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미주신경성 실신
1. 서론
(1) 실신의 개념과 중요성
실신은 갑작스럽게 일시적으로 서있지 못하고 쓰러지며 의식의 소실을 경험하고 저절로 회복되는 현상을 말한다. 의식의 소실은 망상계로의 혈류 감소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대개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이 회복된다. 뇌의 대사는 혈류에 대한 의존도가 커서 뇌혈류가 차단되면 10초 내에 의식 소실이 발생한다.
실신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 매우 흔한 질환이며 둘째, 그 원인 질환을 진단하기가 어려워 여러 가지 검사로 불필요한 의료비의 지출을 가져오며 셋째, 실신시 외상의 가능성이 있고 넷째 돌연심장사의 유일한 전구증상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매년 1,000,000명이 실신으로 검사를 받는데 응급실 환자의 3-5%, 입원 환자의 1-6%를 차지하며 그 비용은 약 8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실신의 원인
이러한 실신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이 중 신체 내부 혹은 외부 자극에 대한 체내 자율신경계의 일시적인 과도한 반응으로 발생하는 심장신경성 실신이 흔하며 그 중에서도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 가장 흔하다.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는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을 자세히 다루고자 하였다.
2. 병태생리
(1) 개요
1773년 처음으로 Hunter가 phlebotomy를 받는 환자에서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vasodepressor component에 대해 기술하였고 1888년 Foster는 실신의 원인으로 미주신경에 의한 심장억제를 언급하고 심한 서맥이 의식을 유지하기에 불충분할 만큼 뇌혈류를 감소시켰기 때문일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신경계와 심혈관계의 복잡한 상호작용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 유발 기전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며 이러한 불충분한 병태생리의 이해로 인해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현실이다.
(2) 혈압의 정상적인 신경심혈관계적 조절
1) high-pressure baroreceptor
혈압은 복잡한 구심 신호를 중추신경계에서 받아들여 처리하고 심혈관계 말초에 원심 신호를 보내어 조절된다. 정상적으로 동맥압은 주로 대동맥궁과 경동맥동에 위치한 stretch-activated (high-pressure) baroreceptor에 의해서 매 순간마다 조절된다. 대동맥궁으로부터의 구심신호는 미주신경을 통해서, 경동맥동으로부터의 구심 신호는 설인신경을 통해서 전달되는데 수축기에 대동맥궁과 경동맥동이 주기적으로 확장되면서 수용체에서 구심 신호를 주기적으로 발생시키면 이것이 뇌간의 nucleus tractus solitarius로 전달된다. 그러면 원심 교감신경 자극은 억제되고 원심 미주(부교감)신경 자극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동맥압이 감소하면 수용체의 흥분이 감소하여 원심 교감신경 자극이 증가하고 원심 미주신경 자극은 감소한다. 반대로 동맥압이 증가하면 원심 교감신경 자극이 억제되고 원심 미주신경 자극은 증가한다.
2) low-pressure baroreceptor
원심 교감신경 자극의 발생은 심장벽과 흉곽내 혈관에 위치한 low-pressure baroreceptor (cardiopulmonary baroreceptor)에 의해서도 조절된다. 심장의 충만압이 증가하면 이 수용체들이 자극되어 교감신경이 억제된다. 역으로 충만압이 감소하면 이 수용체의 흥분이 감소되고 교감신경이 흥분된다.
3) 기립시 정상적인 생리반응
정상적인 기립시의 생리반응은 기립시 하지에 약 300-700mL의 혈액이 고여 유효 혈관내 용적이 감소하고 심장과 대동맥궁, 경동맥동의 충만압도 감소하므로 결국 원심 교감신경 자극이 증가하여 혈관수축이 일어나고 심장 수축력의 증가와 심박수의 증가를 가져와 혈압을 유지하게 된다.
(3) 전통적인 병태생리의 개념
1) Bezold-Jarisch reflex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유발 기전의 가장 흔한 모델은 Bezold-Jarisch reflex이다. Bezold-Jarisch reflex는 정상적인 혈압조절의 음성 되먹이기 기전의 과도한 작용에 의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기립으로 하지에 많은 정맥혈이 고이게 되면 심실내 용적이 감소하고 맥박수가 증가하는데 이때 오히려 좌심실의 후하벽에 위치한 wall tension에 반응하는 수용체가 흥분되어 교감신경 자극이 감소하고 부교감 신경의 활성이 증가한다. 그래서 심한 혈관의 확장이 유발되고 때로는 서맥이 동반되며 결국 저혈압, 서맥, 의식 소실이 발생한다.
2) 실험 모델
여러 동물실험 모델에서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는데 한가지 기전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의 구심성 신호가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우선 교감신경의 흥분이 일어나고 이어서 교감신경의 위축이 일어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심장의 구심성 신경을 절단한 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에서도 Bezold-Jarisch reflex와 같은 유발기전이 보고되었다. 기립경사검사시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 발생하기 직전에 혈중 catecholamine이 증가하는 것이 보고되었고 비골신경에 전극을 꽂고 측정한 결과 실신 직전에 교감신경의 활동이 증가하고 실신 발생시 갑자기 교감신경의 활동이 감소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기립경사검사로 유발된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시 정맥혈의 저류와 전부하의 감소를 반영하는 확장기말 용적의 감소가 동반되는 것이 보고되었다.
(4) 다른 기전들
1) 개요
사람에서 Bezold-Jarisch reflex이외의 기전에 의해서도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심장이식을 받은 환자에서 기립경사검사를 통해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을 유발시켰을 때 서맥은 발생하지 않고 저혈압만 발생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것은 아마도 심장의 구심, 원심성 신경이 모두 절단되었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 때에 Bezold-Jarisch reflex는 불가능하므로 다른 기전에 의해 유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식시 남은 심방 벽을 통해 약간의 신경이 건재하므로 완전히 신경이 차단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서맥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 혈관미주신경 실신의 pure vasodepressor type일 수도 있다.
2) 중추신경계의 modulators
현재까지 serotonin, adenosine, opioids 등의 관련성이 알려져 있다. 실신 환자에서 beta-endorphin의 혈중 농도가 증가되어 있고 opioids 길항제인 naloxone이 cardiopulmonary baroreflex를 통해 sympathetic activity를 증강시킴이 밝혀졌다. 하지만 naloxone 을 투여했을 때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고위 중추신경계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감정적인 흥분시에 전뇌와 시상하부로부터의 조절이 denervated ventricle에서 작용하는 것 같다.
3) Peripheral neural triggers
① Isoproterenol
Bezold-Jarisch reflex와는 다른 peripheral neural trigger도 알려졌다. Adenosine을 정맥주사하였을 때 구심성 교감신경이 흥분되는 것이 관찰된다. Isoproterenol을 주입하면 기립경사검사로 유발된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에서 확장기말 용적의 감소가 회복되는데, 이러한 사실은 심실용적의 감소가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발생에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말하며 Bezold-Jarisch reflex와는 다른 기전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기립경사검사만으로 유발된 실신과 유발 약물을 사용한 기립경사검사로 유발된 실신사이에 실신 직전의 혈역학적인 반응이 서로 다르다. 즉 약물로 유발한 경우 실신 직전의 심박수와 심박출량이 더 크고 총말초저항이 낮았다.
② Sympathetic tone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발현단계 중 최종 단계인 심한 혈관 확장의 기전에 대해서도 여러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일반적으로 기립경사검사시 norepinephrine, epinephrine의 혈중 농도의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아 sympathetic tone의 변화가 관여할 것으로 생각되나 이러한 변화가 일차성인지 이차성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한 연구에서는 하지에 cuff를 감거나 phlebotomy를 하여 실신을 유발시켰을 때 발생하는 혈관의 확장이 sympathectomy나 peripheral nerve block으로 감소함을 보고하여 sympathetic activity가 일차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cholinergic vasodilator nerve가 sympathetic tone의 변화를 매개하는 것으로 보고되는 등 이차적인 변화임을 시사하기도 하였다.
③ Nitric oxide
최근 Nitric oxide도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시의 혈관확장에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적 스트레스나 중추신경계의 자극과 관련된 혈관 확장에 nitric oxide가 관련되어 있음이 알려졌고 기립경사검사로 유발된 실신 환자에서 nitric oxide의 대사가 증가되어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nitric oxide blocker인 NG-monomethyl-L-arginine을 정주하였을 때 실신시의 혈관 확장을 방지할 수는 없었다.
4) 결론
살펴본 바와 같이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유발기전에 대해 많은 사실이 밝혀지고는 있으나 확실한 기전에 대해선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그러므로 Bezold-Jarisch reflex는 많은 가능성 있는 유발기전 중의 하나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3. 진단
(1) 감별 진단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진단은 대개 병력과 가능하다면 증상이 나타날 때의 환자를 관찰함으로써 가능하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과 혼동될 수 있는 질환들과의 감별이 중요하다.
(2) 병력과 이학적 검사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대개 서서히 시작되며 갑작스러운 의식의 소실은 드물다. 유발 당시의 환경도 진단에 도움이 되는데 갑작스런 통증이나 스트레스의 경험, 수술, 외상 등에 의해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 유발될 수 있다. 소아기의 실신의 병력이 성인이 된 후의 실신의 원인의 단서가 될 수도 있다. 대개 전구증상이 나타나는데 창백, 쇠약감, 어지러움, 구역질, 발한, 과호흡, blurred vision, impaired hearing 등이 실신 직전에 나타난다.
환자가 즉시 앉거나 눕는다면 의식소실은 없을 수도 있다. 의식이 회복된 후 쇠약감이 지속될 수 있지만 대개 의식의 혼동은 없다. 모든 실신환자에서 기립시의 vital sign을 측정하고 신경계와 심혈관계의 진찰이 필요하지만 혈관미주신경성 실신과 관련된 특이한 소견은 없다.
(3) 기립경사검사(head-up tilt-table test)
1) 개요
기립경사검사는 실신 환자의 평가에 널리 쓰이고 있으며 특히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진단에 있어서 gold standard로 자리잡고 있다. 기립경사검사에서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을 유발하는 기전은 Bezold-Jarisch reflex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방법
① 경사시간
기립경사검사는 발받침대가 붙어 있는, 경사가 가능한 테이블에 환자를 눕혀 놓고 테이블을 세우면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 유발되도록 한 검사이다. 하지만 경사각도나 경사시간, 약물의 사용 등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확립된 protocol은 없는 실정이다. 경사시간은 검사의 민감도나 특이도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최근의 연구에서의 경향은 비교적 긴 시간(45분 정도)의,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기립경사검사를 최초 검사로 하는 것이나 대개의 검사실에서는 성인의 경우30-45분 동안 60-80도의 경사각도로 최초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 최초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에 약물을 투여하여 이차 검사를 하게 된다. Fitzpatrick 등은 실신이 발생하는 평균시간을 24분으로 제시하고 표준편차의 2배수를 더하여 45분의 경사시간을 적절한 것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② 약물유발
기립경사검사시의 약물유발은 검사의 민감도는 증가시키나 특이도는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경우 isoproterenol을 사용하여 유발검사를 하는데 isoproterenol을 사용하는 이유는 실신환자에서 실신 직전에 catecholamine의 농도가 높아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검사시의 catecholamine의 농도를 전반적으로 높여 주기 위한 것이다. 그밖에 nitroglycerine, edrophonium, adenosine 등을 사용한 경우도 있다. Isoproterenol을 주입하는 경우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최초검사가 음성인 경우 환자를 똑바로 눕히고 안정시킨 후 isoproterenol을 1ug/min으로 주입하기 시작하여 10분간의 평형기간을 가진 후 다시 환자를 기립시켜 검사한다. 일정시간(약 10분)이 지나도 반응이 없으면 다시 눕혀 안정시키고 용량을 증가시킨 후 다시 검사를 반복하는데 isoproterenol을 대개 3ug/min(maximal 5ug/min)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안정상태에서 심박수가 안정시의 20-30%정도 증가하도록 isoproterenol의 주입농도를 적정한 후 환자를 기립시켜 검사하는 것이다.
③ 기타 고려 사항
그밖에도 기립경사검사시 고려해야 할 점은 다음의 표와 같다.
3) 민감도와 특이도
기립경사검사의 민감도는 연구에 따라 다르나 대개 30-85%로 다양하다. 이러한 차이는 부분적으로는 검사 방법의 차이에 의해 나타난다. 유발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민감도와 양성 반응률이 증가하는데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기립경사검사에서 음성을 보인 젊은 환자들의 75%가 isoproterenol 정주 후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을 보인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기립경사검사의 특이도는 80-90%에 달한다. 하지만 유발약물을 사용할 경우 특이도는 감소하며 대개의 경우 80% 정도이나 최대 50%까지도 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 연구에서는 isoproterenol정주 후 민감도는 32%에서 68%로 증가하였으나 특이도는 91%에서 83%로 감소하였다. 검사의 재현성도 연구에 따라 다양하다.
4) 반응의 분류
기립경사검사시 나타나는 반응은 다양하며 이에 대한 분류도 다양하다. 여기에는 VASIS(Vasovagal Syncope International Study) classification을 소개한다.
a) Type 1: Mixed: 심박수는 초기에 증가하다가 감소하나 40회/min이하로는 내려가지 않고 40회/min아래로 내려가더라도 10초 미만이다. Asystole은 없거나 있더라도 3초 미만이다. 혈압은 초기에 증가하다가 심박수가 감소하기 전에 하강한다.
b) Type 2A: Cardioinhibitory: 심박수가 초기에 증가하다가 감소하는데 40회/min미만으로 10초 이상 감소하거나 asystole이 3초 이상 지속된다. 혈압은 초기에 증가하다가 심박수가 감소하기 전에 하강한다.
c) Type 2B: Cardioinhibitory: 심박수가 초기에 증가하다가 감소하는데 40회/min미만으로 10초 이상 감소하거나 asystole이 3초 이상 지속된다. 혈압은 초기에 증가하다가 심박수가 급격히 하강할 때 혹은 후에 수축기 혈압이 80mmHg미만으로 하강한다.
d) Type 3: Pure vasodepressor: 심박수가 점차 증가하며 실신 시에도 최대치로부터 10%이상 감소하지는 않는다. 혈압의 감소가 실신을 일으킨다.
cf.) Postural orthostatic tachycardia syndrome(POTS): 기립시 10분내에 맥박수가 28회/min이상 증가하여 120회/min이상이 되고 orthostatic symptom이 나타나는 경우로 대개 기립경사검사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증상을 호소하여 수 분 내에 앙와위를 취하게 된다. 혈압강하가 동반되기도 한다. 환자는 혈관미주신경성 실신과는 달리 거의 매일 orthostatic intolerance를 경험하여 만성적인 orthostatic disability의 가장 흔한 형태이며 chronic orthostatic intolerance라고도 할 수 있다. 다양한 연령군에서 나타나며(12-50세), 주로 여성(80%)에서 나타난다. POTS 환자는 기립시 하지에 적절한 vasoconstriction이 일어나지 않아 excessive venous pooling이 나타나고 종종 acrocyanosis가 나타난다. 그 기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정맥계의 impaired innervation또는 교감신경계 자극에 대한 반응의 이상 등이 거론된다. 감염성 질환 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inflammatory mediator와의 관련성도 거론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부 환자에서 synaptic cleft에서 norepinephrine이 reuptake되지 못하는 것이 원인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5) 적응증
기립경사검사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적용이 된다. 즉 기질적 심질환이 없는 상태에서의 반복적인 실신, 한번의 실신 병력이라도 교통사고나 직업상의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경우, 다른 원인의 실신 환자 중 치료 시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을 때이다. 자세한 적응증은 다음과 같다.
4. 임상 경과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대개 비교적 단기간에 걸쳐 여러 번의 발작이 일어나고 그 후에는 상당 기간 증상이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자연 경과를 본 연구는 거의 없다.
Sheldon 등은 101명의 치료를 받지 않는, 기립경사검사로 진단된 혈관미주신경성 실신 환자를 3년간 관찰하였는데 많은 중요한 결과들을 보고하였다.
첫째,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신의 재발 가능성이 감소했다. 즉 1년, 2년, 3년경과 시 각각 72%, 62%, 51%의 재발률을 보였다.
둘째, 실신의 재발은 기립경사검사 전의 실신의 횟수와 기간으로부터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6개월간 17회의 실신이 있었던 환자는 26%가 2년간 실신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같은 기간에 2회의 실신만 있었던 환자는 82%가 2년간 실신이 없었다. 전체적으로는 관찰 기간 중 28%의 환자에서만 실신이 재발했다.
셋째, 매우 흥미있는 사실로 실신의 빈도가 기립경사검사 후 현저하게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즉 검사 전에는 한 달에 0.3회로 실신을 보이다가 검사 후에는 한 달에 0.03회로 감소했다. 이는 기립경사검사와 그에 따른 의료인과의 접촉이 치료적인 효과도 있다는 것인데 인과 관계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실신을 일으킬 상황을 피하라거나 실신이 올 것 같으면 빨리 눕거나 앉으라거나 하는 조언을 받는 등의 의료적 접촉이 특별한 치료 없이도 실신의 빈도를 낮추는데 주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5. 치료
(1) 개요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유발기전이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치료적인 접근은 대개 가능성 있는 유발기전을 염두에 둔 경험적 치료이다. 실신의 재발이 매우 다양하고 오랜 시간 동안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치료효과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도 치료법의 확립에 장애가 된다. 실신이 드물게 일어나고 전구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의학적인 조언과 관찰 외엔 별 치료가 필요 없을 수 있고 특히 더운 날에는 수분과 염분의 섭취를 충분히 하도록 한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매우 다양한 치료의 선택이 가능한데 beta-adrenergic receptor blocker, anticholinergics, disopyramide, adenosine receptor blocker,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alpha-adrenergic agonist, mineralocorticoids, anticonvulsants, compression hose, permanent pacemaker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제들에 대한 연구는 대규모 무작위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2) Beta-adrenergic receptor blocking agents
beta-adrenergic receptor blocking agent는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방지를 위해 처음 처방되는 약제중의 하나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발작 시 또는 기립경사검사로 유발 시에 혈중 epinephrine의 농도가 증가되어 있는 것이 이 약제의 투여 원리이다. metoprolol, pindolol, atenolol이 가장 많이 연구된 약제이며 metoprolol은 비교적 cardioselective하게 작용하여 우선적으로 사용되며 pindolol은 intrinsic sympathomimetic activity가 있어 severe bradycardia를 방지한다는 이점이 있으나 아직 어떤 beta-adrenergic blocker가 특별히 우월하다는 증거는 없다.
(3) Disopyramide
disopyramide는 class 1a antiarrhythmic agent로 vagolytic side effect가 있고 negative inotropic effect가 있는 약제이다. 최근 vasovagal syncope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는데 이 약제가 작용하는 병태생리학적인 기전은 cardiac contractility를 감소시켜서 심장이나 대동맥궁, 폐동맥등에 위치한 수용체의 긴장을 감소시켜 구심성 신경 전달을 억제하고 vagolytic action이 있으므로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증상이나 심박수의 감소를 완화시킬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약제의 부작용으로는 long QT로 인한 Torsades de pointes, 노인에서의 요로폐색, 녹내장 등이 있다. 용량 또한 200mg/d 에서부터 700mg/d이상까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Disopyramide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기질적 심질환이 없고 QT간격이 정상인 젊은 혈관미주신경성 실신 환자에서 우선적으로 선택되며 이 경우 beta-adrenergic blocker 보다 더 tolerable할 수도 있다.
(4) Serotonin uptake blockers
대뇌의 serotonin receptor가 흥분되면 교감신경계의 흥분을 억제하여 vasodepressor response를 촉진하며 serotonin reuptake blocker가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발작을 감소시킨다는 임상 보고가 있다. Paroxetine을 투여한 최근의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study에서 68명의 환자를 25개월간 관찰하여 placebo군(53%)에 비해 유의하게 실신이 감소함(18%)을 보고하였다. serotonin inhibitor인 sertraline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serotonin reuptake inhibitor는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외의 심장신경성 실신의 치료에도 유용하다고 보고되었다.
(5) Vasocontrictors
1) Midodrine
① 약리 작용
혈관을 수축시키는 약제들은 심장신경성 실신의 혈관확장을 방지하여 예방적 치료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lpha1-agonist인 midodrine은 기립성 저혈압과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에 모두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Midodrine은 1(2,5-dimethoxyphenyl) -2-glycinamidoethanol-HCL로 동맥을 수축시키고 정맥 저류를 감소시킨다. Midodrine은 위장관에서 흡수되어 간대사를 거쳐 활성 대사산물인 desglymidodrine으로 변화한다. 이 desglymidodrine이 40분 후에 최대 농도에 이르며 동맥과 정맥을 수축시킨다. 소변을 통해 배설되며 작용시간은 4 - 6시간으로 하루에 3 - 4회의 복용이 필요하다. 최초 용량은 2.5mg tid로 최대 40mg/d까지 가능하다. Midodrine이나 desglymidodrine 모두 뇌-혈액 장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대뇌나 심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두피의 가려움증이다.
② 효과
Midodrine의 효과는 신경성 기립성 저혈압 환자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었는데 Gilden 은 9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placebo-controlled study에서 기립시 수축기 혈압이 평균 30% 상승하였고 10mg tid의 용량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하였다. Sra 등은 11명의 통상적인 약물 치료로 듣지 않는 재발성 혈관미주신경성 실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5명은 평균 17주간 무증상이었고 4명은 증상의 호전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한 환자는 소량의 midodrine(7.5mg/d)에도 고혈압과 심한 두통을 보여 투약할 수 없었다. 최근 연구에선 5년간의 여러 가지 치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인 실신을 보이는 환자 20명에게 midodrine을 투여하여 13명이 14개월간 전혀 증상이 없었다.
2) 기타 혈관수축제
과거에는 ephedrine, dihydroergotamine, etilephrine 등이 시도되었지만 drug-induce hypertension, tachyphylaxis 등과 불충분한 효과로 사용이 제한되었고 최근의 multicenter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trial 에서 etilephrine(weak alpha- and beta- agonist)가 효과가 없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6) 인공 심박 조율기
North American Vasovagal Pacemaker Study에서는 6회 이상 실신을 경험하고 기립경사검사가 양성이고 서맥을 보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rate drop response 기능을 가진 DDD type 인공 심박 조율기를 삽입하였고 약물투여는 제한되지 않았다. 5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85.4%의 상대위험도 감소를 보여 조기 종결되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진정한 placebo군이 없고 투약이 표준화되지 않은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VASIS(vasovagal syncope international study) trial에서는 2년간 3회 이상의 실신이 있고 cardioinhibitory type인 환자들42명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DDI type 인공 심박 조율기를 삽입하였다. 인공 심박 조율기를 삽입한 군에서 삽입하지 않은 군에 비해 유의하게 낮은 재발을 보였다( 5% vs. 61%, p=0.0006).
(7) 개별 치료 원칙
환자 개개인마다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는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Bezold-Jarisch reflex를 차단하는 beta-adrenergic receptor blocker가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기저 혈압이 낮고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환자는 fludrocortisone, midodrine, compression hose 등이 우선 적용될 것이다. 기저 맥박수가 낮은 환자는 propantheline등의 anticholinergic agent가 유용할 것이다.
약제 투여의 기간은 환자마다 다르다. 증상이 드물고 전구증상이 있는 환자는 비약물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 잦은 재발을 보이는 환자는 6 - 12개월의 약물치료를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공 심박 조율기의 역할은 아직도 많은 연구가 진행 중으로 앞으로 잦은 재발을 보이는 환자에서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6. 결론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성공적인 치료란 대개 증상의 완전한 소실은 어려우며 증상의 중증도와 빈도를 낮추는 것이다. 환자에게 이러한 사실을 주지시키는 것이 좋으며 실신을 유발하는 인자를 인식하고 이를 회피하도록 교육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7.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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