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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사람
사실은 대화할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게 제 소통의 방식이었어요.
누가 싫다고 그림으로 욕도 했죠.
서울 성수동의 한 갤러리. 그림을 보고 있는 관객에게 누군가 다가와 말을 겁니다. “작품 설명을 좀 해드릴까요?” 낯익은 목소리에 얼굴을 돌려 보니 배우 하지원씨입니다.
〈아트&머니: 시즌2 “그림, 그게 돈이 됩니까”〉 7회에서는 과감한 색감 표현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 하지원씨를 작업실에서 만났습니다.
배우 데뷔 후 27년간 쉬지 않고 달려오다 코로나 시기 처음으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게 됐다는 하지원씨는 “드디어 진짜 세상으로 나온 것 같다”고 했습니다. 늘 누군가의 보호를 받으며 등장하는 여배우에서 낯선 관람객에게 먼저 다가가 소통하며 자유롭게 관계를 맺는 작가가 된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며 ‘인간 하지원’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는 ‘작가 하지원’의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 ‘드라마 퀸’에서 ‘인간 하지원’으로
✓ 옷을 안 입고 세상에 나온 기분 느껴
✓ 인간관계 무서워져… 풀리지 않는 숙제가 그림의 주제
✓ 나에게 컬렉팅은 소비로 가치를 나타내는 것
✓ 아브라모비치, 헤르만 니치 같은 전시 하고 싶어
하지원 작가
※아래 텍스트는 영상 스크립트입니다.
녹화를 시작하기 전에 작가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작가 하지원’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아직 불편하시다고.
얼마 전에 첫 개인전을 하기는 했지만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이런 소리를 들을 때도 약간 아직은 좀 어색해요.
드라마 안에서 진짜 세상으로 나오게 된 시간
그림을 처음 시작하신 게 10년 정도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의 20대는 정말 일만 하면서 굉장히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정말 쉴 틈 없이. 근데 저에 대한 시간을 조금씩 갖기 시작하면서 촬영장에서 어느덧 제가 생각하는 고민이나 이런 것들을 글로 쓰거나 스케치를 하고 있더라고요. ‘어떤 그림을 그려야지’는 아닌데 뭔가 스케치북을 항상 갖고 다니면서 이렇게 표현했던 것 같아요. 그게 이제 10년이 된 거고, 제가 작업하게 된 건 사실 코로나를 겪으면서예요.
원래 들어가려고 하던 영화가 코로나 때문에 1년이 미뤄지게 됐어요. 그러면서 이제 저한테는 정말 저만의 시간을 갖게 된 거고 저에 대한 생각,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그러면서 나는 누구이고, 내가 왜 배우를 하고 있고,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하고. 항상 드라마 안에서의 세상에서만 살다가 진짜 살고 있는 이 세상으로 나오게 된 거죠. 그러면서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나의 어떤 불안감이라든가 또는 내가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을 수 있고, 또 나의 꿈이 될 수도 있고. 그러니까 모든 것들을요. 사실은 대화할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제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게 제 소통의 방식이었어요.
아무래도 여배우시니까 누가 싫으면…
(글과 그림으로) 욕도 할 수 있었어요. 그때는 다 할 수 있죠.
하지원 작가의 첫 개인전 'INSTANT: The beginning of a relationship'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 주는 작가가 되고 싶어
이곳에서 또 개인전을 하셨었죠.
‘아트스페이스 폴라포’는 이솔 작가랑 함께 만든 공간이에요. 이번에 제 첫 개인전을 하게 되었고요. 앞으로도 많은 작가분이랑 다양한 전시를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 더 혁신적이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뭔가 관객분들에게 더 직관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그런 전시 공간으로 열심히 꾸미고 있습니다.
기존의 전시 공간들이 가졌던 권위주의라든지 그런 것들을 좀 내려놓으시고 조금 더 관객에게 다가가는 공간. 그런 것들을 좀 만들고 싶으신 거죠?
네. 저의 바람은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왜 그렇게 여쭤봤냐 하면 이 전시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 전부 다 하나같이 하는 얘기가 작가님께서 전시장에 오는 분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직접 그림에 관해 설명해 주신다는 점인데요.
저는 너무 궁금하잖아요. 이 전시를 보는 관람객분들이. 그래서 이제 저는 전시장으로 갔죠. 설명이 필요하시면 제가 도슨트도 해드리고 너무너무 좋아하셨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그 공간에서 많은 관람객분과 관계를 맺고 있더라고요. 저는 사실 예상치 못했어요. 예상치 못했는데 계속 하면서 제가 관객을 더 만나고 싶었어요. 어떤 분은 본인 이야기를 저한테 한 1시간 정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리고 어떤 날은 제가 제 고민을 얘기하고 있어요.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도 있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이렇게 고민 상담을 하는 그런 경험을 저는 많이 하게 됐어요.
그 과정이 아예 힘들지 않았다고는 말씀을 못 드려요. 왜냐하면 저도 그 순간은 저의 진심으로 온 에너지를 교감했기 때문에 사실 힘들긴 했지만, 그 한 분 한 분 만나는 순간은 잊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항상 누군가의 보호 속에 뒤에서 등장하다가 제가 먼저 다가가는 경험을 하면서 저도 큰 용기를 낸 것이었고, 실제로 그 전시 공간은 단순히 어떤 시각적인, 저의 전시를 관람하시는 그런 전시 형태가 아닌 관람객분들과 함께하는 공간이 되었죠.
하지원 작가는 자신의 첫 개인전 기간 동안 전시장에서 직접 관람객을 만나며 소통했다.
연기할 땐 캐릭터를, 그림에선 진짜 나를 보여주는 것
그림은 사실은 표현이죠. 작가님이 오랜 시간 해오신 연기도 표현입니다.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배우는 어떤 스크립트 안에 있는 캐릭터를 통해서 어떠한 표현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림 작업은 오로지 제가 주체가 돼서 저의 생각과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캔버스에 담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떤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저는 굉장히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제 첫 전시가 되게 잊을 수 없는 느낌이었는데요, 정말 날것이 돼서 옷을 안 입고 세상에 나온 느낌이었어요. 진짜 나를 보여주는 느낌. 배우는 어떤 캐릭터의 이름도 있잖아요. 내가 아닌 이 사람을 내가 표현해 보여주는 방식이라면 전시를 할 때는 정말 오로지 저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사람 만나도 핸드폰만 보고 있는 시대에 작품으로 의문 던져
‘인간 하지원’이 드디어 나오는 거군요. 날것이 되는 경험을 하셨던 그 개인전을 마치셨습니다. ‘이 관계의 시작 그 찰나’라는 제목인데요, 인간관계라는 작업 주제가 작가님에게 이렇게 와닿았던 이유는 뭘까요?
사실 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이렇게 파생이 된 것 같아요.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어떤 관계가 되게 궁금하기도 하고 늘 풀리지 않는 숙제 같기도 하고. 근데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때문에 시대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저희가 코로나라는 악재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나 비대면으로 직접적인 만남을 갖기가 힘들어졌잖아요.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디지털 세상에서의 인간관계는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더 확장됐고요. 저도 되게 무서웠어요. 이렇게 많은 친구가 있는데 함께 있어도 그냥 다 핸드폰만 보잖아요.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정말 옳은 걸까? 누군가를 축하해 주더라도 메시지가 아니라 만나서 축하해 주고, 다투더라도 만나서 싸우고 하는 시대에 살았었는데 지금은 그냥 SNS 안에서만 저희가 모든 걸 다 해결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인간관계에서 조금 더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에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인간관계라는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하지원, Virtual Venus : Planet (2023)
이번에 전시하신 작품을 보면 뒤엉킨 인간들의 형상을 표현하셨는데 왜 얼굴을 그리지 않으셨는지, 그리고 작품명이 ‘버추얼 비너스’인데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사실 우리가 SNS나 메타버스에서는 우리들 본인의 진짜 얼굴이 없잖아요. 얼굴 없이 관계를 맺고 서로 알아가는 그런 모습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요즘 또 무서운 거는 자신의 진짜 얼굴이 아니라 AI를 통해 모습을 바꿔서 진짜 내 얼굴이 아닌 어떤 캐릭터를 통해 활동하잖아요. 그럼 진짜는 뭐고 가짜는 뭘까? 어떠한 가짜의 모습들을 나도 모르게 SNS에 올리게 되고 사람들은 또 그 모습을 보게 되고 충족되지 않은 것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도 발생이 되고. 뭔가 그런 형상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어떤 표면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할 때 밀로의 ‘비너스상’을 항상 사람들이 많이 떠올리잖아요. 그래서 디지털 세상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표면적으로 표현했을 때 비너스라는 거를 기준으로 해서 사람들에게 인지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버추얼과 비너스를 합쳐서 ‘버추얼 비너스’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다양한 전시 형태, 전시 방법 추구하는 작가 좋아해
작가님께서 좋아하시는 작가가 좀 궁금합니다.
저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도 너무너무 좋아하는 아티스트고요. 또 얼마 전에 굉장히 보기 힘든 개인전을 한국에서 한 헤르만 니치(Herman Nitsch) 전시를 갔다 왔어요. 인간의 본성과 삶과 죽음을 전위예술로 표현하는 아티스트인데, 보통 어떤 시각 중심의 전시 형태가 아니라 촉각, 미각, 후각, 청각 등 모든 감각으로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저는 엄청난 영향을 받았고 사실 그래서 이번 제 전시에서는 제가 직접 선택한 향, 그리고 촉각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관람 형태였어요. 또 전시관 안에 작은 창을 통해서 빛이 안에서 돌게 해서 굉장히 살아 있는 느낌을 냈어요. 그래서 그런 전시 형태도 저만의 방식으로 풀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사실 제가 보려고 본 건 아닌데 작품 제목 옆에 저렇게 스티커가 붙어 있으면 이 작품이 판매가 된 거죠?
안 뜯었네요. 아직.
작가님께서 전시장을 이렇게 다니시다가 ‘나 이 그림은 좀 사고 싶다. 이런 그림들이 요새 내 눈에 들어오더라’ 이런 것들이 좀 있을까요?
진짜 내가 이 작업을 두고두고 보고 싶고 나랑 뭔가 이렇게 소통하는 느낌이 있잖아요. 어떤 감정을 교류하듯이. 그런 작업이 저한테는 좋아요. 컬렉팅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이게 아트테크에 좋은데요’라고 해서 제가 컬렉팅한 적은 아직은 없어요. 근데 가격이 오르면 좋죠.(웃음)
그렇죠.
오르면 좋죠.
컬렉팅은 작가의 가치를 경험하고 동조하는 행위
그림을 사는 것이 과연 돈이 될까요?
작품을 소유한다면 돈이 되지 않을까요? 저도 컬렉팅을 하는 입장에서 제가 좋아서 구매하는 어떠한 작품가가 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고 있고. 저는 일단 이 작품을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어떠한 가치관 이런 것들을 자기도 공유하고, 작가가 하는 이야기대로 나도 동조한다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거기 때문에. 요즘 MZ 세대들도 그렇지만 자그마한 어떠한 물건이라도 내가 이걸 통해서 가치를 경험하고 가치를 사는 거에 더 비중을 많이 두거든요. 그래서 저는 되게 올바른 것 같아요.
사실 이 앞서 있었던 신발을 벗고 어떤 촉감을 느끼고 향을 느끼고 하는 전시는 굉장히 또 박물관 전시 같은 어떤 형식을 가지고 있거든요. 보통 작가를 나눌 때 이 작가가 ‘박물관형 작가’냐 혹은 ‘갤러리형 작가’냐 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작가님의 작업 활동을 보면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제 시작이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보고 싶기 때문에 어디에 속하는, 어디를 지향하는 작가라고 말하기에는 좀 이르죠.
앞으로 인간 하지원은 작업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도 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서 첫 번째 전시를 했지만, 앞으로는 퍼포먼스가 될 수도 있고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좀 다양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하는 전시도 하고 싶어요.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미술품 지금 사도 될까요?
핫이슈 작품 사도 될까요?
🎨 <아트&머니: 시즌2 “그림, 그게 돈이 됩니까”>
미술작품 투자를 제대로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카더라’식 이야기만 듣고 무턱대고 투자했다가 된통 당하기도 합니다. 통찰력을 키우는 게 필요합니다. 어떤 작품이 나에게 좋은 작품인지 고민하는 시간도 있어야 합니다.
〈아트&머니: 시즌2 “그림, 그게 돈이 됩니까”〉에서는 갤러리스트, 옥션사, 작가 등 한국 미술시장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만나 미술 투자에 대한 깊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시리즈를 마칠 무렵엔 미술품 투자에 대한 나름의 감을 확실히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진행은 단국대 예술대학 김지훈 교수가 맡았습니다.
“그림, 그게 돈이 됩니까?” 그들의 답변에 주목해 주세요.
📌싣는 순서
① 권지안 | 작가, 가수
② 황달성 | 한국화랑협회장
③ 이학준 | 크리스티코리아 대표
④ 이장욱 | 스페이스K 수석 큐레이터
⑤ 김태중 | 작가
⑥ 김소연 | 미국시가감정사(AAA)
⑦ 하지원 | 작가, 배우
⑧ 정성윤 |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
⑨ 공상구 | 마이아트옥션 대표
⑩ 김민지 | Art&Tech 아트 칼럼니스트
(※ 순서는 바뀔 수 있습니다)
에디터
관심
중앙일보 PD
중앙일보 김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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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예술대학 동양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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