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사자성어(8)>
수적천석(水滴穿石)
물 수(水), 물방울 적(滴), ‘수적’이라함은 ‘작은 물방울’을 의미한다. 뚫을 천(穿),돌 석(石), ‘천석’이라함은 ‘돌을 뚫는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수적천석’이라함은 “작은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라는 것을 말한다. 작은 노력이라도 끊임없이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수석(水石)은 모두가 아는 한자이지만, 적천 (滴穿)은 다소 어려운 한자이니, 이 사자성어를 통하여 잘 익혀둘 필요가 있다.
수적천석은 우리 속담의 ‘낙수물이 댓돌을 뚫는다’라는 말과 유사하다.
송(宋)나라 때 장괴애(張乖崖)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숭양현(崇陽縣) 현령으로 재직할 때 일이다. 하루는 관아 창고에서 한 관원이 급히 나오며 흠칫 놀라는 것을 봤다. 수상쩍다는 생각이 들어 불러 추궁하자 그의 상투 속에서는 엽전 한 닢이 나왔다. 장괴애는 다음날 곧바로 재판을 열어 사형 판결을 내렸다. 엽전 한 닢에 사형이라는 극형을 내리자 모두가 크게 놀랐다.
장괴애는 설명하기를 “네놈은 상습범이다. 하루 한 닢이 백일이면 백 닢, 천일이면 천 닢이다. 먹줄에 쏠려 나무가 잘리고, 물방울이 돌에 떨어진다면 끝내 구멍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느냐?”며 가차 없이 극형에 처했다. 너무나 가혹한 처벌이지만 하여튼 여기서 유래된 말이 ‘수적천석’이다.
이처럼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본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잔주먹에 코피 터진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바둑으로 세계를 제패(制覇)했던 이창호 선수는 하두 바둑돌을 놓는 바람에 두꺼운 바둑판의 가운데가 움푹 패었다는 일화(逸話)가 바둑지에 실린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옛날 신탄진 연초제조창의 여성근로자들은 어둠속에서도 손으로 담배 20개비를 척척 집어서 한 갑을 만들었다고 한다. 마치 한석봉 어머니가 촛불을 끈 상태에서 떡을 썰어도 한결같이 똑같은 크기였던 것과 같다.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이 이러한 기적같은 일을 이루어냄을 알 수 있다.
서양에서도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일만시간의 노력이 투여되어야 한다는 ‘일만시간법칙“이 지배적이다. 일만시간이라면 하루에 3시간씩 쉬지않고 10년간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꾸준한 연마가 전문가를 배출해 낸다.
수적천석을 풀이하다보면 이와 유사한 마부위침(磨斧爲針)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이다. 아무리 이루기 힘든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끈질긴 인내심을 발휘한다면 성취한다는 것이다.
마부위침이라는 말은 당나라의 시선(詩仙) 이태백으로 부터 유래된다. 이태백이 산에 들어가 공부하다가 싫증이 나서 하산하는 길에 산아래 마을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때 어떤 노파가 쇠뭉치 절구공이를 숫돌에 가는 것을 보고, 왜그러냐고 묻자, 노파가 ’이것을 갈아서 바늘을 만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태백이 크게 감명받고 다시 입산하여 공부에 힘쓴 결과, 중국 역사상 최고의 시인으로 되었다.
책을 펴든지 몇시간 되지도 않아 잠이 들거나, 덮는 사람은 쇠뭉치를 갈기는 커녕 쇠뭉치로 두들겨 맞기 쉽상이다.
갈 마(磨), 도끼 부(斧), 만들 위(爲), 바늘침 (針). ‘마부위침’을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고도 한다. 수적천석은 점수천석(點水穿石)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부연(敷衍)하는 것은 한자공부를 겸하기 위함이다.
*참고로 본위원은 서울대 법대 졸업 후 서울대행정대학원을 수석졸업했고, 행정고등고시에도 합격했다. 한자국가공인 최고1급과 훈장1급자격증을 취득한 바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에 들어가 역시 최우수 졸업했다. 일반인을 상대로 사서삼경 위주로 한문 무상 재능기부를 7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정도 한자교육 노하우를 알고 있다.
<이번 주의 사자성어>를 되풀이해서 읽다보면 저절로 한자를 습득하게 되고, 한문해석이 용이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관심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202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