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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 음대는 미국 동부 메사추세츠 주 보스턴에 위치한 대중음악 전문 학교다. 발음의 유사성 때문에 서부의 명문 U.C Berkeley, 즉 University of California 버클리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이 두 학교는 전혀 관련이 없다. 사실 초창기 국내 일반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버클리 음대의 명성의 일부분은 이런 착각에 기인했던 면도 없잖아 있었다.
그럼 Berklee 음대 자체는 어떤 학교인가? 여기는 종합대학이 아닌 음악 칼리지다. 수목이 우거진 큰 캠퍼스도 없고 운동장도 없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규모가 큰 '음악학원' 에 가까운 면도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미국에 흔해빠진 이름만 칼리지인 사설 학원은 아니고 분명 정부의 인가가 난 4년제 대학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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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4년제 대학으로서 대중음악 교육만을 목적으로 하는 곳은 드물다. 그 이름도 고명한 줄리어드나 커티스를 위시해서 NEC (New England Conservatory) 등 비교적 작은 규모의 음악 대학은 많고, 상당수는 재즈 등을 교과목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대중음악 만을 전문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전세계적으로도 대중음악 대학은 영국의 ICMP 등을 포함해 열 손가락에 꼽을 수준이다.
버클리는 1945년에 창립되어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만큼이나 이곳을 거쳐간 유명 뮤지션도 많다. 현재 부사장으로 있는 비브라폰의 대가 개리 버튼(Gary Burton) 은 물론 스티브 바이(Steve Vai), 알 디 메올라(Al Di Meola), 존 스코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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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hn Scofield), 밥 제임스(Bob James), 키스 자렛(Keith Jarrett), 얀 해머(Jan Hammer), 그리고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 등 세계적인 대가급 뮤지션의 족적이 이곳에 남아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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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버클리 음대는 전세계에서 유학생들이 몰려들 만한 메리트를 가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권위 있는 대중음악 대학임에 분명하다. 또 서양 대중음악을 제대로 공부하고자 하는 외국학생들, 특히 동양권이나 제 3세계 학생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는 중요한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버클리의 이런 특성은 일부 약삭빠른 사람들에 의해 오용되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 학교가 너무 들어가기 쉽다는 점에 있다. 90년대 말까지도 유지되었던 입학 시험조차도 이제는 형식적일 뿐, 입학 자체는 말 그대로 토플 점수만 있고 학비만 있으면 (등록금은 연 2500만원에 달한다) 거의 누구나 가능한 상태이다. 사실 그 이전에도 버클리 입학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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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현재 버클리에는 수년 전 기준으로 약 500명에 달하는 한국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체 학생수가 2500명이 수준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한국인 학생의 수가 전체의 1/5 에 달할 정도니, 이는 분명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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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버클리에서 공부하는 우리나라 유학생들의 실태는 어떤가? 모든 유학생을 한두 가지 예를 통해 폄하해 버리고 싶은 맘은 없으나 버클리 붐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이후에 입학한 학생들 중 상당수의 경우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입학은 쉽지만 음대의 특성상 졸업이 어렵고, 그래서 한국 유학생 중 졸업생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 그냥 한 두 해 어영부영 있다가 돌아가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버클리에서 진짜 공부를 하려고 온 게 아니라 한국에서 버클리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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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하니까 그저 간판이나 따고 여기서 만난 한국 뮤지션들하고 친해져서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한 1,2 년 투자하는 셈 치고 가는 경우가 없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우 정말로 음악적 실력을 키우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 '다른 목적' 으로 가는 셈이다. 음악적 실력도 진지함도 없는 수준 이하의 사람들에게 '간판'과 '인맥'을 만들어 주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이런 모습은 문호 개방 이라는 취지 하에 전통적으로 입학이 쉬운 버클리 음대와 관련된 심히 부정적인 일면이다.
그럼에도 일단 귀국만 하면 이들에게도 '버클리 출신' 이라는 간판이 붙고, 객관적인 실력과는 무관하게 선진 미국의 음악을 제대로 전수받은 인텔리로 포장되게 된다. 물론 실제 졸업 여부나 학교에서의 성적 같은 것은 아무도 묻지 않는다. 그저 명문 버클리를 다녔다는 사실만으로 대중들이나 사정을 잘 모르는 음악 관계자들은 '그런가 보다', '실력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할 뿐이다. 결국 그들은 1,2년 정도의 학비와 미국 체류비를 투자함으로써 음악 실력이 아닌 간판과 인맥이라는 '비즈니스' 상의 반대급부를 얻는 셈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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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상황을 악용하는 일부 약삭빠른 사람들의 농간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버클리던 어디던 유학 여부는 단지 참고 사항일 뿐 아티스트의 능력은 그가 보여주는 음악, 오직 그것만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원칙론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미국이나 영국의 대중음악 팬들은 버클리나 MI, ICMP 출신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음악인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귀를 믿을 뿐이다. 따라서 버클리 출신 운운하는 수식어를 남발하는 것은 그 내실이 담겨 있지 않은 한 아무 의미도 없는 유행어일 뿐이고, 또 전형적인 한국식 간판 내세우기의 유치한 수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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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중음악을 발전시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십만 명의 버클리 출신 뮤지션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 스스로의 귀를 발전시켜 자신의 힘으로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학벌은 물론 티비, 립싱크, 표절, 매스컴에 의한 이미지 메이킹... 음악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요소들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음악에 대한 스스로의 주체적인 평가 능력과 기준이 없다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이런 것들에 현혹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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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신지 (dosirak 웹진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