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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 OB 원문보기 글쓴이: 무검
미래를 읽는 10가지 키워드
21세기에도 신자유주의는 계속될까? 미국 이후의 국제질서는 가능할까? 새로운 부(富)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상품화의 끝은 어디인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신인류의 모습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바뀔까?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을까? 우주만물의 비밀은 밝혀질까? 인류문명은 영속할 수 있을까? 환경대재앙은 피할 수 있을까?
소위 ‘석학’이라는 사람들이 보는 미래의 모습은 도대체 왜 그토록 암울하기만 한가. 비관주의자들만 ‘석학’이란 칭호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이 죽였고, 너무 많이 써버렸다. 인간종의 오만과 부도덕은 언젠가 대가를 치룰 것이다. 그리고 그 ‘언젠가’는 21세기가 될 확률이 높다. “회사원 K씨는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가정도우미 로봇이 건네주는 커피와 홀로그램 신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식의 SF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미리) 가르쳐주지 못한다. 할리우드의 B급 영화 속에서도 그 정도 스케치는 파국 전의 서막에 불과하다. 반성을 강제하고 대안을 일러주지 못하는 IF의 미래학은, 미래학이 아니라 삼류문학이다. 두렵지만 살아보자고 애쓰는, 기특한 책 10종을 소개한다.
21세기를 위한 ‘신(新)인구론’
[루가노 리포트: 21세기 자본주의의 유지 방안]
수전 조지 저,
스위스의 휴양지 루가노에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였다. 이대로라면 지구촌의 공멸을 불러올 것이 자명한 신자유주의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1년간의 연구를 거쳐 <루가노 리포트>를 작성한다. 진단은 무서우나 결론은 명쾌하다. I(충격) = C(소비) x T(기술) x P(인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발달된 기술로, 보다 많이 소비할수록 세계는 그만큼 빨리 망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소비’나 ‘기술’의 수준을 하향조정할 수는 없다. 애초에 연구의 목적 자체가 소비증가와 무한개발을 핵심동력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지속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루가노 리포트>가 제시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세계인구의 감소’다. 어떻게? 선진국들이 저개발국가들의 소득감소, 외채압력, 정치불안, 무기거래, 자유무역 등을 음성적으로 부추기는 것이다. 국제적인 비난은 적당한 규모의 ‘인도적인 지원’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맬서스의 <인구론>을 추억하게 만드는 이 냉혹하고도 현실적인 리포트는 물론 수전 조지의 픽션이다. 하지만 혹시 신자유주의의 신봉자들이 이미 채택한 리포트는 아닐까. 변방의 바지저고리들은 감히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나저나 왜 이리 찜찜한가.
‘정부 없는 지배’의 시대를 꿈꾸며
[인류의 미래사: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W. 워런 와거 저,
1995년부터 2200년까지의 역사책이다. 2008년말, 누구나가 두려워하며 예상했던 일이 드디어 벌어졌다. 세계의 ‘영향력 있는 기업인들’이 ‘미국 대통령’과 함께 ‘캠프데이비드 산장’에 모인 것이다(비틀!). 이 땅 위에 진정한 신자유주의의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해 국경을 없애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몇몇 선택된 국가와 초국적자본들만을 위한 ‘세계자본주의’는 결국 2044년의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폭력적 방법으로 축적된 모순을 해소하게 된다. 종전 이후 출현한 세계연방은 자본주의를 ‘악’이라 선언하고(어쭈!) 세계당이 주도하는 세계사회주의를 건설한다. 그리곤 집단화, 획일화, 관료화의 수순. 극적으로 세계선거에서 승리한 ‘작은당(small party)’은 마침내 ‘정부 없는 지배(governance without covernment)’의 시대를 실현한다(오오!). 이제 사람들은 저마다 원하는 사람들끼리 원하는 규모의 무리를 지어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문화와 경제형태를 유지하며 평화롭게 살아간다. J.R.R.톨킨이 평생에 걸쳐 ‘중간계’라는 완벽하고 종합적인 세계를 창조했던 것처럼, 워런 와거 역시 평생에 걸쳐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아우르는 전체사(全體史) 하나를 훌륭히 창조했다. 게다가 ‘자본주의-사회주의-아나키즘’이라니. 단순무식하지만 얼마나 귀엽고 낭만적인 해피엔딩이란 말인가.
새로운 시대, 새로운 금광을 찾아서
[부의 미래]
엘빈 토플러∙하이디 토플러 저, 김중웅 역, <청림출판>
우리는 여전히 ‘외우는 세대’이므로, 자산∙자본∙시장이 소위 ‘자본주의의 3요소’인 것을 안다. 하긴 굴릴 돈이 있고, 생산할 수단이 있고, 물건을 살 사람들이 있어야 이 세상이 돌아가긴 할 테다. 헌데 특히 요즘들어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게 그렇지 않다. 예컨대 인터넷복권을 생각해보자. 자산도 자본도 시장도 어째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신기루 같은 복마전 속에서 신기하게도 끊임없이 돈이 돈다. 엘빈 토플러는, 이제 자본주의의 전통적인 3요소보다는 속도∙공간∙지식이라는 3차원이 보다 중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굳이 연결지어보면, 속도란 자산에 대응하고 시장은 공간, 지식은 자본에 대응된다.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이 가장 중요했듯이, 이제는 ‘지식’이 가장 중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이 3차원의 상호작용으로 부가 창출되고, 각 차원의 균형발전에 따라 부 창출의 효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족집게처럼 콕콕 찍어주는 예언서를 고대했다가 알 듯 모를듯한 장광설만 접하고 실망할 독자들도 많겠다. 그러나 말년 대통령이 적장(敵將) 앞에서 여보란 듯이 인용하는 걸 보면 아직 엘빈 토플러의 레임덕은 없는 모양이다.
소유하지 않는 무한소비의 시대
[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저,
사실 이 책의 원제는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다. 아닌게아니라 식상하다는 오해를 받기 딱 좋은 제목이다. 하지만 여기서 ‘접속(access)’이란 단어는 사전상의 용례 그대로 접속, 접촉, 접근, 이용, 출입 등의 복합적 의미를 다 가진다. 자본주의는 처음부터 ‘소유화’와 ‘상품화’를 양분으로 지금껏 커왔다. ‘구입하여 소유하는 것’이 곧 자본주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더 이상 사유(私有)에 집착하지 않으며 다만 접속(access)하려고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전제다. 상품의 변화도 빨라지고 욕망의 변화도 빨라지고 있는 만큼, 사람들은 굳이 물건을 소유하려 하지 않고 단지 ‘사용할 수 있는 권한’만을 구입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접속을 통해 관계망이 무한대로 넓어지면? ‘남들로부터 독립된 나’라는 개념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거나 낡은 관념으로 치부하는 이른바 ‘신인류’가 출현한다. 살 만한 세상일지 못견딜 세상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왠지 좀 한심스러울 것 같긴 하다. 대안은? 지역성에 기반한 문화다양성을 의식적으로 지켜내자는 것이다. 진단은 획기적이나 대책은 무난할 경우, 십중팔구는 답 없다는 뜻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유목문명의 도전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자크 아탈리 저,
이 책을 미래학 서적으로 분류하는 데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겠다. 외견상 이 책은 과거를 다루는 역사서이며, 그것도 하필이면 천막이나 치고 살던 유목민들의 역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크 아탈리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류의 미래’다. 사실 ‘노마드(nomad)’는 일종의 철학적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질 들뢰즈가 처음 제시했던 노마디즘(nomadism)이란, 유목민들이 최소화된 생산도구만을 소지한 채 끊임없이 이동하며 불모지를 개척하듯이 끊임없이 자신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입지를 개척하며 살아가는 창조적인 ‘태도’를 뜻한다. 더 나아가 자크 아탈리의 노마드란, 요즘 흔히 말하는 ‘디지털 노마드’를 포함하여 인류의 과거를 지배해왔고 미래를 지배하게 될 역사적 ‘실체’다. 이 책은, 기껏 국가, 세금, 감옥이나 고안해냈던 정주(定住)문명의 오랜 질곡과 비효율의 시대가 끝나고 유목민과 정착민이 서로 협력하는 새로운 ‘박애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이쯤에서 잠깐 갸우뚱. 미래를 밝히기 위해 인류의 과거를 전면적으로 ‘재해석’한다는 용기와 포부는 존경할 만하지만, 자의성과 일반화의 부담은 어쩌시려고.
미리 읽어보는 미래의 백과사전
[미래생활사전 : 당신의 21세기를 위한 최신 트렌드 키워드 1200]
페이스 팝콘∙애덤 한프트 저, 인트랜스번역원 역, <을유문화사>
페이스 팝콘은, <포춘>지가 “마케팅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극찬을 헌사했을 정도로 트렌드 분야에서는 첫손에 꼽히는 쪽집게도사다. 벌써 10년전에 퀵서비스와 대리운전이라는 최첨단 직종을 예견했을 정도니 말 다했다. 또한 낙관주의자에게나 비관주의에게나 고루 친절한 점쟁이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이 책 속에는 디스토피아의 미래도 있고 유토피아의 미래도 고루 있다. 자신은 다만 트렌드를 친절하게 읽어줄 테니 평가나 채택은 후세대가 알아서 하라는 투다. 그런 면에서 무책임하다기 보다는 영리해보인다. 이 책을 굳이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20년쯤 미리 읽어보는 미래의 백과사전’쯤이 된다. 35개 분야별로 총 1,200개의 키워드를 (미리) 해설했다. 방대하고, 구체적이고, 그럴듯하고, 유익하며, 뻔뻔하다. 마케팅이나 비즈니스는 물론, 문화예술, 정치, 역사, 철학, 과학 등 읽는 이의 관심사와 직업에 따라 활용도 역시 다양하겠다.
[특이점이 온다: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레이 커즈와일 저,
이 책은 과격하다. ‘과학적 상상력의 극치’라고 할 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시종일관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제목과 부제가 이미 논쟁적이다. 레이 커즈와일이 말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란 바로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예컨대 뇌를 완전하게 컴퓨터에 백업한 후 복제인간이 다운로드함으로써 인간이 영원한 삶을 살게 된다면? 인간의 장기와 혈액을 포함한 모든 신체조직이 나노봇에 의해 실시간으로 관리되며 필요한 경우 완전히 대체될 수 있다면? 인간의 지능을 넘어 물질계를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생겨난다면? 인간이 실제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인 가상현실 속에서 ‘기꺼이’ 살아가게 된다면? 실존, 자아, 정체성, 관계, 생명 등 모든 인간적 개념 자체가 완전히 수정되어야 하리라. 게다가 그 시점은 ‘기술 가속의 법칙’에 따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도래하게 될 것이란다. 즉 내일모레쯤이면 우리가 <블레이드 러너>와 <매트릭스>의 세상에서 살게 된다는 뜻이다. 아마도 저자나 편집자는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이나 SF작가들의 필독서”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이 책이 할리우드나 SF에 빚져있다고 말하는 편이 정직해보일 듯하다.
신의 섭리를 밝히려는 과학적 상상력
[그레이트 비욘드: 고차원 평행우주 그리고 만물의 이론을 찾아서]
폴 핼펀 저, 곽영직 역, <지호>
한 점을 수직으로 통과할 수 있는 직선의 최대 개수는? 답은 3개다. 즉, 우리는 길이, 너비, 높이의 3차원을 살고 있다. 그런데 가방끈도 길면서 미친 소리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3개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이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말할 때 ‘통합이론’이란, 우주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전자기력, 중력, 약력, 강력)과 입자의 역학을 모순 없이 설명할 수 있는 ‘만물의 이론’을 말한다. 과학외(外)적인 언어로 말할 때 ‘통합이론’이란, 우주의 근원을 밝혀 궁극적으로 신(神)의 계획을 알고자 하는 ‘바벨탑 프로젝트’다. 통일장이론, 초끈이론, M-이론, 평행우주론 등 소위 ‘고차원물리학’은 바벨탑을 세우고자 하는 과학사의 부단한 흔적들이다. 그리고 그 바벨탑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날이 오면 세상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거울 없이도 왼손과 오른손을 바꿀 수 있고, 병뚜껑을 따지 않고 콜라를 마실 수 있게 되며, 말그대로 빛보다 빠른 속도로 ‘번개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4차원, 5차원, 11차원, 또는 그 이상의 고차원들이 꼭 필요하다. 도대체 무슨 꿩궈먹는 소리냐고? 당장 이론물리학과에 원서를 내거나, 일독 외에 다른 권할 바가 없다.
과거에서 배우는 미래의 생존법
[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저,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우리의 미래를 점쳐보기 위해 먼저 과거의 문명들을 살핀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묻는다. 마야 문명의 신전들, 이스터섬의 거석들, 앙코르와트의 거대한 폐허 앞에서 우리는 과연 관광사진을 찍어야 하는가, 두려워해야 하는가. 과거의 위대한 문명들은 어째서 붕괴할 수밖에 없었을까. 동일한 자연조건과 동일한 사회정치적 수순 속에서도 붕괴하지 않았던 문명들에게는 도대체 어떤 비결이 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의 ‘위대한 문명’은 과연 살아남을 것인가, 붕괴할 것인가. 이 책이 말하는 ‘붕괴(collapse)’란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일어난 인구 규모, 정치∙사회∙경제 현상의 급격한 감소”를 말한다. 붕괴의 원인으로는 크게 다섯 가지를 살피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환경파괴의 치명성을 강조한다. 환경파괴야 말로 문명 붕괴의 ‘원인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세계의 붕괴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 과거에서 배우기 위해 나는 이 책을 썼다.” 이토록 비장하고 의미심장한 서문을 달고 있는 책이, 그래도 그렇지 이토록 재미있어도 되나.
기후, 또 하나의 묵시록
[기후 변동: 21세기 지구의 미래를 예측한다]
토마스 그레델∙폴 크루첸 저, 이강웅∙
요한묵시록이나 노스트라다무스의 공포스러운 수사학이 아니더라도, 세계 멸망의 징후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기후변동과 자연재해의 모습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세계 멸망의 시나리오를 계산해두었고, 그 무서운 징후를 현재 목도하고 있으므로.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자연재해는 그 규모나 빈도 면에서 사상 최악이다. 지구상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호모 사피엔스 때문에 목하 지구의 기후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인간종의 진정한 해악성은, 자신들의 알량한 탐욕이 모든 생명체의 동반멸종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가도 혼자는 안 가겠다니, 진짜 악독하지 않은가. 그나마 늦게라도 다소 반성하고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대기화학’이라는 학문의 창시자이기도 한 폴 크루첸은 지구의 기후를 변화시키는 인위적∙자연적 매커니즘을 전문적이되 쉬운 말로 설명하고 그 대안 내지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는 오존층 파괴, 지구 온난화, 광스모그, 산성비 등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앞으로 지구에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인지를 알려준다. 필독강추다. 아는 만큼 살아남는다. 두고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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