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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식 나물 예찬
최연봉
우리나라 음식에서 나물은 가장 기본적이고 흔한 음식이다.
콩나물 같이 이름부터 나물이라고 불리는 것도 있고, 인위적으로 재배하는 이 땅의 모든 채소와 호박, 가지, 오이 등의 열매채소와, 취, 곰취, 다래 순, 산초 잎, 민들레 등등, 산야에 자생하는 풀잎들이 모두 나물의 재료가 된다. 거제도는 섬 지방이라는 특성상 다양한 해초류를 재료로 쓰기도 하는데 미역, 톳, 곰피, 다시마 등이다.
한국 가정의 거의 모든 식탁에서 빠뜨릴 수 없는 메뉴가 나물이니 만큼 무침, 볶음, 덖음, 부침 외, 조리 방법은 별 다른 게 없다. 평소에도 매 끼니 빠지지 않고 한 두 가지씩은 상에 오르지만 명절, 잔치, 제사 때에는 삼색 나물 오색 나물 등 홀수로 담겨져서 떡과 더불어 신성한 제물의 한자리를 차지한다.
나물의 조리법이야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는 일이지만 개개인의 손맛이나 양념에 따라서 현저한 맛 의 차이는 있을 법 하다. 요즘은 어느 집 없이 조미료를 사용하고 맛소금으로 간 을 맞추는데 거제도 나물의 색다른 맛은 특별한 장맛이다. 젓갈을 오래 끓여서 베보자기나 한지를 깔고 곱게 내린 말간 멸치 액젓으로 간을 한다는 점이다. 오래 묵힌 젓갈은 자체에 풍부한 영양소가 들어 있고 고소함과 단맛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혀에 착착 감겨드는 개미가 있다.
다음은 탕국인데 육고기가 귀하고 해산물이 풍부한 섬의 특성을 살려 홍합, 굴, 새우, 조개, 문어, 오징어 등을 넉넉히 넣고 끓이다가 잘게 썬 두부를 함께 넣어 끓여 식힌다.
해산물 탕국은 기름기가 없어서 담백하고 개운하다. 쇠고기 탕국처럼 먹을 때마다 일일이 데우지 않아도 되고, 차게 해서 먹으면 그 시원함이 배가 된다.
이제, 한 점의 예술품처럼 아름다운 색채를 자랑하는 거제도 식 나물을 먹는 독특한 방법을 얘기해야 될 것 같다.
나물은 삼색이든 오색이든 여러가지 나물을 접시 하나에다 담아서 여럿이 함께 먹도록 하고, 탕국은 한 그릇씩 떠서 앞앞이 놓아주는 게 일반적이다. 아무리 사람수가 많아도 나물은 한 사람 앞에 한 그릇씩 놓는다.
담는 그릇은 국 대접이라야 한다.
담을 땐 배색을 맞추어야 한다. 흰색 콩나물을 먼저 놓았으면 그 옆엔 갈색 고사리를 놓고, 흰색 무나물 옆엔 파란 시금치나 미나리를, 흰색도라지 옆엔 검은색 미역나물 순으로 조금씩 집어 예쁘게 돌려 담는다. 흡사 색동을 연상시키는 그 중앙에 화룡점정, 뽀얀 탕국을 얌전히 부어내다.
대접 안의 갖가지 나물들을 골고루 섞고 국물 한 수저를 떠서 입에 넣으면 각각의 재료에서 우러난 맛이 배합되고 어우러져 그 맛은 미묘하며 환상적이다.
한 여름에 살얼음 동동 뜨는 식혜 한 모금을 들이켰을 때의 진저리 쳐지도록 시원한 맛,
그 맛이다.
푸른 하늘에 둥둥 뜬 흰 구름 한 조각을 맑은 샘물에 띄워 마시는 것도 같다.
타지 않고 얇게 눌은 누룽지를 주걱으로 박박 문대서 쌀뜨물을 부어 끓인 뽀얀 숭늉 맛이기도 하다. 과음한 뒷날, 담백한 해물 탕국 얌전히 올린 거제도 나물 한 그릇은 속이 편안해 지는 해장국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나는 국물 요리의 최고의 맛을 찾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거제도식 나물을 당연 으뜸으로 올리겠다.
거제도 고향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큰 언니가 형부의 전근으로 창원으로 이사를 갔다.
집들이에 형부 학교의 교원가족들을 초대했는데 정성껏 만들어서 예쁘게 담고 가운데 뽀얀 해물 탕국을 부어 앞앞이 놓인 나물 그릇을 보면서 이런 말을 하더란다.
“거제도가 섬 지방이라서 사람들의 기질도 강하고 무식한줄 알았는데, 나물 그릇을 보니 아주 양반들이요.”
창원이 거제도와 같은 경남권이긴 하지만 섬과 육지라는 차별을 두어 은연중에 섬사람들을 하시하는 풍조가 있었나본데, 그 곳 사람들도 나물은 여러 사람이 한 접시를 함께 먹는다고 하며 얌전히 담아서 앞에 놓은 나물그릇에 칭찬을 아끼지 않더라는 얘기였다.
여러가지 재료를 다듬고 조리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행사 때나 명절 때 외에는 자주 해먹지는 않는 음식이지만 일단 만들어두면 데울 필요 없이 담아내기만 하면 되므로 편리하다. 거제도에선 어떤 행사 때나 국보다 나물을 장만하는데, 많은 손님들을 접대하기엔 이만한 음식이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많이 만들어서 각각의 용기에 담아두고 손님 수대로 한 그릇씩 담아서 탕국을 부어내니 위생적이고 깔끔하며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 영양을 논하더라도 이처럼 우수한 식품이 없다. 재료의 전부가 채소들이니 콜레스테롤이나 칼로리의 과잉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고, 한 그릇을 먹음으로서 십 여 가지가 넘는 각종 야채와 해물을 섭취할 수 있다.
채소류에 부족한 단백질은 해산물과 콩 식품인 두부에 넉넉히 포함되어 있으므로 웰빙을 노래처럼 읎조리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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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거제도식 나물 음용법과 탕국의 유래 맛깔나게 읽었습니다.
나물이 건강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음식인데 남자들은 그 닥 좋아 하지 않는것 같습니다.ㅎㅎ
거제는 나물을 어떻게 조리 하시는지요 무치거나 볶나요? 전라도는 조갯살을 물에 덖어서
육수를 낸 뒤 나물과 한 소끔 더 끓입니다.ㅎㅎ
거제에선 한가지 한가지 모두 따로 무칩니다.
고사리만 볶고요.
탕국이 맛을 좌우하고요~
그 음식을 저는 비빔밥처럼 먹어봤습니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피로연에 갔다가 먹어봤는데요
참 맛있더군요 색다른 맛이었습니다
아~~드셔보셨군요.
맛있습니다.
저는 그나물 너무 좋아해서
밥은 두숟갈 뜨고 나물은 한대접 먹습니다
ㅎㅎ
양반 맞습니다
그런나물을 담아 밥주는 집도 추천좀해주시면 대번 맛보러 갈건데
저런 나물 차려내는 식당은 없는것 같던데요.
" 헛제사밥"이란 메뉴가 비슷하긴 한데 나물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아. 옆에 살면 한양푸이 드릴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