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란 후라이 같이 생긴 꽃 봤니? >
엊그제 서해대교를 지나 충청남도의 바닷가를 다녀 올 일이 있었단다.
안개에 잠긴 서해마을의 퍼런 못자리마다 백로가 한가하게 부리를 쪼아대고 청개구리는 폴짝거리고 있더라.
이 무렵이면 산이나 언덕 그리고 평평한 곳, 어디를 가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단다.
초록이 짙어지는 산과 들을 마치 소금을 뿌린 듯 하얗게 뒤덮은 꽃이지.
서해 바닷가의 언덕에도 이 하얀 꽃은 여전히 계란 후라이를 만들고 있더구나.
계란꽃.
어릴 적 소꿉장난 할 때 이 꽃을 따다가 납작한 돌멩이 위에 얹어
'계란 후라이 랍니다. 맛있게 먹어요. 여보~'
수줍은 듯 말하면 내 짝은
'그래 맛있게 먹겠소. 수고했소'
냠냠 맛있게 먹는 시늉을 하곤 했지.
이 꽃 이름은 개망초 (皆亡草).
워낙 쉽게 생기고 순식간에 뻗어나가기에 한 번 밭에 퍼지기 시작하면 농사를 다 망친다는 뜻으로 개망초라고 이름지어졌다더라.
우리에겐 귀엽고 늘씬한 이 풀이 예쁘기만 한데 농부는 이 풀을 매일 뽑아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
북한에서는 순우리말인 돌잔꽃이라고도 부른다는 이 개망초는 줄기나 뿌리를 먹기도 했단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에겐 예쁜 계란꽃,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농사를 망친다는 꽃, 개망초.
그런데 이 꽃은 어떻게 불리어지기를 바랄까.
보기에 따라 이렇게 이름이 달라지는 것이니
사람은 생각하기에 따라,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 다는 것을 이 꽃을 보고도 알 수 있겠지.
여름 내내 이 하얗고 귀여운 꽃을 볼 수 있을 것이야.
가끔 농부아저씨를 돕고 싶을 때는 하얀 계란 꽃을 돌멩이 접시 위에 뿌리 채 얹어두고 소꿉장난도 해보자.
오늘은 이 계란꽃의 사진을 붙여 보낸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