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2의 소속으로 님들과 동행하지 못함을 미안스럽게 생각하며 그리운 한라산을 다녀오매
몇글자 적어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2006.3.18 토요일 새벽 네시 반 집을 나선다.
어둠이 깔린 길을 부지런히 걸으며 많은 생각이 오간다.
한라산은 여러번 올랐지만 영산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마음이 향하여
여러가지 어려움을 뿌리치고 날아간다.
다섯시가 약간 넘어 천안 컨벤션을 떠난 미니 버스는 경부,서해안을 타고
매송을 지난다.
고속도로 옆 선산에 계신 고려때 봉화현감을 지내신 할아버지께
어둠속으로 인사를 드리고 자주 찾아 뵙지 못함을 용서 구하고,
달린 버스는 진입을 잘못하여 인천공항 방면으로 들어가 여러 사람의 애를 태운다.
나는 그 순간에 나의 작은 허물이 있어 도와주지 않는가보다 하며
자책을 한다.
조마조마 탄 비행기는 맑은 하늘 하얀 구름위로 둥둥 떠 간다.
창가로 내려다본 풍경은 기기묘묘하여 잠에 취하지 않고 볼수 있다는것이
너무도 다행이고 즐거웁다.
제주 상공에 다다르자 먹구름 사이 사이 저 아래 손톱만큼 작아 보이는 상선이 위태롭게
떠있고 빗줄기가 창을 두드린다.
제주공항 미니버스에서 도시락을 배급받아 배낭에 넣고 1100도로를 타고
가랑비가 내리는 영실 주차장에 도착 기념촬영후 포장된 길을 한참 오른다.
산행 시작점에 까마귀가 우리를 기다리고 복장불량인 일행중 한명이
멋지게 생긴 산꾼한테 혼이 난다.(혼나고 있는것을 아는지?)
이길 이산속으로 들어온지 벌써 19년,
옛일을 기억하려해도 돌이켜지지 않고 저 위에 보이는 영실 기암(오백나한)만 생각난다.
눈이 두자이상 쌓여 다져진 등산로, 저위에는 어떠할까?
계곡을 따라 오르다 건너고 비탈진 길을 오르니
오른편으로 그전에 보이지 않던 폭포가 여러개 보인다.
아마도 많은 눈이 녹아 흘러 내리는 일시적인 폭포같다 - 너무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다.
여러마리의 까마귀 입김에 뭉게 구름이 영실 기암을 포근히 싸안는다.
나무계단을 오르니 오래된 나무 팔다리가 폭설에 부러져 아파하고,
그사이로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1미터도 넘게 쌓인 눈으로 등산로 표시는 오간데 없고 앞사람의 흔적만 쫓는다.
폭풍이 몰아치는 능선 한가운데 깊이 패인 웅덩이 안에 약수가 솓는다 목을 축이고
고글을 끼고도 한치 앞을 볼수없을 정도로 부는 비바람을 안고 한발 한발 전진,
윗세오름 대피소 많은 등산객이 몰려 발 디딜 틈도 없지만 천오백원짜리 컵라면을 하나 사서
뜨끈한 국물에 식은 밥을 넣어 맛있게 먹는다.
커피 한잔으로 기분을 바꾸고 부지런히 하산시작 눈길에 미끄러지기를 여러차례
무릎에 무리가 온다.
모두 비에 흠뻑 젖어 내려왔는데도 즐거운 표정들이다.
숙소에 짐을 내리고 신제주에서 이름난 곳으로 가 처음 갈치회를 안주삼아
소주 석잔에 취기가 오르니 이를 어떻하나
일행들은 뒤풀이를 한다하고 이동하는 순간 술을 이기지 못하고 홀로 숙소로 향하니
그옛날 술을 벗으로 알고 가까이 하던 나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씁스릅한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
일행에겐 미안하지만 전날부터 선조 유적을 찾아보고파 기사님에게 부탁하여
이날 대정향교를 찾아보기로 일정에 넣었다.
가는길 곱게 핀 유채꽃 밭에서 사진도 찍고 아이들에게 길을 물어 대정향교를 찾아가는데
마음이 급하구나, 저멀리 외딴곳에 보이고 마음은 벌써 가있네.
성호공(휘:이익)의 당숙이신 태호공!
1651년 태호공(諱:元鎭)께서 제주목사로 부임하여 대정향교를 이건하였고 하멜일행이
표류하여 이곳에 머무를때 조정과 하멜간 무리없이 일을 처리하였으며
이지역의 풍속과 민요를 채집하여 통치의 자료를 삼은 탐라지를 저술하여
이자료가 지금도 남아 있으니 이러한 유적지를 돌아보는 나의 발길은 날아갈듯하고
선조님의 숨결,흔적을 조금이라도 더 맡고 보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송악산 입구 마라도행 선착장에서 여기저기 눈도장을
찍는데 온통 마음은 지나온 대정향교에 가있다.
제주는 고려시절 선조(문절공-李行)께서 1386탐라선유사가 되어 성주 고신걸의 아들을
데리고 귀경하여 고려조정과 탐라의 관계를 두텁게 한일도 있어 고려의 선대와 조선의 후대가
제주의 역사에 업적을 남기시니 이시대를 살아가는 후손으로서 자랑을 삼을 만하다.
이틀동안 한라를 오르고 제주와 가문의 유적을 돌아보니 가슴 벅차고,
몽고쪽 어린아이들이 보여주는 묘기를 보며 감탄도 하고 한편으로 저 어린것들이,
집에 있는 내 자식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고
원통속에서 여러명이 오토바이 타는 묘기에 손에 땀이나고
40여년전 할아버지 따라 서커스에서 보았던 옛 추억이 떠오른다.
보성녹차보다 키가 작은 넓은 한라산 녹차밭에 내 마음을 잔잔히 펼쳐보고
얼마전에 임자가 바뀐 여미지 식물원에 들러 주마간산식으로 훑터보고
미국에서 벌어지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야구경기를 보다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
서귀포에서 상황버섯 농장에 들러 공부를 하고 주머니가 비어 그냥 나오고,
천지연 폭포앞 선착장에서 멍게,해삼등으로 소주 석잔(?)에 서비스는 바다바람,
법환을 지나 5.16도로에서 좌측 신작로를 경유 1,100도로를 타고 공항에 도착
기쁨과 행복을 느낄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일행께 감사를 표한다.
2006.3.20 추읍산 호랑이