십시오.
천마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등산 하셨던 그날의 추억을 더듬으면서... 앞으로도 남산을 많이 사랑해 주시고 천마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몸은 함께 있지 않아도 작접 산행하는것처럼 읽고있습니다. 바위도 타고 해산굴도 통과하고 물도건너고 아주 재미있습니다.
예림님! 어서 건강하셔서 함께 하시길 학수 고대합니다. 예림님이 계셔야... 재미있을텐데... 빠른 쾌유를 빕니다.
글솜씨가 아주 환상적입니다. 산행후기를 읽기만해도 팔봉산이 눈에 선하게 펼쳐집니다.잘보고 가면서 앞으로도 계속 ~ 남산산악회 화이팅**
초록땅님! 감사합니다. 모처럼 함께하신 산행이었는데... 저희들은 제대로 대접도 하지 못했습니다.앞으로도 변함없이 사랑해 주시고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